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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AE원전 '수주' 1년, 짙어지는 자금조달 의혹

수주한 줄 알았더니, 건설자금은 한국이..국민세금으로 원전 지어주기?

조태근 기자 taegun@vop.co.kr

입력 2010-12-28 09:22:12 l 수정 2011-02-25 23:04:15

이명박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해 12월 27일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 힐튼호텔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한전 컨소시엄의 UAE 원전사업 수주를 발표했다.



"오늘 국민 여러분에게 기쁜 소식을 전하고자 이 자리에 섰습니다."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27일(현지시간)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 현지에서 이례적으로 기자회견을 가졌다. 국가간 정상회담 결과를 발표하는 자리가 아닌 민간기업의 원자력발전소 수주 결과를 대통령이 직접 생방송으로 기자회견을 가진 것은 처음이었다.

이 대통령은 원전 수주가 "제2의 중동 붐"을 가져올 것이라며 감격해 했다. 수주 발표 직후 수석비서관들에게는 30여년 전 현대건설에 재직할 당시를 떠올리며 "기술이 없어 힘겹고 설움 받던 시절이 있었다. 그러나 이제는 우리도 당당하게 선진기술로 세계에 진출하는 원전수출국의 첫발을 내디딜 수 있게 됐다"고 기염을 토했다.

이 대통령이 현대건설 사장 시절 중동 수주 경험을 들어가며 공기 단축과 수주액 10% 삭감을 독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주' 발표 한 달 전 UAE를 다녀온 유명환 당시 외교부 장관이 수주가 어렵다고 보고하자 이 대통령이 UAE 왕세자에게 수차례 전화를 걸어 설득했다는 비하인드 스토리도 나왔다.

청와대는 "과거 권위주의 정권 시절 같으면 꽃가루 뿌리고 카퍼레이드 할 일"이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올해 신년연설에서 "원자력 수출 협정이 체결되던 날, 부르튼 입술 사이로 '대한민국 국운이 열리고 있구나'하는 말이 절로 흘러나왔다"고 말했다.

원전 수주 협상과정에서 이 대통령은 '안될 일을 되게 만든' 신화적 인물로 부각됐다.

그러나 수주 1년이 지난 지금 UAE원전 수주는 하나의 신기루가 되고 있다. 원전을 '수주'했다고 자랑한 것과는 달리 UAE 측은 건설비를 내놓지 않고 있는 가운데, 한국 정부가 자금을 대고 있다는 정황이 곳곳에서 드러나고 있다.

정부는 UAE원전 수주를 발표하면서 밝힌 원전 건설비용은 약 200억 달러에 달하고, 이 돈은 UAE 측이 전부 지급하는 것처럼 홍보했다. 그러나 알고보니 한국 측은 △UAE측의 아랍에미리트원자력전력공사(ENEC)에 출자(equity)해야 하며 △한국전력 컨소시엄은 원전 건설회사에 돈도 꿔줘야(debt financing) 한다. 여기에 더해 국내외 금융기관을 모아 원전 건설회사에 대출도 해줘야 한다.

자금조달을 담당한 국책은행인 수출입은행은 올해 3월까지 UAE원전 건설에 돈을 대줄 채권단을 구성하기로 돼 있었지만 수주 발표 1년이 지나도록 진척이 전혀 없다. 이와중에 지난 10월에는 수출입은행이 UAE원전에 100억 달러를 투자한다는 보도까지 나왔다.

공사대금을 지급해야 할 UAE가 건설자금을 지급하고 있다는 소식은 들리지 않고 있는 가운데 한국이 자금조달에 나섰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은 형국인 것이다.

이런 가운데 지난 8일 날치기로 통과된 내년 예산안에는 수출입은행에 대한 정부의 추가 출자안이 포함돼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수출입은행은 1500억원의 추가 출자를 요구하면서, UAE원전 관련 금융지원 예산은 올해 2조 2천억원에서 내년에는 3조원으로 늘어나 있다. 최근에는 정부가 정책금융공사를 통해 UAE원전 건설 자금조달에 나설 것이라는 소식도 들리고 있다.

"제2의 중동 붐"을 가져올 것이라는 UAE원전 수주발표 1년이 지난 지금, 이명박 정부가 국민 세금을 들여 가면서 남의 나라에 원전을 지어주는 게 아니냐는 의혹은 점점 짙어지고 있다.

실패한 터키 원전수주, UAE와는 다르다고?


터키

이명박 대통령과 압둘라 귤 터키 대통령이 지난 6월 15일 청와대에서 한-터키 원전 협력협정 서명식에 참석하고 있다.



이명박 정부가 '수주'했다고 발표한 UAE원자력발전소 프로젝트의 실상은 실패한 터키 원전 수주를 닮아 있다.

정부는 '수주' 발표 이후부터 현재까지 UAE원전의 공사비 200억 달러를 당연히 UAE측이 모두 부담하는 것으로 밝혀 왔다. 그러나 앞서 지적했듯이 UAE원전의 자금조달은 한국수출입은행이 담당하고 있다.

지난 2월 수출입은행이 발표한 자료를 보면 수출입은행은 "(입찰 당시)UAE측에 한국이 원전사업을 수주할 경우 대규모 자금조달이 충분히 가능함을 주지시켰다"고 적시했다. UAE원전 사업에서 수출입은행은 사실상 자금조달의 거의 대부분을 맡아 한전의 '금고'와 같은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다.

원전건설 전문가들은 UAE원전을 '수주'했다는 정부의 주장과는 달리 자금조달을 맡은 수출입은행이 정부의 예산을 들여 UAE에 투자한 뒤 운영에 따른 수익을 챙기는 이른바 BTO방식이라고 추정하고 있다.

그런데 이런 방식은 UAE원전 '수주' 이후 정부가 의욕적으로 추진한 터키 원전 건설사업과 다르지 않은 방식이다.

한국은 올해 3월 터키 국영발전회사와 한전이 원전건설을 위한 공동성명을 발표했고, 지난 6월 한-터키 정상회담에서 최경환 지식경제부 장관과 타네르 이를드즈 터키 에너지천연자원부 장관이 원전사업 협력 양해각서(MOU)를 체결해 내년말께 협상 완전타결과 정식계약이 이루어질 것으로 기대됐었다.

그러나 이견 끝에 지난달 협상이 잠정 중단되더니, 이달 24일에는 일본이 터키와 원전 건설 MOU를 체결하면서 한국의 터키 원전 수출 프로젝트는 사실상 물건너갔다는 게 중론이다.

터키 원전 수주가 실패한 핵심 배경은 자금문제였다.

터키는 흑해연안 시노프 지역에 200억 달러에 이르는 원전 4기를 건설할 예정인데, 정부의 설명에 따르면 터키 측은 원전 건설비용 14조원을 터키와 한국이 공동으로 국제금융시장에서 프로젝트파이낸싱(PF) 방식으로 조달하기를 원했다. 빌린 돈으로 일단 원전을 건설한 뒤 생산된 전기를 팔아 빚을 갚는 BTO방식으로 하자는 것이었다. 그러나 한국은 국내는 물론 국제금융시장에서 이를 조달할 능력이 없었고, 결국 터키 원전은 일본의 손에 넘어갔다.

정부는 터키원전과 UAE원전의 자금조달은 전혀 다르다고 주장하고 있다. UAE는 터키와는 달리 200억 달러의 공사비를 PF방식이 아닌 직접 지불키로 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수출입은행이 UAE원전의 자금조달을 맡고, 한전이 UAE원전에 출자까지 해야 하는 상황이어서 정부 주장과는 달리 터키 원전과 UAE원전의 자금조달 방식은 정확히 일치한다.

차이점이 있다면 터키 원전의 경우 정부가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인정해 계약이 성사되지 못하는 분위기인 반면, UAE 원전은 일단 계약을 체결한 뒤에도 자금조달 계획이 공개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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