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없는 대한민국'도 가능하다”
[인터뷰] '촛불수배자' 박원석 대책회의 공동상황실장
박원석 광우병 국민대책회의 공동상황실장ⓒ 민중의소리 김미정 기자
촛불 시위를 이끌고 있는 광우병국민대책회의의 박원석 공동상황실장을 3일 오후 수도권 모처에서 만났다. 박 상황실장은 시위 주도 혐의로 체포영장이 발부된 ‘수배자’다. 박 실장과의 인터뷰를 주선해 준 활동가는 기자와 만난 이후에도 여러차례 교통편을 갈아탔다. 휴대폰을 끈 것은 물론이다. 그 모습을 보고 있노라니 “지금이 21세기가 맞냐”는 질문이 떠올랐다. 인터뷰를 마친 박 실장은 총총히 또 다른 장소로 옮겨갔다.
- 갑자기 1급 수배자가 되어 버렸다
= 전담 체포조가 20명 이상이 된다는 말을 듣고 있다. 원래 직책이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이었는데, 참여연대 창립 이후로 수배자는 내가 처음이다. 구속된 안진걸 팀장은 첫 구속자고... 경찰이 압수수색한 대책회의 사무실이 참여연대에 있었으니 참여연대로서는 그야말로 수난이라고 할 만하다.
- 처음부터 이런 상황을 생각하지는 않았을 것 같다.
= 이렇게 커지리라고는 당연히 생각하지 않았다. 5월 3일인가 두 번째 촛불집회를 가보고 이대로 구경하고 있어서는 안되겠다고 생각했다. 시민단체의 사무처장들이 맥주 한 잔 하면서 ‘정말 예상 밖이다’, ‘그 동안의 시위와 너무 다르다’는 이야기를 했다. 어수선하면서도 신기한 느낌이었다. 그 자리에서 뭔가 만들어보자고 뜻을 모은 뒤, 곧바로 진보연대에 연락을 했다. 시민사회뿐만 아니라 진보진영도 함께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5월 6일에 결성된 것이 광우병 국민대책회의다. 나와 한용진 진보연대 대외협력위원장이 공동으로 상황실장에 선임된 것도 같은 맥락이다.
- 상황이 이렇게 발전했지만, 전통적으로 대열의 선두에 섰던 민중운동, 시민운동의 지도부는 눈에 띄지 않는다. 대책회의만 해도 실무 책임자급들이 사실상의 지도부 역할을 하고 있다.
= 과거에 비하면 대표단 면면이 차이가 난다. 이번 집회의 트렌드와도 비슷한 데, 사실상의 지휘자, 주동자가 없다는 면이 그렇다. 지금 명함이 ‘상황실장’인데, 상황실이란 실무를 하는 곳이다. 민중운동, 시민사회운동의 대표자급이 전면에 나서있지 않다. 정권 입장에서도 어색할 것이다. 아무리 뒤져봐야 박원석, 한용진인데 그래봐야 40대다.(웃음)
- 대책회의가 처음에는 촛불 참여자들로부터 신뢰받지 못했었다. 지금은 사실상 촛불 시위의 구심으로 인정받고 있는데...
= 주요 간부들이 수배를 받으면서 안 보이게 되어서 그런가(웃음) 처음에는 정말 힘들었다. 그러나 너무 앞서지도 말고, 너무 처지지도 말고 꾸준히 하자는 생각이었다. 이제 촛불이 두 달이 넘어가니까 시민들도 대책회의의 진정성을 믿어주는 것 같다. 정말 고맙다.
“5일에는 지난 6월 10일에 버금가는 수준의 국민 참여가 있을 것”
박원석 광우병 국민대책회의 공동상황실장ⓒ 민중의소리 김미정 기자
= 역동성이야말로 촛불의 특징이었다. 처음 출발부터 그랬고... 돌이켜보면 두세 번 정도의 전환점이 있었던 것 같다. 첫 번째가 5월 24일, 처음 거리로 나설 때였고, 그 다음이 6월 10일이었다. 광화문에 쌓인 컨테이너 앞에서 무력감을 느꼈었다. 그러나 며칠뒤 국민토성을 쌓아올렸을 때를 잊지 못하겠다. 남영역 앞에서 경찰에 가로막힌 모래 트럭을 시민들이 비닐봉지로 (모래를) 담아와 결국 차벽을 넘어설 수 있었다. 사실 차벽은 내내 촛불을 가로막았고, 이를 넘어설 방법을 찾지 못해 답답해 하기만 하고 있었다. 그리고 세 번째가 지난 주말과 사제단의 시국미사였다. 주말 동안의 폭력진압으로 우리 안에서 분노와 두려움이 서서히 자리잡을 때 시국미사가 이를 극적으로 해소시켜 줬다. 경찰의 폭력을 무력화시켜 버린 것이다.
- 7월 5일 집회가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 5일에는 지난 6월 10일에 버금가는 수준의 국민 참여가 있을 것이다. 이 정권은 이미 지난 6.10 집회로 금이 갔다고 할 수 있다. 7월 5일이 지나면 눈에 보이는 균열이 갈 것이다. 앞으로 이명박 대통령 임기 내내 이런 상황이 일상화될 것이다. 정권이 내세운 국정 목표를 정상적으로 수행하지 못할 것이라는 의미다. 이건 국민적으로 바람직하지 않다. 대통령이 국민에게 지지 않으면 안 될 상황이다.
- 7월 5일 집회 이후에 경찰에 출두할 것이라는 소문도 있던데
= 아직 결정된 것은 없다. 비록 자유롭지는 않지만 여전히 우리는 싸우고 있다. 자진해서 조사를 받든, 도피중에 잡히든 나는 떳떳하다. 물론 정권이 우리의 요구사항을 수용한다면 곧바로 나가서 조사를 받을 것이다.
- 일각에서는 대책회의를 해산하고 1987년의 국민운동본부(국본)와 같은 조직을 결성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 87년에는 야당과 재야가 큰 차이가 없었다. 지금은 다르다. 또 대책회의나 촛불에 모여든 사람들 안에서 스펙트럼이 넓다. 당장 현안에는 의견이 일치하지만 정권을 놓고 싸우는 단일한 조직을 결성하기는 어렵다. 물론 대책회의 안에서도 ‘광우병’ 떼고 (반 이명박 운동으로) 가자는 주장이 있었다. 개인적으로는 당장 그렇게 되기는 어렵다고 본다.
- 유인촌 장관이 라디오 인터뷰에서 대화를 제의했다. 사견임을 전제로 대화를 위한 대책회의 관계자에 대한 신분보장도 거론했는데...
= 정식으로 제안받은 바 없다. 그리고 진정성있는 제안이라고도 보지 않는다. 우리는 추가 협상이 끝난 직후 공개토론제안을 보냈다. 정부의 대답은 거절이었다. 그리고 곧 이어 온 것이 구속과 수배, 압수수색이다. 정부는 우리든 촛불이든 누구와도 대화할 생각이 없다. 유 장관의 발언이 정부 대변인으로서의 발언이라고 보기는 힘들다.
사실 정부와 시민사회, 시민단체의 관계에서 이 정부는 전혀 모르는 것 같다. 아예 시민사회의 존재 자체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다.
박원석 광우병 국민대책회의 공동상황실장ⓒ 민중의소리 김미정 기자
“재협상이 정권보고 물러나라는 이야기는 원래 아니었고, 지금도 아니다”
- 촛불의 열기는 여전하지만 사실 해법이 없지 않은가. 정부로서는 이제 도저히 재협상을 할 수 없는 국면이 왔고, 그렇다고 촛불과 대책회의가 정권퇴진을 주장하기에도 너무 이르다는 생각이다. 앞이 보이질 않는다.
= 재협상이 정권보고 물러나라는 이야기는 원래 아니었고, 지금도 아니다. 그런데 이 정부가 스스로 재협상을 극구 거부하면서 상황을 오히려 어렵게 만들어버렸다. 지금은 재협상이 마치 이명박 대통령에게 물러나라고 하는 말처럼 되어 버렸다. 그래서 절충이나 타협의 여지가 적다.
하지만 그래도 해법은 재협상일 수밖에 없다. 내각을 교체하고, 청와대를 쇄신하고, 대통령이 사과하는 걸로 안된다. 이건 나의 의견이 아니라 실제로 촛불이 그렇게 해 왔다.
- 재협상이 과연 가능한가
= 가장 간단한 것은 이 정부가 재협상을 선언하는 것이다. 여전히 이건 가능하고, 별다른 문제가 없다. 국회가 법 제정으로 대응하는 것도 방법이다. 민주당이 가축전염병예방법 개정안을 내놓았는데, 이걸 통과시키면 장관고시가 무력화된다. 그러나 한나라당이 다수인 현 국회에서 이게 가능할지는 회의적이다. 그래서 국회를 믿고 촛불을 끄자고 할 수가 없다. 다른 한 편에서 국민투표를 하자는 주장도 있다.
- 국민투표는 대통령이 발의해야 하는데, 이명박 정부가 하려고 하지 않을 것이다.
= 개인적인 견해이지만 ‘우리끼리 투표하자’는 생각도 해 봤다. 참여정부 시절 부안에서 부안군청의 협조없이 사실상의 주민투표를 성사시켰다. 이명박 대통령이 발의하지 않는다면 우리끼리 하면 어떨까? ‘이명박 없는 대한민국’이라고 불가능할 것이 무엇인가
“촛불은 계속되어야 한다. 다만 힘 조절이 필요하다고 본다”
- 7월 5일이 지나면 아무래도 촛불의 규모는 줄어들 것 같다.
= 한번 크게 모이고 나면 규모는 줄어들기 마련이다. 6월 10일에도 그랬다.
- 촛불관련 여론도 변화가 감지된다. 7월5일 이후에는 다시 정부의 공세가 시작될 수 있다.
= 지금 여론의 모순이 있다. 여전히 과반수 이상이 재협상을 지지하면서 동시에 촛불은 이제 그만하자는 의견이 나온다. 재협상은 옳지만 촛불을 지속하는 것이 꼭 정답은 아니라는 의견인 셈이다. 2달이 넘게 끌어오면서 피로감도 있고, 또 정부와 대통령이 촛불을 무시하면서 생긴 무력감도 있을 것이다. 따라서 방향전환을 모색해야 할 시점이다. 이미 쇠고기가 시중에 풀리고 있고, 이렇게 계속되면 미국산 쇠고기에 대한 경각심도 풀리게 된다. 일상 속에서 미국산 쇠고기를 거부하는 운동이 펼쳐져야 한다.
그렇다고 해도 촛불은 계속되어야 한다. 다만 힘 조절이 필요하다고 본다.
박원석 상황실장이 실외로 나와서 밝게 웃었다. 박 실장은 인터뷰를 마치고 이내 다른 곳으로 떠났다ⓒ 민중의소리 김미정 기자
<이정무 기자 jmlee@v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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