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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비아냥...'천안함사건 나생문 될라'

정지영 기자 jjy@vop.co.kr

입력 2010-08-05 15:40:37 l 수정 2011-02-25 23:04:15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가 4일 한국정부의 천안함 침몰사건 조사결과 발표 이후 상황을 ‘나생문’에 비교하면서 조사결과에 의혹을 제기하는 기고글을 게재해 주목된다.

한 가지 사건에 대해 사람마다 다른 말을 한다는 내용의 소설 ‘나생문’을 언급, 한국정부의 조사결과를 다양한 가능성 중 하나로 치부해버리는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이 글은 외부 필진의 기고이긴 하지만 중국 정부의 입장을 반영하는 것으로 봐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천안함 사건에 대한 한국정부 조사결과에 대해 중국 정부는 직접적으로 의문을 표한 적이 없었다.

한국 조사결과 “의혹이 적지 않다”

'인민일보'는 이날 3면 국제논단에서 중국 국무원 싱크탱크인 현대국제관계연구원 산하 세계정치연구소 천샹양 부연구원의 기고글을 실었다.

글의 내용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한국내 여론을 소개하는 우회적인 방식으로 한국정부의 조사결과에 의문을 표하는 내용이다.

천 연구원은 지난 5월 20일 한국 정부가 천안함 사건 조사결과를 발표한 데 대해 한국 내에서 "의혹이 적지 않다"면서 "6월말에는 조사단 스스로가 조사결과 발표 당시 소개했던 북한 어뢰의 도면에 잘못이 있었다고 시인하는 일이 벌어졌다"고 말했다.

두 번째로 담고 있는 내용은 한국정부의 천안함 사건 대응방식에 대한 비판적 인식이다.
우선 그는 한국의 외교 노력이 실패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한국에 조사단을 파견했던 러시아의 지지도 얻지 못했고, 안보리 의장성명도 북한을 특정해 북의 공격을 규탄하는 내용으로 나오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또한 그는 한국과 미국이 군사훈련을 벌이고 대북제재를 강화하고 있는 데 대해서도 '의혹'을 거두지 않았다. 그는 이 같은 행위를 뜻대로 나오지 않은 안보리 의장성명에 대한 불만표시로 이해했다.

특히 그는 동북아 문제 전문가들을 인용해 한미 군사훈련은 천안함 사건에 쏠린 국제사회의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리려는 목적이 있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표하기도 했다.

"기고글이라도 공식 입장으로 이해"

이 같은 기고글이 주목받는 이유는 이 글이 중국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에 실렸기 때문이다.
앞서 인민일보의 자매지 환구시보 등은 천안함 사건을 대하는 한.미.일의 태도를 비판하는 등 여러 차례에 걸쳐 입장을 밝혀왔지만, 인민일보는 외교적으로 민감한 이 사안에 대해 말을 아껴왔었다.

이남주 성공회대 중국학과 교수는 "인민일보의 경우 기고라도 보통 공식적인 입장으로 이해를 한다"면서 "중요한 글은 특별평론 등의 형태로 나오고, 기명의 기고글의 경우는 표면적으로 공식 입장이 아니라고 하겠지만 아무래도 내부의 검수를 거쳐 나온 글이다보니 어느 정도 정부 입장을 보여주는 글이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게다가 이 글을 쓴 천 연구원이 중국 국무원 싱크탱크 국제관계연구소 소속이란 점도 무게를 더한다. 이 교수는 "정부의 싱크탱크이고 정책에 대해 당에 직접 보고할 수 있는 연구소"라고 소개했다.

여경훈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 상임연구원도 "인민일보는 당 기관지로 중국 사람들이 매일 아침 읽는 신문으로 무게감이 남다르다"면서 "당의 공식적인 입장이 실린다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덧붙여 "정부 입장을 우회적으로 인민일보를 통해 발표하기도 한다"면서 "과거 당내 논쟁이 있을 때도 공식적으로 드러내기 힘든 것을 인민일보를 통해 드러내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여 연구원은 "인민일보에 실린 글을 떠나 최근 당 지도부 인사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천안함 사건 한국정부 조사결과에 대한 신뢰에 의문을 표하는 뉘앙스가 많았었다"고 말했다.

한국정부 조사결과 ‘비아냥’...러시아보다 더 나갔다

무엇보다 관심을 끄는 대목은 천 연구원이 천안함 사건 이후 상황을 '나생문(羅生門)'에 비교하고 있는 대목이다. 그는 "한국 여론은 천안함 사건이 일종의 나생문 사건이 된다면 국가명예가 크게 훼손될 것이라는 점을 잘 알고 있다"고 밝혔다.

‘나생문’은 일본 소설가 아쿠타가와 류노스케의 1915년 소설이다. 흔히 ‘라쇼몽’으로 알고 있는 이 작품은 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져 자주 인용되는 작품이다.

이 소설에는 억수같이 비가 퍼붓는 날 비를 피해 무너져 가는 나생문 앞에 세 남자가 모여 그날 벌어진 괴이한 살인사건의 재판을 이야기하는 내용이 담겨있다. 타조마루라는 산적이 사무라이를 죽이고 그의 부인을 강간한 사건에 대해 산적, 사무라이 부인, 무당의 입을 통해 이야기하는 사무라이 혼백의 증언이 전혀 다르다. 게다가 이를 듣는 나무꾼마저 세 사람의 증언이 모두 거짓이라고 한다.

문제는 이 같은 비유가 한 가지 사건을 각자 자기 이해관계에 유리하게 각색해서 모두 다른 내용을 말한다는 비유로 쓰여진다는 것. 즉 한국정부의 조사결과를 공인된 의견이 아니라 여러 가지 견해 중 하나로 치부해버리는 것이다.

이는 한국정부 조사결과에 ‘의문’을 표하고 있는 러시아보다 한 발 더 나간 것이다. 한국 정부 입장에서는 대단히 모욕적이라고까지 할 수 있는 표현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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