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일 정부와 기자간 끝장토론에 '출연'한 정운천 농수산식품부 장관, 김성이 보건복지가족부 장관, 강문일 국립수의과학검역원장, 이상길 농식품부 축산정책단장과 정부측 민간전문가들ⓒ 민중의소리
'미국산 쇠고기 전면 수입개방'을 둘러싸고 국민들이 이명박 대통령 탄핵 서명, 촛불집회를 벌이는 한편 야당은 '재협의'를 요구하는 등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번지고 있다. 정부는 사태의 심각성을 느낀 듯 기자들을 불러 '끝장토론'을 제안하면서 "이 자리에서 모든 의혹이 풀릴 때까지 질의응답을 계속하자"고 말했다.
애초 쇠고기 수입개방 관련 '설명회'로 잡혔던 이날 일정은 급히 '끝장토론'으로 변경됐다. 하지만 정부의 제안과 달리 3시부터 시작된 질의응답이 2시간 넘게 지속된 5시 현재까지 '시원하게 해명된 의혹'은 찾아보기 힘든 상태다.
'끝장 질의응답'에는 보건복지가족부 김상이 장관, 농립수산식품부 정운천 장관을 비롯해 보건복지가족부 이종부 질병관리본부장, 농림수산식품부 이상길 정책단장 등과 민간 전문가들이 배석했고 도렴동 외교통상부 청사 4브리핑룸에서 진행되고 있다.
"여론에 따라 '재협의'할 수 없다"
주로 답변을 담당한 이상길 축산정책단장은 '국민의 여론'과 '재협의' 문제는 구분해야 한다고 누차 강조했다. '민란'으로 표현되는 여론에도 불구하고 '재협의 불가' 입장을 분명히 한 것이다.
이 단장은 "양자 협상이 아니기 때문에 국제조건과 독자적인 평가 결과를 근거로 협의하는 것"이라면서 "미국이 현재 국제수역사무국에서 평가받은 '광우병통제국' 지위가 아닌 다른 지위로 전락하거나, 국제수역사무국이 등급을 세분화한다든지 위험통제국에 대한 기준을 개정한다든지" 하는 변화 없이 재협의는 없다고 강조했다.
즉 모든 근거는 '국제기준'과 '과학적 근거'에 따른 것이지 "여론에 따라" 움직일 수 없다는 것이다.
이상길 농수산식품부 축산정책단장ⓒ 민중의소리 전문수 기자
이 단장은 시종일관 미국 측의 입장을 대변하기도 했다. 미국 측이 1997년 8월 실시한 사료조치, 즉 반추동물을 반추동물 사료로 쓸 수 없다는 조치 이후에는 광우병 발생 사례가 보고된 바 없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은 국제수역사무국의 권고와 우리 측의 요구로 인해 '강화된' 사료조치를 공표할 예정이라는 것.
참여정부 시절에는 미국이 강화된 사료조치를 '이행'하는 시점을 수입재개 시점으로 잡았지만 현 정부에서 조치 '공포' 시점을 기준으로 잡았다. 이로 인해 '공포와 이행 사이의 기간' 동안 광우병 소가 발생할 경우 대책이 없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는 것이다. 정부의 답변은 이러한 지적을 해명하기는 커녕 미국이 이미 충분히 검증 가능한 사료조치를 써온 데 더해 한층 강화된 사료조치를 공포할 예정이니 '미국을 믿어도 좋다'는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0%논란, 정부와 국민 '온도차' 분명
'끝장 질의응답'에서는 '0% 논란'이 벌어졌다. 국민들은 '국민의 생명과 직결된 사안이니 광우병 위험이 전혀 없다는 것을 증명하라'는 것을 요구하고 있다면, 정부는 사료조치, 국제수역사무국의 '광우병통제국가' 분류 등으로 '안전을 믿을 수 있지 않겠느냐'는 주장을 반복한 것에 불과했다.
우선 정부 측이 배포한 자료에서 "미국의 동물성사료금지조치가 일본이나 유럽보다 완화된 것은 사실이지만 광우병 원인물질은 SRM 부위 중 뇌와 척수에 90% 정도가 축적되고 있기 때문에 뇌와 척수만 제거해도 충분한 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설명에 대해 "10%는 무시해도 되는 것이냐"는 질문이 나왔다.
이에 정부는 90%라는 수치는 97년 8월 조치가 정상적으로 작동할 경우이며 이 조치 하에서 미국은 국제수역사무국의 '광우병통제국가' 지위를 얻었다고 말한 후, '강화된 조치'가 나온 후 90%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고 해명했다.
재차 "광우병 위험을 0%라고 말할 수 있느냐"고 묻자 정부는 "실제로 0%는 아니다"라고 답변했다. "현재 미국이 갖고 있는 광우병 통제시스템, 쇠고기 생산시스템에서 충분히 걸러질 수 있고 한국 검영시스템까지 2중, 3중의 장벽을 통해 막아낼 수 있다. 실질적으로 국내 식탁에 오르는 쇠고기의 안전성은 담보할 수 있다"는 주장이지 의문의 '해결'은 아니었다..
강문일 국립수의과학검역원장ⓒ 민중의소리
네티즌들은 국제수역사무국 기준이 강제사항이 아니며, 한국을 제외한 많은 나라들이 미국과의 협상에서 '개별 국가' 차원의 보다 높은 기준을 가지고 있는데 한국만 졸속협상, 저자세 외교를 한 것 아니냐는 지적을 하고 있다.
정부는 "각국은 검역주권도 있고 강화된 기준을 가질 수 있는 권리가 있다"면서도 "이를 위해서는 과학적인 근거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즉 한국측이 위험평가 과정을 통해 평가한 내용이 국제수역사무국의 평가를 뒤집을 만한 근거를 제시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같은 조건에서 아직까지 개별 국가의 높은 기준을 두고 있거나 협상 중에 있는 나라와 비교했을 때, 한국 측은 '졸속 협상'을 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올 수밖에 없다. 정부는 '협상이 끝났냐 진행중이냐' 차원의 문제이고, 현재 협상중인 국가의 협상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도 지켜봐야 아는 것이라는 입장이다. 즉 우리가 '시기상 먼저 협상했을 뿐'이라는 것이다.
'인간광우병 의심환자' 문제가 확실히 입증되고, 강화된 사료조치가 '이행'되는 시점 등 '시기의 문제'에서도정부의 태도는 비판받고 있기 때문에 '우리가 시기가 앞섰을 뿐'이라는 해명은 군색하기 이를 데 없다.
인간광우병과 수입쇠고기, 구분해야 한다?
정운천 농수산식품부 장관ⓒ 민중의소리 전문수 기자
이어서 정부가 '뇌와 척수의 위험성' 심지어는 '살코기와 혈액의 위험성'까지 제시했고 지난해 11월에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재개할 경우 더 강화된 조건으로 들여야 한다"고 주장했음에도 불구하고 '입장이 너무 급격히 변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일었다.
정부는 "방어적인 입장에서 국내 농가보호, 안전성확보를 위해 조건을 제시"했지만 "국제적인 인정을 받지 못하면 협상과정에 어려움이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대한 보수적인 입장에서 위험기준을 높여 협상을 시작했지만 과학적 검증, 국제적 인정을 받지 못해 협상 과정에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어서 인간광우병 문제가 불거졌다. 미국에서 발생한 3건의 광우병은 97년 8월 조치 이전의 건이지만, 지난해 22세 여성이 인간광우병으로 추정되는 병으로 사망한 사건은 아직까지 정확한 원인이 규명되지 않은 '현재진행형'이다.
이에 대해 정부는 "상식적으로 얘기하자면 미국산 쇠고기를 먹고 광우병에 걸렸으면 수입중단 해야 하지 않냐는 것이 정서적으로는 이해가 간다. 하지만 별개의 문제다. 원인이 밝혀져야 하며, 가령 인간광우병에 걸렸어도 미국은 사료조치 등을 다 했기 때문에 이후에 수입하는 물량에는 그런 위험성이 없다"고 말했다.
즉 "우리는 인간을 수입하는 것이 아니다. 축산물에 광우병 원인체가 포함 됐나 안 됐나를 평가하는 것이지, 인간광우병이 많이 생겼다고 그 나라 축산물이 광우병 원인체에 노출되었다고 판단하는 것과 다르다"는 것이다.
둘을 구분해봐야 한다는 것은 인간광우병과 축산 광우병의 밀접한 연관성 때문에 '광우병 괴담'이 퍼지고 있는 국민정서와 전혀 맞지 않는 논리다.
정부는 "광우병에 걸린 소가 하나도 없는데 인간광우병 의심 환자가 굉장히 많은 나라가 있다면 어떻게 봐야 하나"는 질문에 "그 이전에 발생한 것이다. 그런 가정을 전제로 이야기하면 안된다"는 말은 큰 반발을 사기도 했다./정지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