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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이 녹색 대통령이라고?

[코펜하겐 카운트다운①] 무엇을 위한 녹색성장기본법인가?

김애화(새세상연구소 연구원)

입력 2009-10-01 23:36:51 l 수정 2009-10-03 10:35:56

12월 7~18일 코펜하겐에서 제 15차 기후변화 회의가 열릴 예정이다. 이 회의에서 교토협정서 이후의 제2의 세계 기후변화체제가 만들어질지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필자는 코펜하겐 회의를 준비하는 마음으로 기후변화 관련 현안을 연재로 다루고자 한다.


이번 가을 정기국회에 ‘저탄소녹색성장기본법’이 정부안으로 제출되어 있다. MB 정부는 이 안이 이번 정기국회에서 별 마찰 없이 통과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에게 낯선 녹색성장기본법은 무엇을 포함하고 있는가. 이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우선 MB 정부의 녹색 정책을 살펴보는 것이 필요하다.

이명박 대통령은 녹색 대통령?

“.... 대한민국은 기후변화에 보다 능동적으로 대처하고자 지난해 ‘저탄소 녹색성장’을 국가비전이자 발전전략으로 채택했습니다. 또한 ‘녹색성장기본법’을 제정하고, 녹색성장 5개년 계획을 수립하여 경제와 산업구조 그리고 국민들의 생활양식 자체를 미래지향적으로 변화시키는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녹색성장 5개년 계획에 따라 향후 5년간 녹색 분야에 매년 GDP의 2% 정도를 투입할 것입니다. 이는 유엔에서 권고하는 녹색투자의 두 배에 달하는 수준입니다. ‘저탄소 녹색성장’ 전략은 환경이 경제를 살리고, 경제가 환경을 살리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내 지속가능한 성장을 이루자는 것입니다. 저탄소 녹색성장 전략은 당면한 기후변화위기와 경제위기를 극복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입니다. ...”

이상은 이명박 대통령이 9월 23일 UN 총회에서 한 연설의 일부이다. ‘세계에 기여하는 대한민국, 글로벌 코리아와 녹색성장'이라는 연설문의 제목에서 판단할 수 있듯이 이 대통령은 자신의 이미지와 MB 정부의 핵심전략을 녹색성장으로 삼고 있다.

유엔 총회에서 연설하는 이명박 대통령.

유엔 총회에서 연설하는 이명박 대통령.



그런데 이러한 전략은 그의 대선공약에서도 엿볼 수 있다. 대선 공약으로 그린 클린 공약을 제시했고, 그 공약의 핵심은 한반도 대운하 건설이었다. 결국 MB의 그린 클린 정책, 녹색 성장의 핵심은 구시대적 경제정책과 별반 다르지 않은 토목공사를 기반으로 한 것이었다. 이 거대 토목공사는 결코 녹색 환경을 증진하는 것이 아니라 환경을 훼손할 것이라는 우려가 높았고, 결국 2008년 촛불정국을 통해 국민의 절대 다수가 이에 반대하자 MB정부는 이를 포기했다. 그러더니 슬쩍 4대강 살리기 사업으로 한반도 대운하 건설의 변종을 추진하고 있다. 그리고 거기다 녹색뉴딜, 녹색성장의 수식어를 붙이며 녹색 칠을 하고 있는 중이다.

그러더니 작년 이명박 정부는 저탄소 녹색성장 원년을 선언했다. 이명박은 8.15 경축사에서 “ ... ‘저탄소 녹색성장’을 새로운 비전의 축으로 제시하고자 합니다. 녹색성장은 온실가스와 환경오염을 줄이는 지속가능한 성장입니다. 녹색기술과 청정에너지로 신성장동력과 일자리를 창출하는 신국가발전 패러다임입니다” 라고 선언했다.

그리고 이를 추진할 녹색성장위원회를 대통령 직속으로 올해 2월 공식적으로 설치했다. 그리고 한승수 국무총리와 김형국 서울대학 환경대학원 교수가 공동으로 위원장을 맡아서 이명박 정부의 핵심적인 녹색성장 정책을 생산하고 있다. 그리고 지방녹색성장위원회가 구성되고 각 부처 및 지방자치단체에 녹색성장 책임관이 지정됐으며 민관 파트너십 강화를 위한 산업·과학기술 협의체와 금융 협의체도 생겨났다. 이렇게 전국적으로 조직적 정비를 끝내고 있다. 또 녹색성장위원회는 조직적 정비와 함께 법적 장비와 행정적 계획을 만들어내고 있는데, 그 대표적인 작품이 ‘저탄소녹색성장기본법’ 발의와 박정희 정부의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을 연상시키는, 지난 7월 발표한 ‘녹색성장 5개년 계획’, 8월 4일 발표한 온실가스 감축 목표안이다. 이렇게 이명박 정부의 녹색성장 정책은 국민들이 모르는 상태에서 아주 발빠르게 체계화되고 있다.

이명박 정부가 녹색성장전략을 핵심전략으로 채택하고 공론화 과정이 없이 불도저식으로 빠르게 추진하는 배경은 무엇인가? 경제위기와 국제사회의 전체적인 경제 정책 파라다임의 변화가 그 배경이라 할 수 있다. 사실상 2008년부터 한국 서민들이 몸으로 느끼는 경제체감 지수는 IMF 때보다 더 했다. 고용은 매분기 최악의 기록 행진을 진행하고 있다. 이는 단기적으로 2007년 하반기부터 시작된 미국의 서브프라임 파문의 영향과 유가 상승 때문이었다. 서브프라임 사태 이후 미국의 소비시장이 심각한 타격을 입었다. 이는 한국의 수출에 적신호를 낳았다. 그런데 이뿐만이 아니었다. IMF 당시에는 기업과 금융 부문이 문제였지만, 2008년의 위기는 가계 부문까지 파급되었다. 가계의 소득 부진이 쌓이면서 1999년 16.3%이던 개인 순저축률은 이듬해 9.9%로, 2006년에는 3.5%까지 떨어졌다. 가계 부채의 위험성이 급증했다. 이러한 배경 하에서 시장을 조속히 활성화하고 고용을 촉진할 성장의 동력으로 녹색성장 전략(4대강 사업)을 채택된 것이었다. 또한 국제사회에서 녹색기술이 발전한 유럽과 미국이 추진하는 녹색경제론의 등장이다. 특히 미국의 새로 선출된 오바마 행정부의 녹색뉴딜 정책은 이명박 정부의 녹색성장 전략의 주요한 배경이 되었다. 그리고 녹색보호주의의 등장이다. 수출산업이 녹색보호주의에 의해서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전망이 수출산업의 보호를 위해서 녹색전략을 탄생하게 되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현존의 경제위기는 신자유주의로 대변되는 경제적 시스템 문제이며 여기에 우리나라 경제의 구조적인 문제, 특히나 대외의존성이 결합되면서 발생한 것이다. 그렇기에 현재의 경제위기를 극복하려면 신자유주의 시스템과 경제의 구조적 전환과 체질 개선이 필요하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는 금산분리 완화, 자본시장통합법 추진 등으로 구조 개선에 대한 의지가 없음을 보여주었다. 위기의 원인을 제공하는 구조에는 전혀 손을 대지 않은 채, 녹색의 탈을 쓴 토목공사와 신종 수출품목을 만들려고 하고 있는 것이다.

녹색성장 동력인 4대강 사업과 원전 건설에 막대한 지원

그러면 우선 이명박 정부의 녹색성장 전략의 실체를 좀더 자세하게 살펴보자. 올해 1월 6일, 한승수 국무총리는 지금까지 내놓은 녹색정책들을 한데 모아 '녹색뉴딜정책'으로 묶어 대대적으로 발표했는데, 이것을 살펴보면 4대강 살리기·녹색 교통망 구축·에너지 절약형 그린 홈 건설 등 36개 사업에 4년간 50조원을 투입, 일자리 96만개를 만든다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정부의 모든 사업에는 녹색, 친환경, 저탄소와 같은 수식어가 붙어있어서 녹색이미지로 국민을 현혹시키고 있다. 그런데 구체적으로 투입되는 예산을 보면 오히려 미래지향적이기 보다 개발성장의 시대로 회귀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4대강 살리기에 13조8천억원, 경부·호남 고속철도 조기 완공사업에 9조6천억원 등 이들 두 가지 사업에 전체 예산의 절반 가까이가 책정됐다. 녹색 성장이 ‘4대강·고속철 사업’을 필두로 한 대규모 건설사업이 중심임을 보여준다. 이밖에도 중소규모 댐 건설(9422억원), 폐기물 에너지화 시설 건설(9300억원), 생태하천 복원사업(4838억원), 재해위험지구 정비사업(2조5038억원), 전국 자전거 도로 네트워크 구축사업(4980억원) 등 각종 건설사업이 주요 예산사업으로 잡혀 있다. 과연 성장은 고사하고 기후변화 대응과 국토의 보전이라는 당장의 과제를 풀 수 있을지 의심스럽다. 특히 내년 예산을 살펴보면, 4대강 사업과 지방하천 정비 사업이 포함된 수자원 분야에는 지난해 정부안보다 187% 늘어난 5조3천억원이 지원된다.

그리고 여기서 또 다르게 주목을 해야 하는 산업이 원자력 발전이다. 정부는 원자력 발전과정에서 CO2 배출이 거의 없다는 이유로 원자력을 저탄소 녹색에너지로 간주하고 있다. 그러면서 원자력 발전소를 마구 건설하고 있다.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에 따르면 2020년까지 원전 건설에 75조4000억원을 쏟아부을 계획이다. 그리고 전체 투자비 가운데 37조4000억원이 신규 원전 건설에 들어간다. 현재 한수원은 올해 착공 예정인 신울진 1~2호기를 포함해 전체 8기의 원전을 동시에 건설하고 있으며, 지난해 마련된 국가에너지기본계획에 따라 2030년까지 10기의 원전을 더 지어야 한다. 이러한 원전의 건설을 위한 비용은 전력요금 인상을 불러올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정부는 원전을 수출의 주요항목으로 생각하고 있다. 아직도 원자력이 배출하는 방사능에 대한 안정성 문제가 확실히 하지 않은 상태에서 발전소의 건설은 불안한 이명박 정부의 실체를 상징하고 있다 하겠다.

이렇게 정부의 사업투자 계획을 보면 정부가 주장하는 저탄소 녹색성장의 핵심이 실은 4대강 개발과 원자력 발전이라는 것을 쉽게 파악할 수 있다. 또한 “경기 부양을 위해 2년 동안 각종 환경 규제를 풀겠다”는 한승수 국무총리의 발언은 녹색성장과 모순된다. 정부의 녹색 뉴딜은 빈부격차 확대, 사회안전망 후퇴, 기후변화 등 우리 사회의 위기를 극복하려는 패러다임의 전환이 전혀 보이지 않아 ‘녹색’ 화장으로 볼 수밖에 없다.

녹색성장기본법의 문제점

이때까지 ‘저탄소녹색성장기본법’의 배경을 보았다. 그렇다면 이제 본격적으로 ‘저탄소녹색성장기본법’을 살펴보자. 이 법안이 올해 초, 입법 예고가 되었을 때, 그 내용에 대하여 빗발치는 환경단체의 비판이 있었다. 이에 녹색성장위원회는 일정 부분 수정하고 표현을 애매하게 처리하여 국회에 다시 제출된 상태이다.

정부의 ‘저탄소 녹색성장기본법안’은 종전의 저탄소 중심의 기후변화 대책 법안에 경제회복을 목적으로 한 국토·환경 ·에너지 ·자원 시책과 일자리 창출체계를 접목시킨 것이라 할 수 있다. MB 정부는 녹색성장기본법이 다수 부처에서 개별 법률을 통해 추진되고 있는 기후변화와 지구온난화, 신재생에너지, 지속가능발전 대책 등을 유기적으로 통합한 것으로 세계 최초로 제정됐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녹색성장기본법에 대하여 다양한 부문에서 문제가 제기되고 있는데, 법리상의 문제가 있다는 것이 법률학자들의 지적이고 일부 사회단체들은 개념상의 오류를 지적하고 있다. 그러나 이곳에서는 기본법의 의도를 밝히는 목적에서 몇 가지 기본적 핵심 내용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고자 한다.

첫째, 4대강 정비사업(한반도 대운하) 의혹이 남는 물관리 항목이다. 녹색성장법이 예고되었을 때 49조 2항에는 작년 12월에 발표된 4대강정비사업을 그대로 법률에 옮겨 놓았었다. 이는 녹색성장기본법을 통해 전국토를 토목공사장으로 만들어 환경을 파괴하겠다는 내용으로 녹색성장과는 정 반대개념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또한 49조 3항에는 물산업 민영화와 관련된 내용도 담고 있어 이법의 의도가 무엇인지 의심을 자아내게 만들었었다. 이러한 비판을 의식해서인지 이번에 법안을 일부 수정하면서 53조에 ‘기후변화를 위한 물관리’로 변경하였다. 내용이 상당히 바뀌었지만 여전히 수자원 확보, 하천복원 등의 내용을 담고 있어 상황에 따라 여전히 운하추진을 위한 조항으로 해석될 수 있는 여지를 남기고 있다. 그리고 물산업 민영화 관련해서도 직접 언급을 없애고 ‘수질오염 예방·처리를 위한 기술개발 및 관련 서비스 제공’ 등으로 조항을 수정하였다. 이 문구만으로 민영화의 논란은 어려울 듯하나 ‘관련 서비스 제공’이라는 대목에서 여전히 의혹의 가능성이 남아 있다.

둘째, 원자력 산업 육성사업과 관련된 항목이다. 입법 예고되었을 때는 원자력을 청정에너지로 규정하고 이를 육성하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그러나 비판이 거세게 일자, 청정에너지라는 문구를 삭제하였다. 그러나 여전히 원자력 사업을 육성하는 시책을 수립하고 시행해야 하는 의무조항을 담고 있다. 이 조항은 결국 원자력, 즉 핵산업을 육성하겠다는 것으로 핵에너지의 위험성과 갈등으로 인한 사회적 논란을 무시하고 이를 녹색성장의 주력산업으로 규정하고 있는 것이다. (녹색성장을 바로 보는 시민사회의 우려, 포럼의 토론문, 최승국, 녹색연합 사무처장-필자주)

셋째, 새로운 녹색산업 육성 방안이다. 법안에는 녹색산업 투자 회사와 녹색산업 펀드 설립 허용, 온실가스 총량 제한 및 배출권 거래제 도입 등이 포함돼 있어 관련 산업 육성의 근거가 될 전망이다. 특히 이에 대해서는 7월6일, ‘녹색성장 5개년 계획’을 내놓으면서 올해 내로 ‘탄소배출권 거래제 관련 기본 계획’을 수립하겠다고 발표했다. 한국에서 탄소배출권 거래는 2011년 시범사업으로 실시된 뒤 2012년부터 단계적으로 도입될 예정이다. 이명박 정부는 한국을 아시아 탄소시장의 허브로 육성하기 위해 2013년까지 ‘범아시아 지역 탄소배출권 거래소’를 국내에 설립하겠다는 야심 찬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이런 사업의 소개와 산업 육성계획은 기술 개발이 가능한 대기업 중심의 한국산업 구조를 더욱더 고착시킬 것이다. 이러한 환경에 적응하기 힘든 중소영세기업의 경우는 탄소거래제 등이 시기상조라고 우려하고 있다.

필자는 저탄소 녹색성장이 우리의 새로운 경제정책 방향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저탄소 녹색경제는 인간의 생존권조차 위협받고 있는 기후변화의 위기 속에서 진보진영이 고민해야 할 과제이다. 그러나 MB 정부의 녹색성장 기본법은 미사여구를 동원하고 있으나 그 숨은 의도는 저탄소 녹색성장이 아니라 4대강 정비사업, 원자력 산업 활성화, 물 민영화, 녹색산업 종사 기업에 대한 좋은 환경 만들기라는 의도에서 만들어진 법이다. 보다 큰 문제는 이상의 사업들이 국민의 공분을 사는 것들이라는 것이다. 국민들의 우려와 의사를 무시하고 충분한 공론을 거치지 않고 조급히 만들어 던져진 기본법은 중단되는 것이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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