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노현 서울시교육감, '진보'에서 '탈선'하고 있다
일제고사 징계 교사 항소취하도 ‘없던 일’로 ··· '거버넌스'는 미온적, '공정택식 제왕적 교육감'되나
김만중 기자 kmj@vop.co.kr
입력 2010-08-04 22:52:05 수정 2011-02-25 23:04:15
진보·개혁 진영의 ‘단일 후보’로 6·2 지방선거에서 서울시교육감으로 당선된 곽노현 교육감이 당선 후 한 달간의 행보가 후보자 시절에 내세웠던 공약에 크게 못 미치고 있다. 특히 일제고사에서 학생들에게 대체학습권을 준 일선 교사들을 징계하고 해임교사에 대한 항소 취하를 '없었던 일'로 한다고 해 논란이 되고 있다.
곽노현 교육감은 또 '거버넌스'에 미온적인 대신 '제왕적인 비서실'로 서울교육을 추진하고 있어 진보진영 안팎으로부터 거센 비판이 터져 나오고 있다.
‘일제고사 폐지’와 ‘대체학습권 보장’하겠다더니 ··· ‘처벌’ 선택한 곽노현
곽노현 기관사가 이끄는 서울교육청 열차는 지난 7월 13일에 개최된 일제고사를 앞두고 ‘탈선’을 시작했다. 탈선은 운전미숙으로부터 시작됐다.
당시 곽 교육감은 ‘일제고사를 보지 않은 학생에게 대체학습을 만들 것’과 시험을 치르지 않은 학생을 ‘기타결석’으로 처리하라는 공문을 일선학교에 내려 보냈다. 이와 함께 교육과학기술부가 내린 ‘일제고사를 보지 않는 것은 초·중등 교육법 위반’이니 ‘무단결석’ 처리하라는 입장도 서울교육청을 통해 일선학교에 전달됐다.
‘일제고사’를 놓고 교과부와 서울교육청의 입장이 정면으로 엇갈린 것이다. 다른 진보성향의 김승환 전북교육감은 교과부 공문을 일선학교에 내보내지 않았고, 민병희 강원교육감은 ‘무단결석’ 대신 ‘평가 미응시 학생에게 대체프로그램 제공 등 적절한 조치 할 것’으로 바꿔서 내려 보냈다.
서울교육청은 ‘곽노현 공문’과 ‘교과부 공문’을 동시에 내려 보냈다. 일선 학교에서는 곽노현 공문을 따르자니 교과부 공문을 어기게 되고, 교과부 공문을 따르면 곽노현 공문을 어기는 혼란스러운 상황이 발생했다. 더구나 서울교육청은 공문을 일제고사 하루 전날과 일제고사 당일 내려 보내 혼란을 가중시켰다.
서울 영등포고등학교의 경우 학생들이 “시험을 안 봐도 되느냐”는 질문에 담임교사가 “시험 볼 사람은 보고, 보지 않을 사람은 안 봐도 된다“고 지도했다. 하지만 서울교육청은 이 학교의 교장·교감·담임교사 등 3명에게 ‘경징계’를 내렸다. 시 교육청은 징계사유를 ‘제대로 시교육청에 보고하지 않은 점’과 ‘학생들을 적극적으로 설득하지 않은 점’을 들었다.
비판의 목소리가 쏟아졌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서울지부는 논평을 통해 “학생들에게 시험을 강제로 보도록 하지 않은 것이 어찌 징계사유인가. 오히려 서울교육청이 학생·학부모까지 소환 조사를 벌임으로써 감사권을 남용했다”고 비판했다.
서울 시내 한 중학교 근무 중인 이모 교사도 “교과부와 교육청의 갈등을 교사 개인에게 책임을 묻는 것은 너무 무리한 것 같다”고 해당 징계에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일제고사 ‘파면교사’에 대한 징계 철회 입장도 ‘없던 일’
곽노현 교육감은 지난달 20일 언론 인터뷰에서 “2008년 일제고사 거부로 해임 처분된 교사 징계는 과했다고 본다”며 “(해임된 교사들이 낸) 행정소송 1심에서 이미 해임취소 처분이 나왔고, 제가 취임 전에 교육청이 항소한 사안인 만큼 ‘항소취하’ 등 여러 가능성을 검토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하지만 곽 교육감은 해임된 전교조 교사들에 대한 항소 취하 입장을 재검토하는 것으로 4일 알려졌다. 서울시교육청 A관계자는 이날 “서울고검에서 민병희 강원도교육청의 항소취하 요청을 거부한 데다 서울시교육청에 대해서도 같은 방침을 내릴 방침이라고 하는데, 그렇다면 굳이 항소취하 의견을 낼 필요가 있느냐”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교육감이 항소취하 의견을 내면, 교육청과 검찰이 대립하는 모양이 될 수 있는데 바람직하지 않다”고도 밝혔다.
곽노현 교육감을 지지하는 서울 남부 지역 한 학부모는 “과거(공정택)나 지금(곽노현)이나 달라진 점이 없는 것 같아서 우울하다”며 “곽 교육감이 진보와 모양은 같은 데 내용이 다른 것 같다는 의구심이 든다”고 비판했다.
'리틀 MB' 류영국 교육정책국장도 ‘유임’
서울교육청에서 가장 핵심적인 부서인 교육정책국 류영국 국장이 유임된 것도 논란거리다.
교육정책국은 산하에 초·중등교육정책과와 교육과정·학교정책과를 두고, 사실상 서울 지역의 모든 초·중·고교 및 교원들을 직·간접적으로 지휘하는 핵심부서다.
현 류영국 교육정책국장은 공정택 교육감이 비리 혐의로 퇴출당한 다음 김경회 부교육감에 의해 작년 12월께 발탁됐다. 류 국장은 수월성과 경쟁을 중심으로 한 MB식 교육철학을 현실에 적용하는 대표적 인사로 꼽힌다. 그는 공정택 교육감 시절을 전후해 중등교육정책과·강남교육청 교육장·교육과학기술부 학교정책실장 등을 거치면서 승승장구하며 교육정책국장까지 올라왔다.
교육청 B관계자는 “공정택교육감 시절 혜택을 많이 본 것으로 봐서, 류 국장은 공 전 교육감의 직계는 아니어도 방계 정도는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류영국 국장은 곽노현 교육감이 공식 업무를 시작한 2일에 스스로 명예퇴직을 신청했다. 류 국장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핵심 부서인 만큼 새 교육감이 오면 새 사람이 편할 거라는 생각은 있다. 내가 그대로 있으면(곽 교육감이) 아무래도 불편하지 않겠나”라고 밝혔었다.
하지만 류영국 국장의 명예퇴직 신청은 반려됐다. 곽 교육감이 직접 류 국장의 명예퇴직 신청을 만류했다고 전해진다. 교육청 B관계자는 “(곽 교육감이) 포용력을 보이시느라 명예퇴직을 반려 하신 것 같다. 포용력이 좋을 수도 있지만, 독이 될 수도 있다. 교육개혁·혁신의 측면으로 보면 좀 아쉽다”고 말했다.
곽노현, 말로만 ‘거버넌스’ ··· 공정택식 ‘제왕적 교육감’으로 가나
6·2 지방선거 민주·진보 진영의 단일후보로 당선된 곽노현 교육감이 갖는 권한과 위상은 실로 막대하다. 교육감은 초·중·고 교원 및 시교육청 장학관·지방직 공무원 등 5만여 명의 인사권 및 한 해 서울시 교육청 예산 6조 4,000억 원을 쥐고 있다.
정치적인 위상도 막강하다. 서울시장에 보수진영 후보가 당선되면서 곽노현 교육감은 서울 지역 선출직 공무원 중에 민주·진보 진영에서 가장 영향력이 높은 자리에 위치하게 됐다. 곽 교육감은 본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민주·진보 진영의 대표 주자 중 한 사람이 됐다.
곽노현 교육감은 후보 시절부터 ‘서울교육감’의 큰 권한을 혼자 운영하는 것이 아니라 거버넌스(민·관협치)를 구성해 공동으로 서울교육을 운영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하지만 당선된 후 지금까지 ‘거버넌스’ 논의는 지지부진하다. 서울교육청 C 관계자는 “9월 인사 발표가 난 다음에나 거버넌스 논의가 더 진행되는 걸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곽 교육감의 거버넌스 논의가 지지부진한 가운데, 교육감을 탄생시킨 진보적인 시민·사회 단체들은 하나둘씩 실망감을 드러내고 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서울지부 김재석 부위원장은 “교육감은 교육청 조직 속에서 일하는 것이 맞다. 다만 큰 흐름은 당연히 특정 시민단체가 아닌 전반적인 시민·사회단체에 의견을 구하는 과정이 있어야 한다. 이런 기구가 너무 늦게 있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곽 교육감이 지휘를 맡은 서울교육청은 현재 철저히 ‘자기 사람’을 중심으로 한 ‘비서실 행정’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최근 한 달간 사회적 논란이 된 일제고사·체벌·학생인권조례 추진의 결정과정에서 비서실이 모두 크고 작게 개입된 것으로 전해진다. 서울교육청은 여기에 더해 비서실 직원 수를 현재 5명에서 10명으로 두 배 가량 늘리고, 사무실 크기도 더 넓혀 교육청 5층으로 옮길 예정이다.
사실상 공정택식 ‘제왕적인 행정’으로 가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흔들리는 곽노현 호(號) ··· 무엇부터 손봐야 하나
곽노현 교육감은 한 달 사이 교육청 기자들과 만난 세 차례 자리에서 모두 “내가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곳이 두 군데가 있다. 국회와 언론이다. 두 군데 모두 국민들의 대표라는 점에서 특별히 존중하겠다”고 말했다. 교과서적으로 보면 맞는 얘기다.
곽 교육감은 당선 직후부터 보수언론과 보수정치인들의 집중 공격을 받았다. 본격적인 정책을 펴보기 전부터 곽 교육감을 흔들어 놓은 것이다. 그가 ‘언론과 국회’를 존중하겠다고 말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하지만 그는 보수언론과 정치인들에게 포화를 당하면서 시민사회에 손을 내밀지는 않았다. 오히려 거버넌스 구성에 미온적 태도를 보이며 시민사회의 손을 뿌리치는 형국이다.
시민사회에서는 ‘교육감 자리가 곽노현 개인 것이냐’는 불만이 터져 나온다. 특히 자신을 선출해준 진보진영의 여론 및 시민·사회 단체들의 연대 없이 ‘개인기’로 ‘보수 독무대’인 현실을 뚫고 진보적인 공약들을 현실화해내기엔 무리란 지적이 나온다.
지난 6·2 지방선거에서 곽노현 교육감의 선거캠프에서 활동했던 한 관계자는 “곽노현 교육감은 서울 시내에 있는 민주·진보 단체 200여 개 단체가 지지하고 추대해서 만든 후보다. 지난 5월에 구슬땀을 흘리면서 곽노현 후보를 교육감으로 만든 만큼, 곽노현 교육감은 민주·진보 세력들을 파트너로 인정하고, 조직적으로 협력해서 서울 교육을 함께 이끌어 가야한다. 이것을 망각하는 순간 4년 뒤에 재임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경고했다.
곽노현 교육감은 또 '거버넌스'에 미온적인 대신 '제왕적인 비서실'로 서울교육을 추진하고 있어 진보진영 안팎으로부터 거센 비판이 터져 나오고 있다.
ⓒ민중의소리 김철수 기자
곽노현 서울시교육감 당선인이 21일 오전 양재동 교육문화회관에서 6.2지방선거 광역, 기초자치단체장 당선인 워크샵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 }곽노현 기관사가 이끄는 서울교육청 열차는 지난 7월 13일에 개최된 일제고사를 앞두고 ‘탈선’을 시작했다. 탈선은 운전미숙으로부터 시작됐다.
당시 곽 교육감은 ‘일제고사를 보지 않은 학생에게 대체학습을 만들 것’과 시험을 치르지 않은 학생을 ‘기타결석’으로 처리하라는 공문을 일선학교에 내려 보냈다. 이와 함께 교육과학기술부가 내린 ‘일제고사를 보지 않는 것은 초·중등 교육법 위반’이니 ‘무단결석’ 처리하라는 입장도 서울교육청을 통해 일선학교에 전달됐다.
‘일제고사’를 놓고 교과부와 서울교육청의 입장이 정면으로 엇갈린 것이다. 다른 진보성향의 김승환 전북교육감은 교과부 공문을 일선학교에 내보내지 않았고, 민병희 강원교육감은 ‘무단결석’ 대신 ‘평가 미응시 학생에게 대체프로그램 제공 등 적절한 조치 할 것’으로 바꿔서 내려 보냈다.
서울교육청은 ‘곽노현 공문’과 ‘교과부 공문’을 동시에 내려 보냈다. 일선 학교에서는 곽노현 공문을 따르자니 교과부 공문을 어기게 되고, 교과부 공문을 따르면 곽노현 공문을 어기는 혼란스러운 상황이 발생했다. 더구나 서울교육청은 공문을 일제고사 하루 전날과 일제고사 당일 내려 보내 혼란을 가중시켰다.
서울 영등포고등학교의 경우 학생들이 “시험을 안 봐도 되느냐”는 질문에 담임교사가 “시험 볼 사람은 보고, 보지 않을 사람은 안 봐도 된다“고 지도했다. 하지만 서울교육청은 이 학교의 교장·교감·담임교사 등 3명에게 ‘경징계’를 내렸다. 시 교육청은 징계사유를 ‘제대로 시교육청에 보고하지 않은 점’과 ‘학생들을 적극적으로 설득하지 않은 점’을 들었다.
ⓒ민중의소리 김철수 기자
곽노현 교육감 당선에 결정적 역할을 한 교원단체들과 교육관련 단체들은 일제고사 대신 체험학습을 허락한 교사에 대한 징계를 철회하라는 요구를 줄기차게 해 왔다.
'); }비판의 목소리가 쏟아졌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서울지부는 논평을 통해 “학생들에게 시험을 강제로 보도록 하지 않은 것이 어찌 징계사유인가. 오히려 서울교육청이 학생·학부모까지 소환 조사를 벌임으로써 감사권을 남용했다”고 비판했다.
서울 시내 한 중학교 근무 중인 이모 교사도 “교과부와 교육청의 갈등을 교사 개인에게 책임을 묻는 것은 너무 무리한 것 같다”고 해당 징계에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일제고사 ‘파면교사’에 대한 징계 철회 입장도 ‘없던 일’
곽노현 교육감은 지난달 20일 언론 인터뷰에서 “2008년 일제고사 거부로 해임 처분된 교사 징계는 과했다고 본다”며 “(해임된 교사들이 낸) 행정소송 1심에서 이미 해임취소 처분이 나왔고, 제가 취임 전에 교육청이 항소한 사안인 만큼 ‘항소취하’ 등 여러 가능성을 검토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민중의소리 김보성기자
일제고사를 거부한 학생들이 체험학습을 선택하도록 하자는 것은 진보.개혁 진영의 주된 주장이다. 곽 교육감이 징계교사에 대한 항소취하 검토를 없던 일로 하겠다고 밝혀 논란이 되고 있다.
'); }하지만 곽 교육감은 해임된 전교조 교사들에 대한 항소 취하 입장을 재검토하는 것으로 4일 알려졌다. 서울시교육청 A관계자는 이날 “서울고검에서 민병희 강원도교육청의 항소취하 요청을 거부한 데다 서울시교육청에 대해서도 같은 방침을 내릴 방침이라고 하는데, 그렇다면 굳이 항소취하 의견을 낼 필요가 있느냐”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교육감이 항소취하 의견을 내면, 교육청과 검찰이 대립하는 모양이 될 수 있는데 바람직하지 않다”고도 밝혔다.
곽노현 교육감을 지지하는 서울 남부 지역 한 학부모는 “과거(공정택)나 지금(곽노현)이나 달라진 점이 없는 것 같아서 우울하다”며 “곽 교육감이 진보와 모양은 같은 데 내용이 다른 것 같다는 의구심이 든다”고 비판했다.
'리틀 MB' 류영국 교육정책국장도 ‘유임’
서울교육청에서 가장 핵심적인 부서인 교육정책국 류영국 국장이 유임된 것도 논란거리다.
교육정책국은 산하에 초·중등교육정책과와 교육과정·학교정책과를 두고, 사실상 서울 지역의 모든 초·중·고교 및 교원들을 직·간접적으로 지휘하는 핵심부서다.
ⓒ민중의소리
교육단체들은 곽 교육감의 인사에도 상당한 문제의식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 }교육청 B관계자는 “공정택교육감 시절 혜택을 많이 본 것으로 봐서, 류 국장은 공 전 교육감의 직계는 아니어도 방계 정도는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류영국 국장은 곽노현 교육감이 공식 업무를 시작한 2일에 스스로 명예퇴직을 신청했다. 류 국장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핵심 부서인 만큼 새 교육감이 오면 새 사람이 편할 거라는 생각은 있다. 내가 그대로 있으면(곽 교육감이) 아무래도 불편하지 않겠나”라고 밝혔었다.
하지만 류영국 국장의 명예퇴직 신청은 반려됐다. 곽 교육감이 직접 류 국장의 명예퇴직 신청을 만류했다고 전해진다. 교육청 B관계자는 “(곽 교육감이) 포용력을 보이시느라 명예퇴직을 반려 하신 것 같다. 포용력이 좋을 수도 있지만, 독이 될 수도 있다. 교육개혁·혁신의 측면으로 보면 좀 아쉽다”고 말했다.
곽노현, 말로만 ‘거버넌스’ ··· 공정택식 ‘제왕적 교육감’으로 가나
6·2 지방선거 민주·진보 진영의 단일후보로 당선된 곽노현 교육감이 갖는 권한과 위상은 실로 막대하다. 교육감은 초·중·고 교원 및 시교육청 장학관·지방직 공무원 등 5만여 명의 인사권 및 한 해 서울시 교육청 예산 6조 4,000억 원을 쥐고 있다.
정치적인 위상도 막강하다. 서울시장에 보수진영 후보가 당선되면서 곽노현 교육감은 서울 지역 선출직 공무원 중에 민주·진보 진영에서 가장 영향력이 높은 자리에 위치하게 됐다. 곽 교육감은 본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민주·진보 진영의 대표 주자 중 한 사람이 됐다.
곽노현 교육감은 후보 시절부터 ‘서울교육감’의 큰 권한을 혼자 운영하는 것이 아니라 거버넌스(민·관협치)를 구성해 공동으로 서울교육을 운영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하지만 당선된 후 지금까지 ‘거버넌스’ 논의는 지지부진하다. 서울교육청 C 관계자는 “9월 인사 발표가 난 다음에나 거버넌스 논의가 더 진행되는 걸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곽 교육감의 거버넌스 논의가 지지부진한 가운데, 교육감을 탄생시킨 진보적인 시민·사회 단체들은 하나둘씩 실망감을 드러내고 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서울지부 김재석 부위원장은 “교육감은 교육청 조직 속에서 일하는 것이 맞다. 다만 큰 흐름은 당연히 특정 시민단체가 아닌 전반적인 시민·사회단체에 의견을 구하는 과정이 있어야 한다. 이런 기구가 너무 늦게 있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곽 교육감이 지휘를 맡은 서울교육청은 현재 철저히 ‘자기 사람’을 중심으로 한 ‘비서실 행정’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최근 한 달간 사회적 논란이 된 일제고사·체벌·학생인권조례 추진의 결정과정에서 비서실이 모두 크고 작게 개입된 것으로 전해진다. 서울교육청은 여기에 더해 비서실 직원 수를 현재 5명에서 10명으로 두 배 가량 늘리고, 사무실 크기도 더 넓혀 교육청 5층으로 옮길 예정이다.
사실상 공정택식 ‘제왕적인 행정’으로 가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흔들리는 곽노현 호(號) ··· 무엇부터 손봐야 하나
곽노현 교육감은 한 달 사이 교육청 기자들과 만난 세 차례 자리에서 모두 “내가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곳이 두 군데가 있다. 국회와 언론이다. 두 군데 모두 국민들의 대표라는 점에서 특별히 존중하겠다”고 말했다. 교과서적으로 보면 맞는 얘기다.
곽 교육감은 당선 직후부터 보수언론과 보수정치인들의 집중 공격을 받았다. 본격적인 정책을 펴보기 전부터 곽 교육감을 흔들어 놓은 것이다. 그가 ‘언론과 국회’를 존중하겠다고 말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민중의소리
진보개혁진영에서는 곽노현 교육감에 대해 ‘개인기’로 진보 공약을 현실화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주장한다. 곽 교육감은 선출이후 ‘거버넌스’구성에 미온적 태도를 보이면서 진보개혁진영에 비판을 받고 있다.
'); }하지만 그는 보수언론과 정치인들에게 포화를 당하면서 시민사회에 손을 내밀지는 않았다. 오히려 거버넌스 구성에 미온적 태도를 보이며 시민사회의 손을 뿌리치는 형국이다.
시민사회에서는 ‘교육감 자리가 곽노현 개인 것이냐’는 불만이 터져 나온다. 특히 자신을 선출해준 진보진영의 여론 및 시민·사회 단체들의 연대 없이 ‘개인기’로 ‘보수 독무대’인 현실을 뚫고 진보적인 공약들을 현실화해내기엔 무리란 지적이 나온다.
지난 6·2 지방선거에서 곽노현 교육감의 선거캠프에서 활동했던 한 관계자는 “곽노현 교육감은 서울 시내에 있는 민주·진보 단체 200여 개 단체가 지지하고 추대해서 만든 후보다. 지난 5월에 구슬땀을 흘리면서 곽노현 후보를 교육감으로 만든 만큼, 곽노현 교육감은 민주·진보 세력들을 파트너로 인정하고, 조직적으로 협력해서 서울 교육을 함께 이끌어 가야한다. 이것을 망각하는 순간 4년 뒤에 재임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경고했다.
김만중 기자kmj@v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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