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요 누르고 민중의소리를 페이스북으로 구독하세요

"한국경제, '좌회전'이 해법이다"

[특별기획-'좌회전'①] 민중의소리 특별기획을 시작하며

기자

입력 2009-03-06 13:56:54 l 수정 2011-02-25 23:04:15

2007년말 YTN이 '이제는 펀드의 시대'라는 제목의 뉴스를 내보냈던 게 기억이 납니다. 서민들에 대한 사기극이나 다름없었던 펀드 붐에는 보수언론이 일조했습니다. 조선일보는 '돼지 저금통 대신 펀드 통장 어떨까'라는 기사를 써서, 초등학생에 입학하는 어린이를 둔 부모들을 상대로 "경제교육의 혜택도 노릴 수 있다"며 어린이 펀드 가입을 권했습니다. 3년여의 펀드 붐 기간에 초등학생도, 80세 노인도 정기예금 만들 듯 펀드에 가입했습니다. 미국발 경제위기가 터질 즈음 국내에는 총 2400만 개의 펀드계좌가 존재했다고 합니다.

'펀드의 시대'는 자녀 교육을 위해 혹은 노후를 위해 펀드에 가입한 서민들에게 '좌절의 시대'가 됐습니다. 조선일보 기사를 보고 2008년 3월에 펀드에 가입한 초등학생이 있다면 경제교육 하나만은 제대로 받았을 것입니다.

그리고 불과 1-2년이 흘렀습니다. 문득 정신을 차리고 보니 '신자유주의는 끝났다'는 말을 너나 없이 입에 올리기 바쁩니다. 원래부터 신자유주의의 머지 않은 종언을 얘기했던 남미의 좌파 대통령은 물론이고 국제노동기구 사무총장, 미국의 정치인들, 헤지펀드의 대부, 한국의 국책연구소, 심지어 보수언론들까지 예외가 없습니다. 신자유주의가 끝났다는 게 금융만 규제하겠다는 것인지, 선진국들이 이윤의 일부를 자국의 노동자들에게 내놓았던 30년 전으로 돌아가겠다는 것인지, 유럽식 사민주의를 하겠다는 것인지, 정말 무슨 뜻인지는 해석이 분분합니다.

그렇지만 앞으로는 선진국들이 자기 나라 노동자들과 좀 더 공평하게 나누겠다거나, 자신들보다 못사는 나라에서 수탈을 안하겠다거나 투기자본을 굴려 제3세계의 빈곤층들을 극한의 상황으로 내몰지 않겠다는 얘기는 아닌 것 같습니다. 신자유주의가 끝났는지도 분명치 않지만, 그것이 몰락했다고 해도 세상이 스스로 더 좋은 방향으로 변한다는 보장은 없을 것입니다.

노동자들도 펀드에 가입해 중국이나 러시아 같은 외국에도 투자를 하고, 스스로 만든 노후보장인 연기금이 금융시장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시대이니, 자본가와 노동자가 따로 없다는 착각이 들 만한 세상입니다. 그러나 연기금의 수익률을 위해 일자리에서 쫓겨나는 것 역시 노동자들 자신입니다.

경제위기의 해법, 99%의 현실에서 출발하자

파생금융상품이 400조 달러(60경)에 달하고 하루 3조 달러 이상이 빛보다 빠르게 회전하는 세상이지만, 다시 정신을 차리고 보자면 봉건사회만큼이나 단단한 계급관계의 그물망이 눈 앞에 펼쳐집니다.

한달여 전 용산에서는 십수년간 만들어 온 상권에서 무일푼으로 쫓겨나지 않으려던 세입자들이 경찰특공대의 진압으로 불에 타 숨졌습니다. 용산재개발은 이명박 대통령이 서울시장 시절 U턴프로젝트라는 이름으로 계획을 내놓고, 삼성물산이 수년간 눈독을 들여온 사업입니다. 용산 사건이야말로 대자본과 기업가 출신의 대통령, 그리고 경찰특공대가 합동으로 참여한 테이프커팅식일 것입니다.

한쪽에서는 수십조의 천문학적인 돈이 개발이익이라는 이름으로 오고가지만, 다른 한쪽에서는 당장 먹고 살 일자리가 없는 서민들이 자살을 합니다. 지난해 10월에는 27살 젊은 주부가 '애들이 신는 신발이 작아 발이 아프다고 투정을 해도 신발을 못 사주고 있다'는 유서를 두고 자살을 했습니다.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던 20대 여성 두 명이 자신들의 집에서 목숨을 끊은 소식부터 막노동으로 생계를 이어가던 20대 남성이 자살한 소식 등, 일자리가 없어서 혹은 일자리를 잃어 자살하는 사람들의 뉴스는 최근들어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민중의소리는 경제위기의 밑뿌리 원인을 양극화로 지목하고 위기 이후의 대안을 모색하기 위한 캠페인을 시작합니다.

민중의소리는 경제위기의 밑뿌리 원인을 양극화로 지목하고 위기 이후의 대안을 모색하기 위한 캠페인을 시작합니다.


매년 70만명 넘게 폐업하는 자영업자, 전체의 20%가 법정 최저임금도 못 받고 평균임금은 정규직 대비 49.9%에 불과한 비정규직의 삶은 진작부터 위기 그 자체였습니다. 또 가난한 사람은 계속 가난해지고 가난은 대물림 됩니다. 임금보다 부동산 가격 상승이 3배 빠르니 아무리 일을 해도 돈이 모아질 리 없습니다. 말 그대로 일하는 사람 따로 돈 가져가는 사람 따로인 것입니다. 부모 소득에 따라 사교육비 격차가 10배에 이르고, 대학 등록비만 연간 천만원을 넘어 아무리 계산기를 두드려봐도 비정규직은 자식 교육비를 감당할 수 없습니다. 비정규직의 자녀는 다시 비정규직이 됩니다.

경제위기가 노동하는 사람들의 탓이 아닌 것만은 분명합니다. 전세계의 부동산 가격이 치솟고 월가와 시티(영국 금융가) 등지에서 투기 거품이 만들어지는 동안 대부분의 나라에서 자신의 손으로 일하는 사람들은 주변으로 밀려났고 더 가난해졌습니다.

그렇지만 막상 거품이 터지자 각국 정부는 투기를 일삼았던 은행가와 독점 기업가들을 위해 '금융구제' '공적자금' '양적 완화 정책'이라는 그럴듯한 이름으로 천문학적인 돈을 찍어 뿌리고 있습니다. 한국이건 일본이건 미국이건 이 돈은 결국 일하는 사람들이 앞으로 메꿔야 하는 '빚'입니다.

현 위기는 부동산 거품, 미국과 여타 국가들의 무역수지 불균형, 금융자유화, 산업생산의 이윤율 저하 등 여러 층위의 원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된 결과이지만 분명 그 가장 밑바닥에는 '양극화'로 표현되는 일하는 사람들의 빈곤이 깔려있습니다. 2002년 이후 미국 상위 10%의 소득 점유율이 세계대공황 당시인 50% 수준으로 상승한 후 위기가 발생한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경제위기가 극심해질수록 그동안에도 어려웠던 사람들은 더 많은 좌절을 겪어야 할 것입니다. 물론 펀드 열풍을 만들었던 은행가, 독점적 기업가, 자산가, 금리생활자들 같은 부유한 소수는 예외입니다. 그러나 좌절은 좌절로만 끝나는 것은 아닙니다. '좌절'과 '분노'는 짝을 지어 다닙니다. 위기를 만든 책임자들은 분명히 있습니다.

'경제'는 온갖 복잡한 수식과 이론으로 무장을 한 채, 인류가 가치를 생산하고 나누는 방식에 대해 의문조차 품지 못하도록 합니다. 경제관료과 경제학자들은 자본주의 세계체제의 치열한 경쟁이라는 현실을 이야기 하지만, 그 현실의 바로 뒷편에는 굶주리는 10억의 인구 그리고 상위 1%에 의해 괴롭힘을 당하는 인류 대다수의 부당한 현실도 존재합니다.

현재의 경제위기를 낳은 ‘잃어버린 30년’의 시간은 경제적 자유주의의 무한한 확대와 부의 집중 속에서 평범한 사람들의 몫과 권리가 침해되는 과정이었습니다. 때문에 당면한 경제위기의 해법은 자본과 시장을 사회적으로 통제하고 노동의 결과물을 보다 정당하게 나누는 것이어야 합니다. 그 키워드는 금융과 기간산업의 국·공유화, 자산재분배 그리고 사회보장의 확대가 될 것입니다.

민중의소리는 이러한 시각에서 출발하고자 합니다. <민중의소리>는 경제위기의 밑뿌리 원인을 양극화로 지목하고, 위기 이후의 대안을 모색하기 위한 '한국경제 좌회전이 해법이다'라는 캠페인을 시작합니다.

특별기획 I ‘한국경제, 좌회전이 해법이다’


1부:신자유주의의 시대, 양극화에 기반한 성장은 끝났다

정성진 경상대 교수(3월 10일)
조복현 한밭대 교수(미정)

2부:공황 이후의 대안

-고용과 소득, 사회안전망
조영신 기자(3월 11일)
강남훈 한신대 교수(3월 12일)
이상이 제주대 교수, 복지국가소사이어티 공동대표 (3월 13일)

-부동산과 주거
문형구 기자(3월 15일)
손낙구 '부동산 계급사회' 저자(3월 16일)

-투기자본 과세, 재분배
임종인 투기자본감시센터 공동대표(전 국회의원)

-수출과 경제자립
조태근 기자(3월 18일)
정태인 성공회대 교수(3월 19일)

-농업 에너지 녹색
강수돌 고려대 교수, 사회공공연구소장(3월 20일)

-금융
문형구 기자(3월 22일)
박형준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 상임연구원(3월 23일)

-기업과 공적자금
조태근 기자(3월 24일)
이종탁 한국산업노동정책연구소 부소장 (3월 25일)

-남북관계와 한국경제, 글로벌 불균형
김진환 현대사연구소 상임연구원(3월 26일)
장시복 경상대학교 사회과학연구원 교수 (3월 27일)

3부 ‘한국경제 좌회전이 해법이다’ 좌담

-대담

-리뷰 및 좌담
정세은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 이태경 토지정의시민연대 사무처장, 이상호 금속노조 정책연구원 연구위원 (3월 30일)

-기획을 마치며: 이정무 편집국장(3월 31일)

※필자 사정에 의해 일정이 일부 변경될 수 있습니다.
많이 읽은 기사
지금 소셜네트워크에서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