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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제재 동참, 상상이상의 재앙 될 것"

김경환 기자 kkh@vop.co.kr

입력 2010-08-17 15:13:45 l 수정 2010-08-17 15:17:07

제재를 하자니 기업 피해가 만만치 않고 안하자니 '형님'이 대북제재 카드를 버릴까 눈치가 보인다. 이명박 정부가 진퇴양난에 처했다. 맹목적인 한미동맹을 좇다 헤어나기 힘든 수렁으로 걸어들어 가고 있다.

정부가 이란에 대한 독자제재 조치를 검토하면서 이란과의 관계가 심상치 않게 돌아가고 있다.

◆이란, 2005년에도 금수조치 = 미국이 이란의 멜라트 은행 서울지점에 대해 자산동결을 하든지 폐쇄를 하라고 이명박 정부에 요청하면서 문제는 불거졌다. 미국의 이란 제재 동참 압력은 곧 제재에 동참하지 않으면 북한제재도 없다는 협박처럼 여겨졌다. 정부는 멜라트 은행에 대한 제재를 검토하기 시작했고, 주한 이란대사는 "만일 한국이 제재를 가한다면 한국의 기업들이 이란 시장을 잃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주한 이란대사의 말은 빈말이 아니라는 점에서 주목해야 할 필요가 있다. 과거에도 이란은 자국 제재에 동참한 우리나라 제품에 대해 금수조치를 취하며 실질적인 압력을 행사한 바 있다.

이때도 현재와 닮은 면이 있었다. 미국이 북핵문제를 구실로 삼아 이란에 대한 제재에 한국 정부를 끌어들인 것이다.

지난 2005년 9월 정부가 국제원자력기구(IAEA)에서 이란 핵문제의 유엔 안보리 회부 결의안에 찬성하자 이란은 이에 대한 보복조치로 10월17일부터 한국산 수출품에 대해 수입송장 승인을 거부했다. 수입송장 승인을 받지 못하면 신용장을 개설하지 못해 결국 수출을 할 수 없게 된다.

이란 정부는 공식적으로는 금수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고 했지만 자국내에서는 공공연히 보복조치라는 입장을 밝혔다. 당시 이란 무스타파 모하메드 내무장관은 이러한 조치와 관련, "이란 국익에 무관심한 나라의 경제에 도움을 줄 필요가 없지 않느냐"고 말했다

다행히 이때만 해도 우리나라는 대이란 수출이 월 2억 달러 미만으로, 전체 수출규모 230~240억 달러의 1%에도 못미치는 정도였다.

◆본격 제재 시작도 안했는데 기업 피해 속출 = 그런데, 지금은 그때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상황이 달라졌다.

이란은 매년 교역액이 100억 달러가 넘는 나라인 동시에 세계에서 4번째로 큰 우리나라의 원유도입선이다. 지난해 이란으로부터 도입한 원유는 47억 달러로 전체 도입물량의 9.5%에 이른다. 경우에 따라서는 유가파동까지 감수해야 할 지경이다.

기업들의 입장에서도 제재는 막대한 피해를 초래하게 된다. 이란과 관련된 중소기업만 2천여개가 넘고 건설, 플랜트 수주는 6건에 19억 달러가 넘는다. 선박건조의 경우 28척(11억 달러 규모) 수주가 이뤄진 상태다.

우리나라가 본격적인 제재에 동참하지 않았지만 피해는 벌써부터 나타나고 있다. 미국이 지난달 1일 포괄적 이란 제재법을 발효시킨 이래 이란에 지사나 연락소를 운영하는 한국 기업들은 한국 내 은행들이 이란 기업과의 대금 결제 및 외국환 업무를 중단함에 따라 거래업체로부터 결제대금을 받을 수 없는 처지에 놓였다.

대금 결제가 막히면서 수출 물품 선적이 중단되고 기존에 맺었던 계약도 파기되는 등 후폭풍이 일고 있다.

이란 자동차 시장의 60%를 점유하고 있는 현대.기아차는 지난달 중순부터 이란 수출 선적을 중단했다. 사태가 길어지면 그만큼 손해를 봐야 할 처지다. GS건설도 작년 10월 수주한 1조4천억원 규모의 가스 탈황시설 공사 계약이 파기됐다.

관세청이 집계한 바에 따르면 지난 7월 대(對)이란 수출액은 3억6000만 달러로 지난해 7월보다 12.3% 늘었으나 전월(4억5900만 달러)에 비해서는 20.6% 줄어들었다. 이는 지난 1월에 전월대비 29% 감소한 이래 가장 큰 폭의 하락세다. 관세청은 특수 상황을 제외하면 지난달 이란 수출은 글로벌 금융위기가 닥친 2008년 9월 이후 최저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수입 역시 31%나 줄어들어 지난해 5월 이후 1년2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달 1~15일 수출액은 지난달 같은 기간보다 36.7%나 줄었다.

관세청 관계자는 "제한적이나마 지난달 1일 발효된 미국의 이란 금융제재조치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며 "우리 수출기업의 피해가 갈수록 커지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이란제재 동참, 상상이상의 재앙이 될 것" = 이란 전문가인 유달승 한국외대 이란어과 교수는 17일 <민중의소리>와의 통화에서 "이번 파장이 상상이상의 재앙이 될 것이라고 본다"면서 정부가 이란제재에 동참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유 교수는 "(이번 제재는) 미국과 이란과의 관계 때문이지 한국과 이란과의 관계 문제는 아니지 않느냐"면서 "제재의 효과가 어떻게 될지는 미지수인 상태에서 성급하게 한미동맹의 이름으로 추진되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란 제재에 동참하게 될 경우 최악의 시나리오는 원유공급 중단인데, 거기에 따른 파장이 엄청나게 클 것"이라면서 "만일 미국의 제재로 이란 지역에서의 군사적 충돌가능성이 부각되면 유가나 천연가스 가격이 폭등할 수밖에 없고, 경제에도 악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특히, 중소기업이 이란과의 교역이 확대된 상황에서 피해가 클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유 교수는 이란의 멜라트 은행 서울지점 폐쇄 여부에 대해서도 "말레이시아에도 멜라트 은행 소유의 'FEE뱅크'가 있는데, 말레이시아는 미국 재무부가 작년 11월에 이 은행에 대한 폐쇄 요청에도 불구하고 불법적인 거래가 없었다면서 유지를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영국에서는 올해 2월에 이란계 은행 몇 개를 폐쇄했다가 이란에서 고소하는 바람에 법정 소송을 진행중"이라면서 "우리도 영국과 같은 수순을 밟게 되면 법정 소송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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