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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있는 사람들이 생활하는 거 서민들은 몰라요”

성인주점에서 노래 반주하는 밴드 마스터

이동권 기자 su@vop.co.kr

입력 2008-07-25 11:26:53 l 수정 2011-02-25 23:04:15

부담 없이 편안한 마음으로 가는 곳이 아니다. 접대하는 일이 많은 샐러리맨들이 자주 들르는 곳이다. 한국 남자들은 ‘성인주점’에서 놀아야 제대로 접대를 받았다고 생각하는 까닭에, 아쉬운 부탁이 필요한 이들은 어쩔 수 없이 이곳에 가게 된다. 성인주점에는 기자나 정치인도 많이 간다. 은밀한 뒷거래 뒤엔 질펀한 술자리와 망측한 희롱이 빠지지 않는 법이다. 가끔씩 ‘여기자 성폭행’사건이 벌어지고 나서야 만천하에 드러나곤 하지만 이 업계에 종사하는 사람은 ‘누가 어디에서 어떤 짓을 했는지’ 잘 알고 있다.
어떤 이들은 이곳의 유혹을 이겨내지 못해 ‘중독’에 빠진다. 모든 환락의 끝이 덧없는 황홀경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 순간을 즐기기 위해 발걸음을 옮긴다. 칙사 대접을 받으면서 엉덩이 뻐근하게 하룻밤 놀다보면 세상 근심이 모두 사라지는 것 같은 착각 때문이다. 이들 중에는 일상에서는 경험하지 못한 ‘성적인 쾌락’을 동경하는 부류도 있다. 이를 일일이 묘사하자면 ‘외설’이 될 수도 있으니, 이들의 행각은 상상에 맡긴다.
강남에 가면 하룻밤 술값이 기백만원에 이른다. 주머니 사정이 허락하지 않으면 ‘언감생심’이다. 그러나 쉽게 번 돈은 쉽게 나간다. 강도행각을 벌인 이들이 ‘성인주점’에서 돈을 탕진한 뒤 제2의 범죄를 저지르게 되는 연유도 이 때문이다.
돈 걱정 없는 재벌들도 주요 고객 중의 하나다. 한때 H그룹 회장이 자존심 상한 아들의 분을 풀어주기 위해 웨이터들을 ‘족친’ 사건이 사회문제가 되기도 했었다.
이번 달 우리이웃은 성인주점에서 일하는 사람들이다. 더 자세히 말하자면 고객들이 노래 부를 때 반주를 해주는 ‘밴드 마스터’들의 이야기다. 도색잡지처럼 성인주점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낱낱이 열거하고 싶지는 않다. 하지만 이곳이 그들의 삶의 현장이기에 피해갈 수는 없을 듯싶다. 조금 부담스럽더라도 이해해주길 바란다. 또 이 기사는 취재원을 통해 재구성됐다는 것을 미리 밝혀둔다. 보통 우리이웃 코너는 KBS의 ‘체험 삶의 현장’이라는 프로그램처럼 직접 경험한 것을 토대로 쓰지만, 이번에는 부득이하게 현장방문과 인터뷰로만으로 진행했다.

거리에 가득한 룸싸롱

거리에 가득한 룸싸롱



궁전 = 강남의 최고급 룸싸롱. 맴버십으로 운영되는 이곳은 모르는 손님들의 방문을 매우 싫어한다. 일단 들어오면 마담이 얘기를 나눈 뒤 사회적 지위가 현저히 떨어지는 경우에는 “룸이 없다”고 돌려보낸다. 이름만 대면 알 만한 고객들이 많아 그들의 사생활을 보호하기 위해서지만 자체적으로 업소의 ‘수질’을 유지하는 방법이기도 하다. 업소 직원에 따르면 이 바닥에서 한 번 소문이 잘못나면 고객이 뚝 끊어진다.
강남에서 가장 물 좋은 지역으로 정평이 난 거리는 ‘뱅뱅사거리’다. 서초동에서 도곡동 인근의 큰길은 성인주점의 성지로 불릴 정도다. 이러한 평판 때문인지 이곳에는 ‘사파리’(차를 타고 다니면서 주점이나 아가씨를 물색하는 행위) 문화가 거의 없다. 대부분 예약 손님들이다. 술값이 비싸더라도 우아하고 화끈하게 놀고 싶은 사람들이 자주 찾는다. 그래서 다른 지역 성인주점에서 간간히 벌어지는 ‘슈킹’(돈이나 시계, 차 등을 손님에게 빼먹는 행위)도 없다. 단골 고객들에게 그랬다간 문 닫기 십상이다.
사회적으로 행세 꽤나 한다는 단골 고객은 실장(마담)이나 영업상무에게 ‘충성주’를 요구하는 일도 있다. 맥주잔 위에 젓가락을 나란히 놓고 양주잔을 올린 뒤 책상을 머리로 치면, 술잔이 맥주잔 안으로 떨어져 섞이는 폭탄주다. 충성주는 술잔이 한 번에 떨어지도록 머리를 강하게 부딪쳐야 고객이 좋아한다. 일종의 ‘과시욕’이라 할 수 있겠다.
이태리식 문양으로 장식된 문을 열고 들어갔다. 화려한 벽지와 격조 높은 인테리어가 한눈에도 고급스럽게 느껴졌다. 벽면에는 꽃으로 뒤덮인 거울이 걸려있고, 룸 중앙에는 검은색 대리석 테이블이 놓여 있었다. 이 테이블의 가로는 2m정도. 마주앉아 있으면 건배조차 부담스럽다. 몸을 앞으로 굽히면서 손을 뻗거나 엉덩이를 들어야만 겨우 가능하다. 결국 술을 따르는 접대부를 불러야할 구조다.
테이블 위에는 음료수가 정갈하게 세팅돼 있었다. 이 음료수는 공짜가 아니다. 보통 업계에서는 ‘알티’라고 하는데, 술값 이외에 기본적으로 들어가는 룸 이용비에 포함돼 있다. 업소에 따라 다르지만 ‘알티’를 음료수 비용으로 받기도 하고, 웨이터 수고비로 책정하는 곳도 있다.
테이블을 중심으로 고급 가죽 소파가 ㄷ자 모양으로 빙 둘러 있었다. 몸이 푹 꺼질 정도로 푹신해 보였다. 하지만 앉아보니 의외로 단단했다. 아름다움과 실용성을 두루 갖춘 의자였다. 출입문 옆은 밴드 마스터가 악기를 연주하는 공간이다. 이곳에는 혼자 연주하면서 반주를 넣을 수 있는 키보드가 놓여 있었다. 다른 업소에는 룸 안에 무대가 설치된 곳도 있다고 한다. 반대쪽에는 화장실이 있었다. 한 평 남짓한 곳이지만 태평양에서 자란 해초처럼 시원하고 은은한 향기가 났다.
성인주점은 업소 규모나 접대부의 서비스에 따라 ‘텐프로’(상위 10%만 가는 룸싸롱)에서부터 ‘점오’, ‘세미’, ‘하드코어’, ‘퍼블릭’ 등 여러 가지 별칭으로 나뉜다.

죄악 = 40대 중반의 남자 3명이 룸에 들어갔다. 이들을 뒤따라온 마담이 유연한 접대멘트를 날리며 주문을 받고 룸에서 나가자 곧바로 술과 안주가 테이블 위에 깔렸다.
룸에 다시 들어온 마담은 고객 중에 단골로 보이는 남자 옆에 앉아 “오늘 물이 좋다”고 입방아를 떨며 술을 권했다. 대형 클럽이나 룸싸롱에는 자기 장사를 하는 마담이 있다. 업계에서는 이들을 ‘구좌’라고 부르는데, 구좌는 손님을 불러와 직접 장사를 하고 ‘와리’(술값의 일정액)를 챙긴다.
“귀한 손님 모시고 왔어. 에이스로 깔아봐.”
그가 거만한 표정으로 목소리를 내리깔며 말했다.
“사장님도 참. 특별한 애들로 올릴게요. 오늘 라인업(접대부 리스트)이 괜찮아요.”
마담은 눈웃음을 흘리며 맞장구를 쳤다.
잠시 후 접대부 8명이 들어와 줄지어 섰다. 두 남자는 각자 마음에 드는 스타일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하지만 그는 시큰둥한 표정을 지었다.
“사이즈(아가씨들의 외모)가 왜 이래.”
“이만하면 수준급인데 왜 그러세요. 얘 어때요. 온지 얼마 안됐는데 화끈해요.”
마담의 곱살스러운 말에 마음이 풀렸는지, 그는 그녀를 불러 옆에 앉혔다.
“오늘 ‘애프터’(룸에서 나간 뒤 호텔에서 하룻밤 자는 서비스. ‘2차’ 혹은 ‘체조’라고도 한다)되지?”
“그럼요. 알아서 모셔야죠.”
잠시 후 마담은 정중히 인사하고 자리를 떴다. 접대부들은 고객들의 술잔을 채우고 안주를 준비했다. 그리고 곧장 ‘애인모드’(애인처럼 편안하게 해주는 서비스)로 전환했다. 어색한 분위기를 누그러뜨리기 위해 애교도 떨었다. 남자들은 “화끈하게 놀아보자”면서 접대부들과 함께 폭탄주를 한 잔씩 돌렸다.
다른 성인주점에서는 ‘신고식’(처음 룸에 들어올 때 옷을 벗고 춤을 추며 술을 따르는 서비스)을 하는 경우도 있다. 접대부가 신고식을 할 때 몸에 걸칠 수 있는 것은 금으로 만든 목걸이뿐이다.
“오늘 귀한 손님 모시고 왔으니까 ‘완장까’(온몸으로 해주는 서비스)야 된다.”
그가 건너편에 앉아있는 접대부에게 말했다. 그녀는 “오케이”라 말하고 방긋 웃으면서 남자의 목에 팔을 감고 안겼다. 남자의 손도 자연스럽게 접대부의 몸으로 갔다.
“노래 한 곡 하자.”
“급하기도 하셔라. 잠시만 기다리세요.”
고객이 노래를 청하자 접대부가 밴드 마스터를 불렀다. 밖에서 대기하고 있던 30대 중반의 남자가 기타를 매고 들어와 인사했다. 인사는 ‘안녕하세요’로 간단했다. 고객들도 별다르게 묻지 않았다.
마스터는 키보드가 놓인 곳에 서서 연주를 시작했다. 손님이 노래하겠다고 얘기할 때까지 연주를 계속했다. 고급 룸싸롱에서 일하는 마스터는 음악도 고풍스럽고 분위기있는 곡을 연주해야 한다. 성인가요나 흔해 빠진 유행가를 싫어하는 고객들이 많아서다. 음악에는 빈부의 차가 없지만 이곳에서는 가난한 자들의 노래와 음악은 죄악처럼 느껴진다. 단순히 취향일 뿐인데도.
담배연기가 자욱하게 퍼진 룸에 감미로운 음악이 흐른다.
“마스터씨. 노래 한 곡 합시다.”
한 남자가 노래를 청했다. 이미 술에 취해버린 그의 노래는 음정, 박자 모두 무시다.

애상 = 강남 최고급 룸싸롱에서 일하는 마스터 이봉걸(예명,46)씨. 그는 그룹사운드를 하고 싶은 가수 지망생이었다. 하지만 부모님의 반대가 심해 꿈을 이루지 못했다. 또 사촌 형제들은 모두 대학에 들어갔지만 그는 진학을 하지 못해 “사람 취급조차 받지 못한 천덕꾸러기”였다. 하지만 24살이 되면서 달라졌다. 부모님이 음악에 대한 아들의 열정을 이해해주기 시작한 것이다.
“계속 음악을 했던 또래 친구들은 모두 선수가 됐는데, 저는 아니었습니다. 하는 수 없이 저보다 어린 친구들과 팀을 짜서 음악을 시작했죠. 그런데 애들이 음악은 하지 않고 연애에만 몰두해 팀이 깨지게 됐습니다. 정말 암담했죠. 그때 음악학원 작곡가 선생님이 올겐(키보드)을 한 번 배워보라고 권했습니다. 벌이는 확실하다고요. 나이 들어서 돈도 없고 궁하니까 시작하게 됐죠. 근데 한번 발을 들여놓으니까 빠질 수가 없었습니다. 돈, 여자, 시간에 대한 유혹을 뿌리치기가 쉽지 않았죠.”
김영출(가명,34)씨는 건달 생활을 하다 서른 넘어서 밴드 마스터가 됐다. 빈둥빈둥 노는 것을 좋아했지만 기타치고, 노래 부르는 끼가 있어 이 직업을 택했다. 특히 그는 한번 들은 노래는 잊지 않고 곧잘 따라 부르며, 연주까지 가능할 정도로 청음이 매우 좋다. 그는 호스트바에서 일한다.
“음악이 좋아 시작했고, 이제는 이골이 났다고 생각하는데도 쉽지 않네요. 여자들이 ‘남자들 벗어라’, 매너 있게 ‘동생’하며 갖고 놀다가 여관 데려가는 것을 보면 아직도 민망하거든요. 마스터한테도 마음에 들면 추파를 던지고요. 호스트바 여자 손님들은 남자 손님들과 다른 게 있습니다. 남자들은 아가씨가 애프터 안 나간다고 하면 그만인데, 여자들은 그렇지 않습니다. 서비스 안 좋다고 소문내고 뒤집어엎죠. 좀 무서워요. 그래서 호스트바에서 근무하는 남자 접대부는 거의 2차 나갑니다.”
이현우(가명,32)씨는 성인주점에서 웨이터를 하다 밴드 마스터가 됐다. ‘곁눈질’이 직업이 된 것이다. 하지만 모르는 노래가 많아 당황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고객들이 좋아하는 음악 스타일이 다양한데다 외국곡도 많아 연주하면서 땀에 흠뻑 젖는다.
“고객들은 마스터의 반주가 좋지 않으면 다른 노래를 신청합니다. 마스터가 모르는 노래를 신청해도 그렇고요. 분위기가 좀 이상해진다 싶으면 아가씨들이 마이크를 들고 노래 부르며 손님들을 달래보지만 ‘그만하자’고 마이크를 놓아버리는 손님들이 있습니다. 난감합니다. 또 자기가 박자, 음정 틀렸으면서 반주 탓하는 손님도 있고요, 애로점이 많아요.”
이훈(가명,51)씨는 스탠드바 연주자였다. 정석으로 연주를 해보지 않아서 처음 룸에 들어갔을 때부터 애를 먹었다.
“스탠드바는 리듬이고, 멜로디고, 막 뺍니다. 손님들도 술 먹고 흥에 겨워서 잘 치는지도 모르죠. 하지만 룸은 밀폐된 방에서 손님과 밴드가 일대일로 만납니다. 양주값만 40~60만원인데 음악이 스탠드바처럼 나오면 안되죠. 반대로 룸 뛰는 마스터들도 스탠드바에서 연주 못합니다. 스탠드바는 오후 7시에 올라가서 새벽 4시에 내려옵니다. 화장실 가고, 야식 먹는 시간 빼고는 컴컴하고 번쩍번쩍하는 곳에 계속 있어야 하거든요. 무척 피곤합니다. 옛날에는 음악을 하더라도 술 먹고 하지 않았습니다. 극장 쇼만 했죠. 극장식 홀에서 정식 음악을 했습니다. 세상이 발달하고 가라오케가 들어오니까 밴드가 됐습니다. 이삼십년 동안 음악으로 살아와서 해먹을게 없잖아요. 하지만 음악은 발달하고, 따라가지는 못하니까 변두리 술집만 돌다 대부분 스텐드바에 가게 됐습니다.”

고문관 = 마스터는 오후 6시~7시에 출근한다. ‘한 방’(룸에 들어가서 한 시간 동안 하는 연주)에는 마스터 한 명이 들어가며, 악기는 ‘건반’이나 ‘기타’를 연주한다. 손님들이 술에 취하면 ‘10분만 더’를 외치지만 시간이 됐다 싶으면 아가씨들이 먼저 ‘마스터 오빠 고생했어요’라고 얘기해준다. 그래야 한 방이 정리된다.
이날 이봉걸씨의 ‘한 방’은 접대 고객이다. 접대는 마시고 죽는 시늉을 하면서 상대방이 자신보다 강한 사람이라고 비위를 맞춰주는 일. 룸에 들어간 지 한 시간도 되지 않아 모두 취해 있었다. 아가씨들도 마찬가지다. 고객들이 돌린 ‘사발주’ 때문이다.
“단체 손님들이 오면 그중에서도 술 문화에 도가 튼 사람이 있습니다. 이 사람은 업소에 처음 오거나 아가씨를 처음 보면 꼭 ‘사발주 원샷’(우동그릇에 담은 폭탄주를 다 마신 후 머리에 터는 행동)을 합니다. 사발주는 반 정도만 먹어도 속에서 역류되는 것을 느낄 정도로 독합니다. 정말 고역스럽죠. 남자 손님이 6명이면 아가씨도 6명이 들어가는데, 그중에서 고문관 아가씨가 꼭 한 명씩 있습니다. 사발을 비운 뒤 머리에 털어야 되는데 꼭 잊어먹어서 한 번 더 찾아가게 만들죠. 연주하러 들어간 마스터가 무슨 죕니까.”
“연주가 불가능할 것 같은데요?”
“물론입니다. 그 사이에 껴서 두 사발 정도 먹으면 음악이 안 됩니다. 그래서 가끔씩 스피커 뒤에 매달아놓은 분유통에 술을 버립니다. 그것도 모르고 어떤 아가씨는 나쁜 쪽으로 이용합니다. 손님한테 ‘우리 마스터 오빠가 술 잘 먹어요’라고 말하면서 자기 술을 갖다 주죠. 그러면서 안주는 방울토마토 하나 들고 옵니다. 정말, 기가 막힙니다. 보고 있으니까 안 마실 수도 없고.”
“하루에 몇 방이나 들어가세요?”
“보통 두 방에서 세 방정도 들어갑니다. 더 많은 날도 있습니다.”
“생각보다 일이 많으시네요.”
“10테이블 가운데 8~9테이블은 밴드를 요청합니다. 우리나라 사람은 음주에 가무가 빠지면 안 되거든요.”
“손님이 많이 가는 곳은 어느 지역입니까?”
“강남도 유명하지만 북창동도 꽤 유명합니다. 북창동은 성인주점의 종합판이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요정, 룸싸롱, 단란주점 등의 문화가 모두 집합된 곳이죠.”
“하루 어느 정도 법니까?”
“보통 한 달에 300만원정도 법니다. 예전에는 하루에 40~50만원도 벌었습니다. 졸부들이나 호스트바 손님들이 마스터가 마음에 들면 100만원짜리 수표도 뿌리고 했는데 지금은 그렇지 않습니다. 한 방 서비스 요금이 10만원입니다. 더도 덜도 없습니다. 손님들이 약아져서 팁도 많이 줄었습니다. 1층부터 5층까지 룸이 있는 대형 룸싸롱에 가면 밴드 20팀, 아가씨가 400명정도 됩니다. 오야지(대장) 마스터가 하루 번 돈을 모아서 똑같이 나눠줍니다. 이처럼 팀의 일원이 되면 하루에 한 방밖에 못해도 세 방 들어간 사람의 몫까지 떼서 같이 나눠 가질 수 있습니다.”
연주비는 고객이 나갈 때 업소에서 술값과 합산해서 받고 나중에 현금으로 돌려준다. 카드를 긁는 손님이 많지 않아 현금 회전력이 있다. 카드를 이용하면 업소명이 뜨다보니 고객들은 현금을 선호한다.

진상 =“고객들은 어떻게 놉니까?”
“처음에는 점잔 빼려고 조용한 편입니다. 노래도 많이 부르지 않고요. 하지만 술 좀 들어가면 장난 아닙니다. 술 마신 남자들이 여자가 옆에 있는데 가만히 있겠습니까. 결국 연장(요금을 더 주고 1시간 늘리는 것)을 하고 놉니다.”
“어떤 고객들이 많이 옵니까?”
“건설업계, 공무원들이 많습니다. 정치인들도 가끔 오는데 입소문 때문에 잘 안 옵니다. 기업하는 사람들, 공무원들 없으면 이 사업 못해 먹습니다. 고위층 공무원, 회사 사장, 단체장 같이 높은 분들도 오는데, 그런 고객은 마담이 접대합니다.”
“어떤 고객이 가장 싫습니까?”
“공무원들입니다. 뒤가 좋지 않습니다. 외상을 많이 하거든요. 또 ‘이제까지 손님 몰아줬는데’ 하면서, 재미없다고 공갈도 치고요. 행여 마담이 안 좋은 얘기하면 다른 룸싸롱에 가버립니다. 그 뒤로 절대 안 옵니다. 전부다 그렇지는 않겠지만, 룸에서 봉투가 오고가기도 합니다. 건설업자들한테 뇌물 받아 먹고 벌이는 사업이 제대로 되겠습니까. 또 러시아 아가씨들이 있는 술집에 모 시청 과장급이상 간부들과 출입기자들이 왔는데, 아가씨 숫자를 못 맞춰서 쩔쩔맸던 일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정말 진상은 룸싸롱 오픈하는데 출입기자단 이름으로 화환을 보냈던 사람들입니다. 이래서야 되겠습니까.”
“마스터에게 함부로 대하는 고객도 있을 것 같은데요?”
“처음에는 ‘마스터님, 이 노래 되세요’라고 존댓말을 씁니다. 하지만 술 좀 먹으면 ‘어이 마스터씨, 이것 좀 합시다’로 바뀝니다. 더 취하면 ‘야’로 부릅니다. 이게 수순입니다. 나이 먹은 고객이 그러면 이해됩니다. 젊은 놈들이 그러면 아주 그냥…….”
그는 뒤통수를 때리는 시늉을 했다. 그동안 많이 당한 모양이다.
“어떤 고객은 ‘자기가 한 달에 300만원 번다’면서 술을 따라주며 ‘열심히 살아라’ 라고 어깨를 토닥거려주기도 했습니다. 그 당시만 해도 제 수입이 7~8백만원 할 때였거든요. 정말 우스웠죠.”
“고객 중에 건달들도 있습니까?”
“건달들도 옵니다. 하지만 오히려 매너는 좋습니다. 분위기는 삭막해도요. 그 세계의 갈등 때문에 주로 와서 술을 먹는데, 양아치들하고는 많이 다릅니다. 예의도 바르고요. 가끔 스님들도 봤습니다. 크리스마스 날이었는데 바빠서 다른 룸싸롱에 지원을 갔죠. 특실에 들어가보니까 스님들이 와서 아가씨 불러놓고 양주를 마시고 있더라고요.”
“대책 없는 고객도 있을 것 같은데요”
“한 건설업체 사장이 벤츠를 몰고 왔는데 술을 먹고 계산할 때까지는 점잖고 인자했습니다. 그 사장이 아가씨한테 2차를 원했습니다. 아가씨도 이 정도 손님이면 괜찮다 싶어 따라 나갔죠. 12시에 나간 것으로 아는데 2시쯤 파출소에서 전화가 왔습니다. ‘순이’라는 아이였는데, 많이 다쳤다고요. 가보니까 양쪽 눈은 퍼렇고, 광대뼈는 튀어나오고, 코피에 뒤범벅이 됐더라고요. 순이가 하는 말이 ‘같이 샤워할 때까지는 괜찮았는데 침대에서는 욕을 하고 주먹으로 때려야 흥분하는 변태였다’는 거죠. 한번은 한 단체 회장이 회원들을 데리고 왔습니다. 아줌마 4명에 남자 3명이었습니다. 아가씨 2명을 불렀습니다. 회장은 마담이 맡았지요. 매상 좀 올리려고요. 잘 놀았습니다. 근데 술이 좀 되니까 바지를 훌러덩 벗고 뛰어 다녔습니다. 다들 놀라 자빠졌죠. 비명소리까지 났습니다. 30~40분 동안 웨이터, 마스터들이 잡고 팬티 입히려고 고생 좀 했습니다. 가끔 아베크족도 옵니다. 한 번은 12월 말이었는데, 두 시간이 돼도 룸에서 소리가 나지 않은 것이었습니다. 밖에서 별의별 생각을 다했습니다. ‘애들 자살하는 거 아니냐’, ‘이상한 짓거리 하는 거 아니냐’ 그랬죠. 웨이터가 바닥에 엎드려 문틈으로 들여다 보니까 구두도 보이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40분을 더 기다렸습니다. 그래도 인기척이 없자 결국 마담이 비상키로 열었습니다. 들어가 보니까 남녀가 양주 2잔씩 먹고 잠을 자고 있었죠. 코라도 골면 자는 줄 알았을 텐데.”
“정말 대책 없네요.”
“돈 있는 사람들이 생활하는 것을 일반 서민들이 모르는 게 많습니다. 그런 사람들을 보면서 일하는 게 밴드들입니다. 동료들끼리 소주 한 잔 하면서 이런 저런 이야기 많이 합니다. X같은 세상이라고.”

해후 = 밴드 마스터들의 60% 이상이 간질환을 앓고 있다. 고객이 권한 술 때문이다. 그래도 이들은 이 세계에서 발을 떼지 못한다. 그날 벌어서 그날 쓰는 생계형 마스터들이 많아서다. 어떤 경우에는 집안일로 빌린 돈을 갚지 못해 비참한 말년을 보내는 이도 있다. 이봉걸씨의 말이다.
“음악을 끊어야 술을 끊게 됩니다. 술 마시는 사람을 상대하는 음악이지만 음악을 끊고 싶은 미련이 생기지 않습니다. 음악을 정말 좋아하죠. 그러다 결혼하고 아이를 낳으면 생존권 문제에 부딪치니까 더욱 끊을 수 없습니다. 그래서 부부관계가 좋지 않은 마스터들이 많습니다. 잘빠진 아가씨들과 함께 일하고, 집에도 ‘오빠’라고 부르는 여자들한테 전화오고 그러면 부부싸움이 계속 일어나죠. 사실 의심할만합니다. 연탄장수가 연탄을 팔면서 연탄가루를 묻히지 않을 수 있나요. 결혼할 때도 여자 집안에서 바람 많이 피고, 직업이 불안정하다고 대부분 반대합니다. 우리는 음악 한다고 말하는데 잘 먹히지 않죠. 하지만 밖에서 보는 것처럼 이상한 사람들 아닙니다. 열심히 사는 사람들 많습니다. 성실하고요. 이 생활을 하다보면 술 먹고 주정하는 놈들을 보는 것조차 싫어질 때가 옵니다. 그 때가 돼야 비로소 음악에 대한 회의가 들기 시작합니다. 또래 친구들이 죽어가는 모습을 봐도 그렇고요.”
기자는 밴드 마스터들의 삶에 대해 비관적으로 생각해본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 거친 삶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라 생각했다. 하지만 취재를 하면서 기자의 판단이 매우 오만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잘 모르면서, 술과 성을 사는 고객을 상대한다는 거부감 때문에 무작정 블라인드를 치고 있었던 것이다.
성인주점에서 일한다고 해서 ‘주정뱅이’나 ‘건달’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오산이다. 기자가 만난 사람들 중에는 낮에 일하는 사람보다 부지런한 사람도 많았으며, 건강하고 성실한 삶의 태도를 견지하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
마스터 오빠, 파이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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