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천국' 만든 MB, 한국판 서브프라임사태 불러오나
8.29부동산대책, 저소득층에 치명적..."서프사태 불씨 쌓아간다"
조태근 기자 taegun@vop.co.kr
입력 2010-08-30 15:49:36 수정 2010-08-30 16:29:10
ⓒ민중의소리
지난 2008년 9월 19일 백악관에서 구제금융 조치를 발표하고 있는 부시 대통령과 벤 버낸키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 헨리 폴슨 재미장관, 콕스 증권거래위원회 위원장
'); }지난 2008년 9월 리먼브러더스의 파산을 기점으로 전세계로 퍼진 세계경제위기는 여러가지 요인들이 중첩돼 발생했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조지프 스티글리츠 컬럼비아대 교수는 리먼 파산 다음날 CNN에 보낸 기고에서 월스트리트의 금융기관들이 천문학적 인센티브를 위해 위험을 숨긴 채 피라미드형으로 차입한 점, 이를 규제하지 않고 오히려 저금리를 고수한 연방준비제도이사회와 앨런 그린스펀 전 의장, 부시 행정부의 감세정책, 그리고 3조 달러에 달하는 이라크 전쟁 등이 연쇄적으로 거품을 키워 세계경제위기를 불러 왔다고 썼다.
ⓒ한국은행
지난 2008년 금융위기 당시 미국 가계의 모기지대출
'); }지난 2007년 지금은 너무나 유명해진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는 미국 부동산 거품이 꺼지고 금융기관들이 파산해 미국 경제가 대공황에 버금가는 상태가 될 것이라고 예견했다. 부동산 가격 하락을 예견한 로버트 쉴러 예일대 교수, 그리고 현재 청와대 국제경제보좌관이기도 한 신현송 프린스턴대 교수 등의 생각도 비슷했다. 결국 이들의 예상대로 거품은 꺼졌고, 2008년 9월 이후로만 쳐도 부동산 가격은 20%나 하락했다. 기업과 은행들이 파산하기 시작했고 세계 각국 정부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기업.은행에 자금을 쏟아붓고 성장률 둔화와 실업을 막기 위해 경기부양책을 썼지만 재정적자라는 부메랑이 미국.유럽을 강타하고 있다. 아직까지도 이어지고 있는 '대공황 2.0'의 줄거리다.
그렇다면 모기지은행들의 대출을 받아 소득에 비해 턱없이 엄청난 돈을 대출받아 집을 산 사람들은 어떻게 됐을까.
미국 전체 모기지 대출가구 중 주택을 압류당한 비율은 2분기 말 현재 4.5%를 넘었으며, 6월말 현재 9.9%가 모기지를 최소 1차례 이상 갚지 못해 압류 위기에 놓여 있다.
주택담보대출을 받은 100가구 중 5가구의 집이 이미 압류됐고 10가구는 압류될 예정이라는 소리다. 집값이 오를테니 어서 집을 사 나중에 갚으라며 돈을 꿔 주던 모기지 은행들은 이제 악마로 돌변해 높은 실업률 때문에 일자리마저 잃은 이들의 집을 압류하고 있다. 이른바 '약탈적 대출'이다.
이명박 정부가 29일 '실수요 주택거래 정상화와 서민.중산층 주거안정 지원방안'을 발표했다. 핵심은 무주택자나 1주택자가 9억원 이하의 주택(강남3구 제외)을 살 경우 소득에 비해 대출받을 수 있는 금액을 내년 3월까지 은행들 마음대로 결정할 수 있도록 허용한 것이다.
ⓒ뉴시스
정종환 국토해양부 장관이 29일 '8.29 부동산 대책'을 발표했다.
'); }당초 총부채상환비율(DTI)로 불리는 대출규제 장치를 통해 소득의 40~60%까지만 대출받을 수 있었으나 이를 완전히 풀어버렸다. 여기에 더해 1억원까지는 소득에 관계없이 대출받을 수 있으며, 부부합산 소득 4천만원 이하인 생애 첫 주택구입자나 85㎡ 이하 주택을 구입하는 사람은 5.2%이자에 20년 상환 조건으로 2억원까지 대출받을 수 있게 됐다. '대출 천국'이 된 것이다.
이명박 정부가 내세우는 목표는 주택시장 활성화다. 그러나 전문가들과 참여연대.경실련 등 시민단체들은 달성이 어렵다고 보고 있다. 2000년대 초반 48만호였던 아파트 거래량은 부동산 경기가 최고조였던 2006년 30만호에 육박하더니 최근에는 15만호 수준으로 떨어졌다. 미분양 아파트가 쌓여 있는 상황에서 최근 민간분양 130개 단지 중 94곳의 청약이 미달됐고, 이미 준공된 아파트도 팔리지 않고 있다. 물론 3개월 동안 대출제한을 풀었으니 단기적으로 호가가 오를 수는 있다. 건설사들과 이해를 같이 해는 일부 언론들의 <8.29대책, 부동산 시장에 햇볕 드나>와 같은 류의 기사도 이런 분위기를 돋울 수 있다.
그러나 이처럼 거래가 줄어들고 이미 물량이 많이 남아있는 상황에서 '이성적인' 사람이라면 주택가격이 더 떨어질 것이라고 생각하는 게 당연하다. 그래서 사람들은 예전처럼 은행에서 돈을 빌려가면서 새 집을 사지 않고 있다. 이는 기존 DTI 규제로 소득의 최대 60%까지 대출이 가능했는데도 현재 대출자들의 DTI평균 비율이 20%대에 그치고 있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전문가들이 3월까지 DTI를 폐지해도 대출이 2006년 부동산 시장이 최고조에 달했을 때처럼 급격한 대출 증가세가 나타나지는 않을 것으로 보는 것은 이 때문이다.
'이성적인' 정부라면 혹시 행여 집값이 오를 것이라고 기대하면서 빚을 더 내서라도 집을 사겠다는 사람이 있다면 나서서 말려야 하는 게 맞다. 비판적인 전문가들이 이번 8.29대책을 놓고 이명박 정부가 건설업계의 미분양 물량을 해소해 주기 위해 서민들에게 빚을 내서라도 사주라는 격이라고 비난하는 이유는 정부가 이걸 포기했기 때문이다. 경실련은 성명을 통해 "정부가 이성을 갖고 시장을 존중하는 정상성을 회복하기를 간곡하게 촉구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금융연구원
소득하위 20%(1분위) 계층의 경우 소득 대비 부채비율이 40%이상인 가구 비중이 부채 보유가구의 31.4%인 것으로 나타났으며 200%이상인 경우도 6%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반면 고소득층(5분위) 가구의 경우 소득 대비 빚이 40%를 넘는 가구 비중은 부채 보유가구의 7%에 불과하며 200% 이상인 경우는 0.2%에 불과했다.
'); }현재 가계대출 현황을 보면 6월말 현재 가계대출 규모 740조 가운데 주택담보대출은 342조원에 달하고 있으며, 지난달 말 현재 주택담보대출 연체율은 0.53%로 작년 5월 말 0.55% 이후 가장 높다.
부동산 가격 하락세가 계속되고 금리가 오를 경우 저소득층에는 특히 치명적이다.
지난주 금융연구원은 '기준금리 인상이 가계 건전성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서 대출규제 완화가 "소득 하위 20% 저소득층이 빚을 더 늘리게 해 가계수지를 악화시키는 부작용이 있으므로 바람직하지 않다"며 "부채 구조조정이나 서민금융 활성화 등이 필요하다"고 짚었다.
이런 상황에서 겉으로는 주택구입용이라면서 은행에서 원금만 1년 소득의 절반에 달하는 대출을 받아 생활비로 쓰려는 저소득층을 유인하려는 은행들이 있다면 규제해야 하는 게 금융감독 당국의 임무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는 서브프라임모기지를 키워 온 부시 행정부처럼 이를 오히려 장려하고 있다.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도 "DTI를 완화해도 가계부채가 더 심각해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해 마치 9.11이후 저금리를 펴면서 서브프라임 사태를 방관한 그린스펀 전 연준 의장을 연상케 하고 있다.
건설사들을 위해 서민들을 제물로 삼은 8.29대책으로 인해 당장 '폭탄'이 터질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대신 은행에 따라 1~2년 거치 상환을 조건으로 대출된 '시한폭탄'은 마치 부시 행정부 시기 서브프라임 사태가 임기 말에 터진 것처럼 이명박 정부 말기나 다음 정부에서 터질 가능성이 높다.
국회 기획재정위 위원인 김성식 한나라당 의원은 30일 한 라디오방송에 출연해 다음과 같이 말했다.
"집값이 대세 하락기에 있을 때는 이런 DTI를 푼다고 해서 별로 좋아지지도 않을 뿐만 아니라, 내년 3월에 가면 또 해제하자는 식으로 정책이 사실상 망가지는 과정으로 빠질까봐 우려됩니다.
만약 이것이 실효성이 있다면 실효성이 있는 대로 미국발 서브 프라임모기지 사태의 불씨를 쌓아간다는 측면에서도 우려가 됩니다."
ⓒ뉴시스
강남구 대치동 타워팰리스 일대 주상복합 아파트단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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