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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최대 항구 로테르담 총파업, 6만명 시위 참가

유럽=장광열 통신원

입력 2004-09-21 18:23:25 l 수정 2004-09-21 18:57:09

유럽 최대 항구 로테르담 총파업, 6만명 시위 참가

△네덜란드의 노테르담 총파업 시위장면 ⓒ장광열

네덜란드 노동자들이 성났다. 9월 20일 유럽최대의 로테르담 항구는 말 그대로 문을 닫았다. 네덜란드 우파 정부의 사회보장제도에 대한 대폭적인 삭감을 포함한 한해 예산이 내일 공식으로 발표되는데 맞추어 행해진 오늘 파업에는 항만 노동자들과 소방관, 교사, 버스 전차 지하철 운수노동자, 공무원, 하이네켄 맥주 노동자 등이 참가하였다. 이는 근래 십 수년만에 최대 규모의 도시 총파업이었다.

조합원 백 이십만의 네덜란드 노총과 삼십만의 기독노총, 십 오만의 중간관리자 기술직의 MHP 노조가 모두 참여한 오늘 파업 시위로 국제적인 항구도시 로테르담은 인의 바다를 이뤘다. 노조 측은 당초 2만명이 로테르담 파업시위에 참여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로테르담 뿐만 아니라 하이네켄 공장을 비롯한 인근 도시에서 노조들이 파업에 동참하면서 6만명이 참여해 이날 파업은 대 성공을 거두었다.



유럽 최대 항구 로테르담 총파업, 6만명 시위 참가

△기독노총 테라프스트라 위원장 ⓒ장광열

기독노총 테라프스트라 위원장은 "모든 정치인, 모든 기업주들은 노동조합운동은 이제 끝났다, 노조가 파업을 선언한다고 해도 아무도 동참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노동자 여러분! 우리는 할 수 있습니까? 할 수 없습니까?" 라고 물었고, 노동자들은 커다란 함성으로 답했다.

집회장에는 노동자들의 자신감이 넘쳐났다. 오른발이 박테리아에 감염되어 병원에 입원 중인 우익정부의 발컨엔더 수상에 대해 무대의 한 노동자는 "지독한 우익 정부의 발컨엔더 수상은 휠체어 신세가 되야 정신차린다. 아니 그는 (미국의 사형수들처럼)전기의자에 앉아야 한다"며 분노를 터트렸다.

한 늙은 노동자는 왜 오늘 시위에 나섰냐는 질문에 "정부는 노동시간도 늘리고, 연금제도도 맘대로 바꾸면서, 우리에게는 아무 것도 해주지 않는다"고 답했다.

로테르담은 그야 말로 정지된 도시가 되어 버렸다. 모든 버스와 전차, 지하철이 멈추었고, 유럽최대의 항만의 대형 크레인들이 모두 멈추어 섰고, 학교들이 문을 닫고, 병원도 응급시설을 제외하고는 활동을 멈추었고, 소방관들은 소방차를 타고 파업대열에 동참했다. 가장 전투적인 항만노동자들과 소방대원들은 기습적으로 로테르담 시청을 점거하고 시청 발코니에 서서 콜싱을 광장을 가득 메운 6만 노동자들을 환영했다.

노동자 수만명이 도심으로 행진하는 길에는 갑작스럽게 야당인 노동당의 '바우터 보스' 대표가 등장했다. 그는 시위 대열 선두에서 행진하는 노조 지도부에 합류하였다.

유럽 최대 항구 로테르담 총파업, 6만명 시위 참가

△네덜란드 노동당 대표 바우터 보스 ⓒ장광열

노동당은 그 동안 우익 정부의 총체적인 사회보장제도에 대한 공격에 대해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바우터 보스는 몇 주 전만 해도 "노동당이 파업과 시위에 주도적으로 참여하는 것은 책임 있는 제 1 야당의 행동이 아니"라며 미온적인 태도를 취해왔다. 바우터 보스가 시위행진에 돌발적으로 참여한 것은 그 만큼 정부에 대한 네덜란드 노동자들의 분노가 크다는 것을 그도 알아차렸기 때문이다.

네덜란드 정부는 2차 대전 후 역사상 가장 우파 색채가 강한 정부로 평가 받고 있다. 올해로 집권 3년째를 맞는 네덜란드 정부는 네덜란드 사회는 점점 고령화 되고 있기 때문에 현행 연금제도를 그대로 유지한다면 퇴직자를 부양하는 부담이 너무 커질 것이기 때문에 지금 제도를 수술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따라서 대폭적인 구조조정이 없으면 네덜란드는 2류국가로 전락할 것이라면서 노동자들을 공격 대상으로 정했다. 정부는 네덜란드 노동자들이 너무 비싸면서도, 너무 적은 시간 일하고 있고, 너무 일찍 퇴직하고 있다고 평가하고, 노동자들은 더 많이, 더 오래 일해야만 한다며, 사회보장제도에 대한 총공격을 시도하고 있다.

정부의 정책 중 대표적인 것을 든다면 임금인상 없는 노동시간 연장을 추진하고, 조기 퇴직제도를 장기적으로 폐지하여 정년까지 일하도록 유도하고, 정년 연령을 올리고, 산업재해 판정 기준을 상당히 엄격하게 만들어 산재 판정자를 줄이는 동시에 기존 산재 판정자를 재 검사해서 적게라도 일할 수 있는 사람은 산재 대상자에서 제외하고, 실업자 수당 적용 기준을 엄격하게 만들어 실업수당을 줄이는 것이다.

그런데 이런 제도는 사실상 정부와 노사가 함께 부담하는 재정에 의해서 운영되는 것인데 정부가 일방적으로 제도를 바꿔서 수혜대상자를 제한한다면 그것은 정부가 사실상 노동자들이 낸 돈을 도둑질 하는 것이라며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유럽 최대 항구 로테르담 총파업, 6만명 시위 참가

△네덜란드 노테르담 총파업 시위는 당초 예상보다 3배가 늘어 6만에 달했다 ⓒ장광열


가장 큰 문제는 정부의 방침은 모든 책임을 노동자들에게 돌리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세계적인 경쟁에서 살아 남으려면 인건비를 줄이고, 연금과 실업수당을 줄여서 기업의 부담을 줄여주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리고 과감한 구조조정을 위해서는 정부가 노조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과감하게 개혁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많은 노동자들은 노동자에게만 부담을 전가하는 정부 방침에 상당한 반감을 가지고 있다. 근래에 네덜란드 유수한 다국적 기업 경영자들은 백만 달러가 넘는 고액 연봉과 보너스를 받게 되었고, 공기업과 정부출자 기업의 경영자의 임금도 사기업 수준에 맞추어 대폭 인상해왔다.

또 장관들의 임금 역시 그 수준에 맞추기 위해서 대폭 인상시키기로 결정하였다. 노동자에게는 임금동결을 강요하면서 정작 모범을 보여야 할 정치인과 경영자들은 자기 몫 챙기기에 여념이 없는 것이다. 거기에 부정부패가 없고, 기업 경영이 투명한 것으로 유명했던 네덜란드 기업 이미지가 최근 연달아 터지고 있는 기업의 회계조작과 부패 스캔들로 실추되었다. 네덜란드 최대의 유통업체이면서 다국적 기업인 아홀드(Ahold)의 회계조작 규모가 수 조원에 이르면서 투명한 기업 이미지는 큰 상처를 입었고, 정부의 대형 사업에 참여하는 건설 회사들이 수 년간 가격을 담합해서 폭리를 취해 왔으며, 고위 공무원들이 섹스 파티 같은 향응을 받아 왔음이 밝혀지면서 정부의 체면에 상처를 입었다.

우익정부와 기업가들은 이렇게 신뢰를 잃고 있는 가운데서도 노조를 무시해 왔다. 네덜란드는 노사정 간에 대결이 아니라 대화와 타협으로 노동정책 뿐만 아니라 사회보장제도를 비롯한 경제 전반에 대해 노사정이 합의를 이루어 나라를 경영하는 사회 대협약 모델의 대표적인 예로 손꼽혀왔다.

그러나 정부가 근래 3년 사이의 경제 불황을 벗어나기 위해서 작년에 노동자들에게 임금 동결을 요구하여 관철시켰는데도 올해 다시 수년 간의 임금동결과 연금제도에 대한 대폭적인 개편은 물론 실업정책과 산재 정책 등 노동부문 전반에 대한 공격에 나서자 노동자들은 해도 너무 한다고 반발하고 있다.

이런 정부의 막무가내식 방침에 대해서 노조는 올 상반기 사회협약에 합의해주지 않았고, 정부는 노조에 대한 설득 없이 정부방침을 계속 강행하기로 하면서 노동자들의 분노가 폭발한 것이다.

우익 정부의 관계자들은 그 동안 노조의 조직력이 약화되어서 노동자들을 대표하지 못하고, 노조는 파업 같은 단체행동을 할 힘이 없기 때문에, 노조를 국정의 협력 파트너로 삼는 네덜란드 모델은 이제 의미가 없다는 견해를 표하며 노조를 무시해왔다.

그러나 오늘 노조가 로테르담을 말 그대로 멈추어 버린 이상 정부가 계속 강경방침을 고수할 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게다가 오는 10월 2일에 노조는 암스테르담에 전국적으로 10만 노동자를 동원해 정부를 계속 압박하겠다는 방침이어서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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