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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형 보호자 없는 병원 도입 5개년 계획 세우자”

보호자 없는 병원 연석회의, '사회적 대화기구' 구성 제안

조현미 기자

입력 2010-02-07 04:11:53 l 수정 2010-02-08 08:58:46

“여성의 취업률은 점점 높아지고 있으니, 이제는 사회가 돌봄노동을 담당해야 한다. 간병비를 건강보험 급여화하지 않는 것은 이미 불가능한 상황이다”


지난해 국회에서 우여곡절 끝에 보호자 없는 병원 시범사업을 위한 예산 44억원이 확보됐다. 보건복지가족부는 올해 보호자 없는 병원 2차 시범사업을 준비하고 있다. 복지부는 이미 2007년과 2008년에 걸쳐 1차 시범사업을 실시한 바 있다. 2차 시범사업을 앞두고 보호자 없는 병원 제도화를 위한 방안에 대해 각계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보호자 없는 병원’ 실현을 위한 연석회의와 최영희 민주당 의원·곽정숙 민주노동당 의원·이용경 창조한국당 의원은 지난 5일 국회 헌정기념관 대강당에서 ‘보호자 없는 병원 시범사업과 제도화 어떻게 할 것인가’를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했다. 연석회의는 지난해 11월 9개 시민·사회·노동단체가 참여해 공식 출범했다.



5년 내 전면 실시 가능할까

보호자 없는 병원은 말 그대로 보호자가 환자의 간병을 위해 병원에 머물지 않아도 되는 것을 말한다. 병원에 입원한 환자에 대한 간병은 병원에서 담당하는 것이 당연하다. 하지만 병원 내 간호인력 부족은 심각하다. 환자의 보호자가 간병을 맡거나 개별적으로 간병인을 고용하고 있는 실정이다. 환자는 의료비를 뛰어넘는 간병비 부담에 고통 받고, 간병인은 간병인대로 장시간 노동에 고통받고 있다. 대부분 하루 12시간 또는 24시간 일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주호 보호자 없는 병원 실현을 위한 연석회의 정책위원장(보건의료노조 전략기획단장)은 “간병의 사회적 비용이 연간 1조원으로 추정된다”며 “올해 시범사업 예산 44억원은 많은 조직들이 함께 싸워서 확보한 예산이기 때문에 1조원 이상의 가치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보호자 없는 병원 5년 내 전면 도입을 위해 단계적으로 사업으로 추진하자”고 제안했다. 그는 간호사가 입원환자에 대해 모든 간호 서비스를 제공하는 ‘선진국형 모델’과 충분한 간호사 인력을 확보를 전제로 간병인이 간병서비스를 제공하는 이른바 ‘한국형 모델’을 비교했다. <표 참조>



현실 여건 감안한 단계적 추진

이 정책위원장은 “간호사 확보의 어려움과 보험료 인상에 따른 재정부담, 환자선택권 등을 고려했을 때 보호자 없는 병원을 단계적으로 추진할 필요가 있다”며 “전면 실현을 위한 5개년 계획을 세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1차 년도인 내년에는 간호사 7천736명, 간병인 2만1천127명을 충원해 70만명 이상의 환자들에게 혜택을 주고, 간호인력 충원과 병상 확대·보험료 인상 등을 단계적으로 시행하자는 것이다. 최종적으로는 2015년에 간호사 1만1천927명, 간병인 2만2천543만명을 충원해 333만명 이상의 환자들이 보호자 없는 병원의 혜택을 받는 것을 목표로 한다.


그는 보호자 없는 병원 전면 실현을 위한 과제로 간호인력 확충과 간병서비스 급여화를 꼽았다. 간호인력을 충원하기 위한 방안으로는 △교대근무자 근무여건 개선 △중소병원 간호사 처우개선 △유휴간호사 재취업 활성화 △신규면허 간호사수 증원 등을 제시했다. 간병서비스 급여화를 위한 방안으로는 △적정 간병서비스 수가 마련 △적정한 본인부담률 채택 △간병인 자격요건과 근로조건 개선 △환자 중증도를 고려한 다양한 간병서비스 제공 △환자 선택권 보장방안 마련 등을 꼽았다.


보호자 없는 병원 도입을 둘러싼 이해당사자는 환자와 보호자를 비롯해 간호사·간병인·병원 등 매우 다양하다. 때문에 이 사업을 제도화시키는 과정에서 다양한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 이 정책위원장은 “충분한 대화와 사회적 합의를 통해 제도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며 “정부와 이해관계 당사자·전문가로 대화기구를 구성하고 복지부 차관이나 보건의료정책실장이 총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기구에서 간병서비스 제도화 방안과 간호사 인력확보 방안을 논의하자는 것이다.




다양한 모델 개발 필요한 2차 시범사업

올해 진행되는 2차 시범사업은 건강보험급여 간병수가 개발과 간병료 비용부담 방안, 간호사와 간병인 업무구분, 간병인 근로조건과 관리방안 등에 대해 다각도로 실험을 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특히 관심이 모아지는 부분은 간병비의 건강보험 급여화 여부다. 올해 업무계획에서 간병서비스 제도화를 발표한 복지부는 민간의료보험과 연계한 간병서비스 제도화 가능성도 열어 뒀다.


안기종 한국백혈병환우회 사무국장은 “민간의료보험과 연계한 간병서비스 제도화는 건강보험 보장성을 후퇴시키고 환자에게 이중의 비용부담을 준다”며 “환자 단체 입장에서는 절대 동의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주호 정책위원장도 “연석회의 안에서는 민간보험 적용을 제외한 어떤 제안도 논의할 수 있다”고 못 박았다.


보호자 없는 병원 사업이 또다시 시범사업으로 그칠 것에 대한 우려도 제기됐다. 김창보 건강세상네트워크 정책위원장은 “현재까지의 상황으로 볼 때 정부가 시범사업의 목표와 방향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을 내놓지 않고 있을 뿐만 아니라 제도적 문제로 해결하기 위한 세부방안도 제시하지 않고 있다”며 “자칫 후속계획 없이 또 한번의 단발성 시범사업으로 끝나게 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무엇보다 정부가 간병서비스에 대해 건강보험 급여로 전환하겠다는 계획을 밝히지 않고 있다”며 “동시에 민간의료보험 시장으로 내어줄 의향까지 비추고 있어 상당히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정부의 시범사업 예산 20억원인 점을 거론하며 “간병서비스를 건강보험 급여화하지 않는다면 건강보험 재정을 보호자 없는 병원 시범사업에 사용하는 데 대한 명분이 없어지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쟁점은 간병료의 '건강보험 급여화'

허윤정 민주당 보건복지전문위원은 “보호자 없는 병원 사업은 간병 제도화를 통한 간병서비스의 노동조건·노동환경·간병의 수준 등을 다양한 측면에서 점검할 수 있게 한다”며 “간병 인력과 병원 내에서 근무하는 간호사·간호조무사 등 관련 인력들과의 업무조정과 역할분담에 대한 근본적인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영미 한국여성단체연합 공동대표는 간호부의 간병인 관리와 관련해 “실제 병원에서 업무를 맡고 있는 간호사들의 의견에 따르면 병동 수간호사가 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인 방법이라고 한다”고 전했다.


이성식 대한병원협회 보험위원장(소화아동병원장)은 “보호자 없는 병원은 그동안 보건의료노조와 2004년부터 산별교섭을 하면서부터 매년 올라왔던 의제”라며 “노사 간 한번 협력해 시행해 볼 수 있는 아이템이라는 데 동의한 상태”라고 말했다. 그는 “다만 제도화 과정에서 따라오는 간병인 비용이 국가나 건강보험의 지원 없이 고스란히 병원계의 부담으로 오면 난색을 표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수철 민주노동당 정책연구원은 “선택진료비도 처음에는 좋은 취지로 시작됐다가 지금은 부작용을 낳고 있다”며 “비급여형태로 제도화하겠다는 것을 넘어 어떻게 급여화하면 좋을까에 대해 계획을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송재찬 복지부 보험정책과장은 “시범사업의 목적을 분명하게 할 필요는 있다고 생각한다”며 “올해는 병원에서 어떤 인력이 어떤 방식으로 제공되는 것이 바람직한가를 찾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복지부는 이번 시범사업 예산을 병원에 직·간접으로 지원하고, 환자의 부담은 소득계층에 따라 차등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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