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강을 앞두고 대학생들이 깊은 고민에 빠졌다. 올 1학기 등록금을 대출하려는데 기존의 학자금 대출 제도와 ‘취업 후 학자금 상환제(취업 후 상환제)’ 중 어떤 것이 유리할지 쉽게 판단이 서지 않아서다.
새로운 제도가 도입되긴 했지만 재학생들과 ‘취업 후 상환제’ 신청 자격이 안 되는 신입생들은 기존 제도를 이용할 수 있다. 새 대출제도는 재학 중 원리금을 내지 않아도 되는 장점이 있어 당장 등록금 마련이 어려운 학생들이 주로 신청하고 있다.
하지만 기존 제도에 포함됐던 저소득층 이자 지원이 폐지됐다. 5.7%의 높은 이자율과 ‘이자에 이자가 붙는 복리’ 형식도 대학생들을 갈등하게 하는 요소다. 당장의 원리금 상환 압력이 없는 대신, 졸업 후에 수십년 동안 빚을 안고 살아가야 하기 때문이다.
정부는 대표적인 친서민 정책으로 ‘취업 후 상환제’ 도입을 홍보하고 있지만, 대학생들은 기존 제도보다 새로운 제도가 훨씬 좋은 지에 대해선 여전히 의문을 품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 2일 한국장학재단을 방문했다. 그는 이날 "(등록금이) 너무 싸면 대학 교육의 질이 떨어지지 않겠느냐"라고 말해 대학생들을 경악케 했다.ⓒ 한국장학재단 제공
어떤 대출제도를 이용해야 할까?
학자금 대출 업무를 담당하는 한국장학재단 상담원도 두 제도가 각각 장점과 단점이 있는 만큼 학생의 처지에 맞게 선택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상담원 A씨는 “아르바이트를 해서 재학 중에도 이자를 낼 수 있는 학생은 기존 대출을 받고, 졸업 후 내려면 취업 후 상환제를 이용하면 된다”면서도 “어떤 게 더 유리한지는 모르겠다. 상황에 따라 다르다”고 말했다.
반면 학자금 대출 관련 문의를 위해 4일 한국장학재단을 방문한 대학생 김정원(23) 씨는 이자율이 너무 높아 부담스럽다고 ‘취업 후 상환제’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김씨는 “당장 갚을 수 없으니 어쩔 수 없이 ‘취업 후 상환제’를 이용해도 나중에 더 많이 갚아야하기 때문에 고민이 된다”고 복잡한 심경을 토로했다. 그는 “당장 매달 이자를 내는 것도 너무 힘들고 벅차서 다음 학기는 ‘취업 후 상환제’를 신청할 생각”이라면서도 “졸업 후가 걱정 된다”고 말했다.
가톨릭대를 다니는 최다솔(21) 씨도 기존 제도와 ‘취업 후 상환제’를 놓고 고민을 하고 있다. 최씨는 학자금 대출의 이자율이 신입생 때부터 계속 인상돼 왔다면서 “‘취업 후 상환제’의 이자율도 너무 높다”고 지적했다. 그는 “매달 30여만원의 원리금을 내고 있어 부담이 크다”면서 “취업을 해도 최소 5~10년 동안은 갚아나가야 할 텐데 ‘취업 후 상환제’가 더 좋을 지는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중소기업 취업하면 25년 동안 ‘빚쟁이’
대학생들이 지난해 말 국회에서 기자회견 후 'MB가 취업 후 상환제라는 빚더미를 선물했다'는 내용의 퍼포먼스를 하고있다.ⓒ 민중의소리 자료사진
정부가 이자율을 0.1%p 낮추기 이전의 통계이긴 하나, 권영길 민주노동당 의원이 지난해 11월 기존 제도와 ‘취업 후 상환제’를 비교하는 모의실험했던 결과를 보면 문제는 확연하게 드러난다.
사립대 평균 등록금(2009년 742만원)을 4년 동안 대출받고 등록금이 매해 5.6%씩 인상된다고 가정하면, 소득이 낮은 1-3분위, 4-5분위 학생은 기존의 이자 지원이 없어지면서 각각 997만원, 725만원씩을 더 갚아야 한다.
또 사립대학의 등록금을 대출해서 갚기 위해서는 연봉 3000만원 이상의 직장에 취직해서 10년을 갚아야 한다.
교육과학기술부가 지난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해마다 800만원씩 4년 동안 3200만원의 등록금을 대출받았다고 가정했을 때, 연봉이 1900만원일 경우 25년이 지나서야 상환이 끝난다.
게다가 총 상환액은 9705만원으로 원금의 3배 가까이 불어난다. 작년 중소기업에 취업 한 대학 졸업자가 받은 초임 연봉은 1997만원이다. 학생들이 ‘졸업 후’를 더 암담해하는 이유다.
학자금 대출도 성적순...“장학금도 아니고”
성적에 따라 신청 자격을 주는 것도 문제가 되고 있다. ‘취업 후 상환제’의 경우 신입생은 수능 혹은 내신이 6등급 이상이어야 하며 재학생도 직전학기 성적이 B학점 이상이어야 대출을 신청할 수 있다고 규정되어 있다.
중앙대 재학생인 김아무개(24) 씨는 올 1학기에 ‘취업 후 상환제’를 신청하지 못했다. 지난 학기 성적이 B학점을 넘지 못했기 때문이다. 김씨는 “정부가 장학금도 아니고 학자금 대출을 해주는데 성적으로 자르는 건 이해할 수 없다”면서 “‘취업 후 상환제’ 신청 자격이 안 돼서 이번 학기는 휴학을 하고 아르바이트를 할 예정”이라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고려대를 다니는 최아무개(22) 씨도 마찬가지 처지다. 최씨는 “기존 학자금 대출 제도는 C학점이면 신청할 수 있었는데 ‘취업 후 상환제’에서는 기준이 B학점으로 상향돼서 이 제도로는 대출이 불가능해졌다”고 말했다. ‘취업 후 상환제’에 따른 대출 신청이 시작되기 하루 전인 지난달 14일 교과부는 신청 자격의 성적 요건을 이같이 갑자기 바꿔 발표했다. 이에 따라 대출 대상 학생은 모두 107만명에서 93만명으로 14만여명이 줄었다.
<김병철 기자 10004ok@v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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