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월의 어느 무더운 여름날 김영경 청년유니온 위원장을 만나기 위해 약속을 잡았다. “서대문역 3번 출구 앞에서 100미터 정도 오면 청년유니온 건물이 있어요.”
‘에어컨은 있겠지.’ 가만히 서 있기만 해도 땀이 줄줄 흘렀다. 버스에서 내리자 더운 기운이 훅 덮쳐왔다. 100m를 걷는 동안, 티셔츠는 땀으로 완전히 젖어버렸다.
ⓒ청년유니온
김영경 청년유니온 위원장
'); }사무실에 도착해보니 사무실에는 에어컨은커녕 선풍기도 없었다. ‘아, 너무 덥다.’ 김 위원장에게 카페에서 인터뷰를 하자고 했더니 “별로 덥지도 않은데 왜 그러세요”라며 “그냥 하시죠”란다. “에어컨 없이 살아서 전 아무렇지도 않아요.”
‘취재원을 원망할 수야 있겠나. 지랄 같은 더위가 원망스럽지.’
기자는 땀을 뻘뻘 흘렸고 김 위원장은 땀 한 방울 흘리지 않았다. 궁금해졌다. 열기가 훅훅 덮치는 사무실에서 발랄하게 웃으며 살아가는 이 사람의 ‘열정’이.
김영경 위원장(이후 영경씨)은 대학 시절 소위 ‘운동권’이라 불리던 학생이었다. 그가 대학에 입학했을 때는 99년. 예고 없이 찾아온 금융위기로 한국이 IMF체제로 돌입했던 시기였다. 대학생들의 화두는 ‘취업’으로 바뀌었다. ‘노동’ ‘통일’ 같은 단어는 어느새 취업과 아르바이트에 밀려나고 있었다.
‘거대담론’을 잃지 않는 것도 중요하지만, 대학생들의 관심사에 접근하지 못하는 운동권의 ‘굳은 생각’이 답답했다. 영경씨는 선배들에게 ‘대학생의 생활문제’를 가지고 활동하자고 건의했다.
“학생들의 최대 관심사는 자기 취업문제, 학교 등록금인데 운동권 스스로 학생들과 괴리된 것 같아서 갑갑했어요. 그래서 선배들한테 ‘우리도 학생들의 문제를 가지고 싸워야 한다’고 건의했는데 받아들여지지는 않았죠.”
영경씨는 학교를 졸업하고 한동안 방황했다. ‘운동’을 계속 하고 싶었다. 하지만 그는 ‘청년’들의 생활, ‘학생’들의 취업과 등록금 문제를 화두로 삼고 싶었다. 사실 영경씨 자신이 생활비를 벌어야 했고 대학 4년간 진 등록금 대출금을 갚아야 할 입장이었다.
“등록금 빚을 갚느라고 자취방에서 여름에 선풍기 바람 한 번 쐬어 본적도, 겨울에 가스비 낼 돈이 없어 보일러도 제대로 틀어본 적 없었죠.”
기회는 우연히 찾아왔다.
영경씨는 학교 선배를 통해 일본 수도권 청년유니온에 대해 이야기를 들었다. 청년들의 취업문제나 생활문제를 위해 활동하는 단체가 일본에 있고 우리나라에도 이러한 단체가 필요하다는 취지였다.
“듣고 나서 ‘이거다’ 싶었어요. 나의 문제를 해결하는 동시에 나와 같은 문제를 가지고 있는 청년들에게 돌파구인 동시에 희망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그 선배를 통해서 나와 비슷한 고민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을 수소문 했어요.”
영경씨와 동료들은 2009년 5월에 창립 준비를 위한 모임을 만들었고 올 3월에 창립식을 가졌다.
“요즘 청년들은 미래가 없어요. 대학을 졸업해도 취직이 안 돼 등록금 빚을 갚지 못해서 신용불량자가 되어가고 있어요. 직장을 구했어도 자기 적성에 맞지 않아 힘들어 하는 경우도 많아요. 하지만 이런 청년들의 이런 고민을 터놓고 얘기할만한 곳이나 해결할만한 곳이 없어요. 청년유니온이 청년들의 이런 고민을 편하게 터놓고 이야기 할 수 있고 해결하는 곳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사실 청년유니온에는 드라마틱한 사연을 가진 사람들이 많다. 대학을 졸업하고 취업준비 중인 취업 준비생들이나 고졸이라는 이유만으로 취직을 못해 서른이 넘도록 막노동으로 생계를 유지하는 등 사연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청년 유니온은 창립 때부터 언론에 많은 관심을 받았다. 노동조합은 있어도 청년 유니온처럼 청년들의 취업이나 생활문제를 가지고 활동하는 단체는 없었던 탓이다.
물론 시련도 있었다. 지난 3월 13일 청년 유니온 창립식을 갖고 고용노동부(당시 노동부)에 노조설립신고를 했다.
ⓒ청년유니온
청년유니온 조합원들이 최저임금 인상 캠페인을 진행한 이후 기념사진촬영을 하고 있다.
'); }하지만 고용 노동부는 ‘전체 노조원(당시 80명) 중에 근로자는 12명밖에 없다는 것’, ‘최저임금 인상, 청년실업 해결과 노조설립 승인을 요구하는 집회와 기자회견을 진행한 것을 정치적인 활동으로 간주’해 이를 이유로 두 차례나 반려 한 것이다.
이후로 아직 승인을 받지 못해 ‘법외 노조’ 신세이고 현재 고용 노동부를 상대로 행정소송이 진행 중이다.
영경씨는 요즘 거의 매일 사람들을 만난다. 다양한 사업을 구상하느라 다른 시민단체도 만나고 전국에 흩어져 있는 조합원들과 만나기 위해 지방으로 내려가기도 한다.
그는 일요일이라고 쉬지 않는다. 보통 사람들 같으면 힘들다고 중도에 포기했을 일. 하지만 그녀는 항상 즐겁다. 그렇게 하고 싶었던 활동을 하고 있고 그녀가 아끼는 조합원들이 있기 때문에.
그녀가 꿈꾸는 대로 청년유니온이 청년, 학생들의 고민을 들어주고 해결해주는 단체가 되는 날을 기대해본다.
<김한수 기자 hskim@v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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