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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군훈련소는 제2의 아부 그레이브인가"

인분 가혹행위 사건의 성격과 대안

김삼석 / 군사평론가

입력 2005-01-31 21:16:26 l 수정 2005-02-03 15:32:26

2005년 1월 10일의 인분 사건이 신병훈련소에서 전시도 아닌 평시에 지휘관인 중대장에 의해 자행되었다는 것은 2003년 말, 전시상태의 이라크 아부 그레이브 교도소에서 미군이 자행한 이라크 포로 학대행위에 버금간다. 포로학대를 금지한 제네바협약에도 포로에게 인분을 먹이지는 않는다. 특히 한국의 강제적인 징병제 아래 군에 끌려가는 당사자인 젊은 장정들은 물론 자식을 군에 보내놓고 잠을 이루지 못해온 수많은 어머니들의 가슴에 대못을 박아 넣는 육군의 대국민적 폭거임에 충분하다.


세계에서 가장 큰 단일 부대에서 일어난 인분사건

인분가혹행위 사건은 일반 신병교육대가 아닌 육군주력의 50%이상을 양성하는 신병교육기관에서 자행이 되었다는 데 심각성이 있다. 육군훈련소는 아무것도 모르는 한 사람의 젊은이를 전투원으로 만드는 곳이며 군은 육군훈련소를 군인의 요람이자, 명예와 의무의 전당이라고 부른다. 또 세계에서 가장 큰 단일 부대로 2만 명을 동시 수용, 훈련할 수 있는 가장 훌륭한 병영시설과 훈련장을 갖춘 부대라고 자랑하고 있다. (육군 훈련소 10대 자랑)

한편 육군훈련소 허평환 소장은 국방일보 2005.1.10일 인터뷰에서 훈련소의 목표는 세계최고의 훈련소를 만들겠다고 말한 바 있다. 하지만 육군 훈련소내 군 지휘관, 조교, 분대장들에 대한 부적절한 훈련과 지도력 부재, 인권의식부재, 지나치게 많은 수용 훈련병, 의료시설 부족 등이 일상적인 학대와 인분사건 등에 일조했다고 본다.


사실 인분사건은 대표적인 일제 잔재 악습

인분가혹행위 사건은 대표적으로 우리 군에 아직도 일제의 잔재가 남아 있다는 사례를 적나라하게 보여주었다. 일본군은 상명하복의 엄정한 군기를 자랑했지만 하급자를 상급자의 노예나 소유물 정도로 인식하는 비인간·비민주적인 시스템이 지배하는 인간성 말살의 조직 생리에 젖어 있다. 그래서 문제의 중대장 이모 대위(28)는 피해 훈련병들에게 사건을 외부에 알리지 못하도록 심리적 압박을 가할 수 있었다. 특히 사병(士兵)을 사병(私兵)처럼 여기는 실정에서 지휘관이 화장실 청소를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192명에게 인분을 먹게 하는 '단체기합'은 대표적인 일제 잔재의 악습으로서 저급한 '한국군의 군사문화'로 자리잡고있는 결과다.


군의 정보수집 체계나 훈련소 지휘계통에 이상

'화장실 청소가 불량하다'는 이유로 훈련병들에게 인분을 먹도록 한 날짜는 1월 10일이었으나 15일 소원수리 과정에서 전혀 이 같은 내용이 나오지 않았다. 이 사건은 17일경 한 훈련병이 친구에게 보낸 편지와 인터넷 제보 등을 통해 처음 알려졌다. 사건 발생 후 10일이 넘도록 훈련소 지휘부를 비롯한 군 정보·수사기관이 전혀 몰랐다. 한두 명도 아니고 192명이나 관련된 이 사건은 군의 정보수집 체계나 훈련소 지휘계통에 이상이 생긴 것이다. 육군훈련소내 기무부대와 헌병대는 인분사건이 난 뒤 열흘동안 무엇을 하였는가. 이는 국방부는 2004년 7월 북한 경비정의 북방한계선(NLL) 침범 때 보고체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대규모 문책이 있은 뒤 철저한 군기강 확립을 약속했지만 반년도 지나지 않아 '공염불'이 되고 만 셈이다. 이미 똥 먹인 사건이 내부 문건을 통해 상부에 보고됐는지 밝혀야 한다.


군대 안에서는 아무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다?

아무 일 없는 것처럼 군대 안에서는 이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다. 더 더욱 군의 전국 일간지인 국방일보만 보는 사병들의 처지에서는 인분사건은 일어나지 않은 것, 국방일보는 1월 20일 인분 사건이 드러난 사실조차도 보도하지 않았다. 그나마 1월 24일자 특별기고에서 일부 언급한 게 유일하다. 대표적인 군의 보도통제와 폐쇄성이다. 이것은 인분사건을 사병인권 강화의 계기로 삼기보다는, 중대장 개인의 한번의 실수로 몰아가고 있다는 반증이다.

육군훈련소도 마찬가지다. 아무 일이 없었다.
육군훈련소 홈페이지(http://www.katc.mil.kr)에는 인분사건과 관련한 공지사항이나 부대소식하나 없다. 자유게시판은 아예 없다. 육군만 홈페이지에 2005. 1. 21자, 육군본부 정훈공보실장명의로『육군 훈련소 중대장 가혹행위』후속조치의 하나로 훈련병 부모들에게 사신을 발송하고, 참모총장이 지휘서신을 내렸다는 소식만 생색내기용으로 올렸을 뿐이다.

이번 인분사건은 인터넷을 통해 알려졌지만 많은 경우 군의 폐쇄성으로 인해 일반국민들에게 군 인권실태가 제대로 알려지지 않고 있다. 사병들의 초보적인 의사표현조차 철저하게 막혀있다. 이번 인분사건을 통해서 소원수리는 형식일 뿐이라는 것이 드러났다. 정당한 의사표현조차 징계대상이며 외부에 알릴 수 없다. 사병들의 일거수 일투족을 강제로 규정하고있는 국방부 훈령인 군인복무규율에는 이러한 징계를 정당화하는 조항('군인은 군 외부에 군에 관한 사항을 함부로 알릴 수 없다')때문에 군대 안에서 제2, 3의 아부 그레이브 사건이 터져도 밝혀지기 어려운 철저히 폐쇄적인 집단이다.


예고된 인분사건과 이어지는 인권유린

군과 육군 훈련소의 사병인권 침해행위는 이미 예고되었고, 그 후유증은 제대 후까지 영향을 미친다. 지난 2005년 1월 15일 사망한 육군2사단 고정현 일병은 '여자친구와의 잠자리를 재현해 보라'며 옷을 벗기고, 입에 총구를 들이대며 협박을 하는 등의 상사의 인격모독을 견디지 못해 목을 맨 것이라고 밝혔다.

또 육군훈련소에서는 며칠 전 내무실 2층에서 추락, 사망한 훈련병에 대해 그 부모에게 "자살사망임을 인정한다"는 인정서를 작성할 것을 강요하여 분을 이기지 못한 아버지로 하여금 헌병대건물에서 투신하게 하는 사태까지 불러왔다. 육군의 그 어떤 규정에도 부모한테 군에서 사망한 자식의 사인에 대해 수사가 종결되기도 전에 헌병대의 예단에 따라 자살 인정서를 작성하도록 강요하였다.

군 사상자 유가족연대에 따르면 일부 지휘관및 간부들이 병사들에게 총구를 병사의 입에 넣고 자살할 것을 강요하거나, 며칠동안 잠을 재우지 않고 일을 시키는 등 상식을 벗어난 인권침해행위가 계속되어져왔다.

부산 서부경찰서는 1월 25일 길을 가다 우연히 만난 군 복무시절 고참병을 마구 폭행한 혐의(폭력행위 등)로 허모(25)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군 복무시절 자신을 괴롭힌 고참병을 제대 후에 폭행하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육군훈련소의 허평환 소장의 책임을 물어야.

1월 26일 허평환 육군훈련소장은 윤광웅 국방장관에게 이번 사태와 관련해 자신이 훈련소장으로 부임한 뒤 가혹 행위를 당한 훈련병들이 '가혹행위 신고서'를 비밀리에 넣을 수 있도록 16개의 '우체통 신고함'을 설치해 운영해 왔고 앞으로 더 설치할 계획이라고 보고했다. 그러나 신원 밝혀질 게 뻔한 우체통 신고함이 대안이 될 수 없다. 아울러 육군훈련소내 헌병대에 대한 지도감독 소홀의 책임을 물어 허평환 소장과 훈련소 기무·헌병대장의 책임을 물어야 한다. 지금 당장 필요한 것은 피해자 192명에 대한 정신과 적인 상담과 진료를 실시해야 한다. 이와 함께 정신적 고통 등 후유증에 시달리는 훈련병들의 국가 상대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지원해 주어야 한다.


국방부와 육군본부의 개혁은 공염불이 될 것이다

국방부는 올해를 국방개혁의 원년으로 삼고 최근 다양한 개혁방안을 내놓고 있다. 또 남재준 육군참모총장은 2003년 4월 취임 후 '장교단 정신혁명'을 주창하면서 '전투적 사고를 견지한 장교'와 '언행일치 및 솔선수범을 행동으로 실천하는 장교'로 거듭나라는 주문한 바 있다. 남 총장은 세부 실천지침까지 전 육군에 지시했다. 무려 40여개에 달했다. ▲비전을 갖고 근무하기 ▲욕설 및 거친 언사 금지 ▲군사서적 탐독하기 ▲부대문제 외부제보 금지 ▲폭탄주 금지 ▲전출입시 상관숙소 방문 안하기 ▲관용차량 공적업무에만 사용하기 ▲회식비 공동 부담하기 ▲차량 선탑 잘하기 등이다. 장교로서 당연히 지켜야 할 항목들이다.

하지만 결과는 정반대다. 육군에서는 지난해만 해도 ▲상관모독 혐의로 구속된 김모 준위(7월) ▲헌혈 대가로 장교들 물품 수수(8월) ▲소대장의 대전차화기 오발(9월) ▲장교의 안전불감증으로 인한 감전사(11월) ▲육군 진급관련 괴문서 살포(11월) 등 장교들이 연관된 사건들이 잇따라 터졌다. 최근 육군훈련소의 인분사건은 정보수집 및 보고체계 가 엉망이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병영폭력"과 "사병인권침해"행위가 "명령과 복종, 군사보안"이라는 그럴싸한 포장 속에서 발효되다 폭발해버린 것이다.


장교들 의식부터 뜯어고쳐야 한다

인분 가혹행위와 같은 군의 인권침해 사건의 원인은 장교, 부사관들의 '의식의 문제'다. 특히 중대장은 육군방침의 실행주체라 할 수 있는 바 더욱 충격을 주고 있다. 군의 교육과정에서 장교, 부사관 예비후보들에게 아주 왜곡된 권위의식, 특권의식을 심어줘서 자신들을 무소불위의 절대선으로 생각하게 한 결과다. 학군단 교육, 군 소속 사관학교, 육·해·공·3사 사관학교, 육군대학 등 군의 교육기관은 물론 신병훈련소 등의 양성기관에서 장·사·병 교육에서부터 일제 잔재를 걷어내며, 대적관 확립교육을 시대 변화에 맞게끔 변화시키는 민족, 인권교육을 실시해야 한다.


총체적 외과수술 필요, 사병인권보호법 제정해야

이제 군의 개혁에 대한 총체적인 수술이 불가피하다. 군 개혁의 주체는 자식을 군에 둔 부모와 사병, 군의문사 유가족, 평화통일·시민단체, 군 인권 향상에 관심있는 예비역들이다.
국방부 마크와 육군훈련소 마크에는 별만 있다. 65만 사병은 없다. 국방부, 육군 본부 어디에도 사병 인권 보호를 책임있게 맡고 있는 담당자 한 사람 없다. 공룡이 된 국방부, 육군 본부는 정보수집 보고체계의 허점 투성이다. 사병들의 일거수 일투족을 강제로 규정하고있는 국방부 훈령인 군인복무규율의 전면 개정은 불가피하다. '병영생활 행동강령' 도 사병들의 처지와 부대현실에 맞게끔 재조정되어야 한다.

인분사건 같은 이러한 가혹행위를 견디지 못한 병사들이 스스로 목숨을 끊을 수도 있는 불행한 사태가 늘 도사리고 있다. 이를 근원적으로 막을 수 있는 사병인권보호법이 올해 안에 제정되어야 한다. 국방부는 올 국방비로 20조 원을 먹어치우는 돈먹는 공룡하마다. 국민이 연간 1인당 20만원 이상씩 부담하고 있다. 현대 군사전략상 사병 인권보장없는 공룡은 낭비다. 나라를 지키는 사병을 지키지 못하는 군은 백해무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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