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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동설한에 일자리 빼앗고 죽으라는건가요"

[인터뷰] '부당해고' 맞서 싸우는 한양대 미화원 최병을.이상애씨

김도균 기자 vnews@vop.co.kr

입력 2010-01-02 19:46:19 l 수정 2010-01-03 10:44:18

1월 1일 오후 경기도 안산 한양대학교 안산캠퍼스.

방학이 시작되고 학생들이 빠져나간 대학 교정은 텅비어 을씨년스럽기만 했다. 새해 첫 날이고 공휴일이라 학교 순환버스 운행도 중단된 터라 인적도 없었다.

"2010년도, 그 이후에도 청소어머님들 계셔주세요!"
"새벽을 여는 익숙한 손길... 어머님들을 응원합니다"
"열심히 일한 어머님들 고용안정 보장하라"

방학 중인 대학교정 곳곳에 붙어있는 현수막들만이 이 곳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알려주고 있었다.

"2010년에도 어머니들이 일할 수 있길"

한양대 안산캠퍼스에서 근무하던 청소용역 여성노동자들이 부당해고를 당했다며 대학본부 점거농성에 돌입했다. 방학 중이라 인적이 드문 교정에 부당해고 사실을 전하는 현수막이 걸려있다.



지난 2009년의 마지막 날인 30일과 31일 이틀에 걸쳐 한양대학교 안산캠퍼스에서 청소일을 하던 노동자 서른한명이 해고됐다. 이들은 모두 50대 초반에서 60대까지의 여성들이었다.

한양대학교 안산캠퍼스측은 여느 대학들과 마찬가지로 외부업체에 하청을 줘 지난해에는 2개의 용역업체가 학교의 경비.청소 등의 업무를 대행해 왔다. 이들 2개곳과 계약관계를 맺고 일해온 미화원은 총 64명. 이 가운데는 남성들도 있었지만 18명과 13명의 여성들이 각각 업체로 부터 해고통보를 받았다.

학교당국에 따르면 이들 2개 업체는 운영상의 이유로 새해에는 계약연장이 어렵다는 사유를 밝혔고 이에 따라 신규업체가 들어서게 됐다.
기존 업체들은 한달 전 미화원들에게 '계약만료' 통보를 했고, 이들은 연말에 신규업체를 통해 면접을 봐야 했다. 그리고 그렇게 면접을 보고 돌아온 지 이틀만에 해고통보를 받았다.

"30일 저녁 6시쯤 전화가 왔어요. 최병을씨 맞느냐고. 앞으로 일 못하신다는 통보드린다고 하더라구요. 계약만료 통보서를 한달전에 받긴했지만 이렇게 예고도 없이 이틀전에 면접보고는 나오지 말라니... 그래서 어떡해야 하나 발만 동동구르고 어디 전화도 할 줄 모르고 하다 이렇게 됐죠"

한양대에서만 7년을 일해 온 최병을(만 60세.경기도 안산 거주)씨.

최씨가 일을 하는 동안 용역업체가 2번 바뀌었다. 업체가 바뀌는 동안 최씨는 물론 동료들도 해고의 염려없이 고용이 유지되어 계속 일을 할 수 있었다.
이번 해고통보를 이해할 수 없는 것도 그런 배경이 있었기 때문이다.

"젊은 사람, 늙은 사람 상관없이 31명이 해고된거에요. 학교측에선 책임을 안진다는 소린 없지만 용역업체와 해결하라하고 용역업체에선 학교쪽에 미루고. 힘없는 사람들이 말이나 잘 할 줄 아나. 엄동설한에 어찌 먹고살라고 이러는지. 정말 하루도 빠짐없이 죽기살기로 일만했는데 이렇게 해고되고 나니까 분하고 억울하고 정말 죽겠어요"

최씨는 울음을 참지 못했다.

반면 학교당국의 생각은 달랐다.

새해 1월 1일자로 신규업체가 들어오게 됐고 그 업체에서 면접을 실시한 결과 이들이 회사 채용기준에 맞지 않았던 것이지 해고는 아니라는 입장이다.

최씨는 노조 활동을 열심히 한 게 해고의 진짜 이유 아닌지 궁금해했다.

"부당해고 철회, 원직복직 바랍니다"

한양대 안산캠퍼스에서 근무하던 청소용역 여성노동자 18명이 부당해고를 당했다며 2009년 12월 31일 오후 대학본부 점거농성에 돌입했다. 사진은 최병을(근무 7년째.만60세/사진 왼쪽)씨와 이상애(근무 10년째.만 63세/사진 오른쪽)씨



학교 당국과 용역업체 책임 떠넘기기.. "채용기준에 맞지 않았을 뿐 해고 아니다"

한양대학교 안산캠퍼스 미화원들은 지난 2004년부터 노동조합에 가입해 활동해왔다. 올해로 6년째다.

이 학교에서만 10년을 일했다는 이상애(만 63세. 경기도 안산 거주)씨. 이씨가 처음 학교에서 일을 시작했을 당시 한달 임금은 50만원이 조금 넘는 정도였다. 그러던 것이 아직 사무실은 없지만 노조에 가입하고 노사협상이라는 것을 통해 조금씩 권리를 찾을 수 있었다. 이들은 전국여성노동조합 경기지부 한양대 미화원 분회 소속의 노동자들이었다.

"처음엔 52만원을 받았어요. 지금은 88만을 받고 있구요. 매년 조금씩 오른 건데 처음엔 2천원 인상되고 해서 농성도 하고 했더니 조금씩 더 오르더라구요. 노동조합 활동한다고 난리인 것 같아요. 노조 안했으면 안잘랐을거라는거죠. 업체가 바뀌어도 다들 그 자리에서 일을 했었거든요. 노조 활동 열심히 한 사람들이 다 이렇게 된거에요"

"세상에 2천원 인상이 말이 되요. 개 사료값도 안되는 돈인데..."

옆에 있던 최병을씨가 말을 받았다.

"어제 협상이란 걸 했는데 이력서를 넣고 면접을 봤는데 떨어진 사람들은 이유가 뭔지 물었어요. 그랬더니 하는 소리가 이력서를 제대로 안썼다는 거에요. 그러면서 댁에 아들들이 이력서에 회사명만 쓰면 회사에서 받아주겠냐고 되묻더라구요. 이력서 잘 못썼다는 건 정말 저 사람들 변명이라고 밖에 생각 안들어요"

업체에서는 다른 곳을 알아봐주겠다고도 했다. 왜 궂이 한양대학교에서 일을 하려하느냐는 것이다.

"내가 아무 잘못 없이 일 잘해오던 곳인데 다른 사람은 받고 나는 왜 내보내느냐는 거죠. 그 사이 일하다 힘들어 나갔던 사람이 이번에 들어온다하더라구요. 몸이 좋지 않은 사람도 받는 마당에 왜 우린 해고시키느냐. 사지 멀쩡하고 일밖에 모르는 사람들을 말이죠. 저 안에 농성하는 사람들 중에 몇몇은 정말 생계가 위험해요. 세상이 험악하다지만 어찌 이럴 수 있는지. 이대로 나가서 죽으라는거나 마찬가지 아닌가요"

그렇게 업체로부터 해고통보를 받은 동료 18명이 31일 오전에 모였다. 억울한 마음에 학교에 찾아가 항의라도 해보자는 심정으로 그 날 낮 1시에 대학본관을 찾아갔고 그 이후 준비없는 '농성'이 시작됐다. 이 가운데 1명은 몸이 아파 대학본관을 나왔고 이후 업체와의 협상 뒤 최씨와 이씨 등 고령자들이 밖으로 나와 14명이 남았고 노조 상근간부 2명이 이들과 함께 하고 있다.

한양대 미화원들 "부당해고 당했다" 대학본부 농성

한양대 안산캠퍼스에서 근무하던 청소용역 여성노동자 18명이 부당해고를 당했다며 2009년 12월 31일 오후 대학본부 점거농성에 돌입했다.



최근까지 이들이 속해 있던 'ㅇ환경'에서는 학교 미화원의 정년을 65세로 명기하고 있었다.
혹시 나이 제한 때문인가 싶었지만 해고통보를 받은 이들 중엔 50대 초반도 있었고 60대 초반도 있었다.

"일하던 사람 자르고 그 자리에 다른 사람을 채워넣더라는거죠. 우리도 65세 다 되면 알아서 나갈 겁니다. 같이 농성 들어갔던 분들 중에 나이 많은 언니들이 그래요 '늙은이들 때문에 젊은 것들이 힘드니까 우리가 빠지겠다'해서 저희 두사람하고 같이 나왔어요. 한명은 몸이 아파 돌아가고"

곧 계절학기가 시작되고 2월초면 신입생 등록이 시작되면서 학교는 분주해 질 것이다.

학생들은 방학에 들어갔지만 미화원들은 주 5일 꼬박 출근해 학교 주변 곳곳을 단장한다. 개강을 앞두고는 대청소를 해야해 평소보다 더 바빠진다고 했다.

"아침 일찍 일어나 집안 정돈하고 7시까지 학교에 왔어요. 7시 반까지 대기실에 도착을 해야 하니까. 그 뒤로는 점심시간 한시간 밥먹으러 들어오고 그 외엔 어디 들어와서 커피도 마실 수 없어요"

농성을 시작한 뒤 대학본관으로 통하는 출입구는 모두 봉쇄되었다. 정문 역시 경비들이 걸어잠그고 음식물 반입 등을 통제하고 있었다.

"처음엔 물도 못먹게 해서 안에서 물 좀 넣어달라고 전화가 왔어요. 그래 내가 아침에 커피포트에 물끓여 가져 갔는데 문 앞에선 못들어가게 하고 해서 뒤로 돌아가 긴 목도리를 연결해서 간신히 창문으로 넣어줄 수 있었죠. 그 날 오후에야 물이 들어가게 해주더라구요"

집에선 해고사실 알게됐죠. 아까 자식들이 국수를 끓여서 주고 갔어요. 농성 들어가고 한나절만에 이불이 들어갈 수 있었고..."

최병을씨는 여전히 분이 풀리지 않았는지 인터뷰 도중에도, 전화통화 중에도 연신 울음을 터뜨렸다.

"정말 밤에 자리에 누워도 잠이 안와요. 너무 억울하고 분해서 벌벌 떨고. 하도 분해서 유서쓰고 여기 와서 목을 맬까 생각도 하고"

이들 여성 미화원들의 요구사항은 단 한가지다.

해고통보를 철회하고 전 처럼 일을 할 수 있게 해달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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