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 저울'은 드라마일 뿐이고

外銀 헐값매각, 사상초유의 변칙재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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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8-11-25 16:48:45l수정 2008-11-25 17:17:01
외환은행 헐값매각 사건에 대한 무죄판결은 현실은 '신의 저울'과 같은 드라마가 아니라는 점을 확인시켰다. 최재경 대검찰청 수사기획관은 "배임에 대해서는 동기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하고 금품수수는 대가성이 없다고 하니 법률가로서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고 공개적으로 법원을 비판하기도 했다.

24일 법원은 변양호 전 재경부 금융정책국장, 이강원 전 외환은행장, 이달용 전 부행장 등이 론스타 측과 결탁해 외환은행을 헐값매각했다는 혐의에 대해 모두 무죄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에 따르면 "개별적인 행동에서 부적절함은 있었지만 경영적 행위라는 전체적인 틀에서 보면 배임죄로 처벌할 수 없다"는 것. 재판부는 BIS 자기자본비율 전망치 조작에 대해 "금감원이 산정한 수치와 다르고 단기간에 상이한 전망치를 제시한 점 등을 들어 부적절한 측면이 있다"면서도 "외환은행이 비관적인 BIS비율 전망치를 내놓은 것은 론스타와의 가격협상 과정에서 가격을 고의로 낮추기 위해서가 아니라 신규 투자가 절실히 필요한 상황에서 론스타와의 협상 결렬을 피하기 위해서였다"고 설명했다.

"경영적 행위이므로 배임죄로 처벌할 수 없다"

론스타 사건의 두가지 핵심은 은행 대주주가 될 수 없는 사모펀드인 론스타가 불법으로 예외규정(은행법 시행령 8조2항, 부실금융기관 정리 등 특별한 사유)을 적용받은 것과 BIS 비율 조작이다.

현행 은행법은 산업자본의 은행 지배를 방지하기 위해 비금융주력자에 대한 소유제한 규정(은행법 16조2항)을 두고 있다. 이에 따르면 사모펀드인 론스타는 4%를 초과하는 은행 지분에 대해 의결권을 포기하고 금융위원회의 승인을 받은 경우에만 10%까지 보유할 수가 있다.

그러나 이같은 소유제한 규정을 피하기 위해 외환은행은 부실금융기관으로 조작됐으며, 론스타는 위 8조2항의 예외규정을 적용받아 외환은행 지분 51%를 취득하게 된다. 당시 금감원은 외환은행의 BIS비율을 9.14%(국제기준은 8%)로 파악하고 있었음에도, 금융감독위에 6.16%로 비율을 조작해 보고했다.

추후 드러난 바에 의하면 금감위가 론스타의 인수자격을 승인한 유일한 근거가 된 『Lone Star의 외환 은행 인수자격에 관하여』라는 문서는 김앤장이 작성해 비밀리에 재경부에 건넸고 재경부가 다시 금감위 등에 보낸 것이었다. 말하자면 론스타의 법률대리인인 김앤장이 작성한 문서를 토대로 정부는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자격을 승인한 것이다.

김앤장

금감위가 론스타의 인수자격을 승인한 유일한 근거는 김앤장이 보낸 문서였다ⓒ민중의소리

몸통은 다 어디가고..

물론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계획인 '프로젝트 나이트'는 문서상으로만 이루어지지는 않았는데, 잘 알려진 바와 같이 7월 15일 조선호텔 10인회의, 22일 회의, 25일 금감위 대책회의 등 청와대와 재경부, 금감위, 외환은행과 관계된 온갖 추문들이 쏟아져나온 바 있다.

사실 외환은행 사건의 몸통은 '모피아'로 대표되는 권력 카르텔이지만, 검찰의 수사는 애초부터 몸통과는 거리가 멀었고 법원은 실무를 맡고 있던 재경부 일개 국장에 대해서도 무죄를 선고했다.

임종인 전 의원은 "재경부와 금감위의 입장이 론스타의 인수불가에서 예외승인으로 갑자기 돌변한 이유"는 "김앤장의 고문으로 있던 이헌재 전 부총리와 같은 사람들의 로비 결과"라고 주장한다.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는 DJ정부 시절 초대 금융감독원장, 재경부장관을 거쳐 김앤장 고문으로 일하다가 다시 참여정부에서 경제부총리를 지냈고, 퇴임 뒤 다시 김앤장 고문으로 돌아갔다. 그는 유회원 론스타코리아 대표의 경기고 선배이면서 당시 김앤장 고문이었고 외환은행 사태의 핵심으로 지목됐었다. 변양호 전 재경부 국장, 이강원 전 외환은행장, 김석동 당시 금감위 감독정책1국장은 이헌재 사단으로 분류된다.

외환은행 사건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한 김앤장도 유유히 수사망을 비켜갔다. 이헌재 경제부총리를 비롯해 이번 사건의 주요 인물들은 모두 김앤장과 관계가 있다. 검찰에 따르면 이른바 '4인 회동'에 있었던 하종선 변호사는 외환은행 매각 과정에서 론스타로부터 105만 달러를 받고, 변양호 전 재경부 금융정책국장 등에게 로비를 벌인 인물이다. 김형민 씨는 론스타가 대주주인 외환은행의 상무이면서 김앤장의 전직 고문이었다. 김형민 씨는 외환카드 주가조작 당시 허위 감자설을 내용으로 하는 보도자료를 배포한 인물로, 이 사건에 대해서도 법원은 지난 6월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했다. 김씨는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 직후인 2003년 말 외환은행 상무로 발탁됐다.

초유의 변칙 재판

법원은 사건의 중요한 열쇠를 쥐고있는 론스타코리아 유회원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을 4차례나 기각했다. 또한 엘리트 쇼트 론스타 부회장 등 전체 수사과정에서 체포·구속영장만 12번이 기각됐다. 일반인들에 대한 구속수사 관행과는 사뭇 대조적이다. 유회원 씨에 대한 영장이 거듭 기각될 당시인 2006년 11월에는 이용훈 대법원장이 변호사 시절 유회원 대표, 하종선 변호사, 김형민 외환은행 부행장(당시 상무)을 만나(4인 회동) 사건을 수임한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또 이번 재판은 검찰의 구형이 없이 선고가 강행된 초유의 기록을 남기게 됐다. 검찰은 지난 10일 열린 공판에서 추가 증거 신청을 하며 재판을 더 열어달라고 요청했으나, 재판부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고 검찰은 구형을 하지 않고 퇴정함으로써 재판부의 행태에 항의했다.

검찰이 재판결과에 대해 "법률가로서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고 비판한 것 역시 법률사에 기록될 만한 일이다. 변양호 전 국장이 하종선 변호사로부터 4100만원을 받은 혐의에 대해 재판부가 "투자 목적이나 사적 친분 관계에서 전달된 직무관련성이 없는 돈"이라며 무죄로 본 것도 상식을 벗어난 판결이라는 지적이다.

금융위의 대주주 적격성 심사는 별개

검찰의 반발을 고려하더라도 이번 사건은 대법원에 가서야 결론이 날 것으로 보이지만, 이와 별개로 금융위원회의 대주주 적격성 심사 결과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현재까지의 검찰 수사는 8조2항(예외규정) 적용에서의 BIS비율 조작과 배임죄에 맞춰져 있었다. 재판부 역시 금융당국이 론스타에 외환은행 인수자격을 준 것에 대한 적정성 여부는 행정소송에서 판단할 일이라고 밝혔다.

주지하다시피 2003년 9월 론스타의 외환은행 초과보유 승인은 은행법 시행령 8조2항에 의해 이루어졌다. 그런데 금융당국의 실수였는지 이 8조2항은 제15조(일반적 소유제한 규정)에 대한 예외규정이며, 은행법 16조2의 비금융주력자에 대한 예외 규정은 아니다. 금융감독위도 경제개혁연대 등의 질의에 대한 회신(2007.5.21)에서 "금감위는 은행법상 비금융주력자에 대해서는 은행법 시행령 제8조 제2항 규정 적용이 불가능하다고 해석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은행법은 은행 주식에 대한 일반적인 소유제한 규정(15조)과 별개로, 산업자본의 은행 지배를 방지하기 위해 비금융주력자에 대해서는 보다 엄격한 소유제한 규정(16조의2)을 두고 있다. 론스타가 비금융주력자라면 8조2항과는 별개로 금융주력자로의 전환계획을 제출하거나 외국인의 주식보유 비율을 제한하는 등의 요건을 갖추고 금융위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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