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당겨진 민주노동당 당대회...위기감 고조

최기영 당원 출당 문제가 최대 분수령...비례대표 논의는 미뤄

문형구 기자
입력 2008-01-22 19:40:39l수정 2011-02-25 23:04:15
민주노동당의 향후 진로를 정할 임시당대회가 애초 예상과는 달리 2월3일로 정해졌다. 현재 지도부를 맡고 있는 비상대책위의 출범 당시, 심 비대위원장이 당대회가 2월 중순은 되어야 열릴 수 있을 것이라고 시사한 점을 고려하면 2주 이상 앞당겨진 셈이다.

파국 오더라도 수습할 시간 확보(?)

원래 임시당대회 날짜로 지목되던 2월 17일은 심상정 비대위장이 선택한 절묘한 ‘타이밍’이었다. 분당파로서는 설사 임시당대회 결과가 만족스럽지 않아 일제히 당을 나가더라도 2월 하순이면 총선을 준비하기엔 너무 빠듯한 시간이었기 때문이다. 반대로 당 다수파인 자민통 진영 역시 비례후보 선출 무산이라는 파국적 사태를 피하려면 비대위의 제안을 수용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2주 이상 앞당겨진 당대회 일정은 심상정 비대위가 모종의 카드를 던지는 것이 아니냐는 추측을 불러오고 있다. 즉 설사 양측의 입장이 팽팽하게 맞서 아무런 결정을 내지 못하는 ‘파국’상황이 오더라도 각각 독자적 행동을 할 시간이 확보될 수 있기 때문이다. 분당파로서는 독자 창당을 할 시간이, 당내 다수파로서는 탈당의 혼란을 수습하고 총선 준비에 나설 수 있는 시간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 동안 의견그룹 ‘전진’은 당대회를 2월 3일 이전에 개최해야 한다고 주장했었다.

대표적인 분당론자인 김형탁 전 대변인은 “임시당대회는 신당파에게 중요한 게 아니라, 혁신을 해보자는 쪽에게 중요한 것”이라며 “당 혁신에 대한 가부간의 판단이 있어야 나오더라도 같이 빠져나오지 않겠냐”고 말했다. 일단 전진은 당대회 다음날인 4일 총회 소집을 예고했으며, 현재 비대위에 대한 압박을 한층 강화하고 있다.

심 비대위원장은 정치활동 내내 현재의 분당파를 지지 기반으로 해왔지만, 이제 당 대표가 된 상황에서 당을 파국으로 끌고 갈 수는 없는 처지였다. 2월 중순 당대회는 분당파와 다수파의 ‘아슬아슬한’ 균형점을 찾는 것으로 해석되었었다. 그러나 2월 초 당대회라면 다르다.

심 비대위원장이 분당을 추진해 온 세력에게 ‘복귀’의 명분이 될 만한 강력한 카드를 던지고, 이 제안이 당 대회에서 통과된다면 이를 기반으로 분당파를 설득하고, 반대로 이 제안이 거부된다면 다수파를 비난하면서 분당파에 합류할 수도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최기영 당원 출당 여부가 분수령(?)

심상정 비대위는 그 구성에 있어서나 지지기반에 있어서나, 범 평등파내의 쇄신파와 분당파 양쪽에 불안정하게 올라서 있는 모양새다. 때문에 분당파가 추동하는 원심력이 강해질수록 비대위의 균형추도 바깥쪽으로 이동할 수 밖에 없다.

그러나 당대회 대의원들의 구성은 범 자주파가 과반수 이상이다. 결국 심상정 비대위가 ‘강력한’ 카드를 꺼내들 경우 임시당대회에서 비대위의 제안이 통과될 가능성은 약해진다. 이 ‘강력한’ 카드는 최기영 당원 출당결의가 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심상정 비대위장은 지난 20일 이번 당대회에서 “당 실천은 재평가하고 노선의 재정립 부분은 계획안으로 제출하겠다”며 ▲대선 평가 ▲‘편향적 친북당 이미지’에 대한 평가 ▲당내 패권주의 ▲재정문제 등을 다룰 것임을 시사했다.

이 중 대선평가와 재정문제는 문구에 대한 다툼은 있더라도 대의원들의 의견이 큰 틀에서는 일치할 가능성이 높다. 당내 패권주의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

그러나 ‘폭탄’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 동안 심 비대위원장은 분당파가 주장해 온 ‘종북주의’라는 표현은 자제하면서, 이른바 일심회 사건에 연루된 것으로 알려진 최기영 당원의 출당을 강력하게 시사해왔었다.

이 문제에서 자주파와 평등파의 정서는 매우 다르다. 잊을 만하면 터져나온 각종 조직사건을 ‘직접’ 겪어왔던 자주파 활동가들로서는 국가보안법으로 갇혀있는 당원을 제명한다는 것을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것이다. 90년대 이후 국가보안법 위반 사범이 적었던 평등파와는 ‘밑바닥’ 정서가 크게 다른 셈이다.

‘강경’ 분당론도 비상대책위에게는 부담이 될 수 있다. 분당파의 경우 비대위의 현재 논의와 관련없이 이미 신당 창당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김형탁 전 대변인은 “심상정 비대위와 우리는 이미 선을 그었다고 봐야한다”며 “자주파에서 종북주의 청산 요구를 받는 것은 불가능”하며, “이제는 어떤 가치로 새 진보정당을 만들것인가를 고민해야 하는 시점”이라고 전했다. 현재까지 당에 남은 분당파가 당 대회에서 ‘종북주의 청산’을 요구하며 분당의 명분을 얻는 데 주력할 것임을 시사하는 발언이다.

비례 전략명부 등은 당대회 이후로

당 대회가 앞당겨 지면서 또 하나의 민감한 쟁점으로 예상되었던 비례대표 전략공천 문제는 뒤로 미루어진 느낌이다. 비대위는 이번 당대회에서 선출방식만 결정하고 비례후보 선정은 미루는 방식을 택할 것이 확실시되기 때문이다.

심상정 비대위장은 21일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먼저 추천위원회를 구성해서 거기서 몇번까지 작성할꺼냐, 전략명부 작성의 기준과 원칙은 뭐냐를 논의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 비대위 관계자는 “비대위에서는 비례대표 그 자체가 아닌 ‘추천위원회’에 대한 초동 논의만 진행 중”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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