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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일조선인 차별..현대판 신분제 日에 있다"

[인터뷰] 부당한 교원인사조치 받은 고베시립타루미중학교 한유치 상근강사

박상희 기자 psh@vop.co.kr

입력 2008-10-29 11:25:11 l 수정 2008-10-29 18:04:29

일본 고베시립타루미중학교 한유치 상근강사

일본 고베시립타루미중학교 한유치 상근강사


재일조선인 3세인 한유치 씨는 일본 고베시립타루미중학교 '상근강사'라는 직책을 가지고 있다. 1993년 고베시에 교원으로 채용된 그는 지난 4월 학교장으로부터 '부주임'이라는 직책을 임명받았지만 최근 '재일외국인은 부주임이 될 수 없다'는 시 교육위원회의 어이없는 답변을 받아야했다.

그 이유는 시 교육위원회 행정이 1991년 일본문부성 통달을 기초하고 있기 때문이다. 91년 한일 양국 외무장관은 '한일법적지위협정에 기초한 협의 결과에 의한 각서' 이른바 '91년 각서'를 체결한 바 있는데 이에 따라 재일한국인도 공립교원의 응시자격을 가질 수 있게 됐다. 현재 일본 전역에 위치한 공립학교의 재일한국인 교원은 200명 정도다.

문제는 이들이 일본인 교원과는 달리 '상근강사'로 한정시킨 신분상 차별의 벽을 넘을 수가 없다는 것. 바로 '재일한국인 등 일본 국적이 없는 자의 공립학교 교원임용에 대해'라는 일본 정부의 '91년 통달'로 '상근강사-교무운영배제' 직위를 한정했기 때문이다. 한유치 강사도 그랬다. 이 통달에 따라 학교장은 '부주임'으로 임명했었음에도 불구하고 준비하고 있던 교무분장표 등 몇 군데 올려져 있었던 한 강사의 이름을 전 직원에게 지우게 했다.

28일 한국을 찾아 자신의 억울함을 호소하던 한 강사는 사건 이후 "교내 일반 선생님들은 호의적인 편이지만 이후 주요 직책을 맡으려 계획하고 있는 사람들은 이번 문제를 좋아하지 않는다"며 학교 내 분위기를 설명했다.

"일본인 선생 중에서 교장이나 교감이 되려고 마음먹고 있는 사람은 이번 문제를 좋아하지 않습니다. 일본 사회가 다소 폐쇄적인 면이 있기 때문에 본인 스스로 저를 적극적으로 도와주면 이후에 교장이나 교감이 될 수 없다는 분위기가 있어 적극적으로 도움을 주지 못하죠. 그렇지만 일반 선생님들 같은 경우에는 적극적이라고는 이야기할 수 없지만 이야기도 해주고, 호의적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행정적인 문제도 있습니다. 16년 차 중견교사이기 때문에 중요한 일처리들을 젊은 사람들이 하면서 어려움을 겪고 있기도 합니다. 제가 차지하는 비중이 없어지긴 했지만 저는 이 문제를 항의하기 위해서 다른 모든 것들을 하지 않으려 거부하고 있습니다."

일본 고베시립타루미중학교 한유치 상근강사

일본 고베시립타루미중학교 한유치 상근강사

한 강사는 또한 이번에 한국을 찾아 문제점을 확실히 알릴 수 있게 됨으로써 고베시가 향후 어떠한 대책을 마련하게 될 것이라는 강한 기대도 나타냈다. "그동안 고베시 교육위원회와 이야기 하려 노력을 많이 했었는데 그 사람들은 매번 상대를 안 해주고 회피를 했었습니다.

이번 일로 위원회 생각은 저에 대해 '그냥 놔두면 자연스럽게 사라지지 않을까'라는 게 있었습니다. 한국에 와서 이것을 문제 삼았을 것이라는 생각은 하지도 못했을 것이죠. 한국에 나온 뉴스들을 보고나면 문제가 더 커지기 전에 무엇인가 대처를 하지 않을까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다만 일본 정부가 91년 각서에 준하는 새로운 각서를 만들어야 하고 또 교육지자체가 직책에 따른 급료 해결에도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당장 일본 정부나 지자체가 마음대로 어떠한 결정을 내리기엔 쉽지 않겠죠."

그러면서도 한 강사는 '통달'이 법률이 아니기 때문에 고베시가 통달에만 집착하지 말고 자체적인 판단을 내려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지자체가 한일간 체결된 91년 각서를 토대로 자기 마음대로 해석하고 있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인데, 이를 한국 정부가 모르고 있다는 것도 심각한 문제라 생각한다"면서 보다 한국 내에서도 이번 문제를 계기로 재일한국인의 문제에 대해 깊은 인식이 있었으면 한다는 바람을 나타냈다.

"한국인들도 이런 마음을 이해했으면 좋겠습니다. '일본 국적 가지면 되지 않느냐'라며 간단하게 말하는데 아무리 차별이 있다고 해도 국적을 지켜왔던 한국 사람들에 대해, 어려움 속에서도 왜 국적을 지키고 있는가에 대한 마음을 이해했으면 합니다. 제가 일본 국적을 갖고 있었다면 쉽게 부주임이 될 수 있었겠지만 그렇게 국적을 바꾸면서까지 선생님을 하고 싶진 않습니다.

민단도 마찬가지 입니다. 민단은 이 문제를 알고 있긴 하지만 아마도 관심이 없는 것 같습니다. 그쪽에선 일본 사회 문제라는 인식이 있어서인지 적극적으로 이 문제에 대한 해결에 소극적입니다. 민단도 일본 정부에 압력을 줄 수 있는 단체입니다. 때문에 성명서를 낸다던지 해서 직접적으로 압력을 가해주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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