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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라디오, FM 한계 극복 가능할까

기존의 방송 트렌드 그대로 방송3사가 선점할 수도

기자

입력 2006-12-21 17:20:34 l 수정 2006-12-23 11:26:52

나 어릴 때 작은형 방에 있던 트랜지스터라디오 온 집안의 보물 같았죠
그 속에서 흘러나오는 비틀즈 노래가 내 마음을 사로잡았죠

* 칼라TV와 비디오에 시선 모아져 가도 변함없는 내 친구
Radio Heaven 누구나 찾을 수 있죠
하지만 추억이 되어버리면 영원히 찾을 수 없는 그곳은
Radio Heaven 우리만의 세상이 있죠
어른들은 모르는 환상의 나라 Radio Radio

나 이제는 침대 머리 한 귀퉁이에 근사한 전축도 갖고 있지만
언제부터 느낄 수 없는 그런 설렘 어느새 어른이 되어 가는지


이승환의 1993년 작 가을앨범에 수록된 ‘Radio Heaven’이라는 노래는 라디오(소리)보다 비디오(이미지)를 통해 음악을 듣고 즐기는 시대의 도래를 은유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또한 MTV 시대를 ‘들려주는’ 대표적인 노래 중에는 제목부터 노골적인 Buggles의 ‘Video Killed Radio Star(비디오가 라디오 스타를 죽였다)’라는 노래도 있다.

그래서 라디오의 시대는 끝났는가?

주파수 대신 인터넷망 채택한 라디오

전문가들은 라디오를 개인형 미디어에 가까운 것으로 분류한다. TV는 가족과 함께 본다는(그것이 혈연 중심의 전통적 가족 형태가 아니더라도) 집단형 미디어인데 비해 라디오는 보통 귀에 꼽고 듣는 게 하나의 예다.

물론 개인형 미디어에 가까울 뿐이지, 노동하면서 함께 즐길 수 있다는 점을 상기하면 집단형 미디어이기도 하다는 걸 알 수 있다. 또한 라디오 청취자들은 진행자가 마치 자신한테 이야기하는 것처럼 느끼는 게 보통이어서 친밀도도 높다. 품격이 있거나 권위 있는 가치가 아닌 노동과 함께 할 수 있는 일상 미디어라는 것도 특징이다. 전화나 엽서를 통한 참여가 비교적 높은 라디오. 이제 인터넷을 통해 개인적 담론을 중심으로 한 ‘소통’의 강점을 더욱 살리고 있다.

그렇다. 라디오는 ‘인터넷’이라는 날개를 달고 컴퓨터로 옮겨갔다. ‘플레이어’의 형태가 바뀐 것이다. 순발력과 현장성을 특징으로 갖고 있는 라디오가 인터넷의 쌍방향성을 획득함으로써 비디오로 옮겨간 청취자들에게 손짓을 하고 있는 것이다.

MBC라디오 ‘미니’, KBS ‘콩’(Kbs On-air No Gravity), SBS ‘고릴라’(GO to the REAL RAdio) 등이, ‘올드 미디어’인 라디오에 인터넷 ‘메신저’ 기능을 결합시켜 ‘디지털 놀잇감’으로 개발한 사례들이다.

인터넷 라디오는 ‘전용 플레이어’가 필요한 초단파방송(FM방송)과 달리 인터넷망이 연결된 컴퓨터가 있어야 한다. 각 방송사 인터넷 홈페이지에 들어가 프로그램을 다운받으면 ‘3분 안에 OK’. 버퍼링도 없고, 국경에 상관없이 고음질의 방송을 들을 수 있으며, 난청지역도 없다.

청취자들은 컴퓨터 바탕화면이나 MP3 클릭 한번으로 라디오를 듣고, 문자메시지로 실시간 퀴즈이벤트 참여와 사연 등록을 할 수 있다. 각 방송사가 개발한 플레이어 프로그램에는 메신저 기능이 기본적으로 장착돼 있기 때문에 라디오를 들으면서 DJ와 실시간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하다. 듣고 있는 음악과 뮤지션 정보도 클릭 한 번으로 확인할 수 있다.

인터넷미디어를 연구해 온 황용석 교수(건국대 신문방송학)는 인터넷 라디오가 큰 매력이 있다고 전했다. 적어도 소출력 라디오 방송이 미비한 한국 라디오 시장에 획기적인 바람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것.

“미국의 경우 지역 커뮤니티 라디오 방송이 많죠. 하루 종일 ‘랩’만 틀어주는 식의 소수 취향적인 마이너리티 지역형 라디오 방송을 말하는 겁니다. 하지만 인구밀집적인 우리의 경우 전국 단위 라디오 방송이 주를 이루고 있지요. 그런 점에서 인터넷 라디오는 기존의 라디오보다 훨씬 높은 수준의 참여성을 보장할 수 있기 때문에 매력이 있다고 할 수 있죠.”

황 교수는 “<민중의소리> ‘노동방송’처럼 노동자의 목소리를 반영하는 등, 저비용으로 특정 목소리를 다룰 수 있다”고 실례를 들기도 했다.

인터넷 라디오, FM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을까

당연한 얘기겠지만, 인터넷 라디오는 플레이어를 다운 받아야 청취를 할 수 있기 때문에 홈페이지를 얼마나 많이 노출시키느냐가 관건이다. 이와 관련 미디어 전문가들은 인터넷 라디오 시장도 콩, 미니, 고릴라 등 높은 자금력으로 개발을 선점한 공중파 방송사들이 이미 청취자들을 선점했다고 전한다.

현재의 트렌드대로라면, 인터넷 라디오 역시 기존의 방송 트렌드 그대로 집중화될 가능성이 다분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아울러 마이너리티 방송들이 살아남을 수 있는 방식을 주문하기도 한다. 포탈화 시킨 뒤 소수자 방송을 만드는 것을 그 중 하나로 꼽는다.

인터넷 라디오는 전통적 라디오와 달리 이동수신에 제약이 있고, 비교적 높은 수준의 작업송출이 필요하기도 하다. 또한 인터넷이라는 무한 환경이 강점이 되기도 하지만, 그만큼 경쟁 컨텐츠가 많다는 것 역시 무시할 수 없다.

늘어난 장점들에도 불구하고 “인터넷 라디오는 라디오의 ‘진화’라기보다 ‘가지가 쳐 진 것’”이라는 견해가 있는 건 이 때문이기도 있다. ‘무선국의 허가를 받아 한정된 전파 대여폭 안에서 사용하던 기존의 방식을 인터넷을 사용하는 방식으로 바꾸었을 뿐’이라는 것. 인터넷 라디오가 FM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을 지는 아직 더 지켜봐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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