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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김경욱 이랜드일반노조 위원장

여론의 관심이 줄었다고, 생계를 포기하겠습니까"

매일노동뉴스/구은회 기자

입력 2007-11-05 12:38:01 l 수정 2007-11-05 13:18:26

비정규직법 시행 하루 전 '매장점거'라는 파격적인 전술로 단숨에 비정규직 투쟁의 상징으로 떠오른 이랜드일반노조의 파업이 장기화하고 있다. 5일로 전면파업 130일째. 80만원을 받는 계산원 아줌마들에 대한 지지 여론은 미지근해진지 오래다.
노동계에서도 '어떻게든 정리해야 할 시점이 아닌가'라는 목소리가 들려온다. 10월 말 현재 '80만원 아줌마들'에 대한 민주노총 차원의 생계지원비 납부율이 18%에 머무르고 있는 현실은, 이랜드투쟁을 대하는 노동계 내부의 체감온도가 낮아지고 있음을 뜻한다. 이랜드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총파업을 하자는 목소리는 더 이상 들리지 않는다.
어느덧 천덕꾸러기 신세가 되어 가고 있는 이랜드투쟁, 그 한가운데에 있는 김경욱(37) 이랜드일반노조 위원장<사진>을 지난 2일 만났다. 석달 동안의 구속수감 생활을 마치고 지난달 22일 집행유예로 출소한 김 위원장은 "여론의 관심과 이랜드사태 사이에는 어떠한 함수관계도 없다"며 "여론의 관심이 흐려졌다고 하지만, 조합원들의 생계문제는 고스란히 남아 있다"고 운을 뗐다. 긍정적인 여론은 투쟁을 힘있게 벌이기 위한 필요조건이지 충분조건은 아니라는 것이다.

"투쟁 정리할 때 아니다"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투쟁을 정리할 때가 됐다는 말씀들을 하시는데요. 피해를 최소화한다는 것이 무슨 의미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회사는 지금까지 노조에 내놓은 게 없어요. 정리 운운할 단계가 전혀 아니라는 거죠. 저는 무엇보다 '정확한 합의'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얼렁뚱땅 합의해버리면 노조는 와해되고 조합원들은 뿔뿔이 흩어지게 될 겁니다. 그렇기 때문에 노조는 '당연히 교섭은 한다'는 입장이고요."
노조와 회사측이 교섭을 통해 '명확한 고용보장안'을 도출해야 한다는 것이다. 홈에버 노사의 핵심 쟁점은 '3개월 이상 2년 이하' 비정규직에 대한 고용보장과 차별시정 방안이다. 회사측은 이미 2년 이상 비정규직에 대해 직무급제를 도입해 시행 중이며, 까르푸 시절 체결된 단협 등에 의거해 18개월 이상 근무자에 대해서도 계약해지를 하지 않겠다고 밝힌 상태다. 회사측은 또 최근 들어 2년 이하 근무자까지 범위를 확대해 직무급제로 전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노조 지도부 공백사태와 겹쳐 노사교섭은 파행을 거듭했지만, 고용보장 문제만큼은 알게 모르게 접점에 다가가고 있는 셈이다.
다만 이제껏 회사측이 내놓은 비정규직 고용보장 방안은 모두 회사측의 일방적인 결정에 따른 것이다. 직무급제를 도입할 때도, 18개월 이상자에 대한 해고중단 입장을 밝힐 때도 회사측은 늘 언론 등 외부조건을 활용했다. 계산업무를 외주화하지 않겠다거나, 정규직 사원에 대한 원거리 인사발령을 하지 않겠다는 얘기도 교섭장 밖에서 먼저 터져나왔다. 그래서 홈에버 노사의 교섭은 "왜 노조와 대화하지 않고 엉뚱한 곳에 정보를 흘리느냐"는 노조의 항변과 "회사측이 양보안을 냈지만 노조가 거부하고 있다"는 회사측의 주장이 원을 그려 왔다.
"고용보장만 된다면 그 형식이 직무급제가 됐든 다른 것이 됐든 상관 없다는 게 노조의 입장입니다. 회사측이 그동안 여기저기 흘리고 다닌 말들만 정리해서 교섭장에 나온다면, 타결 가능성은 어느 때보다 높아요. 하지만 회사는 그렇게 하지 않을 겁니다. 노조를 깨겠다는 목표가 남아 있으니까요."

"싸우고자 하는 사람에게 군수 지원 당연"

인터뷰가 진행된 이날 이랜드일반노조 이남신 수석부위원장과 이경옥 부위원장의 출소소식이 들려왔다. 김경욱 위원장은 "잃어버린 날개를 되찾은 기분"이라며 천군만마를 얻은 듯 반가워했다. 지도부 공백이 그만큼 컸다는 뜻이다.
"지도부 공백의 여파는 실제로 컸습니다. 조직 내부의 회의체계나 의사결정 구조가 상당부분 흐트러졌더군요. 조합원과의 의사소통구조가 단절되다시피 한 상황이었습니다. 출소 후 조합원 간담회와 총회를 잇달아 열고 있는데요. 의사소통구조를 회복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판단하고 있어요. 다행히 조합원들도 잘 따라와 주고 있고요."
출소 후 김 위원장이 가장 먼저 맞딱드린 것은 '돈' 문제였다. 통잔 잔고는 바닥을 드러내고, 민주노총의 투쟁금 지원은 중단된 상태였다. 차비가 없어 집회에 못나오는 조합원이 속출했다. 생계비 지급 중단에 따른 불만은 곧 민주노총에 대한 불신으로 비화되고 있었다.
"우리 조합원들은 이번 투쟁이 첫경험이에요. 노조가 뭔지 잘 모르고, 민주노총도 잘 몰라요. 지난 여름 점거농성을 거치면서 민주노총에 대한 인식이 많이 달라졌죠. 그런데 생계비 지원이 끊기면서 민주노총에 대한 신뢰와 기대가 무너져 가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조합원들의 불만은 생계비 지원 중단 그 자체 보다, 생계비 지원이 중단된 이유를 아무도 설명해주지 않은 데 따른 답답함이라고 김 위원장은 말했다.
"제가 화가 나고 절박한 심정이 드는 것은, 싸우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당연히 군수물자가 지원돼야 하는데 현실은 그렇지 않다는 겁니다. 조합원들에게 싸울 의지가 없다면, 저를 포함한 노조간부들이 돈을 구하러 뛰어다닐 이유가 없겠죠. 하지만 매일 수도권에서만 200명의 조합원이 집회에 나와요. 이들이 배고파서 못 싸우는 상황이 오면 안되잖아요."
매일 벌어지는 집회에 200명의 조합원이 참석한다는 사실은 김 위원장에게 있어 남다른 감회를 느끼게 한다. 그가 한국까르푸노조 위원장이던 시절, 1년에 한두 차례에 불과한 노조의 집회에는 많아야 50명의 조합원이 참석했기 때문이다.
"50명도 안 되는 조합원들을 데리고 주 5일제 투쟁을 벌이면, 다들 '포기해라', '정리해라'고 얘기해요. 해봤자 되지도 않을 일에 힘 빼지 말라는 충고였죠. 많은 분들이 비정규직 투쟁의 구심이자 상징으로 우리 노조를 인식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약하고 작은 노조였어요. 그런 노조가 이렇게 살아남았고, 이렇게 싸우고 있습니다."

전임 위원장 생활 1년 "나 노동자 맞나?"

김 위원장은 노동계 안에서도 매우 독특한 인물로 분류된다. 육군사관학교 출신의 노조 위원장이라는 경력은 이랜드사태에 대한 관심 못지않게 세간의 시선을 위원장 개인에 쏠리게 했다. 지난해 M&A 투쟁을 이끌며 고용·노조·단협 승계를 이뤄내 주목을 받더니, 올해는 비정규직 투쟁의 상징인물처럼 인식되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정작 김 위원장은 자신을 향한 주위의 시선이 부담스럽다고 했다.
"2003년 노조에 가입했는데요. 노조 하고 싶어서 한 것도 아니고, 노조가 좋아서 한 것도 아니에요. 같이 일하는 비정규직 동료들을 해고하라는 점장의 지시를 받고 열 받아서 찾아간 곳이 노조입니다."
그는 요즘 "내가 노동자 맞나"라는 쌩뚱맞은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져본다고 했다.
"1년 남짓 현장을 떠나 있다보니, 유통매장에서 사용하는 용어도 생소하고 확실히 감각이 무뎌지네요. 전임자 생활을 오래하면 사람 버리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감옥에 있으면서 저의 미래에 대해 생각해 봤는데요. 마흔살 이후의 제 모습이 잘 안 그려지더라고요. 이제 얼굴도 많이 팔려서 새로 취직하기도 힘들것 같고….(웃음) 다만 이랜드 자본에 대해서는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정확하게 판단하기 위해 노력할 생각입니다. 우려의 시선이 있다는 것 잘 알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조금만 더 힘을 실어주셨으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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