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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우병 쇠고기 수입을 막는 길, 통상절차법부터 만들자

이정희(민주노동당 제18대 국회의원 당선자, 변호사)

입력 2008-05-02 18:32:08 l 수정 2008-05-02 20:44:19

농림수산식품부는 지난 4월 18일, 미국산 쇠고기 수입위생조건을 완화하여 30개월 이상의 소도 갈비뼈까지 수입하기로 미국 무역대표부와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협상은 끝났다. 하지만, 과연 광우병 위험 쇠고기 수입개방은 이미 터져버려 막을 수 없는 밀물인가? 이제 막을 방법은 없는가? 아니다. 그렇지 않다.

검역행정의 근거인 수입위생조건 고시가 아직 개정되지 않았다. 농림부장관이 개정하는 고시는 입법예고단계다. 개정안 고시 전까지는 30개월 이상 쇠고기는 들어오지 못한다. 등뼈도 들어오지 못한다. 시간은 남아있다. 다시는 정부가 이렇게 국민의 뜻을 무시하고 함부로 합의서 만들어오지 못하도록, 쇠고기 협상도 국회가 따져보고 재협상요구할 권한을 갖는 통상절차법부터 만들고 그 절차에 따라 쇠고기 문제 따져보자.

강기갑의원과 이정희 당선자

한미 정상회담 당시 쇠고기 협상 철회를 요구하며 단식하는 강기갑 의원을 방문한 이정희 당선자.



50만명 탄핵 서명, 무엇을 말하는가

농림수산식품부장관은 지난 4월 22일, 미국과 합의된 내용에 따라 <미국산 쇠고기 및 쇠고기 제품 수입위생조건>을 입법예고했다. 5월 13일까지 국민들로부터 수입위생조건 고시를 이렇게 바꿔도 좋은지 의견을 받겠다고 공고했다.

농림부장관 앞으로 직접 편지 보내는 것만이 의견을 낸 것인가? 아니다. 국민이 어떤 의견을 가지고 있는지 인터넷만 보면 누구나 알 수 있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위생조건 완화에 반대하는 여론이 과반수를 훌쩍 넘는다. 아예 이명박 대통령을 탄핵해야한다는 서명자가 50만명을 넘어섰다. 수입위생조건 개정안을 백지로 돌리라는 강력한 의견이 이미 개진된 것이다. 입법예고기간이 끝난다고 해서 농림부장관이 수입위생조건 개정안을 고시하는 것은, 입법예고기간에 의견을 모아 법안을 공포 고시하게 한 행정절차법 41조의 입법취지를 완전히 무시하는 것이다. 국민의 반대가 불처럼 일어나고 있다. 농림부장관은 절대로 수입위생조건 개정을 고시해서는 안된다.

사실, 국민들의 걱정과 분노로 수입위생조건 개정고시가 한 두 달 늦춰져도, 앞으로 정부가 뭐라고 이야기할지는 손금보듯 뻔하다. 오해라고 손사래부터 친다. 국가신인도에 문제가 생긴다고 호들갑스럽게 말할 것이다. 강대국 미국에게 양보해야하는 것 아니냐, 다른 나라들도 다 그러고 산다더라, 그나마 우리에게는 좀 더 양보해준 것이라고, 속삭일 것이다. 어쩔 수 없으니 양해해달라고, 수입위생조건을 개정 고시하고 30개월 이상 쇠고기를 받아들이려 할 것이다.

어디에서 많이 본 모습 아닌가? 미국과 관계된 통상과 외교 안보 분야에서, 언제나 국민의 뜻은 아랑곳없이, 정부는 국민들에게 이해와 희생만을 강요해왔다. 국민은 정보를 알 기회도 없이, 협정문도 제 때 보지 못하고, 협상 내용도 자세히 듣지 못했다. 의견 낼 기회도 없고, 그 의견이 신중하게 검토되는지 확인할 절차도 없었다. 미국에 대한 정부의 일방적인 외교 안보 통상 정책 앞에서, 국민은 허수아비가 되었다. 노무현 정부 내내 진행된 평택 미군기지 확장이전, 방위비분담금, 그리고 쇠고기수입위생조건 완화를 앞세운 한미FTA 협상과정에서 내내 드러난 모습이다.

입법예고 해놓고 합의문은 아직도 문구수정? 걱정된다, 정부의 협상능력

필자는 민주노동당 국회의원 당선자이다. 이 시점에서, 쇠고기 수입위생조건 개정문제에 관련하여 국민의 권리를 최우선에 두고 헌법이 보장한 국민의 건강권과 축산농가의 생존권을 지키는 것이 당선자의 임무다. 그러나 여기에서 임무가 끝나지 않는다. 더 이상은, 정부가 늘 양보하기만 하는 협상을 되풀이하지 않게 만들고 싶다.

정부의 협상능력을 걱정하는 필자의 우려는 괜히 생긴 것이 아니다. 농림부장관은 4월 30일, 미국과 사이에 작성한 합의문의 영문본과 국문본을 공개해달라는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의 청구를 거부했다. 아직 문구를 고치고 있어서 안된다는 것이다. 4월 18일에 정부가 합의가 이루어졌다고 발표했고 이명박 대통령이 박수까지 치셨다는데, 아직도 문구 수정중이라니 도저히 믿어지지 않는다. 문구도 확정해놓지 않고 전 세계에 협상타결이라는 전보를 날린다는 것인가? 사실이라면 정말 협상능력이 있는 정부인지 부터 걱정스럽다. 입법예고까지 냈으면, 합의문과 협상 과정을 소상히 공개하고 국민들이 토론할 수 있게 해야 한다. 그런데 정부는 합의문조차 국민들에게 떳떳하게 내보이지 않으면서 수입위생조건 완화고시부터 일단 고시해서 미국산 쇠고기를 들여다 놓을 모양이다.

통상협상을 더 이상 정부의 손에만 맡겨놓을 수 없어, 17대 국회에서 통상절차법 제정안이 발의되었다. 민주노동당 안은, 한미FTA는 물론이고 쇠고기 협상과 같은 모든 통상협상에 대해 국민에게 원칙적이고 광범위하게 정보를 공개하고 협상 과정에 국회와 국민의 의사를 반영하게 하고 협상 종료 후 국회가 재협상을 요구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이런 절차를 만들지 않는다면, 외교 통상 분야에서 정부가 국민의 의사를 거들떠보지도 않고 일방적으로 협상을 마쳐놓고 국민에게는 결과를 받아들이라고 강요하는 일이 언제든 벌어질 수 있다.

한나라당은 쇠고기 수입위생조건 완화문제에 대해 청문회 열고 한미FTA 청문회까지 열어 17대 국회에서 일사천리로 해결하자고 한다. 국민은 브레이크를 걸 수밖에 없다. 국민들이 죽어갈지도 모른다고 들고 나섰는데 국민의 주권자로 모시는 대통령이 어떻게 그런 일을 할 수 있겠느냐고, 대한민국 헌법에는 그건 못하게 되어있다고, 다시 생각해보니 도저히 안 되겠다고, 대통령이 된 이상 헌법은 지켜야할 것 아니냐고, 맞서라. 재협상 불가능하지 않다. 미국과 사이에 맺어졌다는 합의, 당장 파기해야 한다.

아직 늦지 않았다, 통상절차법부터 만들어라

통합민주당, 쇠고기청문회로 국민에 대한 의무를 다한 것이 아니다. 쇠고기 협상 정말 문제있다고 생각한다면, 다시 되풀이되지 않도록, 외교 통상분야에서 정부의 독주를 막을 수 있는 통상절차법 제정에 나서야 한다. 농림부의 개정 고시는 분노한 국민이 막아줄 것이다. 국민이 만들어주는 시간 동안, 통상절차법부터 차분하게 의논해서 만들어놓고, 그 법으로 국민에게 보장된 권리를 국민이 행사할 수 있게 하고, 국회에게 주어진 권한을 국회가 제대로 행사하면서, 차근차근 미국산 쇠고기 수입위생조건 개정 합의문을 검토해보자.

하나 더 짚어둔다. 통합민주당은 명심해야 한다. 쇠고기 문제에는 나서고도 한미FTA는 17대 국회에서 얼렁뚱땅 비준동의해준다면, 겉다르고 속다르다는 비판을 면하지 못할 것이다. 한미FTA야말로 민주주의의 본질을 훼손한 통상협정이다. 2007. 4. 한미FTA가 이미 서명되었지만 1년이나 국회동의를 미뤄온 국민의 뜻을 정확히 알아야 한다. 통합민주당이 주장하는 국내산업보호대책도 책상 위에서 그냥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이해관계있는 당사자들에게 합의 내용과 협상 과정, 예상되는 피해와 생존가능성을 상세하게 알리고, 관련 업계가 성장과 안정을 위한 전략을 만들어내고 실행에 들어갈 시간이 있어야 한다. 지금 이루어지지 않은 규제는 절대로 만들어질 수 없다는 한미FTA 조항을 먼저 비준동의해놓고서는, 앞으로 어떤 국내산업 육성과 보호에 성공할지 전혀 기대할 수 없다. 한국의 헌법과 법률을 휴지조각으로 만들어버릴 한미FTA가 통과되고 나면, 관련 업계에 대한 육성 지원이니 보호니 말만 나와도 미국 투자자는 국제중재에 제소하겠다고 을러댈 것이다.

잘못 채워진 단추는 모두 풀어서 처음부터 다시 제대로 채워야한다. 지금도 늦지 않았다. 통상절차법부터 만들고 쇠고기 수입위생조건 개정 문제와 한미FTA문제 차분하게 논의하자. 17대 국회가 하기 어렵다면, 18대 국회가 이 일부터 시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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