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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해고는 살인인 겁니다"

[인터뷰] 한상균 금속노조 쌍용차지부장

장명구 기자 jmg@vop.co.kr

입력 2009-07-22 10:47:12 l 수정 2009-07-22 11:59:21

“(사측과) 공장 생산성을 높인다든가 비용 구조조정하는 문제 등 많이 좁혀졌습니다. 정당한 요구들이 대타협으로 끝나기를 바랄 뿐입니다.”

도장공장 옥상 위에 선 한상균 쌍용차노조 지부장

도장공장 옥상 위에 선 한상균 쌍용차노조 지부장

한상균 금속노조 쌍용차지부 지부장은 실낱같은 희망을 담은 ‘대타협’이라는 단어를 수차례 반복해 언급했다. 쌍용차 평택공장 공권력투입 3일째. 경찰과 노조원들간의 일촉즉발의 충돌과 대치상황이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도장공장 옥상에서 이른 아침을 조합원들과 함께 주먹밥 한덩어리로 때우고 있는 한 지부장을 만났다.

한 지부장은 “(사측과) 접촉은 있었다”고 전했다. 그는 “공적자금 투입이라든가 상하이차 책임 문제 등 커다란 정치적 문제를 빼놓고 의견을 좁힐 수 있다”며 “하루라도 빨리 좁혀내는 것이 노조의 일관된 입장이다”고 강조했다. 공권력 투입 이후 극한 대치상황에서도 교섭을 통합 타협의 여지가 남아있다는 뜻이다.

그러면서도 한 지부장은 사태 해결의 열쇠를 정부가 쥐고 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한 지부장은 “정부와 채권단이 쌍용차 매각을 통해 사태를 해결하려고 한다”며 “매각을 하려면 정리해고를 통해 인원수를 줄여서 경쟁력과 상품성을 높이는 것 밖에 더 있겠냐”고 설명했다. 그는 “다른 재벌이 인수하려면 상하이 지분을 정리해야 하는데 법정관리 상황에서 지분은 축소 가능하지만 소각은 불가능하다”며 “(그래서) 노사문제가 아니다. 정부가 이제 문제의 본질을 감추지 말고 책임있게 나서야 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수염은 덥수룩해지고 얼굴도 새카맣게 탔다. 2달 가까운 농성 동안 조합원들은 서로 닮아가고 있었다. ‘함께 살자’는 한 마디를 지키기 위해 조합원들은 목숨을 건 사투를 벌이고 있다.

한 지부장은 ‘노조 파괴 음모론’을 제기하기도 했다.

한 지부장은 “노조가 강성이니 파산했다는 식으로 몰아가 모든 책임과 사회적 비난을 노조에 떠넘기려한다”는 것이다. 이어 그는 “폭압적인 노조 말살 음모가 확인되고 있다. 어용노조를 세우려는 것이 사측의 각종 문건에서 드러났다”고 주장했다.

이같은 입장은 기실 청와대발 메시지이기도 하다. 이명박 대통령은 쌍용차 사태에 대해 "자신들이 먼저 살려고 해야 도와줄 수 있다"고 말했다고 전해진다. “구조조정을 해야만 공적자금을 투입하겠다”는 것이다.

그는 “2천여 명이 희망퇴직 등 여타의 명목으로 회사를 떠난 상황에서 노조의 ‘총고용 사수’ 요구는 이미 무너졌다”며 “남은 인원 20%에 대한 고용문제를 반드시 지켜내야 하다”고 각오를 밝혔다. 이어 그는 “상하이차 숨통을 끊어야 하는데 반대로 노동자들을 벼랑 끝으로 내몰고 있다”며 “(그래서) 정부와 사측의 입장을 죽는 한이 있어도 동의할 수 없는 것이다”고 강변했다.

한 지부장은 조합원들 이야기가 담담히 펼쳐놓았다.

모든 조합원들이 오히려 초연하다며 완전히 인권과 인간성 등 모든 것을 말살당한 극한적인 상황에서도 의연히 투쟁을 전개하고 있는 조합원들을 대견스러워했다. 또한 “동지들이 고난의 길을 이겨낼 수 있을 까 생각했는데 저 보다 더 힘있게 결의를 다지고 있다. 조합원 동지들에게 많이 배우는 투쟁을 하고 있다”고 은근히 조합원 자랑을 늘어놓았다.

하지만 며칠 전 상집간부 아내의 자살 이야기를 꺼내자 한 지부장의 눈가가 이내 흐려졌다.

“그래서 해고는 살인인 겁니다....”
“비보를 접하고 병원으로 달려 나가는데도 경찰이 연행을 하더군요. 그 모습을 보고 미쳤구나, 미쳐가는구나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는 “일명 ‘쌍용차를 사랑하는 아내들의 모임’ 회원들이 사측의 말을 빌어 손배가압류 얘기를 하고 남편을 설득하라고 아내를 회유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공권력 침투 소식을 접하면서 벌어진 일이라 더 가슴이 아프다”고 말을 잇지 못했다.

“얼마나 한을 품고 구천을 헤매고 있을까. 원망스럽게 바라볼까. 이미 많은 것을 잃었지만 나머지 부분이라도 승리해서 문상도 못간 지부장이 고인의 영정에 ‘정리해고 분쇄했다’는 승전보라도 바쳐야겠다는 심정입니다.”

한지부장은 무엇이 가장 힘드냐는 질문에 “두 달이 넘다보니 지극히 소박한 주장이 때로는 왜곡되고 함께 살려는 노동자들의 마음이 왜곡되는 것이 가장 힘들다”고 답했다. 또한 한 치 앞도 내다보기 어렵다며 하루하루 폭력 탄압을 견디면서 보내고 있다고 심정을 토로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원만히 해결되면 연말까지 모든 인원이 풀가동해야 할 것이다”며 “밀린 미출고 차량만 1만여대나 된다. 대타협으로 끝나고 경제위기 극복하는 새로운 노사 관계의 전기가 됐으면 한다”고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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