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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교역업체들, "업체들은 죽어가는데 정부는 가이드라인도 없다"

정성일 기자 soultrane@vop.co.kr

입력 2010-09-07 20:30:46 l 수정 2011-02-25 23:04:15

정부의 이란 제재안 발표를 앞둔 가운데, 이란과 교역을 하고 있는 기업들의 피해가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무역협회는 6일부터 '對이란 무역애로 신고센터'를 설치한 데 이어 별도의 긴급실태조사를 벌이고 있다. 하지만 이란 제재에 동참하기로 한 정부의 방침이 바뀌지 않는다면, 업체들의 피해를 막기는 역부족일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어떻게 하라는 것인지에 대한 가이드라인조차 내놓지 않고 있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 이란과 교역하고 있는 업체는 총 2142개사로 대부분 중소기업들이다. 지난 7월 GS건설이 1조4천억원짜리 가스 플랜트 사업을 포기하는 등 대기업들이 수조원 규모의 사업을 포기하고 있는 가운데, 상당수 중소기업들은 업체의 존립 자체가 흔들리고 있는 상황이다.

이란에 자동차부품을 수출하고 있는 한 업체의 대표는 "지금 상태로 가면 수억원의 빚을 안고 도산할 수도 있다"며 심각한 상황을 토로했다. 그는 이란과의 금융거래가 막히면서 자금흐름이 원활치 않아 집을 담보로 돈을 빌린 상태라고 한다.

멜라트은행 서울지점

멜라트은행 서울지점.



올해 20억원 가량의 수출 실적을 올렸다는 이 업체는 현재 10억 가량의 주문이 들어와 있다고 한다. 이 업체 대표는 "이 주문을 수주하느냐 그렇지 못하느냐는 우리 회사의 미래를 좌우할 수도 있는 문제"라면서 "그러나 대금 결제가 될 수 있을지 없을 지 알 수가 없어서 판단을 미루고 있는 상태"라고 밝혔다.

지금까지 멜라트은행 서울지점을 통해 금융거래를 해 온 이 업체는 최근에는 UAE(아랍에미리트연합)의 두바이 은행을 통해 거래를 했었다고 한다. 그는 "두바이를 통한 거래가 앞으로도 가능할 지 어떨지 알 수가 없는 상태"라며 답답해했다.

그는 정부가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내놓지 않고 있는 것이 가장 답답한 부분이라고 밝혔다.

그는 자신의 업체를 포함해 중소기업들은 자구책을 찾기 위해 발버둥치고 있는 중이라며 "제3국을 통해 우회수출을 하는 방법도 알아보고 있는 중"이라고 했다.

그는 "제3국을 통해서 신용장을 개설해 수출하는 방법을 알아보고 있는데, 그렇게 되면 그 과정에 드는 비용이 상품 가격의 6~10% 가량 되기 때문에 이익이 거의 남지 않는다"며 한탄했다. 우회수출까지 검토하고 있는 이유에 대해 그는 "이란과의 교역이 매출의 100%"라며 "그렇게까지 해서라도 거래선을 남겨놔야 미래가 있지 않겠냐"고 답했다.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이 업체 대표는 "일시적으로 2~3개월 가량만 금융거래가 막히는 것이면 힘들지만 버텨볼 수도 있다"면서도 "문제는 정부가 어느 정도 기간 동안 막겠다는 것인지 알 수가 없어서 대책을 세우기 힘들다"고 답답한 심경을 토로했다.

이어 "이란과의 거래 자체를 완전히 막겠다는 것인지, 제3국을 통한 거래는 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인지, 정부에서 아무런 가이드 라인이 없다"고 밝혔다.

그는 "정부의 이란 제재 방침이 옳다 그르다는 판단 이전에, 최소한 정부는 기업들에게 어떻게 하라는 것인지 가이드라인은 줘야 기업들이 그에 맞춰서 대처할 것 아니냐"면서 "지금은 아무런 가이드라인이 없어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정부가 이란제재 동참하고 있는 데 대해서도 강한 어조로 비난했다. 그는 "유엔이 이란을 제재하는 것은 핵개발 문제 때문인 것으로 알고 있는데, 그것과 자동차부품하고 무슨 상관이 있냐"면서 "아무리 미국이 제재에 나선다고 해도 우리 정부는 우리 기업들이 살 수 있는 방안을 열어줘야 하는 것 아니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란거래 알려지면 거래 꺼려서 어려움 토로조차 힘들어"

심각한 경영상 어려움에 처한 것은 비단 이 업체뿐만이 아니다.

한 업체의 경우 2년여 간의 수출협상을 통해 어렵게 거래를 성사시켰는데 전체 계약물량 중 일부밖에 수출을 못한 상황에서 제재가 시작돼 현금유동성이 악화되면서 경영상의 어려움을 겪고 있다.

또다른 한 업체의 경우, 올해 처음으로 이란으로 수출을 시작해 첫 거래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해 추가 주문이 들어왔다고 한다. 그래서 추가주문을 위한 자재를 입고한 상태에서 제재가 시작돼 생산이 중단되어버려 원자재 구매비용 결제 등으로 인한 경영상의 심각한 어려움에 처했다고 한다.

거의 모든 기업이 이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업체들은 이런 사정을 쉽사리 얘기조차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란과 교역하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 국내의 다른 거래처들이 거래를 꺼리는 경우들이 많기 때문이다. 제재가 길어져 회사가 문을 닫는 경우를 우려하기 때문이다.

한국무역협회의 한 관계자는 "업체들이 이란과의 교역상황이 언론 등을 통해 드러나게 되면 외부에서 경영여건이 어려울 것이라는 판단이 들 수밖에 없다"면서 "거래처 등에서 좋지 않게 보기 때문에 어려움을 쉽게 외부로 드러내지도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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