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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국정원 '무제한 감청' 위헌제청

"통비법 감청허가 조항, 헌법상 사생활.통신 자유 침해"

조태근 기자 taegun@vop.co.kr

입력 2009-11-27 19:44:15 l 수정 2009-11-27 20:41:53

"통신제한조치(감청)의 기간은 2개월을 초과하지 못하고, 그 기간중 통신제한조치의 목적이 달성되었을 경우에는 즉시 종료하여야 한다.

단 5조 1항의 허가요건(국가보안법 위반)이 존속하는 경우에는 소명자료를 첨부하여 2개월 범위안에서 통신제한조치 기간의 연장을 청구할 수 있다."

(통신비밀보호법 6조 7항)

수사 기관의 사실상 무제한 감청의 빌미가 됐던 통신비밀보호법 조항에 대해 법원이 27일 헌법재판소에 위헌 여부를 가려달라고 제청했다.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 제25부(윤경 부장판사)는 이날 조국통일범민족연합(범민련) 공동변호인단이 신청한 위헌법률심판제청 신청을 받아들였다.

지난 3일 변호인단이 공개한 이경원 사무처장에 대한 통신제한조치허가서 발부현황 중(이경원 증거자료  12228쪽~13398쪽)

지난 3일 변호인단이 공개한 이경원 사무처장에 대한 통신제한조치허가서 발부현황 중(이경원 증거자료 12228쪽~13398쪽)

재판부가 위헌제청을 한 핵심 배경은 현행 통비법 6조 7항의 단서조항이다. 감청 기간을 2개월로 제한했음에도 추가로 2개월 연장 신청을 할 수 있도록 했기 때문이다.

재판부는 "현행 통신비밀보호법은 감청기간의 연장에 대한 횟수 제한을 두지 않아 사실상 무제한적인 감청을 허용하고 있다"며 "수사의 목적이 정당해도 개인의 사적인 정보와 비밀을 통째로 취득할 수 있는 과도한 감청은 사생활 및 통신의 자유를 본질적으로 침해해 헌법에 위배되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이어 재판부는 "감청이 장기화되면 피의자는 감청을 당하고 있다는 사실을 모르기 때문에 방어권을 행사하기 어렵고 수사와 하등 관계없는 개인의 사생활까지 송두리째 침해당할 위험성이 매우 크다"고 지적했다.

형법상 압수수색 영장 집행의 경우에도 법관이 정한 시일이 지나면 재청구 절차를 밟아야 하지만 감청의 경우 간단한 연장 신청만으로 사실상 수사기관의 영구적인 감청이 허용돼 왔다. 이와 관련 재판부도 "통신제한조치의 대상범죄는 100여개가 넘어 과도하게 광범위하다"며 "동일한 범죄사실에 대해 기간을 연장하는 절차가 재청구하는 절차보다 간단해 수사기관은 재청구할 사안도 기간 연장으로 회피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지난 3일 범민련 남측본부 이규재 의장, 이경원 사무처장, 최은아 선전위원장의 공동변호인단이 '통비법을 악용해 작성한 감청자료는 증거로서 효력이 없다'며 위헌제청을 신청한 것도 이 때문이었다.

당시 변호인단이 공개한 검찰의 증거자료를 보면 이경원 처장에 대해 2004년 11월에 발부된 이메일 감청 허가서의 경우 무려 14차례나 기간이 연장돼 2007년 5월 29일까지 2년 4개월간 같은 허가서로 감청이 이루어졌다. 이밖에도 총 37회의 감청 허가 대부분이 기간연장을 통해 이루어졌다. 결국 국정원은 한 번 받은 허가서로 손쉽게 연속으로 감청할 수 있게 된 셈이었다.

한편 법원은 위헌 제청과 함께 그동안 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아온 범민련 남측본부 간부들의 보석을 허가했다. 앞서 국정원과 경찰청 보안수사대는 지난 5월 7일 국가보안법 위반혐의로 범민련 남측본부 사무실을 압수수색하고, 이 단체 간부들을 구속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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