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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권이 해직시킨 기자, 동료기자들이 회장으로 세웠다"

우장균 YTN해직기자, 42대 한국기자협회장 선출

조태근 기자 taegun@vop.co.kr

입력 2009-12-08 16:21:05 l 수정 2009-12-09 14:20:22

한국기자협회 역사상 8일 열린 신임 회장 선거처럼 세간의 주목을 받았던 경우는 드물 것이다. 그간 전국의 신문.방송.통신사 소속 현직 기자들에게만 회원자격이 주어지는 '직능단체의 대표자가 누가 되느냐'는 인물동정 소식 정도로만 다뤄질 정도로 큰 관심의 대상이 아니었다.

그러나 이날 치러진 선거는 달랐다. 지난해 10월 이명박 대통령 선거캠프에서 일했던 구본홍 전 YTN사장 반대 투쟁에 나섰다가 해직당한 우장균 YTN기자가 회장 후보로 출마했기 때문이었다.

지난해 청와대 출입기자 시절 출입처에서 뉴스를 전하는 우장균 기자

지난해 청와대 출입기자 시절 출입처에서 뉴스를 전하는 우장균 기자

우장균 기자는 서울경제신문, KBS PD 등을 거친 뒤 YTN으로 자리를 옮겨 95년 3월 개국 방송 당시 앵커를 맡았고, YTN이 "아주 평온하던 시절"인 2002~2004년 동안에는 노조위원장을 지냈다. 2008년 10월 해직 당시에는 소위 '잘 나가는' 보직으로 불리던 청와대 출입기자였다. 40대 중반 고참 기자로 '잘 나가던' 우 기자는 왜 구본홍 반대투쟁에 합류했을까?

"지난해 YTN 조합원들과 기자들이 낙하산 사장 반대투쟁을 한창 벌일 때 저는 청와대 출입기자로 일했습니다. 청와대는 모든 언론사가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출입처입니다. 때문에 청와대 출입기자가 되는 것은 기자 개인에겐 큰 영광입니다. 언론사로서 YTN의 정치적 중립과 공정방송을 위해 낙하산 사장 반대 투쟁에 나선 후배들의 명분과 정의, 그리고 청와대 출입기자라는 자리가 주는 이익과 후배들의 행동에 동참했을 때 저에게 닥칠 불이익과 시련. 저는 그 공공의 정의와 사사로운 이익 앞에서 잠시 고민했습니다. 50을 바라보는 나이에 정의의 대열에 합류하지 않는다 해서 누가 나를 욕할까하며 스스로 위안을 가져보려고도 했습니다. 그러나 아버지의 가르침대로 견리사의(見利思義:이익을 보면 그것이 의로운 것인지 생각하라) 정신을 따르기로 마음을 다시 잡았습니다." (YTN노조 웹진 YTN마니아닷컴 11.26 '견리사의 견위치명' 중에서)

우 기자는 해직 직후 남대문 YTN사옥 앞에서 열린 낙하산 사장 반대 집회에서 "제가 YTN에서 15년 이상 일하면서 어제 해고 통지를 받았지만 저에게 죄가 있다면 지금 여기 함께하고 있는 조합원 동지들과 열심히 일한 죄밖에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앞으로 이 사태가 어떻게 될지 모르겠지만 저는 끝까지 희망을 버리지 않고 그리고 반드시 우리가 승리하고 정의가 승리할 수 있다라는 확신감을 갖고 조합원 동지들과 함께 끝까지 싸우겠다"고도 했다.

올해 3월 22일 경찰이 노종면 YTN노조위원장과 현덕수, 조승호, 임장혁 기자를 구속했을 때도 우 기자는 후배들과 함께 남대문경찰서로 달려갔다. 우장균 기자의 기자협회장 선거대책본부장을 맡은 이재희 부산일보 기자는 그 당시를 다음과 같이 전했다.

"YTN기자들이 속속 모여들었습니다. 그러나 꼭 있어야 할 한 사람이 눈에 띄지 않았다고 합니다. 바로 우장균 기자였습니다. 후배들이 서둘러 찾아 나섰습니다. 그는 경찰서 외딴 구석에서 흐느끼고 있었습니다. 후배들의 얼굴을 보고도 말조차 잇지 못하며 눈물을 쏟아냈다는 대한민국 기자 우장균. 그것은 이 세상에서 가장 슬프게 우는 사나이의 모습이었다고 합니다."

"동지들과 함께 끝까지 싸우겠다"는 우 기자의 기자협회장 출마 소식은 지난 11월 13일 1심 법원이 우 기자를 포함해 6명의 YTN해직기자들에 대한 사측의 해고가 무효라는 판결을 내릴 무렵즈음에 나오기 시작했다. 언론계에서는 우 기자가 단독출마함에 따라 그를 기자협회장으로 추대되는 분위기였으나 상대 후보가 출마하면서 결과를 섣불리 예상하기 어려워졌다. 기자들 사이에서는 '조직도 세도 없는 우장균 기자가 오히려 밀리고 있다'는 말까지 나왔다.

거기에 YTN사측의 조직적인 방해도 더해졌다. 통상적으로 자사 기자가 한국기자협회장에 출마하면 소속사는 사세를 높여주는 계기라 여겨 전폭적인 선거 지원을 했었다. 그러나 YTN사측은 해직기자 신분인 우 기자가 회장에 선출되는 것을 필사적으로 저지했다. 사측 용역은 YTN동료들에게 출마 인사를 하기 위해 보도국에 올라가려는 우 기자를 가로막았고, 한국기자협회에는 사장 명의의 공문을 보내 우 기자의 피선거권 자격 여부를 따지기도 했다.

그러나 이날 프레스센터 20층에서 현장투표로 진행된 42대 기자협회장선거에서 기자들은 우장균 기자의 손을 들어 줬다. 참석 대의원 2백47표(재적 3백40명) 중 1백27표를 얻어 1백18표를 얻은 상대 후보를 9표 차로 이긴 것.

우장균 기자는 당선 직후 "이것은 개인의 승리가 아니다. YTN 해직기자들의 승리고, 언론민주주의가 되살아나야 한다고 생각하는 대한민국 기자들의 승리"라고 소감을 밝혔다.

이날 모인 기자들은 "정권이 해직 시킨 기자를 동료 기자들이 회장으로 세웠다"고 입을 모았다.

우장균

8일 42대 한국기자협회장으로 선출된 우장균 YTN기자가 당선 소감을 발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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