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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동당 '전진' 그룹, 대선 전부터 분당 추진

선거운동 기간에 계획 논의.. 당내 노선투쟁 격화될 듯

기자

입력 2007-12-24 17:34:44 l 수정 2011-02-25 23:04:15

한석호

'민중의소리'가 입수한 '전진' 전 집행위원장을 맡았던 한석호 씨 명의의 '진보신당을 창당하자'라는 문건.


17대 대선 패배로 민주노동당이 내부혼란과 노선투쟁에 휩싸인 가운데, 당내 최대 의견그룹의 하나인 '평등사회로전진하는활동가연대(집행위원장 김종철, 이하 전진)'가 분당을 추진해 온 것으로 밝혀졌다. 특히 전진 그룹은 대선이 한창 진행중이던 시기에 이같은 움직임을 시작한 것으로 알려져 적지않은 논란이 예상된다.

<민중의소리>는 최근, 전진 전 집행위원장을 맡았던 한석호 씨 명의의 '진보신당을 창당하자'라는 문건을 입수했다. 여기에는 전진 그룹이 분당을 추진하게 된 경위와 분당을 위한 권력투쟁 방식 및 이후 계획 등이 소상하게 담겨 있다. 작성일자는 나와있지 않으나 문건 자체에 '대선 이전에 올리는 것이니 알아서 (보안에)조심하라'는 내용이 담겨있어, 선거운동 기간 중 작성·배포된 것으로 보인다.

문건은 당내 평등파를 '사회주의와 사민주의, 종북파(자주파를 지칭하는 것)를 경멸하는 자유주의자'로 규정한 뒤, 분당 주장이 제기되는 배경에는 "당내 권력투쟁에서의 연속적인 패배와 좌절감, 종북파의 해당행위에 대한 분노" 등이 깔려있다고 말하고 있다. 또한 "분당은 필연이었다"며 "종북파와 평등파의 투쟁은 공유할 수 없는 권력투쟁"이고 "타협할 수 없는 헤게모니 전쟁"이라며 분당을 주장하고 있다.

"평등파가 다수파가 되는 것은 불가능"

먼저 문건은 분당을 추진하게 된 경위를 설명하고 있다. 이에 따르면 평등파가 다수파가 될 수 있지 않느냐는 의견과 관련해 "단언하건데 평등파가 다수파가 되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이의 근거로 △당원배가사업에서 자주파보다 우위를 차지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당 밖의 평등파가 당에 결합할 생각이 없다 △당 밖의 자주파들이 대거 입당할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을 들었다.

이어 "다만 종북파가 평등파의 독자신당 창당시도 등 이러저러한 이유로 위기의식을 느끼고, 평등파에게 일시적으로 차기 당권을 양보하는 상황을 예상할 수 있"으나 "그 상황을 활용해서 당내 다수파가 된다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점을 김혜경 대표체제에서 이미 확인했다"고 밝혔다. 또한 "차기 대표의 역할은 대선과 총선을 거치며 만신창이가 된 당을 수습하는 것에 있다"며 당직선거에서 자주파가 대표를 양보할 가능성을 시사하고 "차기 대표 체제 아래서는 공직선거도 없다"고 덧붙였다.

문건은 이어 "진보신당 창당투쟁이 실패하면 당내 평등파도 궤멸할 것"이라고 전망하며 "2012년에 있을 당의 대선후보는 종북파 지도자의 한 사람이 될 것"이고 "노회찬이든 심상정이든 또는 그 누구든 평등파의 명망가가 당의 대선후보가 되는 것은 낙타가 바늘귀를 통과하는 것보다 어려울 것"이라고 밝혔다.

"분당 공감대 위해 당내 투쟁 전면화" 요구

문건은 "신당창당의 조건이 성숙하지 않은 것은 사실"이라면서 특히 결정적으로 두가지 약점이 있다고 지적했다. 먼저 "대의명분의 부족"을 꼽으며 현재의 신당 창당이 "권력투쟁에서 패하니까 새로운 당을 만들어 권력을 누리려" 한다는 대중의 비난에 직면할 수 있다고 밝혔다. 또한 "조직된 노동대오가 아직 준비되어 있지 않다"며 노동현장의 활동가와 간부들에게 분당은 곤혹스러운 주장이라고 말했다.

문건은 그럼에도 '독자 진보신당의 창당'이 결론이라고 밝히고 있다. 문건은 평등파의 당 이탈이 늘어나고 있는 것을 근거로 "가장 적합한 시기는 2008년 총선 전이다. 대선이 끝나고 4개월의 기간 안에 승부를 걸어야 한다"고 말한다.

문건은 분당과 관련한 실천방식들도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한석호

'민중의소리'가 입수한 '전진' 전 집행위원장을 맡았던 한석호 씨 명의의 '진보신당을 창당하자'라는 문건.


먼저 "신당창당의 대의명분과 필요성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하기 위해 "당내 투쟁을 전면화"하자고 제안한 뒤 "(전면화란)시간적으로 신당 창당이 확정될 때까지 멈추지 않는 것"이라며 이를 위한 '신당파'의 구축 등을 제안하고 있다.

또한 △세력 규합을 위해 적어도 당권자의 20%를 조직 △부분 대중조직의 간부와 활동가 조직 △당 활동가 조직 △당내 정파들을 설득 규합(전진, 해방연대, 혁신네트워크, 다함께) △총선예비후보자들에 대한 설득 △당내 평등파 명망가 규합 △최장집 손호철 홍세화 등 당 밖 진보적 지식인 규합 △여론전을 위한 언론의 우군(友軍)화 등을 들고 있다.

또한 문건은 "신당 창당후 첫 공직선거에서 종북파의 당과 경쟁하여 승리할 수 있는 비책이 연구되고 준비되어야 한다" "(분당의 합법성을 획득하기 위해)평등파와 계속 하나의 당에 붙어 있다가는 사회와 대중으로부터 고립될 것 같다는 위기감에서 어쩔 수 없이 분당에 합의 하도록 (자주파를)강제해야 한다" "민주노총의 배타적 지지방침을 철회시켜야 한다"는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당내 분란, 새 국면 맞을 듯

민주노동당의 저조한 득표를 기화로 일간신문·학계의 비난, '자율과연대' 등 당내 사민주의 그룹의 공개적인 노선투쟁이 벌어지는 가운데, 유사한 시나리오를 담은 분당계획이 선거시기에 추진되었음을 보여주는 문건이 공개됨에 따라 큰 파문이 예상된다. 특히 분당 움직임이 개별 당원들이 아닌 당내 최대정파 차원에서 추진되어 왔다는 점에서 대선결과를 둘러싼 당내 분란은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게 됐다.

더욱 문제가 되는 것은 이 문건이 분당을 위한 공감대 형성 차원에서 '당내 투쟁의 전면화'를 요구하고 있다는 점이다. 결국 대선 이후 당내 논쟁이 분당을 위한 명분쌓기가 아니냐는 비판도 나올 수 있는 부분이다.

'전진' 계열은 아니지만, 넓은 범주의 평등파로 알려진 한 당내 인사는 분당 논의가 개인적 수준에서 제기된 것이 아님을 확인했다. 그는 "한석호 씨가 그런 주장을 하고 있고 김종철 전진 집행위원장도 적극 공감하고 같은 주장을 해 온 것으로 안다"며 "결국에는 분당을 각오한 노선투쟁을 하자로 결론 날 것"이라고 전했다.

그러나 한석호 씨는 문건과 관련해 "내가 쓴 것이 아니다"라며 "누가 쓴 것인지는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말했다. 작성 시기에 대해서도 그는 입을 다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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