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요 누르고 민중의소리를 페이스북으로 구독하세요

대학들, 등록금으로 건물짓고 펀드 투자까지

기업의 행동과 다를 바 없어...재벌, 직접 '대학경영' 나서

정성일 기자 soultrane@vop.co.kr

입력 2010-03-10 13:32:27 l 수정 2011-02-25 23:04:15

지난 1월 18일 국회에서는 ‘취업후 학자금 상환제(ICL)’와 ‘등록금 상한제’ 관련 법안이 통과되었다.

통계청에 따르면, 99년 이후 10년간 등록금은 국공립대 115.8%, 사립대 80.7%, 전문대학 90.4% 가 올랐다. 같은 기간 물가 상승률이 35.9% 인 것에 비하면 ‘살인적인 폭등’ 이라는 표현이 어색하지 않다.

연간 1000만원에 이른 등록금으로 인해 자살하는 대학생들이 잇따르고 각계 시민사회단체와 대학생들이 연일 투쟁에 나서는 등 등록금 문제는 사회문제로 비화되어 왔다. 이명박 정부의 ICL 등 등록금 관련 법안 처리는 등록금 문제에 대한 대책을 내놓지 않았을 때 예상되는 대학생들의 저항과 민심이반이 감당하기 힘들 것이라는 판단에서 이루어진 것으로 보인다. 이명박 대통령은 법안 처리 사흘 전인 15일에도 “정부가 등록금을 제한하는 것에 찬성하지 않는다” 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

정부와 한나라당의 등록금 정책에 반발하는 대학생들이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반값등록금 이행, 취업후 상환제 수정 등을 요구하고 있다.

정부와 한나라당의 등록금 정책에 반발하는 대학생들이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반값등록금 이행, 취업후 상환제 수정 등을 요구하고 있다.



대학들, 교육의 질은 외면한 채 적립금 쌓아 펀드 투자만

“교육의 질에 비해 우리나라같이 등록금 싼 데가 없다“

등록금 관련 법안이 처리된 지 열흘 정도 지난 1월 27일, 한국대학교육협의회 신임 회장으로 선출된 이기수 고려대 총장의 발언이다. 우리나라 대학들이 등록금 문제를 어떻게 보고 있는지 단적으로 보여주는 발언이다.

2009년 OECD의 조사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공립 대학의 연평균 등록금은 4천717달러, 사립대학은 8천519달러로 미국의 국공립대 5천666달러, 사립대 2만517달러에 이어 두 번째로 비싼 것으로 나타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대학들의 수장은 등록금이 싸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세계 100위권의 대학이 몇 개인지 등의 지표를 들지 않더라도, 우리나라 대학 교육의 질이 현저하게 떨어지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갈수록 상승폭이 커지는 등록금과 정부여당의 불분명한 등록금 정책에 대학생들의 머리만 잘려나가고 있다.

갈수록 상승폭이 커지는 등록금과 정부여당의 불분명한 등록금 정책에 대학생들의 머리만 잘려나가고 있다.

대학교육의 질이 현저히 떨어짐에도 왜 등록금이 이처럼 비싼 것일까.

대학들이 쌓아놓고 있는 이월적립금과 그 사용처는 고액 등록금의 이면에 무엇이 있는 지 보여주는 예다.

각 사립대학들은 “미래를 위한 저축 개념”이라며 수천억대의 적립금을 쌓아두고 있다. 이화여대 5488억원을 시작으로 홍익대 2965억원, 연세대 2397억원, 고려대 1622억원 등 2007년을 기준으로 전국의 사립대들이 쌓아놓고 있는 적립금 총액은 6조 8천억원에 달한다.

민주당 최영희 의원의 조사에 따르면, 연세대는 2007년에만 약 1400억원을 적립했다. 연세대의 경우 해당년도의 등록금 총액은 3371억원이었고, 등록금 증가액은 269억원었다. 등록금 증가액의 몇 배나 되는 돈을 적립하고 있다는 말이다.

대학들은 이 돈을 “대학 교육의 질을 높이고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투자”를 목적으로 하는 것이라고 하지만, 실제로는 펀드와 주식에 ‘투자’ 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2009년 국정감사에서 이상민 의원(자유선진당)이 공개한 바에 따르면, 2008년 전국의 사립대 38곳에서 적립금을 주식, 펀드에 투기한 돈이 총 7천억 원에 달했다. 이 중 19개 대학이 손실액이 공개되었는데, 투자금 1천898억에서 574억 원의 손실을 냈다. 카이스트는 617억원의 손실을 보았다고 한다. 50퍼센트 이상 손실을 보았을 때만 구체적인 내역을 공개하도록 하고 있는 것에 비추어 볼 때, 전체 사립대들의 투자 손실액은 수천억원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대학들이 적립금을 펀드 등에 투기하는 추세는 더욱 강화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연세대는 2009년 적립금 2462억 중 무려 41.5%인 1025억원을 펀드로 운용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진 바 있다.

반면에 대학들이 등록금 인상과 이월적립금 축적의 명분으로 내세우고 있는 교육의 질과 경쟁력 강화는 오히려 후퇴하거나 별 변동이 없는 실정이다.

최근 한국대학교육연구소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전임 교원 1인당 학생수는 2000년 32.8명에서 30.4명으로 2.4명 줄었을 뿐이고, 조사 대상 대학 135곳 중 59곳(43.7%)는 오히려 교원 1인당 학생수가 10년 전보다 늘어났다.

중앙대학교

지난 2008년 두산그룹이 인수한 중앙대학교 전경.



학생 1인당 실험실습비는 99년 8만 2천원에서 08년 14만 4천원으로 늘어났는데, 해당 기간 동안의 등록금 평균 인상액은 286만 5천원이었다. 학생 1인당 도서 구입비도 10년간 8만 2청원에서 10만 1천으로 1만 9천원 밖에 인상되지 않았다.

대학들이 교육의 질에는 투자하지 않으면서 적립금으로 펀드 투기만 하고 있는 현상은 우리나라의 대학과 그 운영자들이 대학을 무슨 목적으로 운영하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글로벌 리더 양성', '교육구국' 등의 거창한 명분을 내세우지만, 실상은 학교재단과 운영자들에게 대학은 수익률 높은 돈벌이 수단이 되어 가고 있는 것이다. 성균관대, 중앙대 등 각 대학들을 재벌들이 인수해 가고 있는 것은 이런 흐름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사례다. 기업들이 '사회환원'을 내세우지만 직접적으든 간접적이든 수익이 환수되지 않는 곳에 투자를 하는 경우는 없다.

'취업후 학자금 상환제' 통해 낸 등록금으로 대학들만 배 불릴 수도

대학들이 교육의 질을 놓이겠다는 명분을 내세우면서 실제로는 학생들의 등록금으로 주식과 펀드에 투자하고 학교 몸집불리기를 위한 건물신축에 쓰고 있는 상황에서, 이명박 정부가 내놓은 ICL법안은 학생들에게 돈을 빌려줘서 대학들의 배만 불리는 일이 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이명박 정부는 등록금 문제를 해결했다는 생색을 내고, 대학들은 아무런 손해 없이 고액의 등록금을 계속 받아 축적하는 가운데, 학생들만 고리의 ICL을 통한 대출로 등록금을 내고 졸업 후 빚쟁이로 전락하는 결과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번에 국회에서 통과된 '등록금 상환제‘ 와 ’등록금 상한제‘를 통해 대학생들을 비롯해 각계에서 수년간 투쟁해왔던 등록금 투쟁은 한 발을 내디뎠다. 이제 당장에 등록금이 없어서 교육을 받지 못하거나 등록금 인상률이 물가상승률보다 수 배에 이르는 일은 많이 없어지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제는 “연간 1000만원의 등록금은 누구의 주머니로 들어가고 있는가"를 물어볼 때다.

이 기사와 관련기사

많이 읽은 기사
지금 소셜네트워크에서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