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쟁 앞에서 다른 이유를 찾으려 하지 마!"
[기고] '저 달이 차기 전에'...쌍용차 동지들의 메시지
김상현 전 보건의료노조 세종병원지부장
입력 2009-12-09 10:50:21 수정 2009-12-10 13:06:37
영상으로 '쌍용자동차 투쟁'을 보는 내내 마음이 편치 않았다. 결국 초청을 해 준 동지에게 인사조차 하지 못하고 돌아왔다. 2006년 세종병원측의 단협해지에 맞서 181일을 싸웠던 그때가 떠올라서였기도 했고, 쌍용차 투쟁에 제대로 힘 한번 보태지 못한 부끄러움 때문이기도 했다.
병원사업장에서는 경험할 수 없는 또 다른 투쟁의 양상과 옥쇄파업의 험난한 모습들. 그러나 그 마음은 결코 다르지 않아 영상 속 조합원들의 표정과 말투에서 2006년의 기억이 겹쳐지기에는 충분했다. 노동자들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추악한 자본가와 그들의 앞잡이가 된 구사대들, 폭력에 앞장 선 공권력은 이젠 더 이상 이야기 할 것도 없다.
2006년 181일 간의 투쟁 동안, 일상을 그리워하는 조합원들의 모습이 내내 걸렸다. ‘아이의 돌잔치, 부친상, 부부간의 갈등, 생활고, 단잠, 반대편에 서있는 동료에 대한 배신감…’
추악한 자본에 맞선 우리의 투쟁은 사실 일상 속에서 일어났고 조합원들의 고뇌와 갈등은 언제나 이어졌다. 일상에 대한 소중함을 말하던 쌍용차 동지들의 그리움이 하나하나 진하게 전해져 왔다. 나 역시 가장 먹고 싶었던 게 소주였으니 말이다.
그렇게 인내와 힘든 시기를 다 이겨내어도 결국 또 한 번의 고비는 찾아 온다. 합의서를 두고 토론하던 지부장 동지와 조합원 동지들. 2006년 세종병원 투쟁 때도 그랬다. 우리들의 투쟁이 고작 종이 한 장으로 정리될 수 없음에도 합의서 한 장과 그 문구 하나에 우리의 투쟁을 재단 당하는 기분이 들었다. 그래서 2006년 세종 투쟁의 합의서를 쓰던 그날에도, 쌍용차 동지들의 영상을 보는 이 순간에도 쓰린 속은 편치 않았다.
투쟁을 시작하고, 이어가고, 마무리 할 수 있는 그 원천은 명분도, 실리도, 혹은 당위성이나 그 무엇도 아니다. 조금씩은 다른 이유이겠지만 조합원 한 사람 한 사람의 각기 다른 의지의 집합이다.
3년 전 세종병원지부의 투쟁이 이익을 얻기 위한 투쟁이 아닌 노동자로서, 한 인간으로서, 최소한의 존재감을 지키기 위한 선택이었던 것처럼 ‘저 달이 차기 전에’ 속에서 보여준 77일간의 쌍용차 동지들의 투쟁 또한 마찬가지다. “함께 살자”라는 것이 너무나 당연한 것이기에 명분과 실리, 당위성 그 어떠한 단어로도 표현되지 않는 자신의 의지에 따라 77일 투쟁의 길을 지켜올 수 있었던 게 아닐까?
이익을 따지고 명분을 얻기 위한 싸움은 결코 승리할 수 없다. 그 기준에 반하는 순간 조합원들의 의지와 관계없이 투쟁은 중단될 것이다. 도대체 누구의 잣대로 어떤 기준에 의해 명분은 세워지고 실리가 얻어질 수 있겠는가!
명분과 실리에 의해 투쟁을 선택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그들은 결코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자본의 의해 꼭두각시 노릇을 하는 자들은 더더욱 이해 못할 것이다. 우리들의 투쟁은 그 시작부터 끝까지, 노동자로서 인간으로서 스스로의 의지와 선택을 통해 이뤄지기 때문이다.
자신의 의지와 선택 앞에 부끄러움 없이 당당한 쌍용차 동지들의 모습은 나에게 이야기 하고 있다.
“투쟁 앞에서 다른 이유를 찾으려 하지 마!”라고.
이 영화를 본 당신에게, 쌍용차 동지들은 무엇을 이야기 하고 있는지 느껴보길 권한다.
ⓒ민중의소리
옥쇄파업은 끝이 났다. 투쟁은 끝이 났지만 삶은 이어진다. 조합원들은 흐르는 눈물을 애써 참으며 서로를 끌어 안았다. 그들은 가슴속에 무엇을 간직하며 쌍용자동차 평택공장을 떠나갔을까__영화 '저 달이 차기 전에' 중에서
'); }병원사업장에서는 경험할 수 없는 또 다른 투쟁의 양상과 옥쇄파업의 험난한 모습들. 그러나 그 마음은 결코 다르지 않아 영상 속 조합원들의 표정과 말투에서 2006년의 기억이 겹쳐지기에는 충분했다. 노동자들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추악한 자본가와 그들의 앞잡이가 된 구사대들, 폭력에 앞장 선 공권력은 이젠 더 이상 이야기 할 것도 없다.
2006년 181일 간의 투쟁 동안, 일상을 그리워하는 조합원들의 모습이 내내 걸렸다. ‘아이의 돌잔치, 부친상, 부부간의 갈등, 생활고, 단잠, 반대편에 서있는 동료에 대한 배신감…’
추악한 자본에 맞선 우리의 투쟁은 사실 일상 속에서 일어났고 조합원들의 고뇌와 갈등은 언제나 이어졌다. 일상에 대한 소중함을 말하던 쌍용차 동지들의 그리움이 하나하나 진하게 전해져 왔다. 나 역시 가장 먹고 싶었던 게 소주였으니 말이다.
그렇게 인내와 힘든 시기를 다 이겨내어도 결국 또 한 번의 고비는 찾아 온다. 합의서를 두고 토론하던 지부장 동지와 조합원 동지들. 2006년 세종병원 투쟁 때도 그랬다. 우리들의 투쟁이 고작 종이 한 장으로 정리될 수 없음에도 합의서 한 장과 그 문구 하나에 우리의 투쟁을 재단 당하는 기분이 들었다. 그래서 2006년 세종 투쟁의 합의서를 쓰던 그날에도, 쌍용차 동지들의 영상을 보는 이 순간에도 쓰린 속은 편치 않았다.
투쟁을 시작하고, 이어가고, 마무리 할 수 있는 그 원천은 명분도, 실리도, 혹은 당위성이나 그 무엇도 아니다. 조금씩은 다른 이유이겠지만 조합원 한 사람 한 사람의 각기 다른 의지의 집합이다.
3년 전 세종병원지부의 투쟁이 이익을 얻기 위한 투쟁이 아닌 노동자로서, 한 인간으로서, 최소한의 존재감을 지키기 위한 선택이었던 것처럼 ‘저 달이 차기 전에’ 속에서 보여준 77일간의 쌍용차 동지들의 투쟁 또한 마찬가지다. “함께 살자”라는 것이 너무나 당연한 것이기에 명분과 실리, 당위성 그 어떠한 단어로도 표현되지 않는 자신의 의지에 따라 77일 투쟁의 길을 지켜올 수 있었던 게 아닐까?
이익을 따지고 명분을 얻기 위한 싸움은 결코 승리할 수 없다. 그 기준에 반하는 순간 조합원들의 의지와 관계없이 투쟁은 중단될 것이다. 도대체 누구의 잣대로 어떤 기준에 의해 명분은 세워지고 실리가 얻어질 수 있겠는가!
명분과 실리에 의해 투쟁을 선택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그들은 결코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자본의 의해 꼭두각시 노릇을 하는 자들은 더더욱 이해 못할 것이다. 우리들의 투쟁은 그 시작부터 끝까지, 노동자로서 인간으로서 스스로의 의지와 선택을 통해 이뤄지기 때문이다.
자신의 의지와 선택 앞에 부끄러움 없이 당당한 쌍용차 동지들의 모습은 나에게 이야기 하고 있다.
“투쟁 앞에서 다른 이유를 찾으려 하지 마!”라고.
이 영화를 본 당신에게, 쌍용차 동지들은 무엇을 이야기 하고 있는지 느껴보길 권한다.
김상현 전 보건의료노조 세종병원지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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