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성균관스캔들, 동이, 김수로 등을 찍은 보조출연자 임모(34)씨는 기자를 보자마자 자신이 입은 티셔츠와 바지를 뒤집으며 배, 허벅지 부분에 두드러기가 난 것을 보여줬다.
“기자님 제 사연 좀 들어보세요. 저 성균관스캔들 찍으며 피부병 걸리고, 김수로 찍다가 일사병으로 쓰러졌어요. 지금 우리 같은 보조 출연자는 촬영현장에서 인간이 아닙니다. 개, 돼지 취급을 받고 있어요.”
임 씨는 최근 방송사 주요 사극을 다 찍고 있다. 드라마 ‘동이’에서는 평민, 대감, 별감, 병사 등 해보지 않은 역할이 없다. 하지만 그가 소개한 드라마 제작 현장은 한마디로 처참했다.
“연예인들이 입는 옷은 매일 같이 빨면서 보조 출연자들이 입는 옷은 전혀 빨지를 않아요. 최근에 로드넘버원을 찍었는데 중국군 옷을 9년 동안 한 번도 빨지 않았더라고요. 제 두 눈으로 똑똑히 목격을 했습니다. 이런 옷을 우리가 입으니 피부병이 나지 않겠어요? 하도 더러워서 못 입겠다고 하면 ‘나오지 말라’고 협박해요. 심지어 욕도 하고.”
하지만 그를 가장 속상하게 한 것은 하루 종일 그렇게 고생해서 일을 해도 받는 돈은 3만 7천원이었다는 점이다. 그가 14년 전 영화 ‘비트’를 찍을 때 받았던 돈과 지금 받는 돈이 큰 차이가 없었다.
“보통 드라마 촬영이 새벽부터 해요. 그러면 우리가 전날 밤 11시, 12시 정도에 모여요. 버스타고 촬영장 가고 새벽부터 촬영해서 오후 6, 7시까지 촬영한 다음에 다시 서울 오면 밤 11시, 12시 되요. 하루 종일 일을 한 셈인데 돈은 3만 7천원만 주는 거예요. 시급으로 따지면 시간당 2-3,000원 주는 거예요. 이게 말이 되는 건가요? 연예인들은 1회 출연에 몇 컷 찍으면서 수천만 원을 받는데...”
그래서 임 씨는 이 같은 현실을 바꾸기 위해 동료 보조출연자 100여명과 함께 여의도 MBC 본사에 모여 '최저임금 보장 촉구 및 방송사·기획사 규탄 집회'를 개최했다.
집회를 주최한 전국보조출연자노조(위원장 문계순)에 따르면 지난 4월 30일 노조와 4개 기획사(캐스팅업체)와 임금협약을 체결했다. 하루 일당을 3만7천원에서 4만원으로 인상하고 근로기준법에 따라 연장.야간.철야수당을 받기로 한 것이 주요 내용이었다. 노조에 따르면 협약을 체결하기 전까지 방송보조출연자들은 하루 평균 12시간, 이동시간을 포함하면 24시간을 일해도 별도의 수당을 받지 못했다.
하지만 협약은 종이 조각에 불과했다. 노조와 협약을 맺은 업체 중 3곳이 협약 내용을 이행하지 않은 것이다. 이에 따라 노조는 노동부에 진정서를 제출하는 한편 방송사, 기획사를 찾아다니며 “협약대로 이행하라”고 촉구하고 나섰다.
보조출연자노조 문계순 위원장은 “보조출연자들은 열악한 근무환경과 인격적 대우를 받지 못하면서도 보조출연자라는 사명을 갖고 일을 하지만 이에 대한 대가는 고작 3만7천원”이라며 “방송사와 기획사에 정당하게 받아야할 보조출연자들의 임금을 중각에서 착취하고 있고 이마저도 체불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노조에서는 방송사에 항의하는 과정에서 방송사측 관계자로부터 보조출연자 한명 당 5만1천원을 지급하고 있다는 사실도 전해 들었다.
노조 이규석 사무국장은 “그렇다면 우리가 받지 못하는 돈은 누가 가져간 것인가”라며 “방송사에서는 기획사에 돈을 줬다고 하고, 기획사는 돈을 받지 못했다고 하는데 진실을 공개하라”고 촉구했다.
한편 집회에 참가한 보조출연자들을 대상으로 인터뷰를 시작하자 기자 주변으로 몰려들며 그동안 가슴 속에 쌓아두었던 온갖 설움들을 다 토해냈다.
“3박4일 출장 가면 우리 숙소비 주는 줄 알아요? 우리가 돈 내고 찜질방 가거나, 돈이 없는 사람은 노숙자처럼 거리에서 자요.”
“밤 11시까지 오라고 해서 방송사까지 왔더니 사람 다 찼다고 돌아가라는 거예요. 그 시간에 집까지 가는 버스도 없고 택시타고 갔어요. 3만7천원 벌어서 1, 2만원 택시비로 쓰고 집에 돌아가는 거예요.”
“저 촬영하다가 부딪혀서 인대 끊어졌는데 치료비를 주지도 않더군요. 제 돈 내고 병원가서 치료했어요.”
한 보조출연자는 “우리는 현대판 노예”라며 “우리가 돈을 더 달라는 것이 아니다. 임금 협약 대로만, 근로기준법 대로만 돈을 달라는 것이다. 우리도 제대로 돈을 받으면서 명품 드라마를 만들고 싶다”고 호소했다.
이같은 열악한 근로조건을 개선하기 위해 보조출연자 노조에서는 27일에는 기획사 앞, 9월 6일에는 KBS 앞에서 규탄집회를 진행한다.
노조 안순애 정책차장은 “그래도 현실이 바뀌지 않을 경우 앞으로 드라마 촬영 현장마다 찾아다니며 투쟁을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양지웅 기자
전국보조출연자 노동조합원이 제대로 세탁하지 않아 오염된 촬영복으로 인해 피부병에 걸려있다.
'); }임 씨는 최근 방송사 주요 사극을 다 찍고 있다. 드라마 ‘동이’에서는 평민, 대감, 별감, 병사 등 해보지 않은 역할이 없다. 하지만 그가 소개한 드라마 제작 현장은 한마디로 처참했다.
“연예인들이 입는 옷은 매일 같이 빨면서 보조 출연자들이 입는 옷은 전혀 빨지를 않아요. 최근에 로드넘버원을 찍었는데 중국군 옷을 9년 동안 한 번도 빨지 않았더라고요. 제 두 눈으로 똑똑히 목격을 했습니다. 이런 옷을 우리가 입으니 피부병이 나지 않겠어요? 하도 더러워서 못 입겠다고 하면 ‘나오지 말라’고 협박해요. 심지어 욕도 하고.”
하지만 그를 가장 속상하게 한 것은 하루 종일 그렇게 고생해서 일을 해도 받는 돈은 3만 7천원이었다는 점이다. 그가 14년 전 영화 ‘비트’를 찍을 때 받았던 돈과 지금 받는 돈이 큰 차이가 없었다.
“보통 드라마 촬영이 새벽부터 해요. 그러면 우리가 전날 밤 11시, 12시 정도에 모여요. 버스타고 촬영장 가고 새벽부터 촬영해서 오후 6, 7시까지 촬영한 다음에 다시 서울 오면 밤 11시, 12시 되요. 하루 종일 일을 한 셈인데 돈은 3만 7천원만 주는 거예요. 시급으로 따지면 시간당 2-3,000원 주는 거예요. 이게 말이 되는 건가요? 연예인들은 1회 출연에 몇 컷 찍으면서 수천만 원을 받는데...”
그래서 임 씨는 이 같은 현실을 바꾸기 위해 동료 보조출연자 100여명과 함께 여의도 MBC 본사에 모여 '최저임금 보장 촉구 및 방송사·기획사 규탄 집회'를 개최했다.
ⓒ양지웅 기자
전국보조출연자노동조합이 24일 오전 서울 여의도 MBC 앞 인도에서 집회를 열고 방송사와 기획사에게 단체협약과 임금협약 이행, 산재보상 적용을 요구하고 있다.
'); }집회를 주최한 전국보조출연자노조(위원장 문계순)에 따르면 지난 4월 30일 노조와 4개 기획사(캐스팅업체)와 임금협약을 체결했다. 하루 일당을 3만7천원에서 4만원으로 인상하고 근로기준법에 따라 연장.야간.철야수당을 받기로 한 것이 주요 내용이었다. 노조에 따르면 협약을 체결하기 전까지 방송보조출연자들은 하루 평균 12시간, 이동시간을 포함하면 24시간을 일해도 별도의 수당을 받지 못했다.
하지만 협약은 종이 조각에 불과했다. 노조와 협약을 맺은 업체 중 3곳이 협약 내용을 이행하지 않은 것이다. 이에 따라 노조는 노동부에 진정서를 제출하는 한편 방송사, 기획사를 찾아다니며 “협약대로 이행하라”고 촉구하고 나섰다.
보조출연자노조 문계순 위원장은 “보조출연자들은 열악한 근무환경과 인격적 대우를 받지 못하면서도 보조출연자라는 사명을 갖고 일을 하지만 이에 대한 대가는 고작 3만7천원”이라며 “방송사와 기획사에 정당하게 받아야할 보조출연자들의 임금을 중각에서 착취하고 있고 이마저도 체불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노조에서는 방송사에 항의하는 과정에서 방송사측 관계자로부터 보조출연자 한명 당 5만1천원을 지급하고 있다는 사실도 전해 들었다.
노조 이규석 사무국장은 “그렇다면 우리가 받지 못하는 돈은 누가 가져간 것인가”라며 “방송사에서는 기획사에 돈을 줬다고 하고, 기획사는 돈을 받지 못했다고 하는데 진실을 공개하라”고 촉구했다.
ⓒ양지웅 기자
전국보조출연자노동조합이 24일 오전 서울 여의도 MBC 앞 인도에서 집회를 열고 방송사와 기획사에게 단체협약과 임금협약 이행, 산재보상 적용을 요구하고 있다.
'); }“3박4일 출장 가면 우리 숙소비 주는 줄 알아요? 우리가 돈 내고 찜질방 가거나, 돈이 없는 사람은 노숙자처럼 거리에서 자요.”
“밤 11시까지 오라고 해서 방송사까지 왔더니 사람 다 찼다고 돌아가라는 거예요. 그 시간에 집까지 가는 버스도 없고 택시타고 갔어요. 3만7천원 벌어서 1, 2만원 택시비로 쓰고 집에 돌아가는 거예요.”
“저 촬영하다가 부딪혀서 인대 끊어졌는데 치료비를 주지도 않더군요. 제 돈 내고 병원가서 치료했어요.”
한 보조출연자는 “우리는 현대판 노예”라며 “우리가 돈을 더 달라는 것이 아니다. 임금 협약 대로만, 근로기준법 대로만 돈을 달라는 것이다. 우리도 제대로 돈을 받으면서 명품 드라마를 만들고 싶다”고 호소했다.
이같은 열악한 근로조건을 개선하기 위해 보조출연자 노조에서는 27일에는 기획사 앞, 9월 6일에는 KBS 앞에서 규탄집회를 진행한다.
노조 안순애 정책차장은 “그래도 현실이 바뀌지 않을 경우 앞으로 드라마 촬영 현장마다 찾아다니며 투쟁을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정혜규 기자jhk@v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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