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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성상납' 파문.."터질 게 터졌다"

과거 방송위 시절 때도 골프채 수수 등 적발 사례 있어

박상희 기자 psh@vop.co.kr

입력 2009-03-31 16:16:35 l 수정 2009-03-31 20:34:25

청와대의 방송통신 담당 행정관 2명과 방송통신위원회 소속 과장 1명이 관련 업계 관계자로부터 성접대를 받은 것이 들통나면서 그 파장이 일파만파로 커졌다. 이들 이명박 정부 인사들은 케이블 방송 업체 관계자가 마련한 술자리를 갖고 이후 여종업원과 숙박업소에 들어갔다 경찰의 불시 단속에 걸렸다.

방송통신 관련 업계 관계자들은 '터질 게 터졌다'는 반응이다. 최대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 케이블 방송 사업자의 향응접대는 수면 위로 떠오르지 않았을 뿐 공공연하게 이루어져왔던 사안이었다는 설명이다.

실제 과거 2006년 방통위 전신인 방송위원회 시절만 하더라도 소속 간부가 공익채널로 선정된 방송업체 사장으로부터 460만원짜리 골프채와 수차례 술접대를 받은 혐의로 정직 1개월 처분을 받은 바 있다. 또한 2004년에도 방송위는 지상파 방송 재허가 추천심사 기간에 모 지역 방송사에 술접대를 요구하고 향응을 제공받은 간부들을 해임, 정직 조치했던 사례가 있다.

성상납 배경에는 무엇이 있었나

방송통신위원회 전신인 방송위원회 전경

방송통신위원회 전신인 방송위원회 전경

'성상납' 사건에 연루된 이들 인사들은 모두 방송통신 담당을 했다는 점이 공통된다.

사건이 있었던 25일, 경찰에 적발된 청와대 김 전 행정관은 현직 청와대 방송통신비서관실 소속 장모 행정관, 방송통신위 신 모 과장, 케이블 방송 업체 모 팀장과 상암동에서 저녁식사를 한 후 신촌의 한 룸살롱에서 80여만 원어치의 술을 마신 것으로 전해졌다. 김 전 행정관은 같은날 밤 10시 40분경 마포구 모 호텔에서 유흥업소 여종업원과 함께 있다 경찰에 적발됐다.

문제는 김 전 행정관은 방통위의 전신인 방송위원회 출신이라는 점. 특히 그는 종합유선방송사업자 업무를 담당했었다. 또 방통위 소속 신 과장은 현재 방통융합 관련 업무와 유선방송정책 수립, 합병승인 심사, 재허가 등 권한을 쥔 케이블 TV 관련 주무 과장이다.

또한 정부 인사들에게 성접대를 한 케이블 방송 업체는 바로 국내 최대 케이블방송 사업자(MSO)인 태광산업의 '티브로드'(사장 진헌진). 티브로드는 경기 수원, 안양, 안산 등 수도권 일대와 서울, 부산 등 전국 14개 권역 20개 SO를 보유한 명실상부한 국내 최대 MSO로 잡았다.

티브로드는 업계 '6위'인 큐릭스와 합병을 위해 방통위에 승인을 신청한 상태였으며 성접대가 이루어졌던 당시 만남은, 방통위의 복수 유선 방송사에 대한 인수합병 승인 의결을 불과 6일 앞두고 있던 날이었다. 때문에 '인수합병'에 대한 대가성 로비 의혹이 더욱 짙어질 수 밖에 없는 상황.

실제 티브로드가 큐릭스와 합병하게 될 경우, 그 효과는 배가 된다. 케이블방송 시장점유율이 23%로 높아지면서 타 경쟁 업체인 'CJ헬로비전'(16%), 'CNM'(13%)을 제치고 1위로 등극할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결국 방통위는 이번 사건으로 인해 31일 전체회의에서 의결할 안건이었던 '티브로드의 큐릭스 인수·합병 승인에 관한 의결안'을 삭제했다. 방통위 스스로 이번 '성상납' 사건과 인수합병 건이 연결되어 있음을 시인한 셈이다.

이와 관련, 민주당 김상희 의원은 31일 "티브로드는 케이블 업계에서 가장 영향력 큰 회사로 방송위 의결을 통해 큐릭스와 통합하면 업계에서 가장 큰 업자가 된다"며 "문제는 가장 영향력이 큰 케이블 사업자가 성상납을 통해 종합편성권을 따내려는 시도를 방통위와 청와대가 거간꾼 역할을 했다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정부의 축소.은폐 시도.. 반발 부추겨

청와대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직원들을 상대로 '금주령'을 내리는 것에 그쳤다. 또 방통위 신 모 과장에 대해선 아무런 징계 조치 없이 방통위로 돌려보냈다. 경찰은 더구나 애초 사건 발생장소를 룸살롱과 2차인 '모텔' 대신 '안마시술소'라고 은폐했는가 하면 '성접대 의혹에 대해선 수사 계획이 없다'고도 했다. 때문에 청와대, 경찰, 방통위 모두 이번 성상납 사건을 은폐, 축소하려 하고 있다는 비난을 몸소 사고 있다.

특히 경찰의 사건 축소 의혹은 향후에도 사그라들지 않을 전망이다. 주상용 경찰청장은 '성매매만 수사하겠다'고 말하는가 하면, 채증동영상 등의 증거를 수집해 놓고도 '입증가능 여부가 확실하지 않다'고 수사에도 미온적인 태도를 보였다. 더구나 경찰은 업체 장부나 카드영수증만 확인해도 파악이 쉽게 가능한데도 김 행정관의 성매매 대금과 모텔 비용 등에 대해 '누가' 돈을 냈는지 조차 조사하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이와 관련 참여연대는 논평을 통해 "경찰의 청와대 권력에 대한 눈치 보기가 도를 넘어섰다. 이러다가 잠복을 해가며 성매매를 적발한 경찰관이 '왜 적발을 했냐'며 윗선의 꾸지람을 듣지나 않을까 걱정이 될 지경"이라면서 "전 정권의 비리행위에 대한 유례없는 강도 높은 수사를 하면서 현존하는 부패 비리에는 적당히 덮고 가겠다는 것은 누가 봐도 속보이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이번 사건으로 인해 고위공직자들의 부정 행위가 더 있을 것이라는 주장도 함께 제기됐다.

민주당 김춘진 의원은 "3월까지 성매매 단속으로 적발된 사람이 2만 407명인데 그 중 공무원이 116명에 달한다. 그러나 경찰은 단속에서 공무원을 회사원이라고 했다"며 "과연 여기에 밝혀진 공무원이 불과 116명 밖에 안 되는지 철저히 모든 사건을 다시 조사해 부적절한 공무원은 엄벌에 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치권과 시민사회단체 등은 경찰에 철저한 수사를 촉구했다. 또한 야권은 이번 사건을 방조.조장한 박재완 국정기획수석과 정동기 민정수석, 최시중 방통위원장의 사퇴를 요구했다.

야3당 국회의원들은 31일 기자회견을 통해 "왜 청와대와 방통위 인사들이 이해당사자인 업체 관계자와 함께 룸살롱에 갔는지 2차 성상납으로 이어진 경위가 무엇인지 어떤 대가가 있었는지 또 청와대와 방통위 윗선의 연루의혹은 없는지 낱낱이 밝혀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자유선진당 박선영 의원은 "룸살롱비용은 물론 모텔비용까지 수백만원을 업자가 부담했다. 그렇다면 돈을 주고 성을 산 사람은 청와대행정관이 아니라 케이블업계관계자"라며 "청와대행정관은 업무관련업체로부터 업무와 관련된 대가성 로비, 즉, 성 로비를 받은 것이다. 이번 사건은 단순한 성매매사건이 아니"라고 밝혔다.

반면 이번 사건에 대해 '침묵'으로 일관했던 한나라당은 뒤늦게서야 '남 탓 하지 말라'는 입장을 내놨다.

한나라당 윤상현 대변인은 "이번 일은 청와대 공직자의 근무기강과 도덕성확립 차원에서 엄히 다스러야 한다"면서도 "성도덕은 정파를 달리해 차별을 둬서는 절대 안 된다. 일부 세력이 자신들의 성 문제에 대해 입을 다물다가 이번 일을 정치쟁점화시키는 건 옳지 않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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