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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뱃값 인상 여론몰이.."저소득층 주머니까지 터나"

7월부터 부처.산하기관 동원, 소득하위층 흡연율 65%인데..

조태근 기자 taegun@vop.co.kr

입력 2010-08-22 13:54:58 l 수정 2011-02-25 23:04:15

이명박 정부가 최근 담뱃값을 올려 흡연율을 낮춰야 한다는 보고서들을 연이어 내놓으면서 여론몰이에 나서는 분위기다. 물론 속내는 최소 22조원(국토해양부, 4대강 마스터플랜)이 투입되는 4대강 사업과, 연간 25조의 세수감소(KDI, 국가재정운용계획) 가 효과를 불러오는 '부자감세'(소득세.법인세)로 인한 재정적자를 메우기 위해서지만 일단 '국민 건강'을 내세우면서 세련되게 접근하는 모양새다.

여론몰이의 주역은 보건복지부와 산하 연구기관이었다.

금연

서울 종로구 안국동 인사동 거리에 금연표시가 된보도블록

복지부는 지난달 초 '상반기 흡연실태조사'를 발표하면서 올해 흡연율이 목표치인 30%에 크게 못 미치는 42.6%로 나왔다며 "비가격정책과 함께 가격정책도 추진돼야 한다"고 운을 띄웠다. 조사결과가 나온 직후 복지부는 '흡연율 감소를 위한 금연정책 추진 방향' 문건을 만들어 "국내 담뱃값이 선진국의 20∼30%로 매우 낮은 수준"이라며 "2008, 2009년 흡연율이 상승 추세로 돌아선 만큼 가격정책을 검토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지난 2004년 500원을 인상한 뒤 실질구매력이 25.6%상승했으니 올해 안에 500원을 인상해야 한다는 것.

이어 산하 연구기관들의 보고서들도 이어졌다. 복지부 산하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은 지난달 중순께 담배규제정책 세미나를 열어 담배에 조세를 부과해 확보된 재원으로 건강증진사업을 수행해야 한다는 연구결과를 냈다. 연구원은 담배에 건강증진기금 형식으로 부담금을 부과하고, 장기적으로는 건강위해품목에 목적세 성격의 건강세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8월 들어서는 아예 담뱃값을 두 배로 파격적으로 올려야 흡연율을 획기적으로 낮출 수 있다는 주장이 연이어 나왔다.

대한의사협회를 비롯해 치과.한의사.병원.약사.간호협회 등 의약 단체들이 지난 11일 기자회견을 열어 정부에 금연운동 활성화 정책 추진을 촉구하면서 담뱃값을 2배 올려야 한다는 파격적인 주장을 내놓자, 복지부도 이에 부합하는 보고서를 내놨다.

복지부 산하 질병관리본부는 지난 16일 발표한 보고서에서 "담뱃값을 매년 500원씩 올리면 한 갑당 8천원이 되는 2020년이면 흡연율이 선진국 수준(OECD 평균 25.3%)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복지부가 이처럼 '국민 건강을 위해 흡연율을 낮춰야 한다'는 명분 하에 담뱃값 인상을 분위기 조성에 나서는 분위기지만 동시에 이명박 정부는 물가 인상과 서민 증세 논란을 부담스러워하고 있다.

특히 '친서민 정책'을 한다면서 소득이 낮은 계층이 가장 많이 부담할 수밖에 없는 구조인 담뱃값 인상을 추진하는 게 말이 되느냐는 비판이 적지 않다.

실제 지난 2008년 복지부 산하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발표한 '우리나라 흡연율의 사회계층별 불평등과 변화추이' 보고서를 보면 소득수준 상위20%의 고소득층의 흡연율은 47.83%에 불과한 반면 최하위인 하위 20% 저소득층의 흡연율은 64.59%에 달한다. 담뱃값을 올리면 그만큼 저소득층에게 더 부담이 된다는 의미다.

의사협회장 출신인 신상진 한나라당 의원이 지난달 복지부 산하 기관들의 담뱃값 인상 주장이 나오자 "서민경제가 아직도 어렵고, 경기불황이 장기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담배값을 올리면 서민 부담만 가중될 것"이라고 반대 입장을 밝힌 것은 이 때문이었다. 신 의원은 "지자체 금연조례 제정에 따른 금연구역확대, 발암성 물질 경고문구 표시, 보건소 금연클리닉 등 비가격정책이 시행된 지 불과 1~2년 밖에 되지 않아 실효성 여부를 따지기 이르다"며 정부가 진정성을 보이려면 가격 정책보다 비가격 정책을 통한 흡연율 줄이기에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복지부의 두 배 인상안이 나온 직후 고흥길 한나라당 정책위의장도 지난 17일 당 회의에서 "담뱃값 인상은 부유층이나 고소득층 보다 서민층에게 주는 부담이 매우 커 이런 급격한 인상을 사실상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적극적인 금연 캠페인을 강화하는 등 유소년기부터 금연의 심각성을 일깨우는 정부차원의 노력이 병행돼야 하며, 담뱃값 인상을 통한 흡연율 낮추기는 제고해야한다"고 말했다.

한국담배소비자협회 정경수 회장은 지난주 한 라디오에 출연해 "흡연율을 조사해 보면 저소득층 흡연자의 소득수준은 대개 200~300만원 미만"이라며 "그분들이 담배를 많이 피우는 것은 생활의 스트레스라든가 여러 가지 환경 때문에 자의적으로 담배를 많이 흡연하고 있는데, 그분들의 주머니를 턴다는 것을 용납될 수 없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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