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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정부의 교육정책, '자율과 다양성이란 이름의, 독약'

[신년기고]2008, 이명박 정부의 교육정책②

장혜옥 前전교조 위원장

입력 2008-01-02 18:09:41 l 수정 2008-01-03 09:34:13

지난 대선 때, 민주노동당 교육정책 위원으로 여러 단체와 언론들이 주최하는 교육정책토론회에 토론자로 나갔다. 가는 곳마다 각 당과 대통령 후보들의 교육정책자문위원들을 만났는데 그들 대부분은 경제학 교수들이었다.

교육이 경제 프레임 속에서 도구와 수단이 된 현상을 단적으로 드러내는 모습이어서 씁쓸했으며, 경제주의(시장주의) 교육 전망을 거침없이 주장하며 교육 고유의 철학을 애써 외면하는 그들과의 논쟁이 허망스러웠다.

장혜옥 전교조 전 위원장

장혜옥 전교조 전 위원장

이번 대선의 화두는 단연 ‘경제’였다. ‘경제 살리기’ ‘성공 시대’를 이루겠다는 이명박정부의 교육정책 역시 ‘경제적 실리주의’가 핵심을 이룰 전망이다. 그러나 교육에 있어 ‘경제적 실리주의’라는 말은 얼마나 비교육적이며 이기적인 냄새가 나는가?

그래서 말을 바꾸었다. ‘교육의 자율과 다양성’으로!

교육 분야의 핵심 공약은 ‘사교육비 절반, 5대 프로젝트’이고 이 프로젝트의 키워드가 ‘자율과 다양성’이다. 첫째는 고교 다양화 300 프로젝트로, 기숙형 공립고 150개, 마이스터교 50개, 자율형 사립고 100개를 중점 육성하여 과외․ 학원에 갈 필요 없도록 입시(전문) 교육을 집약적으로 하는 일류 고등학교들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둘째는 영어 공교육 완성 프로젝트로, 영어로 어떤 교과든 수업할 수 있는 교사 3000명을 매해 증원하여 영어 교육을 초등에서부터 학교가 책임지겠다는 것이다.

셋째는 대입 제도 자율화로 내신․ 수능 반영률을 대학 자율에 맡기고 수능 과목도 축소하며 궁극적으로 내신이든, 수능이든, 본고사든 대입은 대학이 알아서 하라는 것이다.

넷째, ‘기초학력 바른 인성 책임제’는 각 학교에 책임 경영 자율성을 주고 국가 단위 시험을 통해 학교를 평가하겠다는 것이다. 초등 학력진단평가와 중고교 학업성취도 평가를 매해, 분기별로 실시하고 학교별 학력 정보 등을 다양하게 공개하여 시험공부 안하면 안 되는 풍토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다섯째, 맞춤형 학교지원 시스템은 강력한 교원평가, 교육과정 축소, 지역의 학습 투자 자원 확대로, 교원에서 교육과정까지 다양한 구조를 평가 체제로 재편하여 열심히 공부할 수 있도록 조건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이렇게, 5대 프로젝트를 실천하면 사교육비는 년간 30조원에서 15조원으로 줄어들고 가난의 대물림은 교육을 통해 끊어진다고 장담한다. 그러나 5대 프로젝트대로 한다면 장담하건대 사교육비는 지금보다 2-3배 늘어날 것이다.

정말 그럴까?

사실, 위 5가지 공약은 이명박 당선자나 한나라당이 만든 것이 아니다. 이미 1995년 김영삼 정부 시절 ‘5.31교육개혁안’에서 그 방향과 구상이 시작되어, 김대중 정부를 거쳐 노무현 정부까지, 전교조의 처절한 반대가 있었음에도 줄기차게 진행되어 온 시장주의 교육정책들의 완결판일 뿐이다.

지난 정부들은 특수목적고, 자립형 사립고, 자율형 공립학교, 국제고들을 키워 고교 등급화를 조장했는데 그 수가 100여개에 이르면서 초중등까지 입시 지옥이 되도록 부추겼으며, 초등 영어교육을 도입해 영어 사교육 광풍을 일으켰고, 내신과 수능, 논술 파동을 거쳐 대학의 사리사욕을 키우고 사교육비를 폭등시켰으며, 교육의 주체로서 교육의 자주성과 전문성을 키워야할 교사를 무능하고 부패한 개혁의 대상으로 질타하면서 성과급, 네이스(정보 집적 평가 체제), 교원평가로 옭죄었으며, 만 명을 먹여 살릴 한 명 엘리트를 키우겠다고 경쟁만으로 내모는 수월성 중심의 7차교육과정 강행 등, ‘교육의 시장화’를 가차 없이 진행시켜 왔다. 그 10년의 세월 동안 학원 재벌, 학습지 재벌들이 여럿 탄생했으며, 학원 종사자만도 40만 명에 이르는 어마어마한 자본시장이 형성되었다.

왜, 이런 일이 가능했을까?

우리 사회는 일부 학벌이 사회 권력을 독점하는 학벌 사회이며, 이 학벌을 재생산하는 일부 대학들을 정점으로 모든 대학과 학과가 일렬종대로 서열화 되어 있는데, 바로 그 서열을 시험 성적으로 결정하기 때문이다. 한 등수라도 올려야 하는 치열한 몸부림에 남모르게, 남보다 빨리, 더 많이, 선행학습을 해야 하니 사교육이 창궐할 수밖에 없는 구조가 된 것이다.

그러니 그 역으로 볼 때, 사교육비를 창궐하게 하여 시장성(이익)을 높이는 관건은, 0.001의 숫자로 환원되는 서열의 구조를 더 넓고 더 확실하게 만들어 가는 길일 것이다.

그래서 고등학교까지 서열화 시킨다면 대학 입시 시장은 고교 입시 시장까지 확대될테니 고교 다양화 프로젝트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아니겠는가! 더구나 대학의 자율화는 입시 자율화를 넘어 영리법인화로 치달을 전망이고 사립고교들마저 이 행렬에 동참한다면, 사회적 통합의 핵심 기제였던 교육은 이제 사회 양극화의 주범 노릇을 하게 될 것이다.

더구나 전국 단위 시험 평가를 통하여 학생과 학교, 교사의 서열을 매기고 공개하겠다는 발상은 ‘시장의 확대’와 ‘복종하는 시민 양성’이란 두 마리 토끼를 다 잡겠다는 자본의 전략을 드러낸다. 미국의 사설 평가 전문지 토익, 토플, SAT 등이 세계적 공신력을 가지게 된 배경과 같다.

시험으로 학생과 교사, 학교를 매해 매 시기 평가한다면 이제 우리 교육에도 공신력 높은 사설 평가 기관들이 쑥쑥 자라날 것이다. 그들은 시험지를 개발하고 평가 관리를 하면서 떼돈을 벌 뿐만 아니라, 위임받은 교육 권력으로 온 국민을 로또 복권 같은 ‘객관식 찍기’에 자기 운명을 스스로 종속시키도록 몰아갈 것이다.

이런 체제를 만들기 위해, 관료 규제의 중심, 교육부를 전면 해체하겠다고 한다. 자율화, 다양화란 명목으로 지방 자치단체와 대학에게 교육을 전면 이양한단다. 그렇게 되면, 이후 지역에 따른 극심한 교육 격차, 교사의 지방직화와 전교조 교섭권 등 교육단체의 무력화, 교사 교수의 비정규직화, 사립학교의 기업화 등이 무섭게 진행될 것이다.

과연, 교육 실리를 가져갈 자는 누구인가?

‘사교육비 줄이기’라는 형식을 통해 사교육비 양극화를 더욱 심화시켜 양극단의 사교육비를 아예 상호 감지할 수도 없도록 만드는 정책! 이는 20대 80의 사회에서 바로 그 20%를 위해, ‘그들만의 리그’를 위해, 아예 ‘그들만의 학교’로 제한하여 초중등학교까지 서열화함으로써 시장성(이익성)을 극대화하겠다는 발상이다.

이제 100여개 사립초등학교를 나온 아이들을 필두로 입시 명문 중학교 입시 열풍이 조장되고, 그들이 다시 400여개 입시명문 고등학교(공교롭게 이 숫자는 전체 고교의 20%)에 가고 그들이 소위 일류대를 가서 대한민국 학벌 아이비 리그를 안정적으로 석권하여 견제 없는 권력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사회적 권력에 대한 견제와 소통은커녕, 먹고 살기도 힘든 우리 80%는 그들이 밥상에서 흘린 88만원 비정규직 삶을 사는 것을 숙명으로 받아들여야 할까?

도대체, 교육이란 무엇인가?

세계화 시대라지만, 우리가 WTO 에서 한미 FTA 까지 줄곧 반대해 왔던 ‘교육개방’ 문제의 핵심 구호는 ‘교육은 상품이 아니다’였다. ‘교육은 돈벌이 수단이 되어서도, 돈놀이 마당이 되어서도, 더구나 돈을 독점하는 도구가 되어서 안 된다’였다.

교육은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문화와 사회의 기초이며, 모든 인간을 제 삶의 주체로 설 수 있게 하는 원동력이며, 저마다의 삶을 아름답게 엮어 사회와 국가를 가치 있게 발전시켜 나가는 핵심원이다.

그래서 교육은 이 사회에서 살아가는 모든 이들에게 공정하게 주어지는 혜택이어야 한다. 입시폐지와 대학평준화-무상교육이 절실해지는 이유이다.

교육에는 서열이 있을 수 없다. 모든 아이들은 저마다의 빛깔과 향기가 있으며, 각각의 능력과 재능이 (진실로)다양하며, 선험적 이해와 출발선 환경이 모두 다르기에 공정하고 따뜻한 기회를 통해 각각의 가치와 능력을 발견하도록 도와주는 것이 교육이다. 이런 교육이 사회적 통합과 기여를 높이고 서로에게 고맙고 소중한 존재 의식을 깨우쳐준다.

서열이 차별을 공식화하는 악화인데도 불구하고, 서열 매기기가 교육적 양화로 구축되는 정책은 아무리 ‘자율과 다양성’이란 명분으로 꾸며도 결국 극단적인 모순과 갈등으로 표출될 수밖에 없다. 자율이란 가진 자들의 자율이며, 다양성이 오히려 서열과 입시로 획일화시키는 언술, 즉 독약 같은 말장난임을 깨닫는 시간은 오래 걸리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이명박정부의 ‘시장 교육’을 용납해서는 안 될 일이다. 헌법적 권리인 교육권을 올바르게 행사하기 위해 우리는 지적하고 비판하고 저항해야 한다. 서열과 입시 속에 숨은 시장주의 교육을 거부하고 사회 구성원 모두가 ‘인간다운 공공의 권리’로 누릴 교육을 찾기 위해 ‘사회적 교육운동’의 길로 나서는 것이 우리 모두에게 주어진 이 시대의 책무로 분명히 자각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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