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 차별하는 현대차, 리콜 강제해야"
[인터뷰] 김필수 교수 "점유율 80% 독과점 체제가 차별대우 원인"
구도희 기자 dohee@vop.co.kr
입력 2010-03-09 23:12:21 수정 2010-03-10 22:41:17
도요타 대량 리콜 사태로 전 세계의 자동차 시장이 충격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도요타의 위기가 국내 자동차 업체에는 반사이익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분석도 있지만 미국에서 현대자동차가 YF소나타, 투싼ix 등에 대해 리콜을 실시하면서도 클러치 문제가 발생한 국내 판매용 투싼ix에 대해서는 '무상 수리'에 그치고 있어 한국 소비자와 미국 소비자를 차별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김필수 대림대학교 자동차공학과 교수의 의견도 다르지 않았다. 김 교수는 8일 <민중의소리>와의 인터뷰에서 리콜이 아닌 무상수리로 일관하고 현대자동차를 강하게 성토했다.
자동차 결함을 수리하는 개념에는 리콜(강제 리콜, 자발적 리콜)과 무상수리로 나뉜다. 공개적으로 결함을 인정하고 수리해주는 리콜과, 소비자가 문제를 느껴 직접 수리를 받으러가거나 기업에서 쉬쉬하며 비공개적으로 결함을 수리해주는 무상수리는 개념 자체부터 다르다고 김 교수는 말했다.
그는 "세계적인 자동차 메이커들의 경우 문제가 발생했을 경우 자발적 리콜을 실시하는 것을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있는 반면, 국내 자동차 메이커들은 자발적으로 결함을 인정해도 리콜 자체에 대한 소비자들의 부정적 인식이 있어 무상수리를 택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또 설사 국내 소비자들이 리콜을 받더라도 미국 소비자들에 비해 차별 대우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단적인 예로 현대차의 경우 미국에서 자발적 리콜을 실시하면 소비자들에게 대차 서비스를 제공하거나 교통비를 지불하는데, 국내 소비자들에게는 이런 배려가 전혀 없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이런 점들 때문에 소비자들이 리콜에 대해 더욱 부정적 인식을 갖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국내 자동차 메이커들이 국내 소비자들을 차별대우를 하는 이유는 뭘까. 김 교수는 "국내 자동차 시장이 독과점 체제로 형성되어 있기 때문"이라고 단언했다. 전세계 자동차 메이커들이 모여 경쟁이 치열한 미국 시장에 비해 현대․기아차는 국내 자동차 시장의 80% 이상을 점유하고 있어 일종의 독과점 체제가 형성돼 있다. 때문에 자동차 메이커가 소비자들을 크게 신경쓰지 않고 있다고 김 교수는 지적했다. 아울러 그는 정부가 '기간산업'이라며 자동차 산업에 대해 정책적으로 지원을 해주고 있기 때문에 자동차 메이커들이 국내 소비자를 홀대하는 현상이 발생할 수밖에 없는 측면도 있다고 설명했다.
“현대차가 미국에서 먼저 리콜을 실시하고 국내서는 이를 뒤따라간 모양이 돼버렸습니다. 그런데 아무리 감추려고 해도 자동차의 결함은 수면 아래에서 곪아서 결국 터질 수밖에 없습니다. 결함을 바라보는 업체와 소비자들의 시각은 하늘과 땅 차이입니다. 한국의 경우 자동차 결함 수리의 80%가 무상수리이기 때문에 자발적 리콜을 강제화할 필요가 있는 것이죠"
나아가 김 교수는 품질에 문제가 발생했을 때 "리콜이 아닌 무상수리로 일관하는 것도 문제지만 리콜을 자주 실시하는 것도 꼭 바람직하지만은 않다"고 말했다. 결함을 고치기 전에 제조사에서 미리 충분한 테스트를 거쳐 출시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그동안 국내 메이커들도 몇 차례 자발적 리콜을 실시한 경우가 있었는데, 이는 무리하게 출시 일정을 앞당기려고 '로드 테스트'를 철저히 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소비자에게 돌아온다.
한편 김 교수는 결국 이번 도요타 사태에서 국내 자동차 메이커들이 얻어야 할 교훈은 '품질'의 중요성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자동차는 2만여개의 부품으로 이뤄져 불량이 나올 가능성이 높다"며 도요타 사태의 근본 원인인 품질 관리의 실패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김 교수는 도요타처럼 전세계에서 부품을 조달하는 방식을 택한 현대차의 생산 방식을 우려하기도 했다.
“현대는 글로벌 시장에서 성장하기 위해 도요타의 ‘글로벌 아웃소싱’(Global Outsourcing) 전략을 벤치마킹했습니다. 때문에 품질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다만 김 교수는 현대차의 '글로벌 아웃소싱' 수준이 아직 그리 높지 않은 점이 그나마 다행이라고 말했다.
그는 “도요타의 문제는 품질 관리부가 따로 없이 라인 내에서 알아서 처리해야만 했다. 전수 검사를 할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면서 "현대차의 경우 도요타와는 달리 다소 비효율적인 수직구조화 된 생산체계가 오히려 이번에 장점으로 작용했다"고 짚었다.
구체적으로 김 교수는 현대차가 단품들이 모인 중간 부품(모듈 부품)을 현대모비스가 검사하고 이를 다시 현대차가 조립해 완성차를 만들면서 검사하는 ‘모듈(Module) 생산방식’을 차용하고 있기 때문에 현대차에는 제조 과정에서 불량이 나올 때 걸러낼 수 있는 체제가 있다는 게 그나마 다행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일본 도요타에는 JIT(Just-In-Time)등 효율성을 극대화한 생산방식 때문에 품질을 철저히 검사할 수 있는 체제가 없었다"며 “아이러니하게도 수직 구조의 밝은 면이 바로 모듈 생산방식에 따라 현대 모비스가 부품과 관련해 하청을 철저히 관리한 게 심각한 품질 문제를 막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해서 현대차의 수직 구조 생산방식이 대안은 아니다. 김 교수는 현대차그룹 계열사가 9%의 수익률을 올릴 때 비계열사의 1차 협력업체는 2%, 2,3차는 아예 분석도 안 될 정도의 수익만을 얻고 있다고 지적했다. 2, 3차 협력업체의 입장에서는 수익률이 낮으니 원천기술을 연구하기 위한 R&D투자가 미흡할 수밖에 없고 이는 고스란히 품질 저하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
이에 대한 대안으로 김 교수가 제시한 것은 '부품 멀티화'다. 협력업체들이 다른 메이커에도 납품할 수 있게 ‘새 먹거리’를 만들 수 있게 해 줘야 한다는 것이다. 또 연구 개발에 대한 국가의 직접 지원이 필요하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
“소비자들이 요구하기 전에 기업이 먼저 바뀌어야 합니다. 그것이 바로 도요타 사태가 주는 교훈이죠”
김필수 대림대학교 자동차공학과 교수의 의견도 다르지 않았다. 김 교수는 8일 <민중의소리>와의 인터뷰에서 리콜이 아닌 무상수리로 일관하고 현대자동차를 강하게 성토했다.
자동차 결함을 수리하는 개념에는 리콜(강제 리콜, 자발적 리콜)과 무상수리로 나뉜다. 공개적으로 결함을 인정하고 수리해주는 리콜과, 소비자가 문제를 느껴 직접 수리를 받으러가거나 기업에서 쉬쉬하며 비공개적으로 결함을 수리해주는 무상수리는 개념 자체부터 다르다고 김 교수는 말했다.
ⓒ민중의소리
지난 8일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공학과 교수가 현대자동차는 도요타 사태를 반면교사 삼아 소비자들을 더 배려해야 한다고 얘기하고 있다.
'); }그는 "세계적인 자동차 메이커들의 경우 문제가 발생했을 경우 자발적 리콜을 실시하는 것을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있는 반면, 국내 자동차 메이커들은 자발적으로 결함을 인정해도 리콜 자체에 대한 소비자들의 부정적 인식이 있어 무상수리를 택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또 설사 국내 소비자들이 리콜을 받더라도 미국 소비자들에 비해 차별 대우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단적인 예로 현대차의 경우 미국에서 자발적 리콜을 실시하면 소비자들에게 대차 서비스를 제공하거나 교통비를 지불하는데, 국내 소비자들에게는 이런 배려가 전혀 없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이런 점들 때문에 소비자들이 리콜에 대해 더욱 부정적 인식을 갖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국내 자동차 메이커들이 국내 소비자들을 차별대우를 하는 이유는 뭘까. 김 교수는 "국내 자동차 시장이 독과점 체제로 형성되어 있기 때문"이라고 단언했다. 전세계 자동차 메이커들이 모여 경쟁이 치열한 미국 시장에 비해 현대․기아차는 국내 자동차 시장의 80% 이상을 점유하고 있어 일종의 독과점 체제가 형성돼 있다. 때문에 자동차 메이커가 소비자들을 크게 신경쓰지 않고 있다고 김 교수는 지적했다. 아울러 그는 정부가 '기간산업'이라며 자동차 산업에 대해 정책적으로 지원을 해주고 있기 때문에 자동차 메이커들이 국내 소비자를 홀대하는 현상이 발생할 수밖에 없는 측면도 있다고 설명했다.
“현대차가 미국에서 먼저 리콜을 실시하고 국내서는 이를 뒤따라간 모양이 돼버렸습니다. 그런데 아무리 감추려고 해도 자동차의 결함은 수면 아래에서 곪아서 결국 터질 수밖에 없습니다. 결함을 바라보는 업체와 소비자들의 시각은 하늘과 땅 차이입니다. 한국의 경우 자동차 결함 수리의 80%가 무상수리이기 때문에 자발적 리콜을 강제화할 필요가 있는 것이죠"
나아가 김 교수는 품질에 문제가 발생했을 때 "리콜이 아닌 무상수리로 일관하는 것도 문제지만 리콜을 자주 실시하는 것도 꼭 바람직하지만은 않다"고 말했다. 결함을 고치기 전에 제조사에서 미리 충분한 테스트를 거쳐 출시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그동안 국내 메이커들도 몇 차례 자발적 리콜을 실시한 경우가 있었는데, 이는 무리하게 출시 일정을 앞당기려고 '로드 테스트'를 철저히 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소비자에게 돌아온다.
ⓒ현대자동차 홈페이지
현대자동차 홈페이지에 게재된 투싼ix 이미지
'); }한편 김 교수는 결국 이번 도요타 사태에서 국내 자동차 메이커들이 얻어야 할 교훈은 '품질'의 중요성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자동차는 2만여개의 부품으로 이뤄져 불량이 나올 가능성이 높다"며 도요타 사태의 근본 원인인 품질 관리의 실패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김 교수는 도요타처럼 전세계에서 부품을 조달하는 방식을 택한 현대차의 생산 방식을 우려하기도 했다.
“현대는 글로벌 시장에서 성장하기 위해 도요타의 ‘글로벌 아웃소싱’(Global Outsourcing) 전략을 벤치마킹했습니다. 때문에 품질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다만 김 교수는 현대차의 '글로벌 아웃소싱' 수준이 아직 그리 높지 않은 점이 그나마 다행이라고 말했다.
그는 “도요타의 문제는 품질 관리부가 따로 없이 라인 내에서 알아서 처리해야만 했다. 전수 검사를 할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면서 "현대차의 경우 도요타와는 달리 다소 비효율적인 수직구조화 된 생산체계가 오히려 이번에 장점으로 작용했다"고 짚었다.
구체적으로 김 교수는 현대차가 단품들이 모인 중간 부품(모듈 부품)을 현대모비스가 검사하고 이를 다시 현대차가 조립해 완성차를 만들면서 검사하는 ‘모듈(Module) 생산방식’을 차용하고 있기 때문에 현대차에는 제조 과정에서 불량이 나올 때 걸러낼 수 있는 체제가 있다는 게 그나마 다행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일본 도요타에는 JIT(Just-In-Time)등 효율성을 극대화한 생산방식 때문에 품질을 철저히 검사할 수 있는 체제가 없었다"며 “아이러니하게도 수직 구조의 밝은 면이 바로 모듈 생산방식에 따라 현대 모비스가 부품과 관련해 하청을 철저히 관리한 게 심각한 품질 문제를 막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매일노동뉴스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조립라인
'); }그렇다고 해서 현대차의 수직 구조 생산방식이 대안은 아니다. 김 교수는 현대차그룹 계열사가 9%의 수익률을 올릴 때 비계열사의 1차 협력업체는 2%, 2,3차는 아예 분석도 안 될 정도의 수익만을 얻고 있다고 지적했다. 2, 3차 협력업체의 입장에서는 수익률이 낮으니 원천기술을 연구하기 위한 R&D투자가 미흡할 수밖에 없고 이는 고스란히 품질 저하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
이에 대한 대안으로 김 교수가 제시한 것은 '부품 멀티화'다. 협력업체들이 다른 메이커에도 납품할 수 있게 ‘새 먹거리’를 만들 수 있게 해 줘야 한다는 것이다. 또 연구 개발에 대한 국가의 직접 지원이 필요하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
“소비자들이 요구하기 전에 기업이 먼저 바뀌어야 합니다. 그것이 바로 도요타 사태가 주는 교훈이죠”
구도희 기자dohee@v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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