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평가 앞세운 공공기관 길들이기
해임건의 기관장 4곳 모두 민주노총 사업장..명확한 기준 없이 선정
기자
입력 2009-06-23 15:29:26 수정 2009-06-23 16:55:17
"예년에 비하면 엄격하고 공정하게 경영평가가 이뤄졌다."
이명박 대통령이 23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2008년 공공기관 경영평가 결과에 대해 말한 내용이다. 하지만 이 대통령의 말과는 달리, 이번 공공기관 경영평가는 '엄격'하고 '공정'하다기 보다는 '정권 입맛대로' 진행됐다는 비판이 거세다.
특히 정부가 기관장의 해임을 건의키로 한 4개 기관은 모두 민주노총 소속 사업장이라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드러나 '길들이기' 평가라는 비판도 거세지고 있다.
공공성?, 노동유연화!
정부는 지난 주 92개 공공기관 경영평가 결과를 발표하고 한국소비자원과 영화진흥위원회, 한국산재의료원, 한국청소년수련원 등 4개 기관의 기관장을 해임 건의키로 했으며 17명에 대해 경고조치를 취했고, 평가등급에 따라 차등지급하는 경영평가 성과급을 일괄 삭감하겠다고 말했다.
이번 평가를 진행한 평가단과 정부는 "경영평가가 나쁜 기관장은 언제든지 해임될 수 있다는 계기를 만들었다"며 자평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납득할만한 기준을 제시하지 못한 공공기관장 평가결과는 그 적정성과 후유증 때문에 논란의 불씨만 제공한 꼴이 됐다.
대학교수·회계사·연구소 연구원 등 45명의 민간위원으로 이뤄진 평가단에 따르면, 이번 경영평가의 주된 항목은 고유과제와 공통과제 두 가지이다. 고유과제는 각 기관의 특성에 맞게 시행되고 있는 과제를 뜻하는 것이고, 공통과제는 노사관계 합리화, 정원감축, 인턴 채용, 초임삭감 등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공공기관 선진화와 효율화 과제를 뜻한다.
경영평가는 해당 공공기관의 설립 목적에 맞는 기준이 있어야 한다. 특히 사회공공서비스를 제공하는 기관인만큼, 각 기관이 공공성 수행을 충실히 했는지 여부가 중요하다. 그런데 이번 평가에서는 고유과제보다 공통과제에 더 무게가 잡혀있다.
재정부 관계자가 지난 21일 "올해는 노사관계를 중심으로 정부의 공공기관 선진화 및 효율화 이행 여부를 평가했다"고 말했던 것처럼, 공공기관 선진화.효율화로 불리는 노동유연화 정책이 중요한 평가 기준이었던 것이다.
한국노총은 이에 대해 지난 22일 성명을 내고 "공익성을 최우선적 가치로 하며 기관별 업무의 특수성이 분명한 공공기관에 대해 축소와 통제 일변도의 정부 공기업 정책에 얼마나 잘 순응하고 있는지를 일방적인 평가의 잣대로 들이댄 것"이라고 비판했다.
"정부의 의도는 공공기관 길들이기, 노조탄압"
민주노총 주최로 이정희 의원과 함께 23일 국회 정론관에서 진행된 기자회견에 참가한 공공기관 지부장들의 평가도 같았다.
김자동 산재의료원 지부장은 "산재의료원은 작년보다 실적도 우수했는데 이번 평가에서 C등급을 받았다"며 "이해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또한 "정효성 이사장은 취임한 이후 전문가로서 훌륭히 업무를 수행했으며 노사관계 문제에서도 특별히 모났던 적은 없었다"며 "기관장의 해임 건의안은 정말 납득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상근 소비자원 지부장도 "소비자원은 작년 평가에서 D등급을 받았지만 지난 1년 동안 무던히 애써 올해는 B등급을 받았다. 그 의미는 공공기관의 설립목적에 충분히 부합하게 일을 해왔음을 인정받은 것"이라면서 "그런데 기관장이 해임대상에 올라있음을 납득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상근 지부장은 "해임 사유에 대해 물어도 고유과제나 선진화.효율화에서 전반적으로 안좋아 해임대상이라고 두루뭉술하게 대답했다"며 "실제로 기관장이 해임되려면 평가 내용이 명확히 공개되야 하는데 전혀 밝히지 않고 있다. 충분한 소명의 기회도 주어지지 않은 상태로 안팎으로 자진사퇴 압박을 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상근 지부장에 의하면, 작년 12월 정부로부터 정원감축, 예산절감, 대졸초임삭감, 청년인턴채용과 같은 선진화.효율화 과제에 대한 지침이 내려왔다. 특히 정원감축과 관련해 3월말까지 일괄적으로 처리하지 않으면 패널티를 주겠다는 압력도 가해졌다. 그리고 지난 4월에는 소급적용과 관련한 지침도 내려왔다. 때문에 박명희 소비자원장은 정부의 방침을 따라달라고 직원들에게 강조해왔고, 조합도 이에 어느정도 타협하고 수용해왔다.
이 지부장은 "무엇하나 거부하거나 이행하지 않은 게 없음에도 어떠한 사유인지 내용도 밝히지 않고 이렇게 해임되는 사태에 이르니 앞으로는 더욱 노사관계에 대한 압박이 커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며 "정부는 기관장 자질에 대한 것은 차치하고 정부가 입맛대로 재단하려고 하고 있으며 밖에서 보기에 노조가 강성이면 가차없이 치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고동환 공공운수연맹 위원장 직무대행은 "국민을 위해 존재해야되고 충분한 공공서비스를 제공해야 되는 공공기관들이 오히려 정권의 하수인으로 전락하고 있는 것"이라며 "이번에 해임건의 대상에 들어간 4개 사업장이 모두 민주노총 사업장이라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주노총 산하 노조가 존재하는 4개 공공기관의 기관장 해임으로 결론 난 이번 경영평가는 사실상 정규직 감축 및 비정규직 전환(인턴채용), 임금삭감 등 정부 정책에 비협조적인 기관에 대한 '길들이기'며 노조탄압이라는 지적이다.
이와 관련, 이정희 민주노동당 의원은 이번 공공기관 경영평가 항목 50개와 평가 기준 공개를 요구한 바 있으나 현재 재정부는 '비공개 원칙'을 고수하며 정보 공개를 거부하고 있다. 이정희 의원은 국정감사를 통해 문제제기를 할 예정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23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2008년 공공기관 경영평가 결과에 대해 말한 내용이다. 하지만 이 대통령의 말과는 달리, 이번 공공기관 경영평가는 '엄격'하고 '공정'하다기 보다는 '정권 입맛대로' 진행됐다는 비판이 거세다.
특히 정부가 기관장의 해임을 건의키로 한 4개 기관은 모두 민주노총 소속 사업장이라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드러나 '길들이기' 평가라는 비판도 거세지고 있다.
공공성?, 노동유연화!
정부는 지난 주 92개 공공기관 경영평가 결과를 발표하고 한국소비자원과 영화진흥위원회, 한국산재의료원, 한국청소년수련원 등 4개 기관의 기관장을 해임 건의키로 했으며 17명에 대해 경고조치를 취했고, 평가등급에 따라 차등지급하는 경영평가 성과급을 일괄 삭감하겠다고 말했다.
이번 평가를 진행한 평가단과 정부는 "경영평가가 나쁜 기관장은 언제든지 해임될 수 있다는 계기를 만들었다"며 자평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납득할만한 기준을 제시하지 못한 공공기관장 평가결과는 그 적정성과 후유증 때문에 논란의 불씨만 제공한 꼴이 됐다.
대학교수·회계사·연구소 연구원 등 45명의 민간위원으로 이뤄진 평가단에 따르면, 이번 경영평가의 주된 항목은 고유과제와 공통과제 두 가지이다. 고유과제는 각 기관의 특성에 맞게 시행되고 있는 과제를 뜻하는 것이고, 공통과제는 노사관계 합리화, 정원감축, 인턴 채용, 초임삭감 등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공공기관 선진화와 효율화 과제를 뜻한다.
경영평가는 해당 공공기관의 설립 목적에 맞는 기준이 있어야 한다. 특히 사회공공서비스를 제공하는 기관인만큼, 각 기관이 공공성 수행을 충실히 했는지 여부가 중요하다. 그런데 이번 평가에서는 고유과제보다 공통과제에 더 무게가 잡혀있다.
재정부 관계자가 지난 21일 "올해는 노사관계를 중심으로 정부의 공공기관 선진화 및 효율화 이행 여부를 평가했다"고 말했던 것처럼, 공공기관 선진화.효율화로 불리는 노동유연화 정책이 중요한 평가 기준이었던 것이다.
한국노총은 이에 대해 지난 22일 성명을 내고 "공익성을 최우선적 가치로 하며 기관별 업무의 특수성이 분명한 공공기관에 대해 축소와 통제 일변도의 정부 공기업 정책에 얼마나 잘 순응하고 있는지를 일방적인 평가의 잣대로 들이댄 것"이라고 비판했다.
"정부의 의도는 공공기관 길들이기, 노조탄압"
민주노총 주최로 이정희 의원과 함께 23일 국회 정론관에서 진행된 기자회견에 참가한 공공기관 지부장들의 평가도 같았다.
김자동 산재의료원 지부장은 "산재의료원은 작년보다 실적도 우수했는데 이번 평가에서 C등급을 받았다"며 "이해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또한 "정효성 이사장은 취임한 이후 전문가로서 훌륭히 업무를 수행했으며 노사관계 문제에서도 특별히 모났던 적은 없었다"며 "기관장의 해임 건의안은 정말 납득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상근 소비자원 지부장도 "소비자원은 작년 평가에서 D등급을 받았지만 지난 1년 동안 무던히 애써 올해는 B등급을 받았다. 그 의미는 공공기관의 설립목적에 충분히 부합하게 일을 해왔음을 인정받은 것"이라면서 "그런데 기관장이 해임대상에 올라있음을 납득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상근 지부장은 "해임 사유에 대해 물어도 고유과제나 선진화.효율화에서 전반적으로 안좋아 해임대상이라고 두루뭉술하게 대답했다"며 "실제로 기관장이 해임되려면 평가 내용이 명확히 공개되야 하는데 전혀 밝히지 않고 있다. 충분한 소명의 기회도 주어지지 않은 상태로 안팎으로 자진사퇴 압박을 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상근 지부장에 의하면, 작년 12월 정부로부터 정원감축, 예산절감, 대졸초임삭감, 청년인턴채용과 같은 선진화.효율화 과제에 대한 지침이 내려왔다. 특히 정원감축과 관련해 3월말까지 일괄적으로 처리하지 않으면 패널티를 주겠다는 압력도 가해졌다. 그리고 지난 4월에는 소급적용과 관련한 지침도 내려왔다. 때문에 박명희 소비자원장은 정부의 방침을 따라달라고 직원들에게 강조해왔고, 조합도 이에 어느정도 타협하고 수용해왔다.
이 지부장은 "무엇하나 거부하거나 이행하지 않은 게 없음에도 어떠한 사유인지 내용도 밝히지 않고 이렇게 해임되는 사태에 이르니 앞으로는 더욱 노사관계에 대한 압박이 커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며 "정부는 기관장 자질에 대한 것은 차치하고 정부가 입맛대로 재단하려고 하고 있으며 밖에서 보기에 노조가 강성이면 가차없이 치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고동환 공공운수연맹 위원장 직무대행은 "국민을 위해 존재해야되고 충분한 공공서비스를 제공해야 되는 공공기관들이 오히려 정권의 하수인으로 전락하고 있는 것"이라며 "이번에 해임건의 대상에 들어간 4개 사업장이 모두 민주노총 사업장이라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주노총 산하 노조가 존재하는 4개 공공기관의 기관장 해임으로 결론 난 이번 경영평가는 사실상 정규직 감축 및 비정규직 전환(인턴채용), 임금삭감 등 정부 정책에 비협조적인 기관에 대한 '길들이기'며 노조탄압이라는 지적이다.
이와 관련, 이정희 민주노동당 의원은 이번 공공기관 경영평가 항목 50개와 평가 기준 공개를 요구한 바 있으나 현재 재정부는 '비공개 원칙'을 고수하며 정보 공개를 거부하고 있다. 이정희 의원은 국정감사를 통해 문제제기를 할 예정이다.
기자
Copyrights ⓒ 민중의소리 & vop.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