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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너진 꿈의 캠퍼스 송도, "중국인 학생 17명이 전부"

정성일 기자 soultrane@vop.co.kr

입력 2010-08-04 22:01:08 l 수정 2011-02-25 23:04:15

공사중인 송도글로벌캠퍼스

공사중인 송도글로벌캠퍼스



인천 송도국제도시 내에 설립중인 '송도 글로벌 대학 캠퍼스'가 좌초 위기를 맞고 있다. 국내외 각 대학들의 입주가 연기 또는 취소되면서 자칫하면 몇년간 허허벌판에 빈 건물만 있게 될 공산이 커지고 있다.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의 애초 계획대라면 '송도글로벌캠퍼스'에는 올해 9월부터 국내 대학중에서는 연세대학교, 외국 대학은 뉴욕주립대 스토니브룩과 노스캐롤라이나주립대의 학생들이 입학해 학기를 시작해야 했다.

하지만 당장 한달 뒤로 다가온 9월에 송도캠퍼스에서 공부할 학생은 연세대 한국어학당 소속인 17명의 중국인 학생이 전부다.

국내 각 대학들 입주 불투명

2003년 인천경제자유구역이 지정된 후 시작된 송도글로벌캠퍼스 사업은 세계 명문 외국대학과의 공동 캠퍼스 조성을 통해 '동북아 교육허브'를 만들겠다는 목표로 인천경제자유구역 내 송도지구에 조성이 시작되었다.

이후 인천시는 뉴욕주립대, 델라웨어대, 남가주대 등과 양해각서(MOU) 및 협약을 체결하고 송도캠퍼스에 입주할 것을 발표했다. 뿐만 아니라 연세대, 고려대, 한국외대 등 주요대학들도 송도 캠퍼스에 입주해 '글로벌 대학'으로 발전해가겠다는 청사진을 발표하기도 했다.

하지만 입주를 계획하던 상당수의 대학들은 현재 송도캠퍼스 개교를 연기 또는 취소하고 있다.

송도캠퍼스에 IT(정보기술), NT(나노기술) 관련 연구센터를 건립할 계획이었던 고려대는 사실상 전면 재검토에 들어간 상태다.

한재민 고려대학교 기획예산처장은 "매입부지 비용이 비싸서 현재는 다시 검토중"이라며 "학내에서 송도캠퍼스에 부정적 의견이 많은 상태라 실제로 송도캠퍼스를 설립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고 밝혔다.

한 처장은 고려대가 송도캠퍼스에 입주하려했던 이유에 대해서 "송도 캠퍼스를 검토했던 것은 중국와 가까운 지리적 여건 등에 의했던 것"이라면서도 ""애초에 외국 대학들이 상당수 들어올 것이라는 인천시의 발표는 허황된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고 밝혔다.

홍익대도 비슷한 상황이다. 융복합 디자인 캠퍼스를 조성할 계획이었던 홍익대는 현재 부지매입협상에도 들어가지 않은 상태다. 홍익대 기획처 관계자는 "현실적으로 올해 토지매입계햑을 체결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상태"라고 밝혔다.

송도캠퍼스에 통번역원과 국제비즈지스센터를 신설할 계획인 한국외대도 지지부진하긴 마찬가지다.

한국외대의 한 관계자는 "애초 송도캠퍼스에 들어가기로 했을 때는 외국대학과 기업들이 들어오면 이들과의 연계, 공동연구 등을 통한 시너지 효과를 기대했던 부분이 있었다"고 아쉬워했다.

이 관계자는 "송도캠퍼스에 입주하겠다는 학교의 입장은 확고하다"면서도 "외국 대학과 기업들의 입주가 거의 안되고 있는 상태라 전체적인 진행상황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한국외대는 2008년에 협약을 체결한지 2년이 지나고 있지만 아직 토지매입협상도 시작하고 있는 않은 상태라 실제 입주가 진행될지는 지켜보아야 되는 상황이다.

올해 3월 공사도 채 끝나지 않은 상태에서 개교식을 해 구설에 올랐던 연세대도 난감한 상황에 처했다.

연세대는 올 하반기부터 외국인 유학생을 유치해 '학부 예비과정'을 송도에서 운영하겠다고 밝혀왔다. 그러나 연세대 관계자에 따르면, 올 하반기 이 과정에 참가할 학생은 17명에 불과하며 전원이 중국인 학생인 것으로 나타났다. 송도캠퍼스를 세계 각지에서 모여든 인재들을 대상으로 '글로벌 캠퍼스'로 만들겠다는 애초의 구상은 처음부터 어긋나고 있다.

지금 상태라면 연세대 송도캠퍼스에는 중국인 학생 17명만 등교하는 우스운 모양새가 벌이지게 됐다. 이에 연세대는 이 학생들에 대한 교육을 송도캠퍼스가 아닌 신촌에서 진행하는 방향도 논의중이다. 그렇게된다면 연세대 송도캠퍼스는 건물만 있고 아무도 없는 빈껍데기가 될 전망이다.

지난 3월 개교식을 연 연세대 국제캠퍼스

지난 3월 개교식을 연 연세대 국제캠퍼스


입주 예정이었던 외국대학들도 속속 연기 또는 취소 입장 밝혀

입주한다던 외국대학들로 눈을 돌리면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송도글로벌캠퍼스는 외국 각 대학의 유명 학과들을 한 데 모아 종합대학형태로 만들겠다는 것이 핵심적인 구상이다. 하지만 애초 의사를 타진했던 대학들의 입주 연기와 취소가 속출하고 있다.

2010년 9월 개교예정이던 노스캐롤라리아 주립대는 송도캠퍼스 입주를 무기한 연기했다. 11월에 있는 총장선거가 지나면 다시 협상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주 예산이 20%이상 깎이면서 송도로 올 가능성이 많지 않은 상태다. 2010년 9월 개교 예정이었던 뉴욕주립대 스토니브룩도 내년 초로 개교를 미룬 상태다.

2011년 9월 개교하기로 한 남가주대와 조지메이슨대는 2012년으로 개교일정을 미뤘다. 델라웨어대학만 애초 방침대로 2011년 9월 개교방침을 바꾸지 않고 있다.

2011년 9월 개교 예정이라고 밝혔던 미주리대는 아직 협약도 체결되지 않아, 실제 그때까지 입주가 진행될 가능성은 희박한 상황이다.

또한 인천시가 2012년 9월 입주 예정이라고 밝혔던 카네기멜론, 일리노이주립대, 조지아공대,보스턴대 등과는 아직 협약도 체결되지 않은 상태다. 현재처럼 앞선 입주 예정 대학들이 입주를 연기 또는 취소한다면 이들 대학의 입주 가능성도 낮아질 것으로 보인다.

또한 송도지역이 갯벌을 매립한 지역이라 미국 대학들이 입주를 꺼리고 있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송도 갯벌 매립에 반대하는 활동을 벌여온 '인천습지위원회'에 따르면, 미국의 자연보호 단체인 '세이브 인터내셔널' 대표 랜돌프 T. 헤스터 교수(버클리대)는 여러 대학으로부터 송도캠퍼스 입주 계획이 없다는 답변을 들었다고 밝혔다.

랜돌프 교수는 뉴욕주립대 스토니브룩의 경우 송도 입주를 무기한 유예했다고 주장했다. 뉴욕 주립대의 많은 교수들이 송도캠퍼스가 매립지 위에 조성돼 뉴욕 환경법상 불법이며 국제환경평가 관행을 위반하고 있다고 제기해 입주를 포기했다는 것이다.

랜돌프 교수는 노스캐롤라이나주립대와 버클리대의 경우도 송도 캠퍼스가 습지를 매립한 지역이라는 사실때문에 대학 관계자들이 계획을 재검토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공사자금 확보 안돼 중단될 가능성도

더욱이 최근 송도지구에는 마이너스 프리미엄이 붙은 아파트 분양권이 나오는 등 부동산 경기가 침체돼 캠퍼스 공사 자금을 확보할 수 있을 지에 대한 의문도 제기되고 있다.

송도캠퍼스는 주상복합건물, 아파트 등에서의 개발이익금을 환수해 조성자금으로 충당하는 형태를 취하고 있다.

연세대 송도 캠퍼스의 경우, 인천시는 송도 개발이익으로 추산되는 1조원 중 6500억원을 연세대 조성에 지원하는 형태로 조성되고 있다. 이로 인해 조성사업 초기부터 특혜시비가 일기도 했었다. 하지만 연세대 캠퍼스 조성사업을 맡았던 '송도국제화복합단지'는 애초의 개발이익이 나지 않아 몇 차례 공사가 지연됐었다. 이로 인해 원래 올해 3월 마무리될 예정이었던 1차 조성사업은 아직 완전히 마무리가 되지 않은 상태다.

외국대학들이 입주할 예정인 5 · 7 공구 29만5000m²의 경우 총 사업비 1조1400억 중 5000억원은 국비 및 시비로 조달되고 나머지는 수익용부지 9만4300m²에 들어서는 주상복합건물의 개발이익금으로 충당된다. 하지만 이 주상복합의 경우 계약률이 현재 20%도 채 안되는 상황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국대학 입주도 불투명해지면서 주상복합에서 개발이익금이 완전히 환수될 지 점점 불투명해지고 있다. 이런 상태라면 2013년 전체 완공까지 필요한 자금이 확보되지 않아 공사가 중단될 가능성마저도 점쳐지고 있다.

장밋빛 청사진을 제시하며 거창한 개발사업을 벌인 인천시와 '글로벌대학'을 외치며 송도로 몰려들던 대학들의 합작품인 '송도 글로벌 대학캠퍼스'의 미래에 암울한 기운이 감돌고 있다.

송도지구 내 아파트들

송도지구는 최근 미분양되는 아파트들이 나오기 시작했고, 마이너스 프리미엄이 붙은 분양권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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