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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동당 분당 시나리오 현실화되나

[분석] 중앙위 결국 파행...비대위 구성 무산

김경환 기자

입력 2007-12-30 10:20:22 l 수정 2011-02-25 23:04:15

대선 이후 위기 국면을 수습하기 위해 개최된 민주노동당 중앙위원회가 자정을 넘기는 토론 끝에 아무런 결론을 내지 못하고 끝났다. 중앙위원회에서 벌어진 격렬한 토론은 민주노동당 내의 정파 논쟁이 어떤 수준에 와 있는지를 그대로 보여줬다.

‘전진’ 소속 중앙위원 들 타협안 거부하고 결국 퇴장

일단 겉으로 드러난 회의의 논점은 이번 대선 패배의 평가방향을 둘러싼 것이었다. 김형탁 중앙위원 등 ‘전진’ 소속의 일부 중앙위원들은 대선 패배의 가장 결정적 원인으로 ‘종북주의’,‘패권주의’를 들었다. 따라서 비상대책위원회의 할 일에 반드시 이 두가지 경향에 대한 ‘청산’을 넣어줄 것을 요구했다.

그러나 확대간부회의 등 다수 중앙위원들은 그러한 사상경향이 존재하는 지에 대해 의문이 있으며, 비대위가 구성된 이후에 자연스럽게 그와 같은 토론이 벌어지면 될 것이라는 입장이었다.

자리에서 일어서는 중앙위원들

자리에서 일어서는 중앙위원들



자정을 넘어 열린 확대간부회의에서 비대위 구성안이 나오고, 이에 대해 비대위원장 물망에 오른 심상정 의원이 동의하면서 한 때 중앙위원회에서는 원만한 결속을 점치는 분위기가 감돌았다. 그러나 김형탁 중앙위원 등이 ‘종북’, ‘패권’이 반드시 비대위의 역할에 들어가야 한다고 주장하고, 곧바로 퇴장함에 따라 회의는 파국으로 치달았다.

그러나 김형탁 중앙위원 등 ‘전진’계열 중앙위원들의 ‘퇴장’ 사태는 다소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 이들의 퇴장은 ‘전진’계열의 지지를 받고 있는 심상정 의원에게 파격적인 권한을 부여하는 비대위 구성안이 나온 이후였기 때문이다.

이날 중앙위원회 도중에 열린 최고위원회와 광역시도당 위원장으로 구성된 확대간부회의에서는 심 의원의 ‘전권 부여’ 요청을 받아들여 ‘총선 비례대표 전략공천’을 포함한 비대위 구성안을 내놓았다. 심 의원도 이를 받아들여 비대위원장을 수락하기로 하고, 중앙위원회 장소로 오고 있던 중이었다.

‘총선 비례대표 전략공천’을 포함한 비대위 구성안은 전통적으로 자주파와 평등파로 나뉘어져 있던 민주노동당의 세력 균형을 고려할 때도 파격적이었으며, 사실상 당 위기 수습을 위한 마지막 방안이었다고도 할 수 있다.

분당 명분 쌓고 ‘심상정 묶어놓기’에 성공?

그런데도 일부 ‘전진’ 계열 중앙위원들이 퇴장한 것은 다른 의도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전진’의 일부 활동가들은 이미 대선 이전부터 분당을 추진할 시나리오를 작성해 왔었다. ‘전진’의 전 집행위원장인 한석호 씨가 작성한 이 문서에서는 “종북파가 평등파의 독자신당 창당시도 등의 이유로 평등파에게 일시적으로 차기 당권을 양보하는 상황을 예상할 수 있다”면서 “(그러나) 이는 일시적인 상황에 그칠 것이며, 평등파가 할 수 있는 것은 지극히 한정적”이라고 부정적으로 예측했었다.

한 씨는 이 문서에서 어떤 식으로든 분당 이외의 해법이 나올 수 없다는 주장을 반복했는데, 그가 민주노동당 분당 및 신당 창당의 요건으로 내세운 것 중 하나가 “당내 평등파 명망가들을 규합”하는 것이었다. 한 씨는 이어 “종북파가 이들을 역으로 설득해서 신당 창당의 기운을 무너뜨리려 할 수 있다”고도 주장했다. 심상정 의원은 노회찬 의원과 더불어 대표적인 평등파 명망가에 속한다.

‘전진’ 소속의 일부 중앙위원들이 퇴장함으로써 29일의 중앙위원회는 심상정 의원을 비대위원장으로 내세우고, 당 수습의 계기를 마련하는 데 실패했다. 그러나 분당을 추진해 온 ‘전진’계열의 활동가들 입장에서 보면 분당의 명분을 쌓고 심상정 의원과 같은 평등파 명망가를 발을 ‘묶어놓는’ 데 성공한 셈이다.

물론 한 씨 등의 분당 시나리오가 계속해서 현실화될 지는 좀 더 두고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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