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요 누르고 민중의소리를 페이스북으로 구독하세요

공기업 민영화의 걸림돌, ‘혁신도시’

노조+지역민+지자체 연대 움직임에 정부 급긴장

문형구 기자

입력 2008-05-30 17:48:47 l 수정 2008-06-02 16:10:34

이명박 대통령 취임 이후 정부와 지자체간 갈등 양상이 심상치 않다. 바로 새 정부의 혁신도시 재검토 방침 때문이다. 지난 5월 2일 청와대에서 있었던 이명박 대통령과의 오찬에 참석한 16개 시·도 지사들은 불편한 감정을 드러냈다.
정우택 충북지사와 이완구 충남지사는 “혁신도시 재검토로 지방 민심이 혼란스럽다”거나 “수도권 규제완화와 혁신도시 축소가 같이 논의되는 것 같아 우려가 크다”고 불만을 표시했다. 김진선 강원지사는 “공공기관 민영화로 민영화된 기관의 경우 혁신도시 이전을 정부가 강제할 수 없다는 이야기가 있다”며 “민영화하더라도 인센티브를 줘서 이전이 이뤄지도록 정부가 나서 달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지자체, 공공기관 민영화에 반발하는 이유

혁신도시 구상은 2003년 6월 ‘국가균형발전을위한공공기관지방이전방침’이 발표되면서 구체화됐다. 불균형 발전 해소를 위해 현재 85:15의 비율도 수도권에 집중된 공공기관을 2012년까지 35:65로 지방에 역전분산시키고, 124개 공공기관이 집중 이전되는 10개 지역에 산학연관 클러스터를 형성해 지역발전을 견인하겠다는 것. 혁신도시는 행정중심복합도시가 조성되는 충남을 제외한 각 광역시·도에 1개씩 건설될 계획이었다. 지난해 9월 울산혁신도시가 첫 삽을 뜨기까지 혁신도시 정책은 4년에 가까운 추진과정을 거쳐왔다. 2005년 5월엔 정부와 12개 시도지사간 기본협약이 체결됐고 6월에는 민주노총 공공연맹과 한국노총 공공노련 및 금융노조와의 협약도 만들어졌다. 그 해 12월에는 10개 혁신도시의 입지선정이 완료됐다.
노무현 대통령은 “내 임기 안에 첫 삽을 뜨고 말뚝을 박고 대못을 박아두고 싶다”고 말할 정도로 혁신도시에 강한 드라이브를 걸었다. 정권이 바뀌더라도 판을 뒤엎지는 못한다는 얘기다. 현재 시점에서 보면 그의 말은 적중한 듯 보인다. 제주도 92%를 비롯해 이미 전국적으로 70% 이상의 토지보상이 끝났고, 10개 혁신도시 중 6개가 착공에 들어간 상태다. 혁신도시를 백지상태로 되돌리기는 불가능한 것이다.
새 정부의 혁신도시 재검토 방침은 지자체와 지역민들을 자극하고 있다. 정부 방침에도 불구하고 부산시는 4월 16일 영도구 동삼동 매립지에서 1천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착공식을 예정대로 강행했다. 이날 대통령은 물론이고 정종환 국토해양부 장관도 얼굴을 보이지 않았고, 이재균 국토해양부 제2차관만 급히 일정을 바꿔 행사에 참석했다. 부산 혁신도시는 총 4개 지구로 건설되는데 총 13개의 공공기관과 관련 시설들이 입주할 계획이었다.
영도구 동삼지구에는 한국해양조사원과 국립수산물품질검사원 등 4개 공공기관과 한국해양대, 해양수산연수원, 국립해양박물관 등이 입주한다는 예정이다. 남구 문현동은 한국자산관리공사와 한국주택금융공사, 증권예탁결제원, 대한주택보증, 한국남부발전 등 6개 공공기관. 영화영상분야와 관련된 해운대구 센텀지구에는 영화진흥위원회와 영상물등급위원회 등 3개 공공기관이 이전해 올 예정이었다. 부산시는 연간 예산규모가 1조 4천억에 이르는 이들 13개 공공기관 및 직원 2천800여명의 이전이 지역경제 활성화의 시작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던 차였다.
지자체의 반발은 부산 만이 아니다. 서귀포시는 김형수 시장이 15일과 16일 양일간 이전 예정 기관인 한국정보문화진흥원, 공무원연금관리공단, 한국국제교류재단 등을 방문했다. 그는 제주혁신도시의 차질없는 추진을 위해 모든 행정력을 집중키로 했다고 밝혔다. 혁신도시 추진을 위한 비상시국을 선포한 원주시를 비롯해 혁신도시가 들어설 예정이던 지자체들은 4월부터 잇따른 성명서를 통해 ‘공공기관 이전을 전제로 한 혁신도시 건설’을 중단없이 추진하라고 촉구하고 있다.
전국혁신도시협의회(회장 김천시장 박보생)는 8일 채택한 건의문에서 “정권이 바뀌었다고 수도권과 지방 모두를 위한 사업을 중단해서야 되겠(느냐)”며 “혁신도시는 수도권의 집중 완화와 지방의 성장동력을 갖추기 위한 것으로 경제적 논리로만 접근해서 재단할 문제는 아니다”라고 성토했다.
이들은 “공공기관 이전을 전제로 한 혁신도시 건설을 중단 없이 추진하고” “선(先)지방 활성화 대책 마련, 후(後)수도권 규제 완화와 함께 혁신도시 활성화 대책을 조속히 마련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지역 주민들의 경우 지자체 보다 더 날을 세우고 있다. 심은보 원주혁신도시주민대책위원장은 “원주시와 시의회가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어 추진의지가 있는지 의구심이 든다”며 “혁신도시와 관련한 기본 원칙이 바뀌게 된다면 전국의 주민대책위와 함께 강력한 투쟁에 돌입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혁신도시, 2010년 지방선거 이슈되나

각 지자체장들은 2010년 지자체 선거 때문에라도 혁신도시에 사활을 걸 수밖에 없다. 2006년 지자체 선거에서 혁신도시 이슈가 미쳤던 영향을 고려해보면 지자체장들이 왜 민감한 반응을 나타내는지 분명해진다.
강원 지역 기초자치단체장 선거의 경우 혁신도시로 선정된 원주시(61.1%)와 비교해 탈락 시군의 평균 득표율은 49.9%로 10% 이상의 차이를 보였다. 이 선거에서 원주시는 2002년 선거보다 득표율이 5.7% 증가했고, 애초에 혁신도시를 신청하지 않은 6개 시군도 평균 5.3% 증가했다. 강원지역에 서 한나라당이 강세를 보였지만, 혁신도시에서 탈락한 9개 시군의 평균 득표율은 3.6% 증가(46.3->49.9)하는데 그쳤다. 당시 혁신도시를 신청한 강원지역 10개 시군의 기초자치단체장이 모두 한나라당 소속이었고 지역민들은 혁신도시 탈락에 대한 불만을 지지율로 나타낸 것이다. 지자체들은 토론회 개최 등 여론사업을 계획하고 있으며, 이후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하는 결의대회도 고려중이다.

나주혁신도시

전남 나주 혁신도시 조감도


이같은 움직임에 여당은 청와대와 정부보다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한나라당 소속의 지자체장과 혁신도시 지역구 의원 8인만이 아니라 이한구 정책위의장 등 당내 중진들도 지지율 감소를 우려하는 눈치다. 이한구 정책위의장은 지난 4월23일 최고위원회에서 “지방 사정에 너무 무관심 하고 현지에 적합한 대책을 세우지 않고 있다” “(혁신도시와)관련한 루머들이 나돌면서 지역민들이 격분했다”는 말로 차별화에 나섰다. 이같은 반발에 대해 이명박 정부는 “혁신도시를 지속적으로 추진하겠다는 의지에는 변함이 없다”고 달래는 한편 공기업 민영화로 인한 혁신도시의 공백을 어떻게 메울지를 고심하고 있다. 5월9일 언론사 카메라 앞에 나타난 한승수 국무총리에 따르면 “정부의 기본적 방향은 변화가 없고 지방정부가 스스로 맞춤형 발전전략을 세워 지역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이끌어야 한다”는 것. 이명박 대통령도 2일 시도지사와의 오찬에서 ‘지역균형발전 때문에 공기업 민영화를 안 할 수는 없다’는 뜻을 드러내면서도 “민영화된 기관이 지방으로 이전할 수 있도록 지자체가 여건을 조성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혁신도시를 지속적으로 추진하겠다는 정부 입장과는 달리 각 지자체나 전문가들은, 공기업 민영화와 혁신도시는 양립불가능한 사안이라고 선을 긋고 있다. 정부가 원론적으로 밝히고 있는 ‘선 민영화, 후 지방이전’은 공염불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윤종세 자치분권연대 사무처장은 “정부 말대로 민영화와 별개로 혁신도시가 차질없이 진행된다면 좋겠지만 그건 말이 안된다”며 “공기업인 상황에서도 이전하는 사람들은 유배당하는 입장일텐데, 사기업에 이래라 저래라 간섭할 수도 없고 그렇다면 혁신도시는 실제로는 물거품이 되는 거 아니냐”고 말했다.

공공기관 민영화하면 혁신도시 물거품

공기업 및 공공기관 통폐합과 민영화는 예정된 수순을 밟고 있다. 정부는 공기업 등의 민영화와 통폐합 방침을 확정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에 기획재정부가 ‘2008 공공기관 개혁 방안’을 마련해 청와대와 조율중이라는 것. 한국전력기술과 한전KPS 등 한전 자회사, 한국지역난방공사, 한국가스공사 등 에너지 관련 공기업과 한국토지신탁, 제주공항, 코레일 산하 5개 자회사 등은 완전 민영화 대상이다. 또 한국도로공사는 운영과 건설부문을 분할해 운영을 민영화하고 부산·인천·울산 항만공사, 인천국제공항공사 등 사회간접자본 관련 공기업은 경영권을 민영화한다는 구상이다.
한국관광공사와 한국방송광고공사는 카지노 사업권이나 광고산업진흥 등 일부 사업을 분리 매각하기로 했다. 통폐합 대상으로는 한국토지공사와 대한주택공사 그리고 한국문화콘텐츠진흥원, 영화진흥위원회, 한국게임산업진흥원 등이 포함됐다.
그런데 정부가 추진하는 민영화 및 통폐합 공공기관은, 혁신도시 이전 대상(124개)을 포함해 지방이전 대상인 178개 공공기관과 다수 겹칠 수밖에 없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이날 발표된 리스트를 포함해 320여개 공공기관 대부분이 통폐합 및 구조조정 대상으로 분류되고 있다. 한국가스공사(대구), 한전KPS(나주), 분할 및 경영권 민영화 대상인 한국도로공사(김천), 통폐합 대상인 한국토지공사(전주·완주), 대한주택공사(진주) 등 이미 이전할 지자체가 확정된 28개 기관의 일부도 정부의 리스트에 들어있다. 특히 한전과 토지공사 그리고 가스, 도로, 주택공사 등은 권역별 핵심 공기업들이다. 당장에 완전한 민영화가 아니더라도 통폐합이나 경영권 민영화에 따라 이들 공기업은 이전 규모가 축소되거나 백지화될 가능성이 높다.
가장 핵심적인 당사자인 공기업 노동자들이 가장 먼저 ‘사회공공성 수호’를 내걸고 민영화 저지에 나설 태세다. 공공기관 민영화는 전기, 철도, 가스 등 국민의 기본적인 생활에 필요한 공공서비스를 시장논리에 내맡김으로써 공공요금 상승과 공급중단 등을 불러올 수밖에 없다. 노동조합들은 독점기업과 국제 금융자본의 이익을 위한 민영화가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하게 될 것이라 경고하고 있다. 또한 민영화는 해당 기관 노동자들의 고용불안과 구조조정의 원인이 된다는 것.

지역의 ‘균형발전’과 노동조합의 ‘사회공공성’, 다른가?

이에 혁신도시 무산을 우려하는 지역민들과 지방자치·분권과 관련된 사회단체들은 공기업 노동자들과 함께 싸우겠다는 입장을 나타내고 있다.
윤종세 자치분권연대 사무처장은 “(노조와의 연대가)아직까지 드러나지는 않았다”며 “끊임없이 지방자치나 분권운동을 해 온 단체들, 직접적인 이해관계를 맺고 있는 혁신도시 관련 단체들, 공공기관의 노동조합 등이 함께 조직적인 대응을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당장 공공기관의 지방이전이 민영화와 배치된다고 해도, 노동조합이 ‘혁신도시 추진’을 흔쾌히 받아들일 수 없는 이유가 있다. 노무현 정부가 공기업의 전면적인 민영화를 포기하는 대신 혁신도시를 추진해온 것은 사실이지만, 혁신도시 역시 시장논리를 강하게 띠고 있기 때문이다.
노 정부는 국가균형발전의 논리를 앞세우면서 혁신도시와 연계해 기업도시, 경제특구 등을 추진해왔고 각 지자체들은 금융·투기자본이나 공해산업을 마다않고 자본 유치에 열을 올려왔다. 물론 기업들에게 부여되는 특혜는 노동자들과 국민들의 피해로 돌아가게 된다. 또한 행정조직에 시장경쟁 논리를 도입함으로써 지자체들이 앞다퉈 공공서비스들을 매각하거나 민간위탁하는 결과도 나타난다. ‘시장논리의 지방화’인 셈이다.
이처럼 당장의 지방이전이 민영화를 피해간다고 해도 사회공공성 강화로 이어지지 않을 뿐더러, 노동자들의 입장에서 노동조건 저하나 구조조정을 벗어나는 것은 아니다. “지방이전도 하고 민영화·구조조정도 하는 거라면 노동조합에서는 큰 의미를 두기 어려운 것 아니냐”는 게 현장의 솔직한 고민이었다.
정부출연기관인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은 충북 진천-음성지역으로 이전이 예정됐지만, 현재는 지역 이전은 고사하고 기관 자체의 존립이 불투명한 상황이다. 신문봉 노조 지부장은 “지금은 모든 공공기관의 민영화·통폐합과 정부출연기관육성법의 폐지가 논의되는 상황이라서 지방이전을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다”며 “‘혁신도시로 내려가야 하니 민영화는 안된다’는 게 중심이 아니라 국가의 정책 틀 자체가 시장논리와 단기성과 위주로 가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또한 신문봉 지부장은 “지방에서는 대체로 공공기관 민영화 여부와는 관련없이 ‘지방으로 와야 한다’는 얘기를 할 뿐이어서 노동조합과 연계할 고리를 찾기 어렵다”며 “그보다 노동조합은 사회공공성 약화에 초점을 두어야 하지 않겠냐”고 말했다.
지자체나 지역민 단체들은 노동조합이 혁신도시 이전에 힘을 실어주기를 바라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그러나 지방분권을 추진하는 지자체 및 지역단체들과 노동조합과의 연대가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공공기관 민영화와 지방이전의 원칙에 대한 합의가 이루어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혜선 공공연맹 지방자치위원장은 “아직 구체적으로 제안을 받은 적은 없으나 사안에 따라 충분히 연대가 가능하다”며 “다만 나눠먹기식, 일률적 방식의 공공기관 분산이 갖는 위험을 고려해야하고 이전 기관의 노조 등 관계자들이 정책과정에 참여할 기회가 제공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위원장은 “지방 분권운동을 하기 위해서는 공기업 민영화 저지에 관심을 두지 않을 수 없다”며 “공공기관 민영화에 대한 양측의 입장이 조율되지 않으면, 이명박 정부의 민영화 추진에 대응하기가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인터뷰-신정훈 나주시장 “노조, 지역활동가 같이 싸우자.”



신정훈 나주시장

신정훈 나주시장

지난 4월 16일 신정훈 나주시장은 혁신도시와 관련한 정부의 심상치않은 움직임에 곧바로 맞불을 놓은 바 있다. 그는 성명서를 발표해 “그동안 지방분권과 균형발전 대열의 선봉에 서온 나주시는 전국 혁신도시협의회, 이전기관 노조 등과 함께 명분과 실익 없는 공기업 민영화 저지, 국가균형발전 정책의 지속 추진을 위해 모든 역량을 결집해 나갈 것”이라고 경고했다. 월간『말』과의 전화인터뷰에서도 신 시장은 정부의 공기업 민영화 방침을 거침없이 비판했다.

-공기업 민영화 방침이 발표됐다.

혁신도시는 그냥 재정이나 투자해서 택지개발하는 개발사업이 아니다. 법 명칭이 ‘공공기관이전에따른혁신도시건설및지원에관한특별법’이다. 지방이전을 실 내용으로 하는 혁신도시이다보니 대단히 복잡한 논의를 거쳐서 국민적 합의에 이르렀다. 역대 어떤 사안보다 이해관계가 첨예했지만 국가균형발전이라는 큰 대의에 따라 전국민적 합의가 이루어진만큼 원래 결정된대로 추진해야 한다.

-‘선(先)민영화, 후(後)지방 이전’이라는 정부 주장에 대한 생각은?

대단히 무책임한 주장이다. 우리의 경우 280만평 부지에 대한 보상작업이 마무리 단계이고 각 기관들이 들어갈 토지 이용계획에 대한 협약이 다 진행됐다. 지방자치단체와 중앙정부간, 이전 기관과 정부간, 이전 기관과 노조와 정부간 등 복잡한 협의를 통해 합의된 내용도 있다.

-정부는 지방이전이 아니더라도 보완책을 마련하겠다고 하는데?

국가 균형발전 정책이 필요했던 것은 수도권 규제도 소용없었기 때문이다. 서울·수도권과의 현격한 격차 때문에 민간기업이 지방에 투자하는 일이 가뭄에 콩나듯했다. 그래서 지방에 공공기관과 공기업을 보내고 공공인프라 등 산업 여건을 갖추기 위한 것이었다. 실제로 지방의 여러가지 경제여건상 투자가 대단히 어렵기 때문에 공공기관이 주도해서 도시를 만들고 여기에 민간부문을 열결하자는 거다. 그런데 공공기관이 갈 수 없는 도시라면, 민간 기업이 간다는 건 공공기관 이전보다 더 불가능할 수밖에 없다.

-공기업 민영화에 대한 생각은?

가장 큰 문제는 상당한 기간동안 많은 토론을 거쳐서 국민적 합의에 이른 정책을 밀어붙이기로 뒤집으려 하는 거다. 혁신도시 정책이든 민영화든 국민적 합의로 결정된 정책을 뒤집고 싶으면 이 역시 국민적 합의를 반드시 거쳐야 한다. 지난 정부가 했던 일이라고 무조건 부정적으로 보는 방식 자체가 문제다. 공공기관 민영화는 이전 정권에서도 ‘민영화냐 아니면 지방이전이냐’를 가지고 4년동안 논의했다. 그리고 178개 공공기관이 지방이전을 통해 공공성을 확보하고 지역활성화를 위한 산업 거점의 역할을 하자는 국민적 합의가 됐다. 민영화가 아니라 지방이전으로 결정한 거다. 178개 기관에 한해서는 민영화 논의를 중단해야 한다. 선 민영화 후 보완할 게 아니라 혁신도시 추진 후에 보완을 하든지 하라. 이미 잘 가고 있는데, 아무 문제없이 가는데 왜 계속 밀어붙이기로 뒤집으려 하나. 새 정부의 공기업 민영화 정책 때문이다. 민영화를 하면 정부의 손에서 벗어나니 지방이전은 안되고 민영화를 포기하기는 싫고, 이게 본질이다. 그런데 공기업 민영화란 뭐냐. 한전을 특정기업이 인수하면 전기요금은 치솟을 거고, 농업인이나 영세서민들의 허리는 한층 휠 것이다. 공공성을 포기하고 효율성만 따지려면 당장 중앙 행정기관부터 민영화하는 게 어떤가.

-공공기관 노동조합이나 지역균형발전과 관련한 이해관계자들과의 연대도 고려하고 있나?

오늘 한전노조 위원장 등과 서울에서 토론회를 했고 제가 참석했다. 내일은 전국의 지방 분권운동가들이 대구에서 전국적인 활동가 회의를 한다. 우리는 혁신도시 문제 뿐 아니라 이명박 대통령이 수도권 규제완화를 통해 기존의 지역균형발전정책을 포기하려는 데 대단히 많은 분노를 갖고 있다. 그에 대해 전면적으로 싸워 갈 것이다.

-덧붙일 말이 있다면?

한국이 고도의 압축적인 성장을 하는 동안에 농업의 일방적 희생과 함께 수도권에 대한 인력기지, 소비시장의 역할을 해 온 것이 지방이다. 그렇지만 일자리, 문화 만이 아니라 미래의 기회까지, 인간적인 삶을 유지할 수 있는 기능을 빼앗겨왔다. 혁신도시는 이렇게 피폐해진 지방을 다시 살리기 위한 정책이다. 지역간 불균형발전의 폐해를 겪은 영국 프랑스 스웨덴 같은 선진국들의 사례를 봐야 한다. 공공기관의 지방이전을 빼고 지방경제 활성화를 말할 수 없다.


많이 읽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