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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례적인 군사연습"이라는데 북한은 왜?

키리졸브 훈련에 "자제" 촉구하는 南, 北포사격 때는 '초긴장'

조태근 기자 taegun@vop.co.kr

입력 2010-03-08 11:40:19 l 수정 2010-03-08 17:52:06

8일 미국과 한국이 북한에 대한 사실상 '무력시위'나 다름없는 '키 리졸브'(Key-Resolve) 연합군사훈련을 결국 강행했다. 또 키리졸브와 함께 한-미 연합 야외기동훈련인 독수리(Foal Eagle)훈련도 진행된다.

6자회담 재개 가능성이 높아지는 등 한반도 정세가 갈등 국면에서 벗어나는 시점이라 미국은 다른 때보다 증파 병력을 축소하거나, 지난해처럼 부산항에 핵항공모함을 배치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키리졸브 훈련의 작전 목적은 엄연히 '북한 정권 제거'와 '북한군 격멸' 등에 맞춰져 있다.

한미연합사령부는 이번 훈련이 "한미 상호방위조약에 따라 정례적인 군사연습"이라고 주장했으며 정부는 "북한이 6자회담 재개 논의나 남북 간 대화가 진행되고 있어 남북관계를 흔들 수 있는 조처를 취하긴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국방부와 한미연합사령부는 북한이 지난 1월과 2월 서해상에서 해안포 사격훈련을 실시했을 때 한.미가 긴장을 조성하지 않았다며 이번 키리졸브 훈련에 대해서도 북한의 자제를 촉구했다.

키리졸브 중단 촉구 기자회견

8일 한미연합사 전쟁지휘소 앞에서는 통일단체 회원들이 키리졸브 연습 중단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그런데 지난 1월 북한이 서해상에 해안포를 발사했을 당시를 되짚어 보면 키리졸브 훈련에 대해 과민반응하지 말라는 정부의 주장을 북한의 입장에서는 기만적으로 느낄 수밖에 없는지 알 수 있다.

1월 27일 북한이 오전과 오후 두 차례에 걸쳐 백령도와 대청도 인근 북방한계선(NLL)의 북한측 수역으로 100여 발의 해안포를 발사했을 때, 북한군 총참모부는 "연례적인 포실탄 사격훈련을 했으며 사격훈련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에 대해 군은 즉시 경고사격을 했으며 당시 인도를 방문 중이던 이명박 대통령은 긴급 안보대책회의를 열게 하고 김태영 국방부 장관, 현인택 통일부 장관, 박성도 국정원 2차장을 참석케 했다.

곧이어 국방부는 남북 장성급 군사회담 수석대표 명의로 "모든 도발행위를 즉각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정부 일각에서는 북한이 처음으로 NLL 부근 서해상에 포사격을 했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만약 북한 포탄이 NLL을 넘어 남측 수역에 떨어지면 군이 대응사격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국방부는 국회에서 열린 국방위 긴급현안 간담회에서 서해상에 배치된 구형 레이더로는 북한 해안포의 발사 장소와 탄종을 식별할 수 없었다며 대포병탐지레이더를 고정배치하고 K-9 자주포를 증강하기 위한 예산을 요구하기도 했다.

여기에 대부분의 언론들도 북한의 포사격 뉴스를 연일 톱으로 전하면서 긴장이 고조됐고, 전날에 이어 북한이 1월 28일에도 연평도 부근 NLL 북측 수역에 포 사격 훈련을 실시하자 불안감은 극에 달했다.

앞서 지난 1월 5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새해 첫 군부대 시찰로 '근위서울류경수제105땅크(탱크)사단'을 찾아 남한 지역 공격 상황을 상정한 가상 훈련을 참관했다는 보도에도 남측이 느끼는 긴장감은 상당했다. 북한군 탱크가 '전라남도', '부산', '김해', '창원', '삼랑' 등 남측 지명이 선명하게 쓰인 표지판 옆을 달려가는 장면이 담긴 사진이 공개됐기 때문이었다.

같은달 7일에 김 위원장이 인민군 육해공군 합동훈련을 참관한 사실이 북한 매체를 통해 공개됐을 때도 정부는 전례없는 일이라며 후속 움직임을 '예의주시'하겠다고 밝힌 적이 있다.

키리졸브 중단 촉구 기자회견

8일 한미연합사 전쟁지휘소 앞에서는 통일단체 회원들이 키리졸브 연습 중단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번 키리졸브 훈련으로 북한이 체감하는 군사적 위협은 북한의 해안포 사격 당시 남측이 느낀 긴장감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일 것으로 보인다.

실제 북한 인민군 총참모부는 지난달 25일 "미제와 남조선 괴뢰 호전광들이 침략적인 합동군사연습을 감행한다면 우리는 강력한 군사적 대응으로 맞받아나갈 것"이라며 (키리졸브 훈련은) 우리 공화국을 불의에 선제공격하기 위한 선행작전, 핵전쟁 연습"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북한은 "필요한 경우 핵억제력을 포함한 모든 수단을 총동원해 침략의 아성을 죽탕쳐 버릴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키리졸브 훈련을 하루 앞둔 7일에도 북한군 판문점대표부는 "이번 연습의 성격 자체가 핵전쟁.북침 연습인 만큼 조선반도 비핵화 과정은 부득불 중단될 것이며 우리의 자위적 핵 억제력은 더욱 강화될 것"이라고 했다.

18일까지 11일 동안 이어지는 이번 훈련에는 한국군에서 군단급, 함대사령부금, 비행단급 부대 2만여명이 참여한다. 미국측에서는 미군 1만 8여명이 참가하는데 이중에는 하와이.오키나와와 미국 본토에서 증원된 미군 8천여명이 포함돼 있다. 총 병력 규모만 따져도 3만 9천여명이 동원되는데 여기에 일본과 하와이 등의 미군 태평양사령부 소속 기지들에서 발진하는 전투기.폭격기.정찰기와 함정들의 규모는 공개돼 있지도 않다.

여기에 이명박 정부 들어 한.미는 북한 '급변사태'에 대비한 작전계획 5029를 완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지난해 부터 이어진 김태영 국방장관의 선제타격 발언이나 지난 1월 정부의 북한 급변사태 대비 '부흥계획' 마련 보도 등을 감안하면 북한이 이번 키리졸브 훈련을 '선제공격을 위한 전쟁연습'이라고 비난한 것은 단순한 수사적인 비난 차원을 넘어선 것으로 해석된다.

키리졸브 중단 촉구 기자회견

8일 한미연합사 전쟁지휘소 앞에서는 통일단체 회원들이 키리졸브 연습 중단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한편 미군의 '전략적 유연성'과 2012년 4월로 예정된 전시작전통제권 환수를 앞두고 열리는 키리졸브 훈련을 두고 한.미가 선제공격을 염두에 둔 것이라는 정황들은 곳곳에서 드러난 바 있다.

지난해 3월 실시된 키리졸브 훈련 당시에는 '워게임'을 통해 압록강까지 진격하는 훈련을 실시해 북한의 반발을 불러 왔다. 또한 최근 발간된 <노무현, 시대의 문턱을 넘다>에서 김종대 'D&D포커스' 편집장은 당시 훈련에서 월터 샤프 주한미군 사령관이 김태영 당시 합참의장에게 '데프콘-1'(전쟁이 임박해 전쟁계획 시행을 위한 준비가 요구되는 최고준비태세) 선포를 요구했으나 받아들이지 않자 '북한군의 공격으로 청와대가 피격된 상황'이 벌어졌다고 가정하고 '데프콘-1'로 격상할 것을 압박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아울러 지난해 말 미국은 급변사태에 대비한 별도의 훈련을 한국에 제의한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한국 측은 이에 대해 별도의 급변사태 훈련을 할 경우 북한의 반발이 예상된다며 키리졸브 훈련에 급변사태 훈련을 삽입하는 형식을 제안한 것으로 보도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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