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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노당 가입여부 수사 영장에 죄명이 '국가보안법'

청구사유는 '국가공무원법' 영장주의 반해...전교조,공무원노조 기소된 272명 증거채택 안될 수도

기자

입력 2010-06-08 11:20:46 l 수정 2011-02-25 23:04:15

검찰이 전교조와 공무원 노조 조합원 272명을 기소하면서 관련 혐의와 전혀 상관이 없는 죄명을 압수수색 검증영장에 적시해 논란이 예상된다.

<민중의소리>가 입수한 영장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방법원 권기훈 판사는 정진후 전교조 위원장 등 791명의 민주노동당 가입 혐의를 조사하기 위해 압수 수색 검증을 필요로 한다며 김동주 검사가 청구한 압수수색검증 영장의 집행을 허락했다.

해당 영장에는 '압수수색검증을필요로하는사유'로 전교조와 공무원 노조 조합원의 민주노동당 가입 혐의와 불법정치 자금 납부 혐의 등을 조사해야 한다며 조사 대상의 조합원 명의로 민주노동당에서 운영하는 인터넷 투표 사이트에 접속해 "당원 가입 관련 자료를 출력 또는 캡쳐하여 증거로 확보하고자 한다"고 명시했다.

그런데 압수수색검증영장에 기입하게 돼 있는 '죄명'에는 '압수수색검증을필요로하는사유'와는 전혀 관련이 없는 죄목이 쓰여져 있었다. 청구 사유대로라면 죄명에는 '국가공무원법 위반'이 쓰여져 있어야 하지만 영장에는 버젓이 '국가보안법 위반'이라고 쓰여 있었다.

검찰이 영장청구사유로 국가공무원법 위반 혐의를 조사한다고 해놓고는 범죄사실과 전혀 상관이 없는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처벌하겠다는 뜻을 밝힌 어처구니없는 일이 발생한 것이다.

전교조-공무원 노조 압수수색검증영장

전교조-공무원 노조 압수수색검증영장



경찰은 실제 해당 영장을 받고 압수수색을 집행했다. 경찰은 해당 영장에 따라 지난해 12월 31일 경찰서 사무실과 인근 PC방 3개소에서 민주노동당 투표 사이트에 접속해 "수사 대상자 중 119명이 민주노동당 당원으로 가입돼 있는 사실과 이들의 당원 번호를 확인했다"고 밝힌 바 있다.

압수수색을 집행한 영등포 경찰서 지능팀 관계자는 "우리는 전교조-공무원 노조를 국가공무원법 위반 혐의로 수사를 했을 뿐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수사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검사에게 국가공무원법 위반으로 영장을 '신청'만 했을 뿐 해당 영장에 나온 죄명 '국가보안법 위반'은 청구 검사가 표기하고, 영장 발부 판사가 허락해줬다는 것이 경찰의 해명이다.

청구 검사가 국가공무원법을 국가보안법으로 잘못 기재했을 수도 있지만 단순 실수로 넘어가기에는 예상보다 문제가 크다. 실수라고 한다면 영장을 청구한 검사나 영장을 발부해준 판사 모두 법적 효력을 갖는 영장을 꼼꼼히 살펴보지 않았다는 얘기인데, 변호인 측에서 문제제기를 할 경우 증거 능력이 있는 문서로 인정받지 못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공무원 노조 변호를 맡고 있는 전용식 변호사는 "검찰은 압수수색검증영장으로 확보된 당원 가입 관련 자료를 출력 또는 캡쳐한 것을 제출하고 증거 능력이 문서로 주장을 하겠지만 죄명과 청구사유가 다른 검증조서는 법리적으로 문제가 된다"고 지적했다.

헌법과 형사소송법이 정한 영장주의 원칙에 따르면 검찰은 영장을 통한 적법절차에 기인해 수사를 하게 돼 있다. 영장 내용대로라면 철저히 영장주의 원칙을 뒤집는 꼴이 된다. 향후 재판에서 해당 영장과 관련된 증거를 검찰이 제시할 경우 인정을 받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전 변호사는 "위법하게 제출된 증거이며 적법 절차에 의한 영장이라고 할 수 없다"고 못박았다.

전 변호사는 "이런 일은 흔하게 발생하는 일이 아니다. 법령상으로 국가공무원법 위반이라고 써야하는데 오기를 했다고 넘기기에는 사안이 너무 크다"며 "800명 정도 되는 사람의 이름과 주민등록번호를 쳐서 민주노동당에 가입한 것을 조사한다는 내용인데, 검사와 판사가 어떻게 이렇게 영장을 대충대충할 수 있느냐"고 비난했다.

공무원 노조에서는 이번 사안에 대해 내사 단계에서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조합원을 조사하는 도중 정당법과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수사를 전환했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또다른 당사자인 전교조도 이번 사안에 대해 그냥 넘어가지 않을 태세다.

엄민용 전교조 대변인은 "영장을 청구한 검찰이나 청구한 영장을 발부해준 판사 모두 영장 제목 조차 확인하지 못한 영장이다. 그것이 비록 실수라고 검찰이 변명한다고 하더라도 법원이 과연 발부한 영장에 국가보안법 위반이라고 범죄사실이 명백하게 적시된 상태에서 압수수색이 증거 능력이 있는지는 법정에서 효력 여부를 따지겠다"고 말했다.

영장 집행을 허가해준 서울중앙지법 민사 15부 권기훈 부장 판사는 기자의 전화통화를 통한 거듭된 사실확인 요청에 끝내 답변을 주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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