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요 누르고 민중의소리를 페이스북으로 구독하세요

北 '특사 조문단'-정부 당국 만남 이뤄질까

정세현, "조문 온 사람이 상주 안 만나는 것 얘기 안 돼"

정지영 기자 jjy@vop.co.kr

입력 2009-08-20 16:20:25 l 수정 2009-08-20 18:04:43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에 조의를 표하기 위해 북한이 김정일 국방위원장 특사 자격으로 김기남 노동당 중앙위원회 비서를 단장으로 하는 6명을 '특사 조문단'으로 파견키로 하면서, 이들 조문단이 남측 정부 당국과 면담을 진행할 가능성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번 조문단은 김기남 비서와 김양건 부장 등 '최고위급'으로 꾸려졌으며, 방문 일정도 당일이 아니라 21일~22일, 1박 2일로 결정됐기 때문에 조문단이 남측 정부 당국과 만날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일단 정부는 이번 방문은 순수하게 조문을 위한 것이며 접촉 계획도, 접촉을 요청받은 바도 없다는 입장이다. 이번 조문단 방문을 빌 클린턴 미국 전 대통령 방북과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 방북에 이어지는 '남북관계 전환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것에 대해서도 정부는 일단 곤혹스러워 하는 분위기다.

북한 조문단 '최고위급' 구성

북한 조문단은 말 그대로 '최고위급'으로 구성돼 전직 대통령이자 남북관계 진전에 기여한 김대중 전 대통령에 대한 '최대한의 예우'를 다하는 모양새를 갖추고 있다.

2005년 김대중 전대통령을 병문안한 북한 김기남 당비서

김기남 비서는 지난 2005년 8.15 민족대축전에 참가하기 위해 서울을 방문해 국립현충원을 참배하는 파격 행보를 했으며, 당시 세브란스 병원에 폐렴증세로 입원 중이던 김대중 전 대통령을 병문안을 하기도 했다.



조문단 단장으로 방문하게 되는 김기남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비서는 말 그대로 김정일 위원장의 최측근으로 알려져 있다. 김 비서는 북에서 선전선동과 역사문제를 담당하고 있으며, 최근 김정일 위원장의 공식 활동을 가장 많이 수행한 인물이다. 올해만 해도 지난 18일까지 59회에 걸쳐 김 위원장의 현지지도를 수행한 바 있다. 또한 그는 지난 4일 김정일 위원장이 방북한 빌 클린턴 미국 전 대통령을 위해 만찬을 마련했을 때도 참석했었다.

김기남 비서는 지난 2005년 8.15 민족대축전에 참가하기 위해 서울을 방문해 국립현충원을 참배하고 국회를 방문하는 등 파격 행보를 한 바 있다. 당시 그는 세브란스 병원에 폐렴증세로 입원 중이던 김대중 전 대통령을 병문안 했고, 이 자리에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김 전 대통령을 초청한다는 의사를 구두로 전달했다.

김양건 통일전선부 부장은 북한에서 대남사업을 총괄하는 인물로,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아태위) 위원장과 국방위원회 참사도 맡고 있다.

특히 그는 지난 클린턴 전 대통령 방북과 현정은 현대그룹 방북 당시 공히 김정일 위원장과 만나는 자리에 배석했었다. 현 회장과는 별도로 만나 대북 경협과 남북관계 현안에 대해 광범위한 논의를 진행했다. 이로 인해 이후 현대그룹과 아태위과 발표한 '공동 보도문'의 5가지 합의 사항을 세부적으로 조율하는 데 김양건 부장이 주도적 역할을 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그는 노무현 정부 당시인 2007년 10월 남북정상회담 성사의 주역으로 알려져 있다. 그는 정상회담 직전인 9월말 극비리에 서울을 방문해 사전 조율을 담당했으며 노 대통령을 예방하기도 했었다. 또한 2005년 김 위원장이 정동영 당시 통일부장관을 만났을 때도 배석했었다.

이외에도 조문단의 원동연 아태위 실장, 맹경일 아태위 참사 등도 대남사업 분야에서 손이 굵은 인물로 남북 당국간 각종 회담에 참석하는 등 경험이 많은 일꾼들이다.

조문단의 구성 외에도 북이 조문단을 이례적으로 1박 2일 일정으로 파견함에 따라, 정부 당국과의 접촉 여지를 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북은 통상적으로 당일 일정으로 조문단을 보냈었다. 지난 2001년 정주영 현대그룹 전 회장 사망 당시에도 4명의 북측 조문단이 방문했지만, 이들은 빈소를 찾아 유가족들만 만나고 당일 북으로 돌아갔다.

정부 당국-조문단 접촉 성사될까

이번 김 전 대통령 장례는 정부가 주관하는 국장으로 치러진다. 장의위원회에도 정부 주요 인사들이 망라돼 있다. 또한 빈소가 국회에 차려진 만큼 북측 조문단의 빈소 방문은 국회를 방문하는 모양새를 갖추게 됐다. 이미 김기남 비서는 지난 2005년에도 국회를 방문한 경험이 있다.

따라서 자연스럽게 조문단과 정부 당국의 만남이 가능하지 않겠냐는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정부가 이번 조문단 방문을 '통민봉관'이라고 탓할 게 아니라 적극적으로 '남북관계 진전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요구도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일단 정부는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이고 있다. 천해성 통일부 대변인은 20일 브리핑에서 "정부는 유가족의 뜻을 존중하고 남북관계 등을 고려하여 북한 조문단의 방문을 수용할 방침"이라면서도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를 추모하고 조문을 하기 위해 오는 것으로 알고 있다. 현재 상황에서 별도의 우리 당국과의 면담이 계획되어 있는 것은 없고 요청받은 바도 없다"고 밝혔다.

정부 내에서도 이와 관련, 만남의 기회로 활용해야 한다는 의견과 만날 필요가 없다는 의견이 팽팽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특히 조문단 방문 과정이 김대중평화센터를 통해 이뤄졌고 앞서 현 회장 방북 시에도 5개항의 합의를 이루어내는 데 민간 채널을 활용한 것은 북이 '통민봉관' 하는 것 아니냐는 불편한 심기가 존재하는 것도 사실이다.

이와 관련, 김대중 전 대통령 측은 정부가 이번 기회를 활용해야 한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인택 통일부 장관과 북한 조문단 일정에 대해 협의하고 있는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은 이날 평화방송 라디오 프로그램에 나와서 "국장인 만큼 이 대통령도 상주인 셈"이라면서 "세상일의 원리대로 한다면 조문 온 사람이 상주를 안 만나는 것도 그렇고, 조문객이 상주 중에 누구는 만나고 누구는 안 만나고 그것도 좀 얘기는 안 되지 않나"라고 말했다.

정 전 장관은 또한 "문상을 와 가지고 사업 이야기를 한다는 사람들은 없지만 그러나 일단 조문하고 그렇게 해서 만남이 이뤄지면 그걸 계기로 해서 차후에 관계가 좀 더 유연하게 발전되어 나갈 수 있는 계기는 생길 수 있다"면서 기대를 표시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 측 관계자는 조문단과 정부 당국 만남이 추진되는지 묻자 "정부가 조문단 방문을 공식화하면서 이후 조문단 일정은 이제 정부에 넘어간 상태"라고 밝혔다. 정부가 이들을 만날 의지가 없다면 김대중 전 대통령 측에서 양 쪽의 만남을 '주선'하는 데도 한계가 있다는 설명이다.

일각에서는 북이 조문단을 보내기에 앞서 정부 당국과 만날지 여부를 미리 정하고 왔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따라서 정부 내 기류가 어떤 방향으로 정리될 지, 북한 조문단이 어떤 계획을 가지고 방문할 지에 따라 당국과의 접촉 가능성은 달라질 수 있는 상황이다.

이 기사와 관련기사

많이 읽은 기사
지금 소셜네트워크에서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