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 부시 면담 소동의 진실은
비선통해 일 추진하다 국제적 망신
한미 외교사에 또 하나의 희극으로 기록될 이명박-부시 면담 소동의 진실은 무엇이었을까. 지난 9월 28일부터 10월 2일까지 계속된, 그리고 아직도 현재진행형인 이 소동에 대해 월간 『말』과 만난 미국 국무부의 전직 관리는 한마디로 ‘이 판을 모르는 강영우 씨와 이명박 후보가 만든 코메디’라고 잘라 말했다.
코메디의 시작은 이명박 후보 쪽에서 시작됐다. 8월 28일 이 후보의 측근인 박대원 전 서울시 국제관계대사는 강영우 미국 국가장애인위원회 위원에게 전화해 ‘비공식’ 라인으로 부시 대통령과의 면담을 주선해 줄 것을 요청했다. 강 씨는 당시 상황에 대해 국내 언론에 자신이 먼저 이 후보와 부시 대통령의 면담을 주선한 것이 아니라 “이 후보를 지지하는 뉴욕 교민들의 요청에 의해서였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를 단호히 거절했으나 “교민들의 전화가 끊이지 않고 심지어 한밤중에도 계속됐”으며, 이에 대해 자신은 “(이명박-부시 면담은)공식 라인이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강 씨는 박대원 씨의 전화를 받고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국내라인을 통해 될 수 있는 길이 있다”고 말했고, 9월 11일 자신의 지인인 유력 정치인들에게 부시 대통령에게 이 후보와의 면담을 요청하는 편지를 보내게 했다. 강 씨가 밝힌 바에 따르면 부시 대통령에게 이명박 후보를 만날 것을 요청한 편지를 쓴 인물은 리처드 손버그 전 법무부 장관과 공화당 미치 맥코널 상원 원내총무, 일레인 차오 노동부 장관, 강 씨 자신 등이다.
강영우-박대원 전화통화가 있고 한달 뒤, 서한을 보내고 불과 2주가량 지난 뒤인 9월 28일, 한나라당 박형준 대변인은 국회에서 브리핑을 갖고 멜리사 버넷 백악관 의전실장의 공식서한 내용을 전하는 형식으로 10월 중 부시-이명박 면담 사실을 공표했다. 동시에 강영우 씨도 현지 국내 언론사 특파원들에게 면담일정을 전했다. 외교통상부와 주한 미국대사관, 주미 한국대사관은 이 사실을 사전에 전혀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다.
이에 대해 이 전직 관리는 당시 주한 미국 대사관의 분위기를 전했다. 언론을 통해 이 사실을 접한 미대사관 관계자들의 반응은 “코메디다. 우리가 모르고 할 수 있는 게 있을까. 언론에 나오는데 정말인가”하는 수준의 당혹스러운 분위기였다고 그는 말했다. 그러면서도 대사관 측은 “어쨌거나 한국 야당의 후보인데, 0.01%라도 (면담이 사실일)가능성이 있는 것 아니냐”는 혼란스러운 반응도 있었다고 이 전직 관리는 전했다. 그만큼 미국 국무부와 주한 미대사관에서도 면담의 성사 가능성을 매우 낮게 봤다는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미국 대통령이 외국 정치인을 만나기로 확정되기까지 주재국 대사관이 이 사실을 모르고 있는 것은 거의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이와 관련 이 전직 관리는 한국 정치인이 부시 대통령을 만나려면 “제일 먼저 접촉 하는 것이 국무부 한국과나 주한 미대사관 정치과”라고 말했다. 그는 백악관 조직을 보면 한국을 담당하는 부서가 따로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어떤 사람을 만나야 할지 결정할 때 국무부 없이는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애초 이명박 후보 측 박형준 대변인이 공개한 백악관 의전실장의 공식서한의 문구에 대해서도 사실상 백악관이 면담 요청을 거절한 것으로 보는 것이 맞다고 지적했다. 이 문서에는 백악관 측이 이 후보의 면담 요청에 대해 ‘고려’(Your request will be given every consideration)하겠다는 반응을 보였는데, 이 표현은 완곡한 거절을 뜻하는 외교적 수사라는 것이다. 이뿐 아니라 한나라당 국제위원장을 지낸 이재춘 전 러시아 대사도 ‘고려’란 ‘외교적으로 NO’라고 잘라 말했다. 이에 대해 강영우 씨는 면담이 무산된 뒤 가진 한 라디오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고려라는 것은 마지막 단계에 스케줄을 잡으라고 스케줄 담당자에게 간 것이고 대통령의 스케줄이 진행되는 것에 따라 모든 고려를 다 해주겠다”는 뜻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고려라는 표현이 완곡한 거절이라는 전문가들의 견해에 대해 “모르는 사람들이 하는 말”이라고 잘라 말했다.
그런데 면담 일정을 발표하고 주말인 28일(금)이 지나면서 일은 틀어지기 시작했다. 2일 주한 미국대사관의 맥스 곽 대변인이 “백악관이 부시 대통령과 이명박 후보간 면담 요청을 받았으나 그러한 면담은 계획되어 있지 않다”면서 “이는 미국 정부의 공식 입장”이라고 못박은 것이다. 그러나 이같은 공식입장에도 불구하고 이명박 후보 측 박형준 대변인은 “우리가 이번 면담과 관련해 접촉한 라인은 백악관 강영우 장애인위원회 차관보로, 그쪽에서 다른 연락이 없는 상태”라면서 “면담은 계속 추진될 것”이라고 말했다. 심지어 이 후보 측은 미국 정부의 입장을 이해한다며 면담일정에 변함이 없음을 강조하기도 했다. 오히려 이명박 후보 본인은 한발 물러서는 기색을 보이며 “좀 더 두고 보자. 알아 봐야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강영우 씨도 이날 현지 특파원들에게 “이 후보가 국가를 대표하는 신분이 아니기 때문에 사회지도자들과 면담을 잡는 부서를 통한 것”이라고 말한 뒤, “백악관 의전실장이 일정이 잡히는 대로 연락하겠다고 전해왔다”며 면담 계획에 차질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그는 “한국 정부가 주미 한국대사관과 주한 미대사관을 통해 미국 측에 강력히 항의한 것으로 안다”면서 불쾌감을 표시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같은날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고든 존드로 대변인도 “그런 면담은 계획돼 있지 않다”며 “미국은 어떤 식으로든 한국의 대선 정국에 말려드는데 관심이 없다”고 밝히면서 이명박-부시 면담은 없던 일이 됐다.
흥미로운 점은 주한 미대사관에 이어 백악관의 공식 발표에도 강 씨는 “99%까지 성사됐던 면담도 결과적으로 안 될 수 있지만 백악관 발표와 이 후보-부시 대통령간 비공식 면담은 별개로 아직까지 유효한 것”이라고 재차 반박하면서 “외교채널을 통해 하는 것처럼 만들어 엄청난 흙탕물을 불러 일으켰다”고 주장하며 한국정부를 나무랐다는 것이다.
강 씨의 이같은 주장에 대해 이 전직 관리는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힘들다고 밝혔다. 강 씨가 면담이 확정됐다고 주장한 9월 28일에서 주말을 낀 사흘만에 한국 정부의 반발로 백악관이 면담을 취소할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특히 그는 설사 백악관이 한국 정부의 항의를 받고 면담을 취소했다 하더라도 가능한 의사소통 경로가 ‘외교부-주한 미대사관-국무부’ 라인이거나, ‘주미 한국대사관-국무부’ 라인인데 이들 두 라인에서 이 문제에 대해 논의한 흔적이 전혀 없다고 지적했다. 다시 말해 국무부나 주한 미국대사관에서 한국 정부의 의사표시를 접수해 백악관에 이 후보의 면담에 대한 의견을 전달한 흔적이 없었다는 것이다.
이 전직 관리는 백악관 의전실장의 서한의 문구와 더불어 이와 같은 백악관-국무부 간 의사소통 흔적에 비추어 실제 이 후보와 부시 대통령의 면담은 애초에 예정되지 않았던 것 같다고 주장했다. 워싱턴 정가의 소식지인 ‘넬슨리포트’도 “부시 대통령이 이명박 후보와의 만남을 계획한 적이 전혀 없다”고 밝혔으며, “한국 정부가 면담을 무산시키려 했다는 주장이 있으나 한국 정부는 관여한 적이 없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서는 물론 다른 주장도 있다. 동아일보의 18일자 워싱턴발 보도에 따르면 미국 싱크탱크 관계자들은 “기록에 남기지 않는 비공식 면담으로 스티븐 해들리 국가안보보좌관이나 앨런 허버드 경제보좌관을 만나고 있을 때 부시 대통령이 우연히 들러 얘기를 나누는 형식”이 이 후보의 경우에 해당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같은 비공식 만남을 이 후보 쪽이 언론에 먼저 공개해 버려 면담이 무산됐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그러나 이같이 낮은 수준의 면담은 이 후보 측이나 강영우 씨의 면담내용 관련 발언과 배치된다. 강 씨는 면담예정 공표 다음 날인 29일자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면담은 최소 1시간가량 진행되며 한미관계 증진 방안과 북핵 문제 등 다양한 현안을 논의하는 비중 있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말했으며, 이 후보측 박형준 대변인도 28일 브리핑에서 “(이 후보가)부시 대통령과의 면담에서 내달 초 열리는 남북정상회담의 성과와 북핵문제 및 6자회담, 한미 FTA 등 한미관계와 동북아지역 현안에 대해 폭넓은 대화를 나눌 것”이라고 말한 바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두 경우 모두 공식적인 채널을 무시하고 사적인 비선을 통해 일을 추진하다 국제적 망신을 당했다는 비난은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강영우는 누구?
전직 미국 국무부 관리는 강영우 씨가 백악관에서 차지하고 있는 위치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했다. 강 씨는 국가장애인위원회(National Council on Disability)의 위원 중 한 명인데, 이 위원회의 위원이 실질적으로 부시 대통령과 외국의 야당 정치인과의 만남을 성사시킬 만한 위치에 있지 않다는 것이다. NCD는 독립적인 연방기구로 대통령이 임명한 15명의 위원으로 구성돼 있으며 위원들은 상원의 인준을 받도록 돼 있다. 위원장은 은퇴한 금융업계 인사인 존 본(John R. Vaughn) 전 플로리다주 맹인재활자문위원회 위원이 맡고 있으며, 부위원장은 시민단체 출신인 패트리샤 파운드 현 텍사스주 장애인위원회 국장이 맡고 있다. 이 위원회는 대통령과 의회, 행정부에 장애인 관련된 정책적 조언을 하도록 돼 있다. NCD 사이트에 소개된 강 씨의 약력은 미국과 한국에서 활동하고 있는 시민단체인 교육재활교류재단(EREF)의 설립자로 돼 있다.
이에 대해 이 전직 관리는 “시민단체 쪽에서 일하던 인사였는데 실무적으로 이명박-부시 면담을 추진한 것이 의심스럽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강 씨의 지위가 차관보급이라고 국내에 알려진 데 대해서도 “NCD 위원이 한국 공무원 체계에서 어떤 급인지 딱딱 맞는 경우가 별로 없다. 조사해 본 바로는 이 사람이 차관보급이라고 명시된 문서는 없다”고 말했다.
이명박 후보의 삼고초려?
이명박 후보는 최소 3차례 부시 대통령과의 면담을 추진했던 것으로 보인다. 먼저 이 후보는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의 막이 올랐던 지난 2월 부시 대통령과 체니 부통령,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과의 면담을 시도했었다. 미국 국무부의 한 실무급 관리는 이와 관련해 당시 이명박 후보 쪽에서 자신에게 ‘부시와 체니는 (만나게)해줄 수 있는 사람이 따로 있다. 라이스 장관만 만나게 해달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부시 대통령, 체니 부통령과 외국 정치인과의 면담이 국무부와의 접촉도 없이 이루어졌다는 데 대해 이 관리는 “사기나 오버일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으며, “실무라인을 완전히 배제하고 갔다는 것도 문제”라고 여겼다고 밝혔다. 이 관리는 또 올해 초 한나라당 의원들이 전시작전통제권 환수 반대입장을 알리기 위해 방미했을 당시 이상득 국회부의장이 이끄는 한나라당 의원들이 크리스토퍼 힐 차관보를 만나게 해달라고 국무부에 요청했으나 결국 캐서린 스티븐스 부차관보와 뉴욕에서 만나 사진 한 장 찍고 돌아간 적도 있다고 말했다.
이후 한나라당 경선이 한창이던 지난 6월 초에도 이 후보는 미국을 방문해 부시 대통령을 만날 계획이었으나 비공식 채널을 통해 회동을 추진하다가 출국예정일을 며칠 앞두고 무산됐었다. 당시 이명박 후보 캠프의 박형준 대변인은 부시 대통령의 최측근인 칼 로브 백악관 부비서실장 측과 접촉했으나 결국 면담은 무산됐다.
8월 당내 경선에서 승리한 이 후보는 이번에는 공식 채널을 밞기로 했다. 8월 29일 알렉산더 버시바우 주한 미대사와 만난 자리에서 부시 대통령과의 면담을 요청한 것이었다. 그러나 이마저도 이 후보측에 돌아온 대답은 “한국 대선에 영향을 미치는 행동을 하지 않는 것이 미국 정부의 원칙”이라는 답변이었다.
코메디의 시작은 이명박 후보 쪽에서 시작됐다. 8월 28일 이 후보의 측근인 박대원 전 서울시 국제관계대사는 강영우 미국 국가장애인위원회 위원에게 전화해 ‘비공식’ 라인으로 부시 대통령과의 면담을 주선해 줄 것을 요청했다. 강 씨는 당시 상황에 대해 국내 언론에 자신이 먼저 이 후보와 부시 대통령의 면담을 주선한 것이 아니라 “이 후보를 지지하는 뉴욕 교민들의 요청에 의해서였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를 단호히 거절했으나 “교민들의 전화가 끊이지 않고 심지어 한밤중에도 계속됐”으며, 이에 대해 자신은 “(이명박-부시 면담은)공식 라인이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강 씨는 박대원 씨의 전화를 받고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국내라인을 통해 될 수 있는 길이 있다”고 말했고, 9월 11일 자신의 지인인 유력 정치인들에게 부시 대통령에게 이 후보와의 면담을 요청하는 편지를 보내게 했다. 강 씨가 밝힌 바에 따르면 부시 대통령에게 이명박 후보를 만날 것을 요청한 편지를 쓴 인물은 리처드 손버그 전 법무부 장관과 공화당 미치 맥코널 상원 원내총무, 일레인 차오 노동부 장관, 강 씨 자신 등이다.
ⓒ월간말ⓒ 월간말
강영우-박대원 전화통화가 있고 한달 뒤, 서한을 보내고 불과 2주가량 지난 뒤인 9월 28일, 한나라당 박형준 대변인은 국회에서 브리핑을 갖고 멜리사 버넷 백악관 의전실장의 공식서한 내용을 전하는 형식으로 10월 중 부시-이명박 면담 사실을 공표했다. 동시에 강영우 씨도 현지 국내 언론사 특파원들에게 면담일정을 전했다. 외교통상부와 주한 미국대사관, 주미 한국대사관은 이 사실을 사전에 전혀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다.
이에 대해 이 전직 관리는 당시 주한 미국 대사관의 분위기를 전했다. 언론을 통해 이 사실을 접한 미대사관 관계자들의 반응은 “코메디다. 우리가 모르고 할 수 있는 게 있을까. 언론에 나오는데 정말인가”하는 수준의 당혹스러운 분위기였다고 그는 말했다. 그러면서도 대사관 측은 “어쨌거나 한국 야당의 후보인데, 0.01%라도 (면담이 사실일)가능성이 있는 것 아니냐”는 혼란스러운 반응도 있었다고 이 전직 관리는 전했다. 그만큼 미국 국무부와 주한 미대사관에서도 면담의 성사 가능성을 매우 낮게 봤다는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미국 대통령이 외국 정치인을 만나기로 확정되기까지 주재국 대사관이 이 사실을 모르고 있는 것은 거의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이와 관련 이 전직 관리는 한국 정치인이 부시 대통령을 만나려면 “제일 먼저 접촉 하는 것이 국무부 한국과나 주한 미대사관 정치과”라고 말했다. 그는 백악관 조직을 보면 한국을 담당하는 부서가 따로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어떤 사람을 만나야 할지 결정할 때 국무부 없이는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애초 이명박 후보 측 박형준 대변인이 공개한 백악관 의전실장의 공식서한의 문구에 대해서도 사실상 백악관이 면담 요청을 거절한 것으로 보는 것이 맞다고 지적했다. 이 문서에는 백악관 측이 이 후보의 면담 요청에 대해 ‘고려’(Your request will be given every consideration)하겠다는 반응을 보였는데, 이 표현은 완곡한 거절을 뜻하는 외교적 수사라는 것이다. 이뿐 아니라 한나라당 국제위원장을 지낸 이재춘 전 러시아 대사도 ‘고려’란 ‘외교적으로 NO’라고 잘라 말했다. 이에 대해 강영우 씨는 면담이 무산된 뒤 가진 한 라디오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고려라는 것은 마지막 단계에 스케줄을 잡으라고 스케줄 담당자에게 간 것이고 대통령의 스케줄이 진행되는 것에 따라 모든 고려를 다 해주겠다”는 뜻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고려라는 표현이 완곡한 거절이라는 전문가들의 견해에 대해 “모르는 사람들이 하는 말”이라고 잘라 말했다.
그런데 면담 일정을 발표하고 주말인 28일(금)이 지나면서 일은 틀어지기 시작했다. 2일 주한 미국대사관의 맥스 곽 대변인이 “백악관이 부시 대통령과 이명박 후보간 면담 요청을 받았으나 그러한 면담은 계획되어 있지 않다”면서 “이는 미국 정부의 공식 입장”이라고 못박은 것이다. 그러나 이같은 공식입장에도 불구하고 이명박 후보 측 박형준 대변인은 “우리가 이번 면담과 관련해 접촉한 라인은 백악관 강영우 장애인위원회 차관보로, 그쪽에서 다른 연락이 없는 상태”라면서 “면담은 계속 추진될 것”이라고 말했다. 심지어 이 후보 측은 미국 정부의 입장을 이해한다며 면담일정에 변함이 없음을 강조하기도 했다. 오히려 이명박 후보 본인은 한발 물러서는 기색을 보이며 “좀 더 두고 보자. 알아 봐야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강영우 씨도 이날 현지 특파원들에게 “이 후보가 국가를 대표하는 신분이 아니기 때문에 사회지도자들과 면담을 잡는 부서를 통한 것”이라고 말한 뒤, “백악관 의전실장이 일정이 잡히는 대로 연락하겠다고 전해왔다”며 면담 계획에 차질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그는 “한국 정부가 주미 한국대사관과 주한 미대사관을 통해 미국 측에 강력히 항의한 것으로 안다”면서 불쾌감을 표시하기 시작했다.
부시 미 대통령 ⓒ로이터 뉴시스ⓒ 로이터 뉴시스
흥미로운 점은 주한 미대사관에 이어 백악관의 공식 발표에도 강 씨는 “99%까지 성사됐던 면담도 결과적으로 안 될 수 있지만 백악관 발표와 이 후보-부시 대통령간 비공식 면담은 별개로 아직까지 유효한 것”이라고 재차 반박하면서 “외교채널을 통해 하는 것처럼 만들어 엄청난 흙탕물을 불러 일으켰다”고 주장하며 한국정부를 나무랐다는 것이다.
강 씨의 이같은 주장에 대해 이 전직 관리는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힘들다고 밝혔다. 강 씨가 면담이 확정됐다고 주장한 9월 28일에서 주말을 낀 사흘만에 한국 정부의 반발로 백악관이 면담을 취소할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특히 그는 설사 백악관이 한국 정부의 항의를 받고 면담을 취소했다 하더라도 가능한 의사소통 경로가 ‘외교부-주한 미대사관-국무부’ 라인이거나, ‘주미 한국대사관-국무부’ 라인인데 이들 두 라인에서 이 문제에 대해 논의한 흔적이 전혀 없다고 지적했다. 다시 말해 국무부나 주한 미국대사관에서 한국 정부의 의사표시를 접수해 백악관에 이 후보의 면담에 대한 의견을 전달한 흔적이 없었다는 것이다.
이 전직 관리는 백악관 의전실장의 서한의 문구와 더불어 이와 같은 백악관-국무부 간 의사소통 흔적에 비추어 실제 이 후보와 부시 대통령의 면담은 애초에 예정되지 않았던 것 같다고 주장했다. 워싱턴 정가의 소식지인 ‘넬슨리포트’도 “부시 대통령이 이명박 후보와의 만남을 계획한 적이 전혀 없다”고 밝혔으며, “한국 정부가 면담을 무산시키려 했다는 주장이 있으나 한국 정부는 관여한 적이 없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서는 물론 다른 주장도 있다. 동아일보의 18일자 워싱턴발 보도에 따르면 미국 싱크탱크 관계자들은 “기록에 남기지 않는 비공식 면담으로 스티븐 해들리 국가안보보좌관이나 앨런 허버드 경제보좌관을 만나고 있을 때 부시 대통령이 우연히 들러 얘기를 나누는 형식”이 이 후보의 경우에 해당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같은 비공식 만남을 이 후보 쪽이 언론에 먼저 공개해 버려 면담이 무산됐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그러나 이같이 낮은 수준의 면담은 이 후보 측이나 강영우 씨의 면담내용 관련 발언과 배치된다. 강 씨는 면담예정 공표 다음 날인 29일자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면담은 최소 1시간가량 진행되며 한미관계 증진 방안과 북핵 문제 등 다양한 현안을 논의하는 비중 있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말했으며, 이 후보측 박형준 대변인도 28일 브리핑에서 “(이 후보가)부시 대통령과의 면담에서 내달 초 열리는 남북정상회담의 성과와 북핵문제 및 6자회담, 한미 FTA 등 한미관계와 동북아지역 현안에 대해 폭넓은 대화를 나눌 것”이라고 말한 바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두 경우 모두 공식적인 채널을 무시하고 사적인 비선을 통해 일을 추진하다 국제적 망신을 당했다는 비난은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전직 미국 국무부 관리는 강영우 씨가 백악관에서 차지하고 있는 위치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했다. 강 씨는 국가장애인위원회(National Council on Disability)의 위원 중 한 명인데, 이 위원회의 위원이 실질적으로 부시 대통령과 외국의 야당 정치인과의 만남을 성사시킬 만한 위치에 있지 않다는 것이다. NCD는 독립적인 연방기구로 대통령이 임명한 15명의 위원으로 구성돼 있으며 위원들은 상원의 인준을 받도록 돼 있다. 위원장은 은퇴한 금융업계 인사인 존 본(John R. Vaughn) 전 플로리다주 맹인재활자문위원회 위원이 맡고 있으며, 부위원장은 시민단체 출신인 패트리샤 파운드 현 텍사스주 장애인위원회 국장이 맡고 있다. 이 위원회는 대통령과 의회, 행정부에 장애인 관련된 정책적 조언을 하도록 돼 있다. NCD 사이트에 소개된 강 씨의 약력은 미국과 한국에서 활동하고 있는 시민단체인 교육재활교류재단(EREF)의 설립자로 돼 있다.
이에 대해 이 전직 관리는 “시민단체 쪽에서 일하던 인사였는데 실무적으로 이명박-부시 면담을 추진한 것이 의심스럽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강 씨의 지위가 차관보급이라고 국내에 알려진 데 대해서도 “NCD 위원이 한국 공무원 체계에서 어떤 급인지 딱딱 맞는 경우가 별로 없다. 조사해 본 바로는 이 사람이 차관보급이라고 명시된 문서는 없다”고 말했다.
이명박 후보는 최소 3차례 부시 대통령과의 면담을 추진했던 것으로 보인다. 먼저 이 후보는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의 막이 올랐던 지난 2월 부시 대통령과 체니 부통령,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과의 면담을 시도했었다. 미국 국무부의 한 실무급 관리는 이와 관련해 당시 이명박 후보 쪽에서 자신에게 ‘부시와 체니는 (만나게)해줄 수 있는 사람이 따로 있다. 라이스 장관만 만나게 해달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부시 대통령, 체니 부통령과 외국 정치인과의 면담이 국무부와의 접촉도 없이 이루어졌다는 데 대해 이 관리는 “사기나 오버일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으며, “실무라인을 완전히 배제하고 갔다는 것도 문제”라고 여겼다고 밝혔다. 이 관리는 또 올해 초 한나라당 의원들이 전시작전통제권 환수 반대입장을 알리기 위해 방미했을 당시 이상득 국회부의장이 이끄는 한나라당 의원들이 크리스토퍼 힐 차관보를 만나게 해달라고 국무부에 요청했으나 결국 캐서린 스티븐스 부차관보와 뉴욕에서 만나 사진 한 장 찍고 돌아간 적도 있다고 말했다.
이후 한나라당 경선이 한창이던 지난 6월 초에도 이 후보는 미국을 방문해 부시 대통령을 만날 계획이었으나 비공식 채널을 통해 회동을 추진하다가 출국예정일을 며칠 앞두고 무산됐었다. 당시 이명박 후보 캠프의 박형준 대변인은 부시 대통령의 최측근인 칼 로브 백악관 부비서실장 측과 접촉했으나 결국 면담은 무산됐다.
8월 당내 경선에서 승리한 이 후보는 이번에는 공식 채널을 밞기로 했다. 8월 29일 알렉산더 버시바우 주한 미대사와 만난 자리에서 부시 대통령과의 면담을 요청한 것이었다. 그러나 이마저도 이 후보측에 돌아온 대답은 “한국 대선에 영향을 미치는 행동을 하지 않는 것이 미국 정부의 원칙”이라는 답변이었다.

만신의
"우리가 개·돼지냐”
돌아와요
원빈이
쌍용차 파산은
휘발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