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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식 50일차...풀리지 않는 기륭비정규직 문제

사측, 이전보다 후퇴된 합의안 제시...노조 "받을 수 없다"

기자

입력 2008-07-30 15:04:04 l 수정 2008-07-30 17:38:24

기륭

단식 50일차인 기륭분회


인간이 곡기를 끊는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벌써 50일째다. 정규직화를 요구하며 단식을 시작한지 벌써 50일이 됐다. 천일을 넘게 정규직 직접 고용을 외치며 회사와 싸워왔다. 해보지 않은 일도 없다. 여성 노동자로서는 처음으로 고공농성도 진행했고, 삭발에다 3보1배…. 해보지 않은 일이 없었다. 더 이상 할 것이 없어 결국 얼마 전부터 곡기를 끊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되었다. 기륭 분회 이야기다.

7월 30일자로 단식에 들어간 지 50일이 됐다. 처음 시작할 당시만 하더라도 많은 조합원들이 단식을 함께 했지만 탈진, 위출혈 등 심각한 후유증이 발생해 부득이 하게 중단했고 지금은 김소연 기륭분회장과 유흥희 조합원들만이 계속 단식을 이어나가고 있다.

이들이 단식하는 곳은 기륭 전자 정문 바로 옆 경비실 옥상이다. 이곳에 3,4명 누울 정도 크기의 천막을 설치하고 단식 농성 중이다. 그렇다보니 단식도 단식이거니와 연일 계속되는 폭염으로 잠을 제대로 잘 수 없는 것도 힘든 부분 중 하나다. 열대야로 밤에는 거의 잠을 못자고 오전에나 겨우 눈을 붙인다. 그나마도 편히 잘 수 있는 처지는 아니다.

단식이 50일 넘어감에 따라 이젠 매일 간호사가 천막 농성장을 방문해 건강 체크를 한다. 행여나 건강이 악화되거나 위급할 경우, 단식을 중단시키겠다는 생각이지만 워낙 두 사람의 의지가 확고해 단식 중단이 가능할지는 의문이다. 이미영 조합원은 "거동도 제대로 하지 못해 천막에서 내려오지도 못하는 상황이지만 사태가 해결될 때까지는 단식을 그만두지 않겠다는 것이 이들의 입장"이라고 안타까워했다.

상황이 이렇지만 아직까지 아무런 해결책도 제시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 23일 교섭을 마지막으로 사실상 교섭은 중단됐다. 일말의 희망을 가지고 있던 조합원들에게는, 단식을 진행하고 있는 이들에겐 한숨 밖에 나오지 않는 상황이다.

이전보다 후퇴한 합의서...노조 "기만적이다"

지난 7월 10일 사회단체 대표자와 기륭 조합원들은 한나라당 대표 사무실을 찾아가 기륭사태 해결을 촉구하며 대표 면담을 요구했다. 이 자리에서 홍준표 한나라당 원내대표는 배영훈 기륭전자 사장을 호출, 합의서 작성을 종용했다.

고공농성

기륭전자 노동자들은 5월 11일 하이서울 패스티벌을 위해 서울광장에 쌓아놓은 조명탑에 올라가 고공농성을 벌였다.

이날 작성된 합의서에는 1년 유예기간을 거친 후 기륭전자로 정규직화한다는 6월 7일 합의안을 기초로 노사간 교섭한다는 내용이 골자를 이뤘다. 기륭전자는 내부 구성원이 반대한다며 6월 7일 합의한 내용을 무효화 한 바 있다.

한나라당의 압박으로 합의서를 작성한 기륭전자는 지난 11일 교섭을 진행했다. 하지만 내용은 이전과 같았다. 기륭전자는 '일자리를 요구한다면 마련해 줄 수 있지만, 기륭전자 정규직은 내부 반발이 심해 안된다'고 재차 못을 박은 것. 결국 이날 교섭은 유야무야 끝나고 말았다.

이후 서울지방노동청장 주재로 16일 다시 교섭이 열렸지만 노사간의 이야기는 11일 교섭 내용의 반복이었다. 결국 서울지방노동청장은 회사측이 당장 답을 주기 어렵다면 다음 교섭 때 진전된 내용으로 나오라며 교섭을 다음으로 연기했다.

그리고 일주일 후인 23일, 사측이 새로운(?)합의서를 제출했다. 그 합의서를 보고 노조는 '기만적'이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이미 과거에 나왔던 안과 전혀 다를 바 없는 합의안이었기 때문이다.

공중으로 붕 뜬 교섭...현장 복귀는 미지수

기륭전자는 조합원들을 신설회사에 1년 계약직으로 고용하겠다고 밝혔다. 이들 계약직은 교육기간을 포함해 1년 5개월 후 신설회사 정규직으로 뽑겠다는 것이 주요 골자였다. 하지만 1년 계약직은 조합원 전원이 아닌 교육을 통해 선별로 뽑는 계약직이고 신설회사 정규직도 간담회를 거쳐 그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것이 회사의 입장이었다. 기륭분회 조합원들이 그 안을 받을 수 없는 이유다.

노조는 "이미 노동조합 설립초기 도급회사로의 고용 또는 노동조합이 라인을 직접 운영하는 방식은 결코 받아드릴 수 없다라고 분명히 입장을 밝혔고 이번 경영진이 들어오고 나서 5월 11일 서울시청 팡 1차 고공농성 후 진행된 교섭에서도 이 점은 분명히 밝혔다"며 "그래서 그 안이 폐기되고 6월 7일, 다양한 상황을 고려해 1년 유예기간을 거친 후 기륭으로 정규직화 한다는 것을 합의했다"고 밝혔다.

경비실 옥상에 천막을 치고 농성 중인 기륭노동자들

경비실 옥상에 천막을 치고 농성 중인 기륭노동자들


노조는 "그런데 이미 폐기되었던 내용들을 부활시켜 또다시 노동부와 한나라당이 중재를 선다는 명목으로 회사측에 힘 실어주기, 노동조합 죽이기에 나서고 있다"고 주장했다. 실제 서울청장은 노조가 합의서를 수용하지 않으면 손을 때겠다는 등 압력을 행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교섭은 결렬됐고 이후 교섭 날짜도 잡지 못하고 공중에 붕 뜬 상황이 되어버렸다. 게다가 29일에는 금천구 수사과 형사들이 '건조물 침임'을 이유로 단식 중인 조합원들에게 체포영장 발부를 고지하고 돌아갔다.

당장 이번 주는 기륭전자 전체가 휴가기간인지라 교섭 자체가 요원하다. 기륭분회는 다음 주부터 다시 교섭을 위한 강한 압박에 들어간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정작 교섭이 진행된다 하더라도 이들이 현장에 복귀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단식으로 사람이 죽어가고 있지만 회사는 이들을 '사람'으로 대우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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