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정적 증거'에 비친 '결정적' 의문

[천안함 남는 의문들①] '1번' '北어뢰' 추진체, 軍설명 들어보니

조태근 기자 taegun@vop.co.kr
입력 2010-05-20 15:32:43l수정 2011-02-25 23:04:15
군이 증거물로 내세운 어뢰의 잔해

군이 증거물로 내세운 어뢰의 잔해ⓒ인터넷사진공동취재단



국방부 민.군 합동조사단이 20일 천안함이 "북한제 어뢰에 의한 외부 수중폭발의 결과로 침몰됐다"고 공식 발표했다. 그러나 합조단이 내세운 근거를 보면 아직도 그간 제기됐던 의혹들 중 상당수가 풀리지 않고 있어 향후 논란이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합조단이 '결정적 증거'라고 주장한 어뢰의 프로펠러 추진모터와 조종장치, 스크류 부터 명확한 설명이 부족한 상황이다.

◇"北글씨체"라는 육필로 쓴 '1번', 잉크는?=합조단은 스크류 추진부 뒷부분 안쪽에 '1번'이라는 한글표기가 군이 확보한 북한어뢰 표기방법과 일치한다고 발표했지만 당초 기계로 새겨져 있을 것으로 예상됐던 것과 달리 '1번' 표기는 파란색 잉크로 써진 육필이었다.

합조단은 이 표기에 대해 7년 전 수거한 북한의 훈련용 어뢰에 육필로 표기된 '4호'라는 글자체와 '표기방법'이 일치한다고 주장했지만, 명확한 근거를 대지 못했다.

가장 명확하게 하기 위해서는 '1번' 필적의 잉크를 채취해 분석해 보면 간단하지만 합조단은 이를 하지 않았다. 이에 대한 기자의 질문에 윤종성 합조단 과학수사분과장(육군 준장)은 "잉크를 채취하려면 손상이 되기 때문에 향후에 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합조단 윤덕용 단장도 "'1번'이 매직 같은 것으로 써진 게 이상하다"는 질문에 "잉크를 분석해서 그게 어떻게 되는지 조사해봐야 하지만 저 정도면 다른 가능성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1번' 글자체가 7년전 '4호' 글자체와 어떤 차이가 있는지 필적감정을 했느냐는 질문에도 윤 준장은 "(대조하려면 두 글자체의)초성, 중성, 종성이 다 있어야 한다"며 두 글자체를 분석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당초 정부 소식통들은 "'번'라는 한글 모양이 북한 선전용 문구에 흔히 등장하는 활자체"라고 주장했으나 이날 공개된 '번' 글자체에 대해 합조단은 특별한 설명을 하지 않았다.

'1번' 표기가 무엇을 의미하는 지에 대해서도 윤종성 준장은 "일련 번호를 매기는데 우연히 한 것 아니겠느냐"고 애매한 해석을 내놨다. 7년 전 북한의 훈련용 어뢰에 육필로 써진 '4호'와 이번에 발견된 '1번'의 차이에 대해서도 윤 준장은 "관습에 따라 차이가 난 것 같다"고 말했다.

또한 해저에서 지난 15일 건져낸 어뢰 추진부에 표기된 '1번' 표기의 잉크는 약 1달 반동안이나 염도가 높은 서해 바닷속에 있었지만 희미해진 모습 없이 비교적 뚜렷했다.

군이 결정적 증거물로 내세운 '1번' 한글 표기

군이 결정적 증거물로 내세운 '1번' 한글 표기ⓒ인터넷사진공동취재단


◇北 어뢰 수출용 소개책자?=어뢰 추진부가 북한의 어뢰 수출용 팜플렛에서 나온 설계도면과 정확히 일치한다는 점도 의문점이 남고 있다. 합조단은 "북한이 해외로 무기를 수출하기 위해 만든 북한산 무기소개책자에 제시돼 있는 CHT-02D 어뢰의 설계도면과 정확히 일치"한다고 발표했다.

윤덕용 합조단 단장은 앞서 '1번' 표기보다 북한의 '무기소개책자'에서 찾았다는 설계도면과 어뢰 추진부의 제원이 같은 점이 더 강력한 '결정적 증거'라고 강조했다. 윤 단장은 '북한의 어뢰 수출용 팜플렛을 직접 봤느냐'는 질문에 "봤다. 설계도에는 영어로 돼 있었다. 직접 봤다"며 "그게 제일 확실한 증거"라고 말했다.

북한의 어뢰 수출용 '무기소개책자'에 어뢰의 설계도까지 기재돼 있다는 데 대해 기자들은 의문을 표시했지만, 합조단은 "보안 문제"로 이 책자를 언론에 공개하지 않았다. 합조단 연합정보TF단장인 황원동 공군 중장은 '제시된 설계도가 팜플렛과 일치하느냐'는 질문에 "팜플렛을 그대로 확대해 그대로 그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15일 어뢰 추진부를 인양했는데 시간상으로 이미 그전에 북한 어뢰 수출용 팜플렛들을 수집해 놓고 인양한 뒤 대조하신 것이냐'는 질문에 합조단 과학수사분과장인 윤종성 준장은 "그렇다"고 답했다.

그러나 윤 준장은 책자에 어떤 화약을 쓰는지 나와 있느냐는 질문에는 "표기돼 있지 않다"며 "팜플렛의 연도는 80년대인 것 같다. 80년대 중반 아니면 후반인 것 같다"고 말했다. '어뢰 제작 연도가 팜플렛에 적혀 있느냐'는 질문엔 "80년대 정도였던 것 같다"고 말했다.

◇너무 온전한 어뢰 추진부=수거된 어뢰 추진부의 상태가 너무 온전한 점도 또다른 의문점이다.

합조단은 국방부 대회의실 기자회견장에 어뢰 모터와 조종장치, 프로펠러를 원형에 가깝게 복원해 공개했다. 그런데 추진축이나 스크류, 모터는 휘거나 손상된 부위가 전혀 없었다.

윤덕용 단장은 '천안함을 파괴할 만한 폭발력인데 어뢰 추진부가 그대로 나왔다는 게 좀 신기하다'는 기자의 질문에 "어뢰 앞에 배터리부분이 있어서 (뒤쪽이)남아 있었다"고 말했다.

합조단이 발표한 'CHT-02D'어뢰 도면을 보면 '음향유도부-추적정비부-폭약부-배터리부-추진모터부-조종부'로 구성돼 있는데 가운데 '폭약부'가 터졌기 때문에 '배터리부' 뒤쪽 '추진모터부-조종부'가 그대로 나왔다는 설명이지만, 천안함을 두 동강 낼 만한 충격파와 버블효과에도 어뢰 본체를 구성하는 부품에 전혀 휘어짐이나 파손 흔적이 없었다는 점은 의문으로 남는다.

윤덕용 단장은 '미국이나 호주 관계자들이 이렇게 온전히 발견한 데 대해 어떤 반응이었느냐'는 질문에 "그들도 놀랍다는 반응"이었다며 "호주나 미국에서는 선체를 가라앉히는 게 목적이어서 (어뢰를 찾기 위해)해저를 조사한 적이 없었다고 한다"고 말했다.

◇스크류 흡착물, 천안함 함체 흡착물과 같다?=천안함 함체에서 발견된 흡착 물질과 어뢰의 프로펠러와 모터에서 발견된 흡착 물질이 같은 알루미늄 산화물이라는 '결정적 증거'도 의문 투성이다.

합조단은 이 물질이 어뢰의 버블효과를 높이기 위해 화약에 20~30%혼합된 알루미늄 파우더가 산화되면서 생긴 것이라고 설명했다. 흡착물질 분석을 맡은 합조단 이근덕 박사는 수중폭발 실험과 시뮬레이션 결과를 보여주며 "결정적 증거물의 성분분석 결과와 함수.함미.연돌 성분분석 결과가 거의 일치한다. 천안함이 폭발할 때 프로펠러가 옆에 있었다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합조단은 천안함의 포사격훈련 때 떨어져 나온 화약 성분이 연돌 등에 흡착됐다가 발견됐을 가능성에 대해서는 아예 배제해 버렸다. 당초 군 실무선에서는 한국 해군 함포 화약과도 비교.분석을 해야 한다는 의견을 낸 것으로 알려졌지만 이날 시뮬레이션에서는 이런 분석이 이루어지지 않았다.

◇어뢰 부식정도, 절단면 부식정도와는 어떤 차이가?=또한 합조단은 "해저에 한 달 가량 가라앉아 있던 함수의 철제 부분의 부식 정도가 이번에 발견된 모터 부분 철제의 부식 정도와 비슷하다"고 말했으나, 함체는 약 한달간 해저에, 어뢰 추진부는 한달 반 가량 해저에 있었는데 구체적으로 부식 정도가 어떤지에 대해 설명이 부족한 점도 의문의 여지를 남기고 있다.

아울러 전날 정부 소식통은 "프로펠러의 금속 성분 재질이 7년 전 수거된 북한의 훈련용 어뢰와 같은 것으로 분석돼 북한 어뢰라는 결론을 내렸다"고 했지만 윤덕용 단장은 "(두 어뢰의 금속재질을)비교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기자회견장에는 지난 15일 어뢰 추진부를 끌어올린 쌍끌이 어선 선장도 참석해 당시 정황을 설명했다.

쌍끌이 어선 선장은 합조단 설명자료에 어뢰 추진부 수거 당시 사진들이 제시된 데 대해 한 기자가 '사진촬영 요원이 미리 타고 있어서 찍은 건지 설명해 달라'는 질문에 "인양 얼마 뒤 촬영관과 사령관이 와서 촬영했다"며 "그 다음에 저희들이 모포로 손상이 안되게 싸서 나왔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자세한 설명을 요구하자 "자세한 사항은 최대령이 해 줬으면 좋겠다"며 합조단 채증단장인 최도환 대령에게 마이크를 넘겼다.

  • 1
  • 2
  • 3
  • 4
  • 5
  • 6
  • 7

  • 1
  • 2
  •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