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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장님은 산타클로스가 아니에요”

[인터뷰] 임지혜 중앙대 총학생회장

정성일 기자 soultrane@vop.co.kr

입력 2010-03-11 21:28:54 l 수정 2010-03-11 23:17:32

2008년 2월 두산그룹이 중앙대학교 인수를 발표했다. 재벌의 대학 인수가 어떤 결과를 낳을 것인가에 대한 의견이 분분했지만, 교수평가제도 도입 등을 제외하면 작년 말까지는 큰 변화는 나타나지 않았었다. 그러다 보니 ‘두산은 중앙대에 대한 아무런 로드맵이 없는 것 아니냐’ 는 비판이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작년 12월 그런 비판을 잠재우기라도 하려는 듯 중앙대는 ‘대학 역사상 가장 큰 규모의 개혁안’ 이라고 자부하며 구조조정안을 발표했다. 현재의 18개 단과대, 77개 학과를 10개 단과대, 40개 학과 및 학부로 재편하겠다는 내용이었다. 학생들과 교수들은 구조조정안을 보고 경악을 금치 못했다. 기업 부서를 통폐합하듯 학과들을 ‘경쟁력’ 이라는 미명 아래 없애고 합치겠다는 것이었다.

구조조정안 발표 이후, 중앙대의 ‘재벌의 계열사 관리’ 같은 행태는 전방위로 진행되고 있다. 두산그룹을 비판한 학내자치언론에 대해서 예산을 전액 삭감하는 조치가 취해졌다. 매년 진행해오던 학생자치행사인 ‘새내기 새로 배움터’ 도 불허되었다. 학교 측 행사만 유효하고 학생들이 자체적으로 진행하는 행사는 불법이라는 것이었다. 자체적으로 새터 행사를 진행한 단과대 학생회장은 퇴학 처분이 내려질 것이라는 소식도 전해지고 있다. 학내에 붙여진 포스터와 플랭카드는 임의로 철거되고 있고 인터넷 게시판은 몇 개 이상의 글은 쓰지도 못하게 되었다. 마치 재벌그룹이 노조와의 전쟁을 벌이고 있는 듯 한 모습이다.

농성장의 임지혜 중앙대 총학생회장

농성장의 임지혜 중앙대 총학생회장



“학생들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교수님들도 학교의 구조조정안에 반대하고 있어요. 학내 구성원들 대부분이 반대하는 구조조정을 의견수렴도 제대로 하지 않고 이사장님의 뜻이라며 강행하고 있는데, 이걸 동의할 사람이 얼마나 있겠습니까.”

“학교 측에서는 공대는 합의가 됐다고 얘기하는데, 공대 교수님들은 들은 적도 없는 일이라고 합니다.”

임지혜 중앙대학교 총학생회장을 인터뷰하기 위해 중앙대를 찾았다. 마침 학교 본관 앞에서 학생들이 천막농성을 시작하고 있었다.

“학생들 의견은 전혀 반영이 되고 있지 않아요. 교수님들은 각 계열위원회를 통해서 협의한다고 하는데, 교수님들도 협의하는 자리가 아니라 학교의 설명을 듣는 게 대부분이라고 합니다. 교수님들에게 그럴 정도니 학생들 의견은 말할 것도 없죠. 들어보려는 생각 자체가 아예 없어요.”

"학생도 교수도 동의 못하는 중앙대 구조조정"

재벌 그룹에는 이른바 ‘회장님 말씀’이라는 게 있다. 그룹 오너의 말이 곧 법이요 방침이 된다는 의미다. 지혜씨는 학교에서 이런 장면을 목도하고 있단다.

“재단이 중앙대 발전을 위해 돈을 대주지 않느냐, 발전 하려면 우리는 따라야 한다. 이사장님을 따르는 게 우리가 살길이다. 구조조정이라는 것은 원래 업다운 방식으로 하는 것이다.” 지혜씨는 총장, 부총장이 공공연하게 이런 말을 한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재벌 회장이 계열사를 대하듯 지시하고 명령을 내리는 것 같단다.

“학과 통폐합을 이번 한 번이 아니라 상시적으로 하겠다는 것입니다. 액션츄어라는 컨설팅 회사에 학과 평가를 맡겼다고 합니다. 학문이라 것이 인문계열, 자연계열, 예술계열 각각 평가 기준이 다를 수밖에 없는데, 모두 일괄적으로 취업률을 기준으로 평가한다고 합니다.”

액션추어는 기업 컨설팅을 전문으로 하는 글로벌 컨설팅 업체다.

“취업률을 기준으로 한 학과 평가 문제 자체도 큰 문제지만, 학과 평과 문제가 행정체계 개편과 결합되면서 차원이 다른 문제가 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행정체계 개편의 핵심적인 부분은 계열별 부총장제를 도입하겠다는 것입니다.”

‘계열별 부총장제’ 는 학문 단위를 5개 계열(인문, 사회·사범, 자연·공학, 의약학, 예술)로 재분류한 뒤 각 계열마다 인사추천권을 비롯해 예산안, 교원 및 직원 승진 심사권 등 각 계열의 운영의 전권을 각 계열 부총장에게 일임하겠다는 안이다. 중앙대는 ‘계열별 발전전략의 수립’ 과 더불어 ‘명품학과 12~15개를 집중육성하기 위한 자율경쟁 체제 도입’을 위해 부총장제도를 도입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학과 평가에서 좋지 않은 점수, 즉 취업률이 낮은 학과는 예산 등의 지원을 하지 않겠다는 것입니다. 심지어 학과 통폐합을 이번 한 번이 아니라 상시적으로 하겠다는 것입니다. 부총장들이 이 경쟁을 진두지휘하겠다는 것이죠.”

실제로 2월 18일 중앙대 교수협의회에서 개최한 토론회에서 안국신 부총장은 “구조조정은 이번 한 번만으로 끝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재벌 회장이 계열사 다루듯 한다"...중앙대는 기업으로 변화 중?

“투자한다고 하지만 결국에는 이윤이 남게 장사를 하지 않을까요?”

지혜 씨의 구조조정안에 대한 비판은 두산 그룹으로 이어졌다. 그는 “학교 안에 의하면 기획처, 학생지원처, 관리부처 등을 담당하는 부총장이 1명 더 있는데, 외부에서 영입하겠다는 것이 학교의 방침”이라며 “아마도 두산계열사에서 오지 않을까”하는 의구심을 나타냈다.

‘두산이 대학을 인수했으니 학교에 투자가 많이 되어서 취업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라고 생각하는 학생들이 많지 않느냐는 질문에 지혜 씨의 답은 이랬다.

“막연한 기대심리를 가지고 있는 학생들이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취업하기가 바늘구멍 들어가기처럼 어려운 것이 학교의 문제가 아니잖아요. 취업문 자체가 좁아서 생기는 일이죠. 두산이 운영한다고 얼마나 취업률이 높아지겠어요. 다 허구죠.”

지혜 씨는 두산이 학교에 투자를 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이윤을 챙기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제2캠퍼스, 기숙사 건립 같은 것은 다 두산건설에서 하거나 할 예정이고, 중대병원 약품 공급이나 학교의 여러 시스템 도입도 아마도 두산계열사에서 맡아서 하게 되지 않을까 합니다. 투자한다고 말하지만 실제로는 이윤이 남는 장사를 하지 않을까요?”

기업은 원래 ‘이윤’을 목적으로 한다. 교육이라고 다를 것은 없어 보인다. 재벌기업이 학교를 인수할 때 대부분 ‘투자’라고 말한다. ‘사회환원’이라는 주장도 있다. ‘투자’라는 말은 결국 이윤을 얻기 위해 자본을 투입하는 것을 일컫는다.

안국신 부총장은 토론회에서 했다는 말은 지혜 씨의 주장과 묘하게 맞물린다.

“이사장님은 산타클로스가 아니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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