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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평] 정말 법 앞에 만인은 평등합니까?

민중의소리

입력 2004-08-25 16:14:29 l 수정 2004-08-25 16:25:54

서울지법 판사 출신으로 수 십년 동안 범죄인을 심판해 온 서정우는 법을 누구보다 잘아는 위치에 있었으며, 심지어 현직 변호사란 신분으로 법치질서를 문란케 할 줄 알면서도 575억원의 불법 정치자금을 모은 사람이다.

그는 또 이회창 후보가 대선 승리하면 자신이 법무부장관 그 이상도 될 수 있다는 댓가를 바라고 범죄를 저질렀으며, 대선만 이기면 자신의 범행은 철저히 은폐되어 완전범죄가 된다는 점을 노린 사람이다.

575억원의 액수도 상상을 초월하지만, 이른바 ‘차떼기’로 더 유명해진 범행 수법은 열심히 살아도 삶의 전망이 보이지 않는 민중에게 커다란 분노와 충격을 안겨준 사람으로 잔인한 범행 수법의 정형을 보여준다.

그는 단독범행이 아니라 한나라당 사무총장 김영일, 자금책 최돈웅, 이재현과 공모하고 한나라당 사무처 직원들의 도움을 받아 조직적으로 범행을 한 이른바 ‘떼강도’에 해당하는 사람이다.

한편 그는 범행을 하면서 단 1억원만 유용했는데 돈에 흑심이 없어서가 아니라 오히려 완전 범죄를 위해 증거를 남기지 않는 치밀함으로 보아야 한다. 더구나 성공한 변호사로 법무법인의 대표였던 관계로 굳이 돈이 필요하지 않은 사람인 점도 고려해야 한다.

서정우는 재판 내내 자신이 범행에 나서게 된 이유가 기업들이 불법 정치 자금을 제공할 때 자신이 안전하다고 보고 자신을 창구로 지목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하여 미필적 고의에 의한 범죄라고 주장했지만, 도대체 변호사여서 안전하다고 판단한 것인지, 이회창의 최측근이어서 안전하다는 건지 아니면 나중에 법무부장관이 될 사람이어서 안전한 건지 구체적 정황이 불분명하며 설령 창구로 지목당해 어쩔 수 없이 범죄에 가담하게 되었다 하더라도 범죄의 중대성, 수법의 잔인성을 생각할 때 ‘고의성’이 ‘어쩔 수 없었다’를 압도한다 할 것이다.

이상의 정황을 고려했을 때 서정우씨에게 해당되는 형은 극형이다.
서정우씨에게 극형이 내려져야 하는 이유는 비단 그 죄질에만 있지 않다. 서정우씨에 대한 심판은 단순히 575억원의 불법 정치자금과 1억원의 유용에 대한 심판이 아니다. 법을 만들고 지킨다는 이 나라 지도층 즉 기득권층이 힘없고 가진 것 없는 민중에게 가한 어마어마한 정신적, 물리적 테러에 대한 심판인 것이다.

서정우같은 사람을 제대로 처벌하지 못하는 사회는 ‘유권무죄(有權無罪) 무권유죄(無權無罪)’의 사회일 수 밖에 없으며, ‘황후장상의 씨가 따로 있’는 계급 사회일 수 밖에 없다.

그런데, 25일 서울고법은 서정우씨에 대해 징역 2년에 추징금 1억원을 선고했다.

이로써 한국 사회를 절망에 빠뜨리고, 민중을 분노하게 했던 ‘차떼기’의 주범 서정우씨는 남은 형기를 마치면 머지않아 다시 주류사회에 ‘수고했다’는 덕담을 들으며 복귀할 수 있게 되었다.

이번 판결을 보면서 되묻지 않을 수 없다. 정말 이 나라에서는 법이 만인에게 평등한가? 한 개인이 570억원을 갈취해도 2년이면 될까?
서정우씨가 엄중히 죄를 물어 지금도 감옥에 있을 수많은 죄인들은 이 재판을 보면서 얼마나 허탈할까? 그와 직접적 관계가 없더라도 이번 재판 결과는 청산하지 못한 역사만큼이나 우리를 절망케하기 충분하다.

그래서, 서정우씨 같은 희대의 범죄자가 엄중히 처벌되어 영구히 사회에서 격리되는 그런 사회를 만들기 위해 우리의 투쟁은 멈출 수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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