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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이 민주노동당 6만 당원 정보를 봤다?

영장제시 없이 투표시스템 조사...마구잡이 수사 가능성 높아

김동현 기자 mailto@vop.co.kr

입력 2010-01-29 01:11:30 l 수정 2010-01-29 20:47:01

경찰이 민주노동당 서버를 해킹했다는 의혹이 커지면서 ‘누구의 정보를 어디까지’ 조사했는지에 대한 의문이 증폭되고 있다.

경찰이 투표시스템에 ‘아무도 모르게’ 접속했다?

서울 영등포경찰서는 28일 “‘압수수색검증영장’을 발부받아 민주노동당 투표사이트를 조사해 수사 대상자를 가려냈다”고 밝혔다.

경찰은 민주노동당 투표사이트를 조사하면서 민주노동당이나 서버업체에 영장을 제시하지 않았다. 경찰은 ‘압수수색검증영장’을 발부받았기 때문에 적법한 절차를 밟았다고 주장한다.

설령 과정이 적법하다고 해도 문제는 발생한다. 경찰이 서버 업체나 당의 협조 없이 사이트를 조사했다는 것은 일종의 ‘기술적 조치’를 동반했다는 것을 뜻한다. 즉, 사이트를 관리하는 그 누구도 모르게 데이터에 접근했다는 것이다. 민주노동당 사이트를 관리하고 있는 윤수근 홍보국장은 “서버업체도 영장을 본 적은 없다고 했다”면서 “해킹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경찰은 ‘직접’ 사이트로 들어가 정보를 확인한 셈이다. 그렇다면 경찰이 투표사이트의 서버에 접속해 하드 디렉토리를 훑어봤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정보기관이 이 정도의 사이트를 뚫고 들어갈 기술력은 충분히 보유하고 있을 것으로 보인다.

6만 당원의 정보가 노출됐다?

서버에 접속했다면 정보가 어느 공간에 있는지 바로 알 수 없기 때문에 경찰이 의도하지 않아도 서버 하드의 여러 디렉토리를 뒤져봤을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면 경찰은 이번 사건과 관련 없는 상당수의 자료에 접근하게 되는 것이다.

경찰은 소환대상자가 293명이라고 밝혔다. 수사대상자는 더 많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박용만 영등포경찰서 수사과장은 조사기간과 범위에 대해서는 밝힐 수 없다고 말했다.

이 말대로라면 수백명의 자료를 찾기 위해 사이트 전체를 조사했다는 추정도 가능하다. A라는 사람의 자료를 찾기 위해 리스트를 훑게 되고 이 과정에서 수사대상자가 아닌 사람의 정보에도 접근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민주노동당 관계자는 현재 당원이 6만8천명가량이라고 밝혔다. 최악의 경우 6만8천명의 개인신상정보와 투표정보가 경찰에 넘어갔을 수도 있다. 결과적으로 민주노동당 6만여 당원들은 자신들의 의사와 상관없이 경찰에 자신의 정보가 노출당한 셈이다.

개인신상정보가 노출된 것도 문제지만 투표에 관련된 정보를 뒤져봤다는 것은 아주 심각한 문제가 된다. 우리 사회 민주주의의 근간으로 받아들여지는 ‘비밀투표’가 완전히 무너지는 상황에 직면하게 되는 것이다.

랑희 인권단체연석회의 활동가는 “개인의 투표행위는 보통 비밀투표로 정치적 자유를 보장받게 된다”면서 “이런 자유는 완전히 훼손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일반 기업체에서 개인정보가 유출돼도 난리가 나는 마당에 국가기관이 수사대상과 관련이 없는 사람들의 정보에 접근했다면 문제는 심각해진다”고 밝혔다.

불법 해킹

경찰의 민주노동당 투표사이트 불법해킹 의혹이 일고 있다. 정보기관들의 인터넷수사에 위법성이 제기되고 있다.



‘압수수색 검증영장’의 범위는 어디까지?

경찰은 ‘압수수색 검증영장’이 존재한다고 밝히면서도 공개적으로 제시하지는 않았다. 여기서 생기는 의문점은 영장이 허용하는 조사대상과 범위다.

만약 경찰이 조사대상을 투표사이트 전체로 했다면 그것 자체로 인권침해 소지가 생긴다. 앞서 유추한 상황을 법적으로 보장해 달라는 요구를 한 것이기 때문이다. 영장을 발부받은 경찰은 사건과 관련이 없는 사람들의 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권한을 갖게 된다.

경찰이 조사대상을 수사대상자에 한정했다고 해도 문제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영장을 데이터를 관리하는 사람에게 제시하고 해당 정보만을 취득한 게 아니라 직접 사이트에 접속해 정보를 빼내갔기 때문에 다른 정보에 접속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법은 개인의 권리를 침해하는 문제에 대해 ‘최소한’으로 할 것을 강하게 규정하고 있다. 경찰이 조사대상을 분명히 했다고 해도 수사과정에서 다른 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방법을 택했다면 개인의 권리를 침해할 소지를 갖게 되는 것이어서 수사과정이 위법성을 갖게 된다.

경찰이 영장에 자료의 구체적 내용에 대한 범위를 제한하지 않았다면 더욱 문제다. 경찰이 조사한 정보는 ‘투표정보’다. 경찰이 마음만 먹으면 ‘누가 누구에게 투표했는지’ 파악할 수 있는 자료를 확보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최악의 경우 경찰은 6만 당원이 누구에게 투표했는지 알 수 있는 자료를 확보했을 수도 있다.

랑희 활동가는 “정보기관들이 인터넷상에서 취득한 정보를 수사 종결 이후 폐기한다는 얘기를 들어보지 못했다”면서 “정보를 다른 수사에 활용할 개연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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