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의 완패는 무엇을 말하나
[재보선 평가] 김빠진 단일화, 기득권 안주로는 백전백패할 뿐
이정무 기자 jmlee@vop.co.kr
입력 2010-07-28 23:45:11 수정 2011-02-25 23:04:15
전국 8개 선거구에서 치러진 재보궐 선거가 한나라당의 5:3 승리로 끝났다. 6.2 지방선거에서 이명박 정부 심판 민심이 강하게 표출된지 불과 2달만에 민심은 한나라당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이번 선거구가 결코 한나라당에 유리한 것도 아니었다. 8개 선거구는 원래 한나라당 1석, 민주당 5석, 자유선진당 1석, 창조한국당 1석을 배출한 곳이었다. 한나라당이 이재오 전 국민권익위원장이 출마한 은평을 선거구에서만 이겨도 ‘승리’라고 할 정도로 상황은 좋지 않아 보였다. 그러나 결과는 5대3, 한나라당의 승리였다.
거듭된 악재에도 불구하고 승리한 한나라당
내용적으로도 한나라당은 완승을 거뒀다. 민주당의 아성이라고 할 인천 계양을에서 승리한 것을 비롯해, ‘왕의 남자’ 이재오(은평을), 윤진식(충주)이 모두 살아 돌아왔다. 세종시 문제로 민심이 떠났다고 했던 충남 천안에서는 귀중한 1승을 챙겼다. 여세를 살린 한나라당은 강원 철원-화천-인제-양구에서도 민주당을 물리쳤다.
민주당은 강원 원주와 태백-영월-정선-평창과 광주 남구를 차지하는 데 그쳤다. 광주 남구에서 민주당은 민주노동당 오병윤 후보의 거센 도전에 고전했고, 이광재 지사에 대한 동정론이 살아 있는 강원 남부에서만 낙승을 거뒀을 뿐이다.
한나라당과 민주당 관계자들은 희비를 나누면서도 동시에 어리둥절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민심이 말하는 바를 도무지 모르겠다는 것이었다. 장상 캠프의 한 관계자는 “투표율이 올라갈 때만 해도 기대를 걸었다”면서 “야권 단일화에도 불구하고 현격한 차이로 패배한 이유가 무엇일지 생각해 봐야 겠다”고 말했다. 한나라당 중앙당의 관계자 역시 “이번 선거의 메시지를 아직 모르겠다”고 조심스러운 눈치를 보였다.
불과 2달 사이에 이명박 정부에 대한 국민의 입장이 바뀐 것은 아닐 터이다. 그 2달간에도 여권의 권력투쟁, 민간인 사찰문제, 강용석 의원의 성희롱 발언, 차명진 의원의 서민비하 발언이 터져 나왔고, 천안함 외교에서 한국은 실패를 거듭한 데다 리비아와는 국교 단절을 걱정할 정도로 관계가 악화되었다. 이명박 정부가 점수를 딸 여지는 거의 없어 보였다.
그렇기에 이번 선거는 이명박 정부에 대한 지지라기보다 야권, 그 중에서도 민주당의 각성을 촉구하는 의미로 읽힌다.
민주당은 6.2 지방선거 승리 이후 급격히 안일 속으로 빠져들어갔다. 이번 재보선에서 민주당은 8개 선거구 어디에서도 참신하고 강력한 후보를 내지 못했다. 6.2 지방선거에서의 안희정, 이광재, 송영길, 김두관 같은 후보들을 내지 못했다는 의미다. 민주당은 인천 계양, 서울 은평, 광주 남구, 충북 충주 등에서 공천 잡음을 일으켰고, 그렇게 공천한 후보들도 기존의 후보군에 비해 새로울 것도, 강력할 것도 없었다.
민주당은 심지어 광주에서는 한나라당이 사용할 법한 논리로 ‘우당’인 민주노동당을 공격하기도 했다. 민주당은 인천 계양과 강원 철원-화천-인제-양구에서는 민주노동당과의 후보단일화를 아예 시도하지 않았다. 단독으로도 승리할 수 있다는 자만이었다. 그러나 이 선거구에서 야권은 한나라당보다 더 많은 득표를 했음에도 표를 나눠가짐으로써 패배했다.
은평에서의 야권 단일화 역시 비세가 역력해진 후에야 마지못해 추진되었다. 은평의 야권 단일화는 불리한 조건을 받아들인 민주노동당과 국민참여당에 의해 겨우 성사되었지만, 너무 늦게, 또 어떠한 진정성 있는 메시지도 없이 진행됨으로써 유권자들의 마음을 잡지 못했다. 요컨대 ‘김빠진 단일화’로는 못 이긴다는 것이다.
‘야권 혁신’의 출발점 되어야
그러나 이번 선거가 민주-진보진영에 우울함만을 던져주는 것은 결코 아니다.
우선 광주에서 민주노동당은 사상 최초로 민주당의 아성에 의미 있는 도전을 보여줬다. 1987년 이후 호남에서 치러진 선거에서 민주당이 다른 정당에게 40%가 넘는 득표를 허용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민주노동당은 울산 경남에서처럼 호남에서도 제2당의 위치를 차지할 수 있음을 보여줬다.
이번 선거의 또 다른 의미는 전국적으로 지역주의가 약화되고 있음이 확인된 것이다. 수도권을 포함하여 한나라당, 민주당의 강세와 약세는 영호남 유권자들의 분포와 밀접한 관련이 있었다. 그러나 이번 선거에서 충청권의 자유선진당이 맥을 추지 못한 것이나, 한나라당이 전통적 강세를 보여 온 강원도에서 패배한 것은 유권자들의 선택이 더 이상 지역주의에 휘둘리지 않고 있음을 보여준다.
또 한나라당에 맞선 반MB연합 전략의 정당성이 재확인된 것 역시 소중한 교훈이라고 할 수 있다.
화가 복이 되고, 음지가 양지가 된다는 말이 있다. 7.28 재보선의 패배는 그것이 만약 ‘야권혁신’의 출발점이 된다면 이는 한나라당이 얻은 5석보다 수십, 수백 배의 재산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이번 선거구가 결코 한나라당에 유리한 것도 아니었다. 8개 선거구는 원래 한나라당 1석, 민주당 5석, 자유선진당 1석, 창조한국당 1석을 배출한 곳이었다. 한나라당이 이재오 전 국민권익위원장이 출마한 은평을 선거구에서만 이겨도 ‘승리’라고 할 정도로 상황은 좋지 않아 보였다. 그러나 결과는 5대3, 한나라당의 승리였다.
거듭된 악재에도 불구하고 승리한 한나라당
ⓒ양지웅 기자
28일 밤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 개표가 진행중인 가운데 여의도 한나라당 당사에 개표 결과를 지켜보던 한나라당 안상수 대표, 김무성 원내대표, 나경원 최고위원 등 당직자들이 한나라당이 우세라는 개표 상황을 보자 박수를 치며 기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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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은 강원 원주와 태백-영월-정선-평창과 광주 남구를 차지하는 데 그쳤다. 광주 남구에서 민주당은 민주노동당 오병윤 후보의 거센 도전에 고전했고, 이광재 지사에 대한 동정론이 살아 있는 강원 남부에서만 낙승을 거뒀을 뿐이다.
한나라당과 민주당 관계자들은 희비를 나누면서도 동시에 어리둥절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민심이 말하는 바를 도무지 모르겠다는 것이었다. 장상 캠프의 한 관계자는 “투표율이 올라갈 때만 해도 기대를 걸었다”면서 “야권 단일화에도 불구하고 현격한 차이로 패배한 이유가 무엇일지 생각해 봐야 겠다”고 말했다. 한나라당 중앙당의 관계자 역시 “이번 선거의 메시지를 아직 모르겠다”고 조심스러운 눈치를 보였다.
불과 2달 사이에 이명박 정부에 대한 국민의 입장이 바뀐 것은 아닐 터이다. 그 2달간에도 여권의 권력투쟁, 민간인 사찰문제, 강용석 의원의 성희롱 발언, 차명진 의원의 서민비하 발언이 터져 나왔고, 천안함 외교에서 한국은 실패를 거듭한 데다 리비아와는 국교 단절을 걱정할 정도로 관계가 악화되었다. 이명박 정부가 점수를 딸 여지는 거의 없어 보였다.
그렇기에 이번 선거는 이명박 정부에 대한 지지라기보다 야권, 그 중에서도 민주당의 각성을 촉구하는 의미로 읽힌다.
민주당은 6.2 지방선거 승리 이후 급격히 안일 속으로 빠져들어갔다. 이번 재보선에서 민주당은 8개 선거구 어디에서도 참신하고 강력한 후보를 내지 못했다. 6.2 지방선거에서의 안희정, 이광재, 송영길, 김두관 같은 후보들을 내지 못했다는 의미다. 민주당은 인천 계양, 서울 은평, 광주 남구, 충북 충주 등에서 공천 잡음을 일으켰고, 그렇게 공천한 후보들도 기존의 후보군에 비해 새로울 것도, 강력할 것도 없었다.
민주당은 심지어 광주에서는 한나라당이 사용할 법한 논리로 ‘우당’인 민주노동당을 공격하기도 했다. 민주당은 인천 계양과 강원 철원-화천-인제-양구에서는 민주노동당과의 후보단일화를 아예 시도하지 않았다. 단독으로도 승리할 수 있다는 자만이었다. 그러나 이 선거구에서 야권은 한나라당보다 더 많은 득표를 했음에도 표를 나눠가짐으로써 패배했다.
은평에서의 야권 단일화 역시 비세가 역력해진 후에야 마지못해 추진되었다. 은평의 야권 단일화는 불리한 조건을 받아들인 민주노동당과 국민참여당에 의해 겨우 성사되었지만, 너무 늦게, 또 어떠한 진정성 있는 메시지도 없이 진행됨으로써 유권자들의 마음을 잡지 못했다. 요컨대 ‘김빠진 단일화’로는 못 이긴다는 것이다.
‘야권 혁신’의 출발점 되어야
그러나 이번 선거가 민주-진보진영에 우울함만을 던져주는 것은 결코 아니다.
우선 광주에서 민주노동당은 사상 최초로 민주당의 아성에 의미 있는 도전을 보여줬다. 1987년 이후 호남에서 치러진 선거에서 민주당이 다른 정당에게 40%가 넘는 득표를 허용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민주노동당은 울산 경남에서처럼 호남에서도 제2당의 위치를 차지할 수 있음을 보여줬다.
이번 선거의 또 다른 의미는 전국적으로 지역주의가 약화되고 있음이 확인된 것이다. 수도권을 포함하여 한나라당, 민주당의 강세와 약세는 영호남 유권자들의 분포와 밀접한 관련이 있었다. 그러나 이번 선거에서 충청권의 자유선진당이 맥을 추지 못한 것이나, 한나라당이 전통적 강세를 보여 온 강원도에서 패배한 것은 유권자들의 선택이 더 이상 지역주의에 휘둘리지 않고 있음을 보여준다.
또 한나라당에 맞선 반MB연합 전략의 정당성이 재확인된 것 역시 소중한 교훈이라고 할 수 있다.
화가 복이 되고, 음지가 양지가 된다는 말이 있다. 7.28 재보선의 패배는 그것이 만약 ‘야권혁신’의 출발점이 된다면 이는 한나라당이 얻은 5석보다 수십, 수백 배의 재산이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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