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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측 "곽 사장은 보통 '그런 것 같다'라고 얘기한다"

김도균 기자 vnews@vop.co.kr

입력 2010-03-12 14:28:49 l 수정 2010-03-12 14:57:11

재판장 나서는 한명숙

한명숙 전 국무총리가 12일 두번째 공판을 마친 후 재판장을 나서고 있다.



한명숙 전 총리에게 5만 달러를 건넸다던 곽영욱 전 대한통운 사장은 12일 법정에서도 계속해서 진술을 번복했다.

곽 전 사장은 11일에 이어 이날 오전 계속된 재판에서도 변호인측 심문에 "잘 기억나지 않는다", "그런 것 같다"는 모호한 답변을 계속해 사실상 검찰 조사에 심각한 문제가 있음을 시사했다. 또 곽 전 사장은 변호인측 심문에 "잘 기억하지 못했는데 검찰이 확인시켜줘 그 때 알았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날 오전 10시 서울중앙지법 311호 법정에는 한 전 총리가 여성단체 활동시절 관계했던 여성단체 관계자들과 참여정부 시절 인사 등 120여명이 참석해 방청석을 가득 메웠다.

이날 변호인단은 곽 전 사장이 모호한 태도를 취하는 것과 관련해 검찰 조사의 문제점을 입증하는 데 주력했다.

변호인 심문에서는 5만 달러가 든 돈봉투의 행방, 곽 전 사장이 여성단체 행사에 후원금 명목으로 돈을 건넸는지와 그리고 곽 전 사장이 한 전 총리가 여성부 장관 재직 당시 골프채를 건넨 사실이 있는지를 집중 추궁했다.

"곽 사장은 '그런 것 같다'라고 하는 데 그게 맞는 말"...검찰 반론에 야유와 헛웃음

검찰의 공소장에는 곽영욱 전 대한통운 사장이 한명숙 전 총리에게 모두 5만 달러가 든 봉투 2개를 건네줬다고 되어 있지만 재판에서 곽 전 사장은 돈 봉투를 총리 공관 의자에 두고 나왔다고 진술했다. 그리고 그 봉투가 이후 어떻게 되었는지에 대해서도 여전히 모른다고 답했다.

곽 전 사장이 2000년 여성단체 행사에 후원금조로 한 전 총리에게 돈을 건냈다는 검찰측 주장과 관련해 변호인측은 "2000년 9월 1일 쉐라톤 워커힐호텔에서 여성단체 주관으로 열린 21세기포럼 행사장에 직접 갔느냐"고 물었고 곽 사장은 "그렇다"고 답했다.

변호인측이 "당시 행사에서 후원금을 받았을텐데 어떻게 전달했느냐"고 묻자, 한참을 머뭇거리던 곽 사장은 "그 날 총리님한테 줬겠죠? 오래되서 기억이 안나는데..."라고 말했고 "또 말을 안하면 (말을 안한다고) 문제 삼는데 무서워서 말을 못하겠다"고 얼버무렸다.

이에 변호인측과 재판관이 "모르면 모른다, 기억나지 않으면 기억나지 않는다"고 사실관계를 명확하게 얘기해 줄 것을 곽 전 사장에게 요청하기도 했다.

그러자 검찰측은 "곽 전 사장이 보통 처음 얘기한 게 가장 맞는 얘기"라며 "보통 얘기할 때 '그런 것 같습니다'라고 말한다"며 끼어들었고, 이를 지켜보던 방청석에서는 야유와 함께 헛웃음이 터져나오기도 했다.

재판관은 "'같습니다', '했겠죠' 같은 모호한 표현을 그대로 기록할 수는 없다"고 재차 설명했고 검찰측은 "곽 전 사장이 처음 질문에 '그런 것 같습니다'라고 말하면 변호인측이 '정말 맞느냐'고 다시 확인하는데, 그렇게 '확실하냐'고 되물으니 (곽 전 사장이)위축돼서 무섭다는 말까지 하지 않느냐"고 주장했다.

그러자 변호인측은 "검사님들도 (조사과정에서)그렇게 추궁한 걸로 알고 있다"고 맞받아쳤다.

한 전 총리 "골프채 사양하고 예의상 모자만 받았다"

한 전 총리가 여성부장관에 임명되고 2000년 8월 21일 당시 한명숙 장관을 만나 골프세트를 사 준 사실이 있느냐는 변호인측 질문에 "골프샵에 간 건 낮이었던 것 같은데 정확히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한명숙 전 총리는 여성부 장관 시절 곽 전 사장의 제안으로 당시 여성부가 입주해 있던 조달청 근처 호텔에서 점심식사를 마치고 같이 골프샵에 가자고 해 갔던 기억이 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전 총리는 곽 전 사장이 골프채를 권하자 거절했고, 계속해서 골프채를 선물로 받아줄 것을 권하자 모자 하나면 충분하다며 모자만 들고 나왔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변호인단이 이에 대한 사실 관계를 묻자 곽 전 사장은 역시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에 재판관이 "골프세트를 선물했다는 8월 21일은 수요일이고 평일"이라며 "근무가 있는 날 장관이 골프채 풀세트를 사갔다는 건 이상하지 않느냐"고 묻자 곽 전 사장은 "저도 그게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는 말을 되풀이 했다.

변호인단은 건강상의 이유로 구속집행정지 상태인 곽씨가 병원 입원상태에서 검찰에 출두해 조사를 받은 사실을 확인하고 당시 검찰 출두시간, 조사시간, 휴식시간 등의 자료를 검찰측에 요구했다.

이날 재판은 낮 12시 40분경 끝났고, 곽영욱 전 사장은 링거액을 꽂은 채 휠체어에 의지해 법정을 나섰고 뒤이어 변호인단과 한명숙 전 총리가 문을 나섰다. 한 전 총리 일행은 별다른 말 없이 이날 법정을 찾은 지인 등 관계자들과 "수고하셨습니다", "고맙습니다" 등의 인사를 나눴고, 한 전 총리는 평상심을 잃지 않은 듯 밝은 표정이었다.

이틀간 재판을 지켜본 민주화운동단체 관계자는 "이대로라면 검찰 공소사실 자체가 의심될 수 밖에 없지 않느냐"며 "공소 유지가 가능할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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