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 '곤파스'에 서버린 철도, 이제 시작일 뿐이다
인력감축 후 점검・보수 느슨, “올 겨울이 걱정된다”
고희철 기자 khc@vop.co.kr
입력 2010-09-07 11:57:48 수정 2011-02-25 23:04:15
ⓒ양지웅 기자
제7호 태풍 '곤파스(KOMPASU)'가 시속 40km 안팎의 빠른 이동 속도로 서울, 경기, 인천 등에 태풍경보가 발효된 2일 오전 지하철 1호선의 운행이 중단되자 송내역 버스 정류장에서 서울로 향하는 버스에 많은 시민들이 몰려있다.
'); }지난 2일 태풍 ‘곤파스’의 강풍에 수도권 곳곳의 철도가 멈춰선 출근대란 사태의 피해가 허준영 철도공사 사장 취임 이후 벌어진 인력 감축으로 더욱 커졌다는 지적이 높다.
이날 경인선 구로역~인천역, 경부선 구로역~안양역, 4호선 금정역~오이도역, 경원선 청량리역~왕십리역, 용산역~의정부역, 회기역~용문역, 경춘선 대성리역~청평역 등의 구간이 양방향 또는 일부 운행에서 차질을 빚었다.
이날 철도공사 관계자는 “태풍의 영향 탓에 전기 공급이 끊겨 동시다발적으로 지하철 운행이 중단됐다”고 밝혔다. 당시 대부분의 사고는 전차선(전동차를 움직이는 전기선) 단절과 방음벽 넘어짐 사고였다.
이날 오류동역 인근에서는 합지가 날라와 전차선이 과열돼 녹는 사고가 일어나 5~6시간 동안 열차가 멈추는 사고가 일어났다. 애초 전차선의 점검・보수를 담당하는 인력이 부천과 인천, 부평 등에 있었으나 지난 5월 3일 단행된 인력 감축으로 부평의 전기담당 인력이 없어졌다. 당연히 사고시 동원할 수 있는 인력이 줄어든 것이다.
정세준(33) 철도노조 영등포전기지부장은 “인력을 더 투입했으면 충분히 복구 시간을 줄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지난 해 3월 허준영 철도공사 취임한 사장은 철도의 적자 폭을 줄이기 위해 2012년까지 전체 정원의 16%에 해당하는 5115명의 정원을 감축하겠다고 밝히고 연도별로 시행에 옮기고 있다.
문제는 인력 감축으로 인해 국민의 안전과 직결되는 철도의 정비・점검이 느슨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지하철과 달리 철도는 대부분 야외에서 달리기 때문에 자연재해의 위험이 항상 있고 정비・점검상의 작은 실수도 대형사고를 부를 수 있다.
철도노조 박현수 차량국장(50)은 “이전에는 서울~부산을 운행한 열차는 반드시 점검을 했는데 지금은 다시 서울로 올라와야 점검을 한다”고 말했다. 일반 열차의 점검 주기는 6배, KTX는 40% 정도 늘어나 그만큼 점검 횟수가 줄어들었다는 설명이다.
전차선의 점검 및 보수를 담당하는 사업소도 전체 157개에서 101개로 줄어들었다. 지난 2일처럼 전차선 사고가 날 경우 인근 사업소 인력이 합동작업을 하는데 간격이 멀어져 더 많은 시간이 소요되고 있다.
고태윤(42) 철도노조 전기국장에 따르면, 2012년까지 감축할 인력 5115명 중 전차선 정비 인력이 700여명이라고 한다.
ⓒ철도노조 제공
철도 자료사진
'); }현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도 대형 사고에 대한 우려를 금치 못하고 있다.
하현아(38)씨는 올해 2월까지 수색차량기지에서 열차 정비에 근무하다 해고당한 7년차 노동자이다. 그는 “내구연한(사용기간)이 다 된 새마을호의 경우 예전에는 운행하면 반드시 점검을 했으나 지금은 3500km 주행 후 점검을 해 평균 네 배 정도 점검 주기가 늘어났다”며 위험성을 경고했다.
전철 전동차의 점검 주기도 이전의 2~3일 1회에서 7일에 1회로 2배 이상 늘어났다.
하 씨는 “현장에 내려온 공사 관리자들이 예전에는 ‘열심히 점검하라’했는데 지금은 ‘규정만 맞으면 문제 있어도 운행하라’고 말한다”며 “30년 이상 근무한 고참들도 귀를 의심하고 있다”고 걱정했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다가오는 겨울이다.
애초 작년 5월에 인력 감축을 단행하고 겨울부터 새로운 업무규정을 도입하려던 것을 올해 3월로 연기한 것이 바로 ‘위험성’ 때문이었다고 한다.
철도노조 박현수 국장은 “작년 겨울 폭설 때 곳곳에서 일어난 열차 운행중단・지연 사고도 인력만 충분했으면 예방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당시 사고는 쌓인 눈으로 인해 열차의 출입문이 정상적으로 여닫히지 않아서 발생했다.
박 국장은 “플랫폼의 눈을 치워줄 인력이 없어 사고가 커졌고 이로 인해 다른 직종 근무자들까지 조기 출근하여 출입문을 녹이는 작업에 매달렸다”며 “역사에 사람이 가득한 위험한 상황에도 전처럼 상황을 설명하고 다른 교통수단으로 안내할 인력마저 없다”고 개탄했다.
또한 철도공사의 사업범위는 계속 늘고 있으나 인력은 오히려 줄고 있어 문제는 앞으로 더 가중될 전망이다.
경원선, 팔당선 등 수도권 전철 노선이 계속 연장되고 KTX 신규역도 개통되고 있으며 복선화하는 선로도 늘어나고 있다. 철도노조 관계자는 “공사에서 필수적인 신규 인력을 뽑지 않고 기존 인력을 전환 발행해서 떼우고 있다”고 지적했다.
수익성의 논리만으로 인력을 무조건 감축해 적자 폭을 줄이겠다는 허준영 사장의 방침이 변하지 않는 한 제2의 출근대란은 물론 더 큰 사고도 일어날 수 있다고 철도 노동자들은 걱정하고 있다.
고희철 기자khc@v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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